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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수필 해설]두꺼비 연적을 산 이야기(1948) -김용준-

휴리스틱31 2022. 4. 6.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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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꺼비 연적을 산 이야기(1948)                -김용준-

 

이해와 감상

 

이 글은 두꺼비 모양의 연적에 얽힌 일상사를 예스럽고 담담한 어조로 서술하고 있는 수필이다. 시간적이고 공간적인 조직 방법을 사용하여 독자가 글의 흐름을 쉽게 따라 갈 수 있게 하였으며, 주로 두꺼비 연적의 생김새를 묘사하는 내용 전개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글쓴이는 볼품없는 두꺼비 연적을 통해 세속적 영리와 거리가 멀고 순박함을 사랑하는 조선 사람의 모습을 이야기하고 있다. 또한 두꺼비 연적을 통해 자신의 고독감을 위로받고 있음을 밝히면서 두꺼비 연적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고 있다. 이는 일제 강점기 지식인의 고뇌에 관한 부분으로 볼 수 있다. 사실적이고 해학적인 표현과 토속적인 방언 그리고 유연한 시적 운율 속에 미술가 겸 문인이었던 글쓴이의 경력과 감성이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고 있다.

 

 

요점 정리

 

 갈래 및 성격 : 경수필,  -신변잡기적 · 해학적-

 특성

* 사물에 인격을 부여하고 이를 통해 자기 연민을 보여 줌.

* 시간과 공간의 흐름에 따라 서술함.

* 우유체와 만연체를 사용함.

 주제 : 두꺼비 연적에 대한 사랑과 예찬

 출전 : <근원수필>(1948)

 

생각해 보기

 

◆ 김용준 수필의 특성

김용준의 수필은 얼핏 보면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쓰인 듯 보이지만, 거기에는 치밀한 구성과 정확한 어휘, 그리고 빈틈없는 끝마무리가 나타나고 있다. 그만큼 진지하게 수필을 대하고 집필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평이하고 소박한 문장 : 나무, 계절, 낙엽, 꽃 등의 자연을 다루면서도 그것에 대한 찬사를 늘어놓기보다는 그 속에서 살아가는 '나'의 모습을 투영하여 진정성이 느껴지며 소박하고 꾸미지 않는 미문을 사용함.

* 생활이 있는 수필 : 손에 잡힐 듯한 생생한 생활의 모습이 담겨 있으며, 관념적이지 않음. 진솔한 생활의 모습이 담겨 독자에게 친근감을 전달함.

* 인간이 주체가 되는 자연 : 자연을 소재로 하더라도 자연 속의 인간이 주체가 되어 서정이 있고 관조와 철학이 있는 내용을 그려 냄. 또한 결코 자연을 의인화하지 않으며 철저하게 산문 정신에 입각한 자연을 다룸.

* 풍자와 해학 : 그의 글에는 유머와 애수와 날카로운 비판이 담겨 있음. 그것은 일제 강점기라는 암울한 시대의 지성으로서, 억눌린 감정을 글속에서 풍자와 해학으로 분출한 것임.

 

 

작품 읽기

 

골동집 출입을 경원(敬遠)한 내가 근간에는 학교에 다니는 길 옆에 꽤 진실성 있는 상인 하나가 가게를 차리고 있기로 가다 오다 심심하면 들러서 한참씩 한담(閑談)을 하고 오는 버릇이 생겼다.

하루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도 이 가게에를 들렀더니 주인이 누릇한 두꺼비 한 놈을 내놓으면서 "꽤 재미나게 됐지요." 한다.

*골동품 가게에서 두꺼비 연적을 보게 됨.

황갈색으로 검누른 유약을 내려 씌운 두꺼비 연적인에 연적으로서는 희한한 놈이다.(일반적인 연적과 다르다는 의미임.)

사오십 년래로 만든 사기(砂器)로서 흔히 부엌에서 고추장, 간장, 기름 항아리로 쓰는 그릇 중에 이 따위 검누른 약을 바른 사기를 보았을 뿐 연적으로서 만든 이 종류의 사기는 초대면이다. 두꺼비로 치고 만든 모양이나 완전한 두꺼비도 아니요, 또 개구리는 물론 아니다.(두꺼비 연적의 특이한 유약을 바른 형식과 어설픈 모양새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애착을 보이기 힘든 물건임을 밝힘으로써 이어지는 내용의 개성을 강조하게 되는 부분이다.)

툭 튀어나온 누깔과 떡 버티고 앉은 사지(四肢)며 아무런 굴곡이 없는 몸뚱어리 ―― 그리고 그 입은 바보처럼 '헤'하는 표정으로 벌린 데다가, 입속에는 파리도 아니요 벌레도 아닌, 무언지 알지 못할 구멍 뚫린 물건을 물렸다.(물 구멍을 두꺼비가 입속에 무엇인가 물고 있는 형상으로 만듦.)

콧구멍은 금방이라도 벌룸벌룸할 것처럼 못나게 뚫어졌고, 등어리는 꽁무늬에 이르기까지 석 줄로 두드러기가 솟은 듯 쭉 내려 얽게 만들었다.

그리고 유약을 갖은 재주를 다 부려 가면서 얼룩얼룩하게 내려 부었는데, 그것도 가슴 편에는 다소 희멀끔한 효과를 내게 해서 구석구석이 교(巧)하다느니보다 못난 놈의 재주를 부릴 대로 부린 것이 한층 더 사랑스럽다.(지나치게 깔끔하고 완벽한 것보다는 나름대로 열심히 만든 듯한 흔적을 지니고 있어 더욱 정이 간다는 의미이다.)

*골동품 가게에서 두꺼비 연적을 감상함.

요즈음 골동가들이 본다면 거저 준대도 안 가져갈 민속품이다.(예술적 품격이 떨어져 골동품으로서 가치가 없기 때문에) 그러나 나는 값을 물을 것도 없이 덮어놓고 사기로 하여 가지고 돌아왔다. 이날 밤에 우리 내외간에는 한바탕 싸움이 벌어졌다.

쌀 한 되 살 돈이 없는 판에 그놈의 두꺼비가 우리를 먹여 살리느냐는 아내의 바가지다.(글쓴이의 아내는 글쓴이와 달리 현실적인 인물이라는 점, 글쓴이의 가정 형편이 썩 좋지 않다는 사실, 글슨이가 이 글을 쓰게 된 이유가 드러나고 있는 부분이다.)

이런 종류의 말다툼이 우리 집에서는 한두 번이 아닌지라 종래는 내가 또 화를 벌컥 내면서

"두꺼비 산 돈은 이놈의 두꺼비가 갚아 줄 테니 걱정 말아."라고 소리를 쳤다. 그러한 연유로 나는 이 잡문을 또 쓰게 된 것이다.

잠꼬대 같은 이 한 편의 글 값이 행여 두꺼비 값이 될는지 모르겠으나, 내 책상머리에 두꺼비 너를 두고 이 글을 쓸 때 네가 감정을 가진 물건이라면 필시 너도 슬퍼할 것이다.(두꺼비 연적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모습에 슬픔을 느낌.)

*두꺼비 연적 때문에 이 글을 쓰게 되었음을 밝힘.

 

 

<중략>

나는 너를 만든 너의 주인이 조선 사람이란 것을 잘 안다.

네 눈과 네 입과, 네 발과, 네 몸과, 이러한 모든 것이 그것을 증명한다.

너를 만든 솜씨를 보아 너의 주인은 필시 너와 같이 어리석고 못나고 속기 잘하는 호인(好人)일 것이리라.(두꺼비의 못생기고 뭔가 어설픈 점에서 순박하고 어리석어 보이는 우리 민족의 슬픈 자화상을 엿보고 있는 부분이다. 글쓴이가 우리 민족에게도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음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너의 주인도 너처럼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는 겅격을 가진 사람일 것이리라.(작가의 성품이 작품에 반영되었다고 생각함.)

*두꺼비 연적을 만든 이에 대한 상상

내가 너를 왜 사랑하는 줄 아느냐.

그 못생긴 눈, 그 못생긴 코 그리고 그 못생긴 입이며 다리며 몸뚱어리들을 보고 무슨 이유로 너를 사랑하는지를 아느냐.

거기에는 오직 하나의 커다란 이유가 있다.

나는 고독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나의 고독함은 너 같은 성격이 아니고서는 위로해 줄 수가 없기 때문이다.(두꺼비 연적의 어리숙한 모습이 순박하고 어설픈 조선 사람을 떠올리게 하여, 고독한 자신을 위로하기 때문이다.)

*두꺼비 연적을 사랑하는 이유

두꺼비는 밤마다 내 문갑 위에서 혼자 잔다. 나는 가끔 자다 말고 버쩍 불을 켜고 나의 사랑하는 멍텅구리 같은 두꺼비가 그 큰 눈을 희멀건히 뜨고서 우두커니 앉아 있는가를 살핀 뒤에야 다시 눈을 붙이는 것이 일쑤다.

*두꺼비 연적에 대한 애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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