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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설화 해설]동명왕 신화(주몽신화) - 작자 미상 -

휴리스틱31 2022. 5. 4.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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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왕 신화(주몽신화)                          - 작자 미상 -

 

본 문

 

한(漢) 신작(神雀) 3년 임술(壬戌)에 천제는 태자 해모수를 부여의 옛 도읍 터에 내려가 놀게 하였다. 하늘에서 내려올 적에 해모수는 오룡거(五龍車, 다섯 마리 용이 이끄는 수레)를 탔고 종자(從者, 남에게 종속되어 따라다니는 사람) 백여 인은 모두 흰 고니(오릿과의 물새)를 탔는데, 이때 채색 구름이 뜨고 구름 속에서 음악이 들려 왔다. 응심산에 머물러 십여 일을 지낸 후에야 비로소 내려왔는데 머리에는 오우관(烏羽冠, 검은 털로 꾸민 관)을 쓰고 허리에는 용광검(龍光劒)을 찼다. 아침에 정사(政事)를 들어 일을 처리하고 저녁이면 하늘로 올라가니 세상에서는 그를 천왕랑(天王朗)이라 불렀다.

한편, 성의 북쪽 청하(淸河)에는 하백(河伯)의 세 딸이 살고 있었다. 모두 아름다웠으며 각각 유화(柳花), 훤화(萱花), 위화(葦花)라고 하였다. 그녀들이 청하에서 나와 응심연 물가로 놀러 나가니 신 같은 자태가 곱게 빛났으며 장식한 패옥(옷의 좌우에 늘이어 차던 옥)이 어지럽게 울려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해모수 왕이 이들을 보고 좌우에게 이르되,

 

 

"얻어서 왕비를 삼으면 후사들 두리로다." / 하였다. 그러나 세 여인은 왕을 보자 즉시 물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이에 좌우가 말하기를,

"대왕께서는 어찌 궁전을 지어 여자들이 들어가길 기다렸다가 마땅히 문을 닫지 않으십니까?"(왕비를 얻기 위한 계략) / 하였다. 왕이 이를 옳게 여겨 말채찍으로 땅을 그으니 문득 구리 집이 생겼는데 가히 장관이었다.(천제의 아들로서 해모수가 지닌 신이한 능력) 방 한가운데 세 자리를 마련해 놓고 동이 술을 두었다. 그랬더니 여자들이 각각 자리에 앉아 서로 권하며 술을 마시고 크게 취하였다. 세 여자가 크게 취하기를 기다려 왕이 급히 나와서 막으니 여자들이 놀라 달아나는데 장녀인 유화만이 왕에게 붙들렸다.

하백이 크게 노하여 사자를 보내 말하기를,

"너는 어떤 사람인데 나의 딸을 붙잡아 두었는가?"

해모수가 대답하되,

"나는 천제의 아들로 이제 하백에게 구혼하고자 한다." / 고 하였다. 하백이 다시 사자를 보내,

"네가 천제의 아들로 나에게 구혼을 하려 한다면 마땅히 중매를 보내야 될 터인데 이제 갑자기 나의 딸을 붙잡아 두니 어찌 실례가 아닌가?"(정식으로 예를 갖추지 않음을 책망함.) / 하였다. 해모수가 이를 부끄럽게 여겨 장차 가서 하백을 보려고 했으나 그 집에 들어갈 수도 없었다. 또한 유화를 놓아주려 했으나 유화는 이미 해모수와 정이 들어 떠나려 하지 않았다. 그리고 해모수에게 권하였다.

"오룡거만 있으면 하백의 나라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이에 해모수가 하늘을 가리켜 말하니 문득 오룡거가 공중에서 내려왔다.

 

 

해모수와 유화가 수레를 타니 바람과 구름이 갑자기 일어나며 하백의 궁전에 이르렀다. 하백은 예(禮)를 갖추어 아들을 맞이하고 자리를 정한 후에 말하되,

"혼인하는 법은 천하에 통용되는 법인데 어찌하여 실례되는 일을 해서 나의 가문을 욕되게 하였는가? 왕이 천제의 아들이라면 무슨 신이함이 있는가?" / 하니 해모수가 말하되,

"오직 시험해 볼 따름이다."(해모수의 당당한 면모가 드러남.) / 라고 했다. 이에 하백이 뜰 앞의 물로 들어가 잉어로 변하자 해모수는 수달로 변해 이를 잡았다. 하백이 다시 사슴이 되어 달아나니 해모수는 승냥이가 되어 이를 쫓고, 하백이 꿩으로 변하니 매가 되어 이를 쳤다.(해모수의 뛰어난 변신술은 천제의 아들로서 해모수가 지닌 신이한 능력을 나타냄.) [ 하백이 이 사람은 참으로 천제의 아들이라 여기고 예로써 혼인을 이루고 해모수가 딸을 데려갈 마음이 없을까 겁내어 잔치를 베풀고 술을 권해 크게 취하게 한 뒤 딸과 함께 작은 가죽 부대에 넣고 용 수레에 실어 하늘로 올라가도록 했다. 한데 그 수레가 물에서 채 빠져나오기 전에 해모수는 술이 깨어 유화의 황금 비녀를 취해 가죽 부대를 찢고 그 구멍으로 나와 하늘로 올라가 버렸다. ](해모수는 유화와 정식으로 혼인하지만 승천해 버림.)

하백이 크게 노하여 그 딸에게 말하되,

"너는 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고 나의 가문을 욕되게 했다." / 하고 좌우에게 명하여 딸의 입을 잡아 늘려 그 길이가 석 자나 되게 했으며 노비 두 사람만 붙여 우발수(優渤水)로 보내 버렸다.(하백이 딸 유화를 벌하여 쫓아냄.)

어사(漁師) 강력부추(强力扶鄒)가 동부여의 금와왕에게,

 

 

"요즈음 어량(魚梁, 물고기를 잡는 장치) 속의 고기를 가져가는 자(유화)가 있는데 어떤 짐승인지 알지 못하겠나이다." / 하고 고했다. 이에 왕은 어사를 시켜 그물로 그것(유화)을 끌어내게 했으나 그물이 찢어졌다. 다시 쇠 그물을 만들어 끌어내니 비로소 한 여자가 돌 위에 앉아 나오는 것이었다. 그 여자는 입술이 길어 말을 할 수가 없으므로 그 입술을 세 번 자른 뒤에야 말을 할 수 있었다. 금와왕은 해모수의 부인임을 알고 별궁(別宮)에 두었는데, 유화의 품 안으로 햇빛이 밝게 비치었다(해모수와의 관계가 이어지고 있음을 의미함). 그로 인해 유화는 임신을 했으며 신작(神雀) 4년 계해 하사월(夏四月)에 주몽(朱夢)을 낳았다. 그 울음소리가 매우 크고 기골이 영웅다웠으며 기이했다.(주몽의 비범함)

*기→해모수와 유화의 만남과 유화의 귀양

 

유화가 주몽을 낳을 때의 일이다. 왼편 겨드랑이로 알을 하나 낳았는데 크기가 닷 되들이만 하였다.(난생(卵生)의 화소, 알은 신성함을 기반으로 새로운 세계가 도래할 것임을 암시함.) 금와왕이 이를 괴이히 여겨 말하되,

"사람이 새알을 낳은 것은 상서롭지 못하다." / 하고 사람을 시켜 이 알을 마구간에 버렸으나(기아(棄兒)의 화소) 여러 말들이 밟지 않았다. 또 깊은 산에 버렸으나 모든 짐승이 보호했다.(동물 양육 화소) 구름 낀 날에도 그 알 위에는 언제나 햇빛이 있었다. 그리하여 왕이 알을 가져다가 그 어미에게 돌려주었다. 마침내 껍질을 깨고 한 사내아이가 나왔는데, 한 달이 못 되어 말을 정확하게 하였다. 아이는 어머니에게,

"파리들이 눈을 물어서 잠을 잘 수가 없으니 어머니는 나를 위해 활과 화살을 만들어 주십시오." / 라고 하였다. 이에 갈대로 활과 화살을 만들어 주자 이것으로 물레 위의 파리를 쏘았는데, 쏘는 족족 맞혔다.(주몽의 비범함) 부여에서 활 잘 쏘는 사람을 주몽이라 했으므로 그의 이름을 주몽이라 불렀다.(주몽이라는 이름의 유래) 나이가 많아지자 재능이 다 갖추어졌다.

*승→주몽의 탄생과 성장

 

 

금와왕에게 아들 일곱이 있었는데 항상 주몽과 함께 놀며 사냥하였다. 왕자와 종자 40여 명이 사슴 한 마리를 겨우 잡는 동안에 주몽은 사슴을 쏘아 잡은 것이 아주 많았다. 왕자들이 이를 질투하여 주몽을 나무에 묶어 놓고 사슴을 빼앗아 갔는데 주몽은 나무를 뽑아 버리고 돌아왔다. 부여 왕의 맏아들인 대소(帶素)가 왕에게 말하되,

"주몽은 신통하고 용맹한 장사여서 눈길이 남다르니 만약 일찍 죽이지 않으면 반드시 후환이 있을 것입니다." (주몽에 대한 모략)

왕은 주몽에게 말을 기르게 하여 그 뜻을 시험해 보고자 했다. 주몽은 속으로 한을 품고 어머니에게 이르되,

"저는 천제의 손자로 태어나 다른 사람을 위해 말을 먹이고 있으니 사는 것이 죽는 것만 못합니다. 남쪽 땅으로 가서 나라를 세우고자 하나 어머니가 계시기에 감히 마음대로 못하겠습니다." / 하였다. 그 어머니가 말하되,

"이는 내가 밤낮으로 걱정하던 바다. 내가 듣기로 먼 길을 가는 사람은 모름지기 좋은 말이 있어야 한다고 했으니 내가 말을 골라 주겠다." / 하고는 말 기르는 데로 가서 긴 채찍으로 말을 마구 때렸다. 여러 말들이 놀라 달리는데 그 중에 붉은 말 한 마리가 두 길이나 되는 난간을 뛰어넘었다. 주몽은 그 말이 준마임을 알고 몰래 말의 혀뿌리에 바늘을 찔러 놓으니(주몽의 기지) 그 말은 혀가 아파 물과 풀을 먹지 못하고 점점 야위어갔다.

왕이 목마장을 순행(임금이 나라 안을 두루 살피며 돌아다니던 일)하다가 여러 말이 모두 살찐 것을 보고 크게 기뻐하며 상으로 야윈 말을 주몽에게 주었다. 주몽이 이를 얻어 바늘을 뽑고 더욱 잘 먹였다.

주몽은 오이(烏伊), 마리(摩離), 협보 등 세 사람(주몽의 조력자)과 같이 남쪽으로 가서 압록강 동북쪽에 있는 개사수(蓋斯水)에 이르렀다. 하지만 건널 배가 없었다. 부여의 병사들이 쫓아오는 것이 걱정되어 채찍으로 하늘을 가리키며 말하되,

"나는 천제의 손자요 하백의 외손으로 지금 난을 피해 여기에 이르렀으니 황천후토(皇天后土, 하늘의 신과 땅의 신)는 나를 불쌍히 여겨 급히 배와 다리를 보내소서." / 하며 활로써 물을 쳤다. 이에 고기와 자라들이 떠올라 다리를 만들어 건널 수 있었다.(어별성교(물고기와 자라가 다리를 만들어 줌) 모티프로, 물의 신 하백의 외손자인 주몽이 조력자인 물고기와 자라의 도움으로 시련을 극복할 수 있었음을 보여주는 구절임.) 곧 추격하던 병사들이 이르렀지만 물고기와 자라의 다리가 없어지면서 다리로 올라섰던 자가 모두 물에 빠져 죽었다.

*전→주몽의 비범성과 영웅성

 

 

주몽이 어머니와 이별할 때에 차마 떨어지지 못하니 그 어머니가 말하되,

"너는 어미를 염려하지 말라." / 하고는 오곡의 씨앗(농경 문화와의 관련성)을 싸서 주었다. 하지만 주몽이 생이별하는 마음이 간절하여 그만 보리 씨앗을 잊어 버리고 왔다. 주몽이 큰 나무 아래서 쉬고 있을 때 비둘기 한 쌍이 날아왔다. 주몽은,

"응당 이것은 신모(神母, 유화)께서 보리씨를 보내는 것이리라." / 라고 말하고는 활을 당겨 이를 쏘아 한 번에 잡아서 목구멍을 열고 보리씨를 꺼낸 다음 비둘기에게 물을 뿜으니 비둘기가 다시 살아나서 날아갔다. 이에 주몽은 띠자리 위에 앉아 임금과 신하의 위계를 정한 뒤 나라를 세웠다. <후략>

*결→고구려의 건국

 

졸본주에 이르러 도읍하였으나 미처 궁실을 짓지 못하여 비류수(沸流水) 가에 초막을 짓고 국호(國號)를 고구려(高句麗)라 하였다. 고씨(高氏)로 성을 삼았으니, 그 때 나이 12세였다.

 

 

작품 정리

 

 해설

신화는 구비 문학 가운데 전설, 민담과 함께 서사 문학에 속하며, 전승자들이 신성시하는 이야기로서, 국가적 차원의 제의 형식에 따른 서사적 내용을 담고 있다. 이러한 신화 속에는 고대인들의 세계관, 자연관, 우주관 등이 담겨져 있으며, 이를 통해 현대인들에게까지 이어지는 인류의 보편적이고 원초적인 의식을 엿볼 수 있다. 주제에 있어서는 인간 세계에 대한 신들의 관심, 그로부터 나타나는 현세주의(現世主義)적 세계관 등이 두드러진다.

이 작품은 고주몽이라는 영웅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고구려를 건국하게 되었는가를 다룬 건국 신화이다. 그러기에 영웅의 일대기가 서술의 초점이 된다. 또한, 이 글은 주인공이 알에서 태어나는 ‘난생 신화(卵生神話)’에 해당되며, 이른바 ‘어별성교(魚鼈成橋)’의 유명한 모티프도 포함되어 있다. 내용상 서사적 폭이 광대하고 갈등이 지속적으로 전개되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동명왕 신화에는 천손강림(天孫降臨), 난생(卵生), 동물 양육, 기아(棄兒-아이를 버림), 주력(呪力) 등 고대 서사문학에 나타나는 여러 요소가 유기적으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는 이 신화가 단일한 화소(話素)였다기보다 여러 화소가 모여 완성된 하나의 신화라고 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곧, 금와(金蛙) 전설, 해모수 신화, 난생 신화 등이 적절하게 배합된 것이라 볼 수 있으며, 고구려의 세력 범위가 광활하였다는 것과도 연관지을 수 있다.

이 신화에서 유화는 수신(水神)인 하백의 딸이고, 해모수는 천신(天神)인 천제(天帝)의 아들이다. 따라서 동명왕의 부계는 ‘천제-해모수-동명왕’이며, 모계는 ‘하백-유화-동명왕’으로 ‘단군신화’와 비교할 때 모계가 지상의 웅녀에서 하백의 딸로 바뀌었다는 차이가 있다. 천제의 아들 해모수와 물을 다스리는 하백의 딸 유화와의 결합은 결국 천신과 수신의 결합으로서 비정상적이며, 기본 질서에 대한 반항이 내재된 새로운 세계의 실현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또 유화가 임신한 뒤 버림받았다가 구출되는 일련의 고난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하여 모체가 죽음을 체험하는 과정의 상징적 표현일 수도 있다.

이 신화는 『삼국유사』에 나와 있는 「북부여 (北夫餘)」, 「동부여 (동夫餘)」의 이야기와 매우 밀접한 관련을 갖고 있다

 

 

 요점정리

㈀ 성격 : 건국 신화(개국 신화), 시조신화  - 영웅적, 신화적, 서사적

      * 신화적 요소 → 햇빛이 몸을 쫒아가며 비추어 잉태함.  알에서 한 아이가 껍질을 깨고 나옴.

                             아이가 기골이 영특하고 기이함.         고기와 자라들이 다리를 놓아 줌.

㈁ 주제 : 동명왕의 신이한 탄생 및 고구려 건국의 과정

㈂ 짜임 : 4단 구성, 설화적 구성

* 기-해모수와 유화의 만남과 유화의 귀양

* 승-주몽의 탄생 내력과 성장

* 전-주몽의 비범성과 영웅성

* 결-고구려의 건국

㈃ 표현 : 역어체. 간결하고 소박함

㈄ 출전 : <삼국유사> 권1

㈅ 의의 : 우리나라 문헌 설화 중에서 어느 신화도 따를 수 없는 높은 문학성을 지녔으며, 여러 가지 신화소(神話素)가 결합되어 있으며, 난생(卵生) 설화 중 유일한 인생란(人生卵) 신화이고, 영웅의 일대기는 후대 서사 문학에 영향을 줌.

 

 

 다른 작품과의 관련성

이 신화는 오늘날까지 전해지는 서사무가인 '당금애기'와 관련이 있다. 즉, 유화가 해모수를 만나 주몽을 잉태한 과정과 그 다음의 고난을 변형된 모습으로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이 무가의 내용은 '제석 본풀이'를 참조하기 바란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왕충(王充)의 「논형(論衡」에 전하는 북이(北夷) 탁리국 출신의 동명의 이야기와 관련이 있다.

한편 서정주는 이 신화를 소재로 '북부여 풍류 남아 해모수 가로되', '왕 금와의 사주팔자', '고구려 시조 동명성왕 주몽의 사주팔자'라는 시를 발표하였다.

 

생각해 보기

 

◆ 소재가 지닌 상징성을 말해 보자.

우리는 이 신화에 등장하는 몇 가지의 소재에 대하여 관심을 가져야 하겠다. 우선 해와 알(卵)과 활의 의미이다. 햇빛이 유화의 몸을 비춤으로써 잉태된 것은 하늘과의 연관이 지속되었음을 의미하며, 그 결과 알을 낳는데 알은 세계를 상징한다. 세계가 깨뜨려져서 하나의 새로운 질서를 세우게 되는 것이다. 왕의 상징이다. 그 알을 새나 짐승이 보호한다는 것은 신성한 존재임을 인정하는 것의 제유적 표현이다.

화살은 햇살과 같은 의미로, 활을 잘 쏜다는 것은 해를 거느려 제압하는 존재, 곧 왕인 것이다. 서양이나 동양이나 화살은 천상과 지상을 연결하는 매개체로서 상징되어 내려오는 방향에서는 번개나 햇살, 빗줄기처럼 신의 권능을 의미했었다. 또 활은 달의 형태로 풍요 · 강함 · 생명력 등을, 화살은 형태와 내쏘는 기능에서 남성을 상징하기도 했었다.

따라서 햇빛과 알, 그리고 활은 새로운 질서를 세우는 영웅의 탄생을 예고하는 상징성을 가지는 것이다. 한편 말(馬)이 주몽과 상당히 밀착된 관계로 등장하고 있음은 유목 민족적인 일면을 드러내는 것이라 여겨진다.

 

 <동명왕 신화>의 영웅 서사적 성격에 대해서

건국 시조 신화는 서사 무가(巫歌)로 전승되는 무조 신화와 더불어 영웅 일대기의 서사 구조를 지닌다. 이 서사 구조는 대체로 ‘고귀한 혈통을 가짐 → 비정상적인 출생 → 기아(棄兒) → 천부적인 탁월한 능력 → 시련 → 시련의 극복과 위대한 승리’ 등의 형식을 따른다. 주몽 역시 그러한 인물이며 이러한 서사 구조는 현세적 성취를 강조하는 낙관주의적 세계관과 관련이 있다. 또, 출생의 과정에서 겪는 고난, 금와왕의 왕자들로 인한 고난, 고구려 건국 과정에서의 어려움 등과 같은 모든 고난은 주몽의 영웅적 능력을 표현하기 위한 장치들이다.

 

 

 

 <동명왕 신화>의 사적(史的) 의의

이 신화는 천손 강림(해모수 신화), 동물 숭배(금와왕 전설), 난생, 동물 양육, 기아 등 고대 설화 문학에 나타나는 여러 화소가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다. 이렇게 여러 개의 화소가 모여 개국 신화가 이루어졌다는 것은 그만큼 고구려의 세력 범위가 광활하였음을 말해 주는 것이다.

 

 보리 종자 - 농경 사회로의 전환

주몽이 큰 나무 아래에서 쉬고 있는데 한 쌍의 비둘기가 보리 종자를 가져왔다. 주몽이 비둘기에게 종자를 토하게 하여 종자를 얻었다. 이것은 수렵이 중심이 되던 사회에서 농경 사회로 넘어가는 생활 양식의 변이를 가늠케 한다. 즉 고구려는 농경 생활의 단계로 접어들었음을 뜻한다. 농경 사회로 전환한 부족에게 곡신(穀神)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였는데, 사람들로부터 높이 존숭을 받았을 것이라 생각된다. 또한 보리 종자를 일부러 언급한 것은 농업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모(유화)에게서 보내 온 보리 종자를 받았으니 나라를 세우는 데 가장 기본적인 문제를 해결하게 되는 셈이다. 이처럼 주몽은 조력자들의 도움으로 오곡까지 얻게 되었고, 형세가 좋은 곳을 택하여 왕도로 삼았다. 이와 같은 왕도의 개설은 천시(天時) · 지리(地利) · 인화(人和) 등이 조화로움을 이룬 후에야 가능한 것이다.

 

 해모수와 유화의 만남의 의미

천제의 아들 해모수와 물을 다스리는 하백의 딸 유화와의 결합은 결국 천신과 수신의 결합으로서 비정상적인 성격을 가지며, 기본 질서에 대한 반항이 내재된 새로운 세계의 실현을 전제로 한다. 또 유화가 임신한 뒤 버림받았다가 구출되는 일련의 고난은 새로운 생명을 탄생시키기 위하여 모체가 죽음을 체험하는 과정의 상징적 표현일 수도 있다.

 

 

 <동명왕 신화>와 연계되는 부여계 신화

 북부여 해모수 신화 : 북부여 임금 부루가 천제의 명으로 도읍을 동부여로 옮긴 뒤에, 천제의 아들 해모수가 하늘에서 내려와 북부여 땅을 다스렸다. 그는 아침이면 내려와 정사를 보살피다가 저녁이면 하늘로 올라갔는데, 어느 날 하백(물의 신)의 딸 유화를 유혹하여 정을 통한다. 이에 하백이 노하여 해모수와 대결하였으나, 해모수는 하늘로 올라가 버리고 유화는 우발수에 버려진다.

 동부여 금와왕 설화 : 동부여 왕 부루가 늦도록 아들이 없어서 산천에 제사하고 대를 이을 아들을 구하였다. 어느 날 타고 가던 말이 큰 돌을 보고 눈물을 흘리거늘 그 돌을 굴려 보니, 금빛 개구리 모양을 한 아이가 있는지라, 기뻐하며 하늘이 준 아이라 하고 거두어 길러 이름을 '금와'라 하였다.

 고구려 유리왕 설화 : 처음 주몽이 부여에 있을 때, 예씨를 아내로 얻어 아이를 배었는데, 주몽이 망명한 뒤에 출생하여 이름을 '유리'라 하였다. 유리가 어릴 때, 놀며 새를 쏘다가 잘못하여 물긷는 부인의 물동이를 깨뜨렸는데 부인이 꾸짖기를,

"이 아이는 아비가 없는 까닭으로 이와 같이 미련한 짓을 한다." 하였다. 유리는 부끄러워하면서 집으로 돌아와 어머니에게 묻기를,

"우리 아버지는 어떤 사람이며 지금 어느 곳에 있습니까?" 하니 그 모친은 말하기를,

"너의 아버지는 보통 사람이 아니다. 이 나라 <부여>에서 용납되지 않으므로 남쪽 땅으로 도망하여 지금은 나라를 세우고 왕이 되었다. 그런데, 망명할 때에 나에게 말하기를 '그대가 만약 남자 아이를 낳을 것 같으면 내가 가졌던 물건을 일곱모가 난 돌 위 소나무 아래 감추어 두었으니 이것을 찾아오면 나의 아들로 맞겠다' 하였다." 고 하니, 유리는 이 말을 듣고 곧 산골짜기로 가서 돌아다니면서 이를 찾았으나 얻지 못하고 돌아왔다.

어느 날 아침에는 집에 있노라니까 소나무로 된 기둥의 주춧돌 사이에서 소리가 나는 것 같아 가 보니 주춧돌이 일곱모였다. 곧 그 기둥 밑을 찾아 거기에서 부러진 칼 한 토막을 얻어 드디어 이것을 가지고 옥지, 구추, 도조 등 3명과 더불어 길을 떠나 졸본에 이르러서 부왕(父王)을 만나 부러진 칼을 바치자, 왕은 가지고 있던 칼과 맞추어 보니 비로소 한 칼이 되었다. 왕은 크게 기뻐하여 유리를 세워 태자를 삼았다.

 

 연구 문제

1. 해모수와 유화의 결합에 의하여 주몽이 탄생한 것은 무엇을 상징하는지 생각해 보자.

2. 이 글에서 부계로서 하느님과의 관계를 설정한 것은 무엇을 강조하기 위함인가?

3. 현대적 개념에서 '주몽'을 입체적 인물이라고 할 수 있는 근거를 찾아 보자.

4. 이와 같은 난생 설화는 고대인의 어떤 신앙과 관계가 있는가?

 

 

교과서 활동 다지기

 

1. 다음 활동을 통해 이 작품에 드러나는 신화의 특성을 파악해 보자.

(1) 이 작품의 주요 내용을 다음에 제시된 형식에 맞추어 적어 보자.

영웅의 일대기   '주몽 신화'
고귀한 혈통이다. 천제의 아들인 해모수와 하백의 딸인 유화 사이에서 태어났다.
비정상적인 출생을 한다. 유화가 햇빛을 받아 임신했으며, 겨드랑이로 알을 낳았다.
어려서 버림을 받게 된다. 금와왕이 난생(卵生)을 상서롭지 못하다 여겨, 알을 내다 버렸다.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울음소리가 크고 기골이 영웅다웠으며, 태어난 지 한 달이 못 되어 말을 정확히 하고, 활을 잘 쏘았다.
시련을 겪는다. 천대를 받았고 금와왕의 아들 대소가 모함하여 해치려고 하였다.
조력자가 나타난다. 고기와 자라들이 떠올라 다리를 만들어 주었다.
시련을 극복하고 위업을 달성한다. 고기와 자라의 도움으로 탈출하여 임금과 신하의 위계를 정한 뒤 나라(고구려)를 세웠다.

 

 

 

(2) 이 작품에서 '신성성(神聖性)'이 드러나는 장면을 찾고, 그 의미를 말해 보자.

장면 의미
주몽이 알에서 태어남. 비범한 인물임.
한 달이 못 되어 말을 하고, 활을 쏘면 빗나가지 않음. 초인적인 능력을 소유함.
고기와 자라들이 다리를 놓아 건너게 함. 천제와 하백의 후손으로서 신의 도움을 받음.

 

2. 다음은 '단군 신화'의 주요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이를 참고하여 다음 활동을 해 보자.

환인의 아들 환웅이 인간 세상을 구하고자 할 때, 환인이 그 뜻을 알고 삼위산과 태백산을 보아 홍익인간(弘益人間) 할 만하다 생각하여 그에게 천부인(天符印) 3개를 주어 다스리게 하였다. 환웅은 3천 명의 무리를 거느리고 태백산 마루 신단수(神壇樹) 아래에 신시(神市)를 열고 세상을 다스렸다. 이때 곰과 호랑이가 사람이 되고자 하니, 환웅은 쑥과 마늘만 먹으며 100일간 햇빛을을 보지 않으면 사람이 될 수 있다고 하였다. 참을성 많은 곰은 100일을 견뎌내 사람이 되었고, 환웅과 결혼하여 아들을 낳았으니 그가 곧 단군이다. 단군은 평양에 도읍하여 국호를 조선(朝鮮)이라 하였고, 뒤에 아사달로 천도하여 1500년 간 나라를 다스렸다.

 

(1) '주몽 신화'와 '단군 신화'의 공통점을 써 보자.

* '조(朝)-부(父)-손(孫)'의 삼대기(三代記) 구조가 나타난다.

* 주인공이 천부지모(天父地母)의 혈통을 가졌다.

* 건국의 과정을 다룬 신성한 이야기이다.

 

(2) 두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는 고대인의 세계관에 대해 말해 보자.

→ 천신 숭배 사상을 가지고 있었으며, 건국 시조를 천신의 후손으로 여겼다. 천상보다 지상에서의 위업을 강조한 점에서 현세주의와 인간중심적 사고를 지니고 있었다. 또한 서사 구조에서 고난보다는 극복을 중시하고 주인공이 위업을 성취한다는 점에서 낙천적인 세계관을 엿볼 수 있다.

 

3. 지금까지 읽었던 신화를 떠올려 보고, 고대 문학으로서 신화가 지닌 의의에 대하여 모둠별로 토의해 보자.

* 신화 속에는 고대인들의 세계관, 자연관, 우주관 등이 담겨 있다.

* 건국 신화는 시조(始祖)의 위대한 건국 과정을 강조함으로써 민족적 일체감과 자긍심을 고취시킨다.

* 신화의 상상력과 서사 구조는 후대 서사 문학 발전의 토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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