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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n Seeing

[현대소설]동백꽃(1936)-김유정-

by 휴리스틱31 2021.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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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1936)

-김유정- 

 

● 줄거리

 

나흘 전에 점순이는 울타리를 엮는 내 등뒤로 와서 감자를 내게 건넸다. 나는 받지 않았고 그녀는 독이 오른 얼굴에 눈물까지 흘리며 돌아갔다. 우리집은 마름인 점순이네의 호의로 집터를 빌려 집을 짓고 그 집의 땅을 부치고 있는 소작농이다. 눈물을 흘리고 간 다음날 점순이는 자기집 봉당에 걸터 앉아 우리집 씨암탉을 붙들어 놓고 때리기 시작한다. 나는 화가 치밀었으나 계집애하고 싸울 수도 없어 애꿎은 울타리만 막대기로 내리친다. 점순이는 사람들이 없으면 자기 집의 수탉을 몰고 와서 우리 집의 수탉과 싸움을 붙였다. 싸움을 하면 언제나 점순이네 수탉이 이긴다. 나는 우리집 수탉이 이기게 하기 위해 고추장을 먹이기도 한다. 그러나 제대로 한 번 싸워보지도 못하고 우리 닭은 풀이 죽어 버린다.

 

닭은 오늘 아침에야 정신이 들었다. 점심을 먹고 나무를 하러 가서 소나무 목정이를 따면서 나는 고년의 목쟁이를 돌려놓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나무를 다하고 산을 내려오다가 점순이가 바윗돌 틈에 동백꽃을 소복하게 깔아놓고 앉아서 청승맞게 호드기를 불고, 그 옆에서는 푸드득 푸드득 닭의 횃소리가 요란하게 들리는 광경을 목격한다. 나는 약이 올라 지게 막대기로 점순네 수탉을 단매에 때려 죽인다. 점순이는 눈을 흡뜨고 달려들고, 나는 분하기도 하고 무안도 스러웠으나 이젠 땅이 떨어지도 집도 빼앗길 처지에 이르렀음을 알고 엉엉 울음을 터뜨린다.

 

그때 점순이가 내게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왔고, 무엇에 떠밀렸는지 점순이의 몸뚱이가 내게 쓰러진다. 노란 동백꽃 속에 파묻힌 나는 향긋한 냄새에 정신이 아찔해진다. 이때 점순이 어머니가 점순이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오고, 점순이는 겁을 먹고 꽃밑을 살금살금 기어서 내려가고 나는 산으로 내뺀다.

 

 

● 인물의 성격

 

● 나 → 소작인의 아들로서 점순이가 보내는 애정 표현을 이해하지도 느끼지도 못하는 순진하고 고지식하고 우직하며 무딘 성격의 인물

 

● 점순이 → 마름집의 딸.  열일곱 살의 사춘기 소녀로서 부끄러움이 없이 매우 활달하고 영악하며 당차고 적극적인 인물. '나'에게 보낸 애정이 무시되자 심술을 부리는 역설적인 행동을 보여줌.

 

● 구성 단계

 

● 발단 : 닭싸움으로 나의 화를 돋우는 점순이(현재)

 전개 : 나흘 전의 감자 사건과 우리집 닭을 괴롭히는 점순이(과거) 

● 위기 : 닭싸움에 대한 나의 반격과 실패(과거)

● 절정 : 점순네 닭을 죽인 후, 두 사람의 화해(현재)

● 대단원 : 점순이 찾는 소리에 흩어지는 두 사람(현재)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농촌소설로서 신분이나 계층(마름-소작인)을 넘어서서 사춘기의 두 남녀가 사랑에 눈뜨는 과정을 작가 특유의 서정성과 해학성으로 묘사해낸 작품이다. 마름집 딸인 점순이가 나에게 호의를 표시하는데도 나는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무안하게 거절함으로써 사건은 시작된다. 애정표현에 대해 거절당한 후부터 보여주는 점순이의 역설적인 애정표현은 기괴하게도 닭싸움이라는 형태로 구체화된다. 이 닭싸움은 나와 점순이의 갈등의 표면화이면서 애증의 산물이기도 하다. 나는 홧김에 점순이네 수탉을 죽이고 점순이와의 화해 속에 동백꽃 향기 속으로 누워버림으로써 화해의 대단원을 맞는다. 이처럼 점순이의 역설적 애정 표현과 그것에 대해 전혀 깨닫지 못하는 나의 비성숙성은 작품의 흥미와 긴장을 제공하는 동시에 독특한 개성을 형성한다.

 

 <동백꽃>에서 점순은 마름의 딸로, 화자는 소작농의 아들로 설정되어 있다. 그러나 이들 사이에 계층의 차이에서 오는 갈등은 거의 드러나지 않고 있는데, 마름과 소작인 사이의 갈등과 투쟁을 형상화한 이기영의 <고향>과는 좋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점순과 나와의 갈등의 원인은 오로지 '성격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동백꽃>의 마지막 장면을 보면, 동백꽃이 흐드러지게 핀 산자락에서 몸이 겹친 채로 쓰러지는 장면은 서정적 배경과 어울려 그들의 사랑을 자연 정서와 융합된 것으로 만들고 있다. 그리하여 사랑의 아름다움과 건강성을 부각한다. '알싸한 그리고 향긋한 그 냄새'는 동백꽃의 냄새이기도 하지만, 그 장면에서 받은 심리적 반응을 감각적으로 드러낸 구절로 볼 수 있다. 성적인 세계를 비교적 노골적으로 그리면서도 서정적이고 향토적인 분위기를 살린 작품이기 때문에 모두가 공감하는 사랑의 세계에 미소를 짓게 만든다.

 

 이 작품은 아이러니에 바탕을 둔 해학성을 특징으로 하고 있다. 아이러니는 크게 상황적 아이러니와 표현적 아이러니로 나눌 수 있다. 대체로, 아이러니를 구사하는 주체가 읽어질 경우에는 표현적 아이러니라 하고, 그 주체가 없이 세계 자체이거나 운명과 같은 것일 때 상황적 아이러니라고 한다. 이 두 개는 혼융되어 잘 나타난다. <동백꽃>의 아이러니는, 점순이는 알고 있고, 화자는 모른다는 데서 오는 아이러니이다. 아이러니는 언제나 독자는 알고 있는데 작중인물이 모르고 있는 상태이다. 독자들은 혼자만 모르고 있는 '나'에게 재미를 느끼는 것이다. 이 재미가 김유정 소설의 미학이며, 그것은 바로 해학성이다. 해학은 대상에 대한 따듯함을 동반한 웃음이다. 그러나 웃음은 상대가 본인보다 열등할 때 생기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심각한 태도는 애초에 배제된다. 그 자리에 여유가 자리잡는다. 그리하여 독자는 여유로운 마음으로 인생의 한 단면을 웃음을 동반하며 즐기게 되는 것이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순수소설, 애정소설, 농촌소설

◆ 배경

* 시간적 - 1930년대의 어느 봄날

* 공간적 - 인심이 후하고 소박한 사람들이 농사를 지으면서 사는 강원도의 어느 산골마을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표현상 특징

* 향토적이고 해학적인 문체 구사

* 비속어, 사투리, 구어 등이 쓰인 토속적 문체

* 간결하며, 독백체의 효과적 활용

 갈등구조 : 점순이와 '나'와의 심리적 갈등

 주제  산골 마을 남녀의 순박한 사랑

 

● 생각해 볼 문제

 

1. 소설에 나오는 '닭싸움'의 문학적 의미를 말해 보자.

⇒ 인물간의 갈등과 화해의 매개물,  점순이의 역설적 애정 표현

 

2. 제목의 상징적 의미를 말해 보자.

⇒ 향토적 서정 표현,  등장인물간의 애정 표상,  화해의 분위기를 마련한 소재,  따뜻하고 정겨운 분위기 조성.

 

3. 이 소설이 지닌 해학성에 대하여 말해 보자.

⇒ ① 남녀간의 역할이 전도됨으로써(나-소극적.   점순-적극적)나타나는 상황적 아이러니

    ② 비속어, 사투리, 의성어, 의태어 등 언어에 의한 해학성

    ③ 인물의 희화화를 통한 해학성

 

4. 소설의 화자인 '나'는 무디고 우둔한 인물로 설정되어 있는데, 이런 인물형이 빚어내는 효과는?

⇒ 독자들에게는 충분히 이해가 되는 사태에 대해서도 화자 자신만 계속 엉뚱한 반응을 보임으로써 아이러니를 유발하고 아이러니에 대한 건강한 웃음을 선사한다. 이 작품의 미학은 이런 아이러니의 즐거움(해학미)에 있다.

 

5. 마지막 대목에서 점순이는 아래로 내려가고 화자는 위로 치빼는 행동의 차이에서 발견되는 두 사람의 심리를 추리해 보자.

⇒ 점순이는 성애 행위 자체에 부끄러움을 느끼지 않을 만큼 성숙해 있기에 천연덕스럽게 이전의 행동을 감추고 바로 내려간다. 점순이의 이런 용기와 뻔뻔함과는 달리 아직 순진한 '나'는 그만 놀라 현장에서 벗어나야겠다는 일차적 행동만 하는 것이다.

 

 

● 더 읽을거리

 

◆「동백꽃」의 구성 방법

 

이 작품 속에는 두 사람이 등장한다. 소설의 주인공이면서 작중화자이기도 한 '나'라는 인물은 우직하면서도 순박한 농촌 총각이다. 이 일인칭 주인공의 관점에서 모든 이야기가 서술되고 있기 때문에 사건의 전개 과정도 '나'의 관심 범위를 벗어나지 않는다. '나'의 우직함과 순박성은 소설의 이야기에서 일관되게 나타난다.

 

'나'의 상대역으로 등장하는 인물이 점순이다. 점순이는 활달한 성격의 소유자이며 이웃에 살고 있는 총각 '나'에게 은근한 이성적 관심을 가지고 있다. 점순이는 '나'의 환심을 사기 위해 '나'에게 접근하지만 거절당한다. '나'를 골탕먹이기 위한 점순이의 행동이 엉뚱하게도 닭싸움으로 번진다.

 

이처럼 '나'와 점순이는 시골 농촌의 총각과 처녀이면서 그 성격이 전혀 대조적이다. 그 뿐만 아니라 '나'의 집에서는 점순네 땅을 얻어 농사를 짓는 형편이다. 점순네는 마름이고 '나'의 집은 소작농이다. 물론 이 같은 사회적 신분적인 격차가 그리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나'는 마름의 딸 점순에게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다.

 

이 소설의 이야기에 등장하는 갈등은, 점순이가 '나'에 대해 이성적인 관심을 표시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나'는 이에 대해 거의 무감각하다는 점에서부터 비롯된다. 점순이는 울타리를 만들고 있는 '나'에게 접근하여 감자를 먹으라고 건네준다. 그러나 '나'는 점순이가 자신을 깔보고 있는 듯하여 오히려 이를 거절한다. 활달하고 적극적인 점순은 자신의 본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나'를 골탕먹이기 위해 닭싸움을 걸게 된다. 점순이네 큰 닭이 싸움에 이기는 것을 보고 '나'는 분함을 참지 못한다.

 

이 닭싸움은 결국 두 인물의 심리적 갈등을 구체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두 남녀의 갈등은 닭싸움이 엉뚱한 방향으로 결말을 보게 되면서 해소된다. 화가 난 '나'는 점순이네 수탉을 때려죽이고 너무 겁이 나서 울음을 터뜨린다. 점순이는 '나'의 예기치 못한 행동을 나무라지 않고 오히려 '나'를 안심시킨다. 그리고는 '나'를 끌어안고 동백꽃 속으로 쓰러짐으로써, 자신의 욕망을 실현할 수 있게 된다.

 

 

「동백꽃」의 주제 의식

 

소설「동백꽃」에는 해학이 담겨 있다고 한다. 해학이라는 말을 다른 말로 옮긴다면 웃음이라는 말이 가장 가깝게 어울릴 것이다. 소설「동백꽃」에 웃음이 담겨 있다는 것은 무슨 뜻인가? 그것은 이 작품의 소재를 처리하는 작가의 관점과도 연관되는 문제다.

 

이 작품에서는 애정의 갈등 자체가 심각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은 마름의 딸과 소작인의 아들이다. 그러나 이들이 신분의 격차로 인하여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지지 못함을 고민하는 것이 아니다. 사랑을 방해하는 장애 요인이 둘을 괴롭히고 있는 것도 아니다. 작가는 애정에 눈뜨기 시작하는 시골 처녀를 등장시켜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있긴 하지만, 애정의 문제 자체에 관심을 기울이지는 않는다. 오히려 '나'와 점순이의 성격을 과장하고 그 차이에서 오는 행위의 대조적인 특징을 강조한다.

 

이 소설의 이야기는 모두가 점순이의 일방적인 행동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소설의 결말에서 '나'는 작대기로 점순이네 닭을 때려잡는 적극적인 행동을 처음 보여준다. 그러나 '나'는 이 우직한 행동 때문에 점순이에게 완전히 굴복한다. 이 소설에서 '나'는 결말에 이르기까지도 점순이의 의도를 이해하지 못한다. 그러므로 갈등의 전개 과정과 그 반전의 양상 자체가 심각성을 던져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웃음을 자아내고 있다. 이 작품의 해학성은 결국 두 인물의 대조적인 행동과 엉뚱한 결과를 통해 빚어내는 웃음에서 비롯된다. 그리고 이 같은 해학성이 농촌 총각과 처녀의 순박한 사랑 이야기에 생명력을 더해 주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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