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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줄거리/해설]제3 인간형(1953)-안수길-

by 휴리스틱31 2021. 1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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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 인간형(1953)

-안수길- 

 

● 줄거리

 

토요일 오후, 아이들이 하교하고 난 뒤 바다를 바라보며 상념에 젖어있던 '석'에게 '조운'이 찾아온다. 삼 년 반 동안 소식이 두절되었다가 만나게 되자 둘은 기적같다고는 말을 주고 받는다. '조운'은 자신의 문학 사상에 투철하였고 따르는 문학소녀도 많았으며, 독자적인 세계를 추구하다보니 생계는 어려웠으나 매문(賣文)은 하지 않은 작가였다. 석은 생활고와 학교 생활에 찌들려 작품을 쓰지 못하고 있는 자신의 처지로 인해 조운이 그 동안 숨어지내면서 대작을 만들었을 거라고 추측해 보면서 주눅이 든다.

 

석은 이기지도 못하는 술버릇과 식구들의 핀잔으로 술을 안 먹기로 하였는데, 조운과 석은 중화요릿집에 가서 술을 시킨다. 조운이 석에게 넥타이와 함께 편지를 내보인다. '미이'가 보낸 것이었다.

 

'미이'는 부잣집 딸이었고, 늘상 조운을 따라 다니던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소녀였다. 조운이 항상 검정 넥타이를 매고 다니는 것이 '인생의 상장(喪章)'같은 것이냐고 물으면서 미이 자신은 세상에 태어난 걸 감사하며 즐겁게 산다고 하면서 새로 넥타이를 사주며 인생을 밝게 살아보라고 조운에게 말하였다는 것이다. 그런지 며칠 후에 육이오 사변이 터지고, 조운은 숨어지내며 삶에 대한 고통과 번민에 시달리다가 사업을 시작하였다는 것이다. 사업이 잘 되면서 돈을 버는 사이에 속물적인 인간으로 변화되면서 삶의 재미도 느끼고 그 생활에 완전히 젖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러다 부산에 와 얼마되지 않아 지나가는 미이를 만났는데, 예전의 밝은 표정은 완전히 사라지고 그간의 사정은 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집안은 완전히 망가져 겨우 먹고 살아가고 있으며, 미이는 그런 가운데서도 적어도 비관은 하지 않는다고 했다는 것이다. 조운은 매일같이 미이를 만나며 그녀에게 도움을 주고자 다방을 하나 얻어서 식구들이 먹고 살게 해주겠다고 제안을 했고, 그에 대한 대답을 오늘 듣기로 했는데 미이는 나타나지 않고 간호장교가 되겠다고 쓴 편지와 넥타이만 전해왔다는 것이다.

 

조운은 이 때문에 번민에 빠졌다고 한다. 사변으로 자신은 형편없이 망가졌고, 미이는 사변으로 알차게 성숙해져 있었다는 자책에 친구에게 구원을 얻으려고 이렇게 석을 찾아왔다고 말한다. 석은 조운의 말보다 미이의 강렬한 인상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리고 조운이 받은 충격 이상으로 자신도 충격을 받는다. 술을 많이 먹었지만 집에 와서도 주정을 않는다. 자리에 누워, 미이는 사변으로 저렇게 용감하게 시대에 대응하는 사람으로 변해 있는데 자신은 무어냐고 자책한다. 그러면서 이런 자신도 사변이 만들어 낸 한 타입이라고 생각해 본다.

 

● 인물의 성격

 

  → 작가였다가, 전쟁 통에 피난지 부산에서 생계유지를 위해 교편을 잡으며 생활하고 있다.

 조운 → 철저한 작가의식을 지닌 문인이었지만, 전쟁 중 사업가로 변신하여 속물적 인간으로 안일한 삶을 추구하며 살아간다.

 미이 → 철부지 문학 소녀였으나, 전쟁 중 집안의 몰락으로 신념의 인간으로 성장하여 간호장교의 길을 선택한다.

 

 

● 구성 단계

 

 발단 : 피난지 부산, 안일과 나태에 빠진 석의 삶

 전개 : 친구 조운의 방문으로 그간의 궁금한 사정이야기를 한다

◆ 위기 : 작가다운 태도와 멀어지는 자신들의 삶에 대한 두 친구의 자조

 절정 : 미이라는 여성의 과거 행적을 들려주는 조운

◆ 결말 : 석의 깊은 감동과 자책감

 

● 이해와 감상

 

 <제삼인간형>은 전쟁과 피난생활이라는 특수한 생활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세 사람의 삶의 방식을 조명하고 있는 작품이다.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 '어떻게 사느냐?'하는 문제를 제기한 작품이다. 별다른 스토리가 없는 미미한 서사적 흐름 대신에 주인공의 내면의식이 중심이 되어 진행되고 있다.

 

 전쟁이 빚어낸 세 가지 인간형  '조운'은 문학적 신념을 가진 작가였지만, 무능한 문인의 길을 버리고 철저한 사업가로 세속화되어 버리는 인간형이다. 물론 조운은 자신이 현재 걷고 있는 삶이 자신의 정체성을 부여하는 일이 아님을 회의하고 있지만, 지금의 모습이 자신의 길이 아님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기 때문에 언젠가는 원래의 제자리로 돌아올 수 있는 인물이다. '미이'는 낙천적 성격의 문학소녀였지만, 전쟁으로 인한 집안의 몰락으로 인해 고뇌에 빠져 버린다. 그러나 현실에 절망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수용하며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를 위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며 간호장교의 길을 결단하고 떠난다. '석'은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작가의 길에 대한 미련 사이에서 확실히 선택하지 못하고 무료한 시간과 회의에 젖어 피곤한 삶을 사는 인물이다. 조운과 미이는 서로 반대 방향이기는 하지만, 분명한 삶의 길을 선택한 데 반하여, 석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그야말로 '제삼 인간형'에 잠겨 있는 것이다. 이런 모습의 '석'은 당대의 지식인의 한 전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석'의 공허한 내면 풍경 → 석은 부산에서 교편을 잡고 있지만, 피난민 지식인으로 실향민이다. 부산에 뿌리를 내리지 못하고 여덟 식구를 먹여 살려야 하는 가장으로서의 무거운 책임감만 안고 있는 피로에 절어 사는 인물이다. 생활의 피로함 때문인지 매사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의욕이 모자라 게으르게만 보인다.  또한 작가로서 일에 몰두할 수 없는 현실에서의 절망과 갈등에 빠져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런 것들 때문에 석의 내면풍경은 쓸쓸하고 왜소하고 초라하기만 하다. 내면적 공허를 안고 생활을 하고 있는 것이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 배경 : 6.25 전쟁, 부산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표현상 특징

* 사실주의적 경향

* 자조적이고 반성적인 어조

◆ 주제  지식인의 좌절과 방황 그리고 인간형의 탐구

             전쟁으로 인한 삶의 회의와 새로운 길로의 자기 성찰

◆ 출전 : <자유세계>(1953)에 발표됨.

 

● 생각해 볼 문제

 

1. 서두에서의 배경묘사는 석의 내면풍경과 어떤 유사점을 지니는지 말해 보자.

⇒ 서두에서 묘사된 바다 풍경은 단조롭고 초라한 모습이다. 움직임 없이 정지된 장면으로 포착되고 있는 이 광경은, 무기력감에 빠져 있는 화자의 공허한 내면풍경과 어울린다.

 

2. 미이가 검정 넥타이를 조운에게 준 의미를 생각해 보자.

⇒ '검정 넥타이'를 매고 있던 시절의 조운은 고고한 문학 사상을 견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후 타락하고 말았는데, 미이는 조운의 타락한 삶을 보며 옛날의 순수로 돌아가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3. 석은 자신을 새로운 타입이라고 규정하는데, 그 타입은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을 지니고 있는가?

⇒ 조운처럼 생활의 유복함을 위해 뛰어든 것도 아니고, 미이처럼 자신의 길을 자각하고 그 길로 과감히 뛰어든 것도 아닌 어정쩡한 상태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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