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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시가/가사 해설]화전가(花煎歌) - 미상-

휴리스틱31 2022. 4. 21.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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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전가(花煎歌)                                    - 미상-

 

어와 여종들아 이내 말씀 들어보소.

이 해가 어떤 해뇨 우리 임금 화갑이라.

화봉의 축원으로 우리 임금 축수하고

강구의 격양가로 우리 여인 화답하네.

인정전 높은 전에 수연을 배설하니

백관은 헌수하고 창생은 고무한다.

춘당대 넓은 땅에 경과를 보이시니

목목하신 우리 임금 서일 같이 임하시고

빈빈한 명유들은 화상에 분주하다.

*임금의 만수무강을 축원함.

이렇듯이 좋은 해에 이때가 어느 때뇨.

불한불열(不寒不熱) 삼춘(三春)이라 심류청사(深柳靑絲) 드린 곳에

황앵(黃鶯)이 편편(片片)하고 천붕수장(天崩繡帳) 베푼 곳에

봉접(蜂蝶)이 분분(紛紛)하다 우리 황앵(黃鶯) 아니로되

꽃은 같이 얻었으니 우리 비록 여자(女子)라도

이러한 태평세(太平世)에 아니 놀고 무엇하리.

백만년(百萬年) 다 버리고 하루놀음 하려하고

일자(日字)를 정(定)차하니 길일양사(吉日良事) 언제런고.

이월(二月)이라 이십오일은 청명시절(淸明時節) 제때로다.

손꼽고 바라더니 어느 덧에 다닫고야.

 

 

* 화전놀이를 할 봄날의 도래

아이 종 급히 불러 앞뒷집 서로 일러

소식(消息)하고 가사이다 노소(老少)없이 다 모이어

차차(次次)로 달아나니 응장성식(應粧盛飾) 찬란하다.

원산(遠山) 같은 눈썹을랑 아미(蛾眉)로 다스리고

횡운(橫雲) 같은 귀밑을랑 선빈(鮮빈)으로 꾸미도다.

동해에 고운 명주(明紬) 잔줄지어 누벼 입고

추양(秋陽)에 바랜 베를 연반물 들여 입고

선명(鮮明)하게 나와 서서 좋은 풍경(風景) 보려하고

가려강산(佳麗江山) 찾았으되 용산(龍山)을 가려느냐.

매봉으로 가려느냐 산명수려(山明秀麗) 좋은 곳은

소학산(蘇鶴山)이 제일(第一)이라 어서 가자 바삐 가자.

* 화전놀이의 준비

앞에 서고 뒤에 서고 태산(泰산) 같은 고봉준령(高峰峻嶺)

허위허위 올라가서 승지(勝地)에 다닫거다.

좌우(左右) 풍경 둘러보니 수양(首陽) 같은 금오산(金鰲山)

충신(忠臣)이 멀었거늘 어찌 저리 푸르렀으며

황하(黃河) 같은 낙동강(落東江)은 성인(聖人)이 나시련가.

어찌 저리 맑아 있노.

* 자연 경관을 즐김

구경(求景)을 그만하고 화전(花煎)터로 나려와서

무쇠그릇이야 솥이야 시냇가에 걸어놓고

맑은 기름과 흰 가루로 화전(花煎)을 지저놓고

화간(花間)에 가족들을 웃으며 불렀으되

어서 오고 어서 오소 집에 앉아 수륙진미(水陸珍味)

보기는 하려니와 우리 가족 동환(同歡)하기

이에서 더할소냐.

* 화전놀이를 벌임.

 

 

 [주요 어구 풀이]

 

* 천붕수장 : 하늘에서 드리워진 수놓은 장막

* 추양 : 가을 볕

* 가려강산 : 모양이나 경치 따위가 매우 아름다운 강산

* 산명수려 : 산과 물이 맑고 깨끗하다는 뜻으로, 산수의 경치가 아름다움을 이르는 말

 

 [감상 및 해설]

 

화전놀이를 소재로 하는 규방 가사의 하나인 <화전가>는 양가 댁 규중 부녀자들이 청명절을 전후하여 화전놀이를 하면서 부른 것으로 조선 여인의 풍류를 담은 노래라 할 수 있다. 규방에 갇혀 지내던 부녀자들이 꽃 피는 봄을 맞아 화전놀이를 하기 위해 인근 산천의 명승지를 찾아 떠나는 설렘과 산천에서 자연 경관을 즐기는 심정을 노래한 작품이다. 대개는 부녀자들이 화전놀이에서 돌아와 그날의 흥취와 감회를 오래도록 남겨 두기 위해 화전가를 지으며, 이러한 작품군을 일컬어 '화전가류'라 하는데 지역마다 다양한 화전가류의 노래가 전하고 있다.

 

◆ <화류가(花柳歌)>, <낙유가(樂遊歌)> 등으로도 불린다. 삼월 삼짇날이나 청명절 등 봄에 일기가 좋은 날을 택해 부녀자들이 산이나 승지(勝地)를 찾아가서 하루를 즐기는데, 이때의 상화(賞花) 놀이를 화전놀이(꽃달임) 또는 화류놀이, 꽃놀이라 부르고 그 장소를 화전장(花煎場)이라 한다. 화전장은 주로 사방이 트여 잘 보이는 나즈막한 산봉우리가 많다.

여인들은 그 곳에서 준비해 간 음식과 진달래 화전을 만들어 먹기도 하고, 또 지필묵으로 현장에서 창작· 윤작(輪作), 독송(獨誦) · 윤송(輪誦) 등의 규방가사로 가회(歌會)를 여는 것이 상례처럼 되어 있다. 이때 지은 가사를 <화전가>라고 한다. <화전가>는 이처럼 현장에서 짓기도 하지만, 미리 지어 오거나(이때 남편이 지어 주기도 함.) 또는 화전놀이가 끝난 뒤 집에 돌아와 그 날 하루를 돌이키며 그 감회를 글로 남기기도 한다.

 

 

내용은 대개 봄을 맞아 화전놀이를 준비하는 과정으로부터 시작, 그날 화전장에서 하루를 즐기는 모습, 그리고 하산해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과 집에 도착한 뒤의 감회까지 모든 과정을 상세하게 그리고 있다. 단락을 나누면 서사 · 본사 · 결사 · 발사(跋辭) 등 네 부분으로 구분된다.

먼저, 서사에서는 만화방창한 꽃 시절을 맞는 영춘송(迎春頌)으로부터 시작된다. 이어서 화전놀이의 날짜와 장소, 경비를 정해 시비나 노파를 시켜 통문(通文)을 돌리고, 부모님의 하락을 받은 뒤 경비를 추렴하는 과정이 묘사된다.

본사는 화전놀이 당일 요란하게 몸치장을 하고 출발하는 모습과, 화전장에 도착해서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누어 먹기도 하고, 또 직접 그곳에서 화전 · 화면 등을 만들어 먹으며 문중 이야기나 집안 자랑, 시집살이 이야기 등으로 꽃을 피우며 즐겁게 노는 광경이 묘사된다. 그러면서도 산에서 사방을 둘러보며 자기 친정이나 동기간을 그리워하는 모습도 함께 나타나 있다. 이어서 분위기가 전환되면서 선비들을 흉내내는 '풍월놀이'와 '잡가 타령' 등의 흥겨운 놀이로 분위기가 고조된다.

결사에서는 하산해 집으로 돌아가는 과정을 노래하고 있으며, 아쉽게 끝나 버린 하루 해를 '춘몽', '남가일몽' 등과 같이 허무적 표현으로 끝내고 있다.

마지막 발사 부분은 작품의 제작 연대 및 간지(干支), 지은이의 택호(宅號) 등과 가사를 짓게 된 연유, 아랫사람들에게 주는 충고와 경계의 격언 등으로 되어 있다.

이와 같이, <화전가>는 화전놀이를 소재로 하고 있으며, 가사 내용 가운데 "근친길이 제일이요 화전길이 버금이라."(상주 지방)라는 말이 있듯이, 새봄을 맞아 상춘(賞春)한다는 의미와 함께 시집살이의 굴레에서 하루만이라도 벗어나고 싶어하는 부녀자들의 간절한 염원이 잘 나타나 있다.

형식은 4 · 4조가 기저를 이루고, 문장 투식어(套式語)로 서사에서는 '이야 ~ 더라', '어화 ~ 더라', '대저 ~ 더라', 본사에서는 '두어라', '긋처라', '어화', 결사에서는 '일장춘몽', '남가일몽' 등이 사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핵심 정리]

 

◆ 갈래 및 형식 : 조선후기가사(1814), 규방가사

 

◆ 주제 : 청명 시절(봄날) 화전놀이의 즐거움

 

[참고하기]

 

<화전가>는 일명 <화수가(花隨歌)>라고도 한다. 화전(花煎)은 꽃을 지진다는 뜻이기 때문에 꽃을 지짐으로 해서 그것을 먹으면서 놀이를 하는 의미를 가진다. 또한 화수(花隨)는 꽃을 따른다는 의미이니 꽃을 따라 봄을 즐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화전놀이는 유래가 매우 오래된 것으로 보인다. <삼국유사> 권1 기이(紀異) 김유신조에 "매년 한 집안 남녀가 재매실에 모여서 연회를 한다."고 했는데, 이것은 화전놀이의 오래된 형태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동동>에 보면 "삼월이 되매 봄기운이 가득한 꽃을 보려고 남이 부러워할 성장을 하고 나왔다."고 노래하고 있는데, 이것 역시 화전놀이를 연상케 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화전놀이는 주로 여성들이 중심이 되어 노는 것이기 때문에, 이 날은 남성들이 여성을 위해서 모든 것을 봉사하는 날이 된다. 놀이에 소용되는 모든 준비물은 말할 것도 없고, 음식 만들기와 뒷정리까지 화전놀이 하는 날은 남성이 여성을 위해서 봉사를 하는 것이다. 이 날은 그야말로 여성의 날이 되는 셈이다. 규중의 모든 속박에서 벗어나 즐기는 이 날은 여성들이 즐길 수 있는 유희가 총동원되는데, 조선시대 이후에는 유희의 방법 중에 가사 짓기도 포함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때 지어지는 노래가 <화전가>인데, 이런 종류의 노래는 지금도 영남 지방의 여성을 중심으로 지어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이런 종류의 노래들은 개인적으로 짓는 경우도 있었지만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짓는 경우도 있었다. 지금까지 조사된 노래들을 보면 상당히 많은 작품이 존재했고, 내용이나 수사기법 등으로 볼 때 여성 문학의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중요한 작품군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가사를 내방가사 혹은 규방가사라는 명칭으로 분류하기도 한다.

내방가사는 조선후기 영남 지방을 중심으로 한 양반 부녀자들이 지었던 작품들을 통틀어서 가리키는 용어이다. 가사의 형태로 되어 있는 이 작품군은 현존하는 작품의 숫자가 많을 뿐만 아니라 지금도 지어지고 있는 살아 있는 가사란 점에서 내방가사란 명칭을 얻게 되었던 것이다. <화전가>는 춘삼월 호시절을 당하여 신명나게 놀아보자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이렇게 지어진 가사들을 노래로 부르면서 하루를 즐겨 놀았으니 여성들에게는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이면서도 회한이 교차하는 하루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화전가>가 일반화되자 <화전가>를 조롱하는 <조화전가(嘲花煎歌)>가 나타나게 되었고, 여기에 대해서 다시 <반조화전가(反嘲花煎歌)>가 나타나기도 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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