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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시가/가사 해설]우부가(愚夫歌) - 작자 미상 -

휴리스틱31 2022. 4. 20.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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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부가(愚夫歌)                           - 작자 미상 -

 

내 말슴 광언(狂言)인가  /  저 화상을 구경하게 

 

[1] 남촌 한량 개똥이는  /  부모 덕에 편히 놀고    *한량 - 양반출신으로 벼슬을 하지 못하고 방탕하게 노는 사람

       호의호식 무식하고  /  미련하고 용통하여      *용통하여 - 소견머리가 없고 미련하여

       눈은 높고 손은 커서  /  가량없이 주저넘어    *가량없이 - 대중 없이,     *주저넘어 - 주제 넘어

       시체따라 의관하고  /  남의 눈만 위하것다      *시체(時體) - 그 시대의 풍습

       장장춘일 낮잠자기  /  조석으로 반찬 투정     *장장춘일 - 길고 긴 봄날

       매팔자로 무상 출입  /  매일 장취(長醉) 게트림과   *매팔자 - 집안 살림 걱정은 조금도 하지 않고 하는 일 없이

                                                                                   놀기만 하는 편한 팔자

       이리 모여 노름놀기  /  저리 모여 투전질에

       기생첩 치가(治家)하고  /  외입장이 친구로다    *치가하고 - 살림을 넉넉히 마련해주고

       사랑에는 조방군이  /  안방에는 노구 할미     *조방군 - 오입을 중매하는 사람.  *노구 - 노파, 뚜쟁이

       명조상(名祖上)을 떠세하고  /  세도 구멍 기웃기웃     *떠세하고-세력을 빙자하고

       염량(炎凉) 보아 진봉하기  /  재업을 까불리고   *염량보아-세도를 보아          *진봉하기-재물 바치기       

                                                             *재업-팔자에 타고난 재산      *까불리고-탕진하고

       

 

허욕(虛慾)으로 장사하기  /  남의 빗이 태산이라

       내 무식은 생각 않고  /  어진 사람 미워하기

       후(厚)할 데는 박하여서  /  한 푼 돈에 땀이 나고

       박할 때는 후하여서  /  수백량이 헛것이라.

       승기자를 압지(壓之)하니  /  반복소인 허기진다    *승기자-자기보다 훌륭한 사람  *압지하니-싫어하니

                                                                *반복소인-소인들이 언행을 이랬다 저랬다 대중없이 고침.

       내 몸에 이(利)할 대로  /  남의 말을 탄치 않고    *자기에게 유리하면 남의 잘못된 말도 따지지 않고

       친구 벗은 좋아하며  /  제 일가(一家)는 불목(不睦)하며    *친구들과는 잘 지내지만 제 친척들과는 화목하지 못하며

       병날 노릇 모다 하고  /  인삼 녹용 몸 보(補)키와     *건강 해칠 일은 모두 하고 인삼 녹용으로 몸 보신하기와

       주색잡기 모다 하여  /  돈 주정을 무진하네         *주색잡기를 모두 하여 한없이 돈을 함부로 쓰네.

       부모 조상 돈망하여  / 계집 자식 재물 수탐     *돈망하여 - 아주 잊어 버림  

       일가친척 구박하며 / 내 인사는 나종이요  / 남의 흉만 잡아낸다.

       내 행세는 개차반에  /  경계판을 짊어지고  *개차반-개가 먹는 차반, 즉 '똥'이란 뜻으로, 행세를 더럽게 하는 사람

       없는 말도 지어 내고  /  시비에 선봉이라

       날 데 없는 용전여수(用錢如水)  /  상하 탱석 하여 가니  *날 데 없는 용전여수-돈나올 데도 없는데 돈을 물처럼 씀.

                                                                    *상하탱석-일이 몹시 꼬여 임시변통으로 이리저리 막아 감.

       손님은 채객(債客)이요  /  윤의(倫義)는 내 몰래라.   *채객-빚쟁이     *윤의-사람의 도리

       입구멍이 제일이라  /  돈 날 노릇하여 보세

       전답 팔아 변돈 주기  /  종을 팔아 월수(月收) 주기     *변돈, 월수 - 이잣돈

       구목 버혀 장사하기  /  서책 팔아 빗 주기와             *구목-무덤 가에 있는 나무, 묘목

       동네 상놈 부역이요  /  먼 데 사람 행악이며   *동네 상놈을 불러다가 일을 시키고, 먼 데서 온 사람에게 행패를 부림

       잡아 오라 꺼물리라  /  자장격지 몽둥이질   *꺼물리라-막 우겨서 손해를 물리라.

                                                        *자장격지-남에게 시키지 않고 스스로 싸움을 거는 것

       

 

전당(典當) 잡고 세간 뺏기  /  계집 문서 종 삼기와

       살 결박에 소 뺏기와  /  불호령에 솥 뺏기와          *살결박 - 옷을 벗기고 알몸을 묶음

       여기저기 간 곳마다  /  적실인심(積失人心)하것고나   *적실인심-인심을 잃어버림

       사람마다 도적이요  /  원망하는 소리로다.

       이사나 하여 볼까  /  가장(家藏)을 다 팔아도

       상팔십이 내 팔자라  /  종손 핑계 위전 팔아    *상팔십-상수팔십(上壽八十)의 준말. 나이가 많도록 오래사는 것.

       투전질이 생애로다

       제사 핑계 제기(祭器) 팔아  /  관재구설 일어난다     *관재구설-관가로부터 받는 재앙과 시비

       뉘라서 돌아볼까  /  독부(獨夫)가 되단 말가

       가련타 저 인생아  /  일조에 걸객이라

       대모관자 어대 가고  /  물랫줄은 무삼 일고     *대모관자-'대모'는 거북이의 일종으로, 등껍질이 삼각형으로 되어 있고 빛깔이 아름다워 공예 재료로 씀. '관자'는 망건에 달아 당줄을 꿰는 작은 고리임.

       통냥갓은 어대 가고  /  헌 파립에 통모자라.       *통모자 - 갓모자의 한 가지

       주체(酒滯)로 못 먹든 밥  /  책력 보아 밥먹는다

       양볶이는 어대 가고  /  쓴바귀를 단꿀 빨 듯   *양볶이 - 소의 밥통을 잘게 썰어서 볶은 음식

       죽력고 어대 가고  /  모주 한 잔 어려워라  *죽력고-죽력을 섞어서 만든 소주. '죽력'은 푸른 대쪽을 불에 구워서 받은 진액

       울타리가 땔나무요  /  동네 소곰 반찬일세

       각장 장판 소라 반자  /  장지문이 어대 가고   *각장-장판(두꺼운 종이에 기름을 먹인 장판지)

       벽 떠러진 단간방에  /  거적자리 열두 입에

       호적 조희 문 바르고  /  신주보가 갓끈이라.   *신주보-죽은 사람의 위패를 싸는 보자기

       은안준마 어대 가며  /  선후 구종 어대 간고   *은안준마-은으로 꾸민 안장을 얹은 좋은 말

                                                          *선후구종-앞뒤를 모시고 다니는 하인

       석새 집신 지팽이에  /  정강말이 제격이라.  *석새 집신-총이 굵은 짚신 '석새'는 예순 올의 날실

                                                        *정강말 - 아무것도 타지 않고 자기의 두 발로 걷는 것

       삼승 보선 태사혜가  /  끌레발이 불상하고  *삼승 보선-몽고에서 나는 무명으로 만든 버선  

                                                        *태사혜-비단으로 만들고, 코와 뒤에 줄무늬를 넣은 마른 신의 한 가지  

                                                        *끌레발-헙수룩한 모양의 발

       비단 주머니 십륙사 끈  /  화류면경 어대 가고  *십륙사 끈-열 여섯 날로 만든 고운 끈

       보선목 주머니에  /  삼노끈 꾀어 차고

       돈피 배자 담뷔 휘양  /  능라주의 어대 가고   

                                                 *돈피 배자-노랑 담비의 모피로 만든 배자 '배자'는 저고리 위에 덧입는 옷

                                                 *담뷔 휘양 - 담비털로 만든 머리에 쓰는 방한구. '휘양'은 '휘항'에서 온 말

                                                 *능라주의-비단 두루마기

       동지섣달 베 창옷에  /  삼복 다름 바지 거죽

       궁둥이는 울근 불근  /  옆걸음질 병신같이

       담배 없는 빈 연죽을  /  소일쪼로 손에 들고        *연죽-담뱃대

       어슥비슥 다니면서  /  남의 문전 걸식하며

       역질(疫疾) 핑계 제사 핑계  /  야속하다 너희 인심

       원망할사 팔자타령

 

 

[2] 저 건너 꼼생원은  /  제 아비의 덕분으로

       돈 천(千)이나 가졌더니  /  술 한 잔 밥 한 술을

       친구 대접하였든가  /  주제 넘게 아는 체로

       음양술수 탐호(貪好)하여  /  당대발복(當代發福) 구산(求山)하기  *음양술수-길흉화복을 점치는 방법

       피란 곳 찾어가며  /  올 적 갈 적 행로상에  

       처자식을 흩어 놓고  /  유무상조(有無相助) 아니하면

       조석난계(朝夕難計) 할 수 없다.

       사인취물 하자 하니  /  일갓집에 부자 없고     *사인취물-사람을 속여서 물건을 빼앗는 일

       뜬 재물 경영하고  /  경향(京鄕) 없이 싸다니며

       재상가에 청(請)질하다  /  봉변하고 물러서고

       남의 골에 걸태 갔다  /  혼금에 쫓겨와서         *걸태-걸태질. 체면을 돌보지 않고 물건을 얻으러 가는 것

       혼인 중매 혼자 들다  /  무렴 보고 뺌 맞으며

       가대 문서 구문(口文) 먹기  /  핀잔 먹고 자빠지기

       불의행세(不義行世) 찌그렁이  /  위조 문서 비리 호송  *비리호송-까닭없이 이치에 맞지 않는 송사를 즐김

       부자나 후려 볼가  /  감언이설 꾀여 보세

       언 막이며 보(洑) 막이며  /  은점이며 금점이며   *언-방죽, 물길을 막는 큰 둑   *은점-은광(銀鑛)

       대로변에 색주가며  /  놀음판에 푼돈 떼기

       남북촌에 뚜장이로  /  인물초인(人物招引)하여 볼까

       산진매 수진매에  /  산양질로 놀러 갈 제       *산진매-산지니. 산에서 오랫동안 자유로이 자란 매

       대종손 양반 자랑  /  산소나 팔아 볼까     *대종손-큰 종가의 맏손자

       혼인 핑계 어린 딸은  /  백량짜리 되었구나

       아낙은 친정살이  /  자식들은 고굉살이    *고굉-고공. 머슴. 품팔이

       일가의 눈이 희고  /  친구의 손가락질

       부지거처(不知去處) 나가더니  /  소문이나 들어 볼가.

 

 

[3] 산 넘어 꾕생원  /  그야말이 하우로다       *그야말이-그야말로          *하우-아주 어리석은 사람

      거들어서 한 말 자랑  /  대장부의 결기로다         *거들어서-거드럭거리면서   *결기-몹시 급한 성격

      동네 존장 몰라 보고  /  이소능장 욕하기와   *이소능장-젊은이가 늙은이를 조롱하고 모욕함

      의관열파(衣冠裂破) 사람 치고  /  맞았다고 떼 쓰기와

      남의 과부 겁탈하기  /  투장 간 곳 청병하기      *투장-암장. 몰래 무덤을 쓰는 일   *청병-떡을 달라고 함

      친척 집의 소 끌기와  /  주먹다짐 일수로다

      부잣집에 긴한 체로  /  친한 사람 이간질과     *긴한 체로-가장 가가운 체하는 것으로

      월숫돈 일숫돈에  /  장별리 장체기며   *장별리-장변리. 장변에서 생긴 이자   

                                             *장체기-장체계에서 온말로, 장날마다 본전의 일부와 비싼 이자를 거두어들이는 일

      제 부모에 몹쓸 행사  /  투전군은 좋아하며

      손목잡고 술 권하며  /  제 처자는 몰라보고

      노리개로 정표 주며  /  자식 노릇 못하면서

      제 자식은 귀히 알며  /  며누리는 들볶으며

      봉양 잘못 호령한다.

      기동 베고 벽 떨어라  /  천하 난봉 자칭하니

      부끄럼을 모르고서  /  주리 틀려 경친 것을

      옷을 벗고 자랑하며  /  술집이 안방이요

      투전방이 사랑이라  /  늙은 부모 병든 처자

      손톱 발톱 제쳐 가며  /  잠 못 자고 일삼는 것

      술내기로 장기 두고  /  책망없이 바린 몸이

      무삼 생애 못하여서  /  누의 자식 조카 자식

      색주가로 환매하며  /  부모가 걱정하면       *환매-물건과 물건을 직접 서로 바꿈

      와락 달아 부르대며  /  아낙이 사설하면

      밥상 치고 계집 치기  /  도망산에 뫼를 썼나

      저녁 굶고 또 나간다  /  포청 귀신 되었는지     *포청귀신-포도청에 잡혀 가서 죽은 귀신

      듣도 보도 못할레라.

 

 -<경세설(警世說)>-      

 

 

 [ 감상 및 해설 ]

 

작자 연대 미상의 가사이다. 내용은 어리석은 한량이 부모 덕분에 호의호식하고 허랑방탕하여 절제없는 생활을 하다가, 마침내 패가 망신한다는 것으로 되어 있다. 우부(愚夫)의 행동이 풍자적으로 잘 표현되어 있으며, 언어 구사가 다소 저속하나, 서민 사회의 실상을 사실적으로 잘 묘사해 내고 있다.

<우부가>는 세 명의 우부(愚夫 : 개똥이, 꼼생원, 꾕생원)를 등장시켜 그들의 비행을 사실적이고 해학적으로 그리고 있다. 이 작품의 주제의식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크게 두 견해로 나뉘어진다. 첫째는 <우부가>에 진술된 문맥이 지시하는 의미를 긍정적으로 수용하여 그러한 진술이 보여주는 의미를 추구하고자 하는 견해로서, 우부들의파렴치한 행동을 보여주고 그들의 말로를 제시하여 처세에 조심하도록 하는 것이라는 것이다. 둘째는 <우부가>는 종적인 지배 질서를 확립하기 위한 덕목들이 아닌 개인의 삶이나 개인간의 삶이라는 횡적이고 개인적인 문제를 윤리적 규범으로 제시하고 있기 때문에, <우부가>의 주제는 이러한 삶의 태도에서 인간의 도덕적 의무감을 벗어난 것에 대해 비판하고 경계한 것이라는 것이다. 문학 작품이 지니는 다의성의 문제인 듯하다.

<우부가>는 세 사람의 어리석은 행동을 비난, 경계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여기에 등장하는 개똥이, 꼼생원, 꾕생원은 각기 계층을 달리 설정하여 구체적으로 서술되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즉 개똥이의 신분은 양반으로, 꼼생원의 신분은 중인으로, 꾕생원의 신분은 하층민으로 설정되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개똥이의 경우는 상놈을 부역시키거나 매질을 한다는 데서 양반의 성격을 띠고 있음이 확인된다. 꼼생원의 경우는 공납 범용이나 위조 문서를 작성한다는 데서 중인 신분이 확인되고, 꼼생원의 비행이 개똥이의 비행에 비해서 격이 낮은 것도 그러한 신분 추정의 근거가 되고 있다. 마지막 꾕생원의 경우는 그 비행의 격이 한층 더 저급하다. 즉 존장 몰라보기, 사람 치기, 부녀자 겁탈, 이간질, 남의 빚 쓰기, 부모 학대, 관가에 가서 주리 틀리기, 불효하기, 술집 출입, 투전, 내기, 장기 두기, 누이나 조카를 색주가에 팔기, 계집 치기 등이다. 존장 몰라보기에서 이미 드러난 바와 같이 꾕생원의 경우는 그 신분이 하층민임을 알 수 있다.

이 세 사람은 모두 도덕적으로 타락한 삶을 살아가다가 비참한 말로를 맞는다. 따라서, 이 작품은 양반의 경제적 몰락과 타락 그리고 봉건적 윤리 의식이 파탄되는 양반 사회의 붕괴를 그리고 있다고 할 수 있다.

 

 

[ 핵심 정리 ]

 

■ 갈래 : 조선후기 가사, 서사 가사

■ 성격 : 교훈적, 풍자적, 비판적, 사실적, 경세적

■ 주제 : 어리석은 남자들의 도덕적 타락에 대한 비난과 경계

■ 표현 : 열거법, 반복법, 3.4조 4음보의 연속체

■ 구성

[1] 대상 인물 제시

[2] 개똥이의 도덕적 타락과 비행

[3] 꼼생원의 도덕적 타락과 비행

[4] 꾕생원의 도덕적 타락과 비행

■ 출전 : <경세설>, <초당문답가>에 13편 가사 중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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