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소설 줄거리/해설]소낙비(1935)-김유정-
소낙비(1935)
-김유정-
● 줄거리
흉작과 빚으로 삶의 터전인 농토를 잃고 떠돌아다니는 유랑민인 춘호는 살기 좋은 곳을 찾아다니다가 산골 마을로 찾아든다. 춘호는 자기에게 주어진 시련을 슬기롭게 극복하지 못하고 노름과 아내의 매음을 통해 이를 극복하고자 한다.
쇠돌엄마는 춘호 처와 같은 천한 농부의 계집인데 동리의 부자 이주사와 배가 맞아 팔자를 고친다. 지난 늦은 봄 달밝은 밤에 보름 게추를 보러 산모퉁이로 나간 남편이 돌아오지 않자 잠자리에 들려는데 황소같은 이주사가 춘호 처를 겁탈하려 들었다. 춘호처는 쇠돌엄마가 속곳과 버선 자랑을 할 때 속으로 자기도 잘했으면 쇠돌엄마처럼 호강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올봄에 오원을 주고 산 오두막살이 집에서 춘호가 감자를 씻고 있는 아내를 노려본다. 요 며칠 뒷산에서 밤마다 큰 노름판이 벌어지는 것을 안 춘호는 한몫 보아 서울로 갈 꿈을 꾼다. 그러나 밑천을 장만할 수가 없어서 그는 사나흘밤이나 눈을 붙이지 못하고 아내에게 노름돈으로 이원을 꿔오라고 조른다. 용모가 빼어난 아내는 묵묵부답이다. 춘호는 노기충천하여 불현 듯 문지방을 떠다밀며 벌떡 일어나 지게 막대를 들고 아내에게 달려든다. 춘호가 아내의 연한 허리를 모질 게 후려치자 아내는 눈물을 흘리면서 싸리문 밖으로 내달린다. 싸리문 안에 아직도 지게 막대를 들고 서있는 것을 본 아내는 쇠돌엄마 집으로 향한다. 당장 돈 이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리라도 꾸어다가 파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 것이다. 마음에 내키지 않는 발걸음을 하면서 춘호처는 헛발질을 하지 않을까 걱정한다.
쇠돌엄마는 집에 없었다. 그녀는 소낙비를 만나 살의 윤곽이 드러난 젖은 몸으로 쇠돌엄마가 나타나기를 기다린다. 이주사가 지우산을 쓰고 쇠돌네집으로 향한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는 것을 안 춘호처는 쇠돌네 봉당으로 들어선다. 그녀는 이주사에게 끌려들어가 관계를 갖는다. 목욕도 하지 않았다고 모욕과 수치를 당하지만 이주사로부터 이원을 받기로 한다.
분이 풀리지 않은 춘호는 뿌루퉁하니 홀로 앉아 있다. 아내가 들어오자 춘호는 주먹뺨을 냅다 붙인 뒤에 다시 매를 잡으려든다. 춘호처는 기겁을 하면서 돈이 되었다고 한다. 갑자기 남편의 태도가 돌변한다. 부부는 모처럼 나란히 누워서 서울에 대해 이것저것 이야기한다. 춘호는 이원을 가지로 노름을 해서 있는 돈을 깡그리 몰아 올 생각에 기뻐한다. 밤새도록 내리던 비가 아침에야 그친다. 춘호는 아내의 머리를 빗겨서 맵시있게 쪽을 질러주고 공을 들여 삼아 논 짚신을 신겨 돈을 받으려 보낸다.
● 인물의 성격
◆ 춘호 → 가난에 시달리면서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지 않고 노름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기회주의자이다. 특히 노름 밑천을 구하기 위해 아내를 매음하게 하는 주변머리 없는 인물임.
◆ 춘호 처 → 나물을 캐고 삯일을 해서 생계를 이어가는 성실하고 도덕관념을 지닌 여성이다. 그러나 계속되는 가난 앞에서, 매음해서 호강하는 쇠돌엄마를 부러워하고 남편의 매를 피해 노름 밑천을 마련하려고 이주사에게 몸을 파는 여인으로 전락하는 인물.
◆ 이주사 : 탐욕과 아집(我執)의 인간.
● 구성 단계
◆ 발단 : 자연 묘사를 통해 주인공들의 운명을 암시적으로 제시
◆ 전개 : 춘호가 처에게 돈을 구해 올 것을 강요한다.
◆ 위기 : 춘호 처는 이 주사에게 몸을 허락한다.
◆ 절정 : 춘호 처가 돌아와 돈을 구하게 되었음을 알린다.
◆ 결말 : 춘호가 아내를 단장시켜 이 주사에게 보낸다.
● 이해와 감상
◆ 이 작품은 궁핍한 농촌을 배경으로 순박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의 삶의 애환을 소설화한 것이다. 1930년대 한국 유랑 농민의 서글픈 삶의 한 단면을 그리고 있다. 비극의 원인은 물론 농촌의 궁핍화 현상이다. 당대의 농촌의 현실을 충실히 반영하고 있는데, 이것은 이념적 바탕에 의한 게 아니라, 풍속을 충실히 반영하려는 작가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결국 김유정 소설에서 드러나는 농촌의 궁핍은 자소작농에서 소작농으로 전락하는 단계를 보여주고 급기야 빚더미에 앉게 되어서 농촌을 떠나 도회로 향하는 과정을 보여주게 된다.
◆ 이 소설에서 돈은 등장인물들의 행동 양식 중심에 놓여 있으며, <소낙비>에서의 인물들은 거기 대타적으로 맞서는 의식을 지니고 있지 않다. 돈의 마련을 위해 결국 매춘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아내는 매춘 자체의 부정성을 모르고, 남편은 정조가 돈보다 귀한 것이라는 의식이 없다. 결국 무지에서 비롯된 윤리의 부재가 크게 부각되고 있다. 물질적 가치에 지배당할 수밖에 없으면서도 그와는 다른 윤리나 이상을 추구함으로서 겪게 되는 다른 소설들과는 차이가 있다.
◆ 김유정 문학에서 드러나는 '모자라는 인물'은 여기서도 드러나고 있다. 엉뚱한 행동을 하는 주인공들의 행태는 독자의 기대와는 정반대로 나아간다. 아내를 잘 단장시켜 매춘 행위가 실패하지 않도록 배려하는 행위는 춘호가 악한 성격의 소유자로서가 아니라, 어리석은 인물이라는 것을 보여 주어 독자들을 잔잔한 비애의 세계로 이끌어 가고 있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순수소설, 농촌소설
◆ 배경 : 어둡고 음울하고 궁핍한 1930년대의 농촌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작가 관찰자 시점이 부분적으로 쓰임)
◆ 주제 ⇒ 식민지 농촌의 타락한 현실과 유랑농민의 애환
농촌 사회의 현실적 모순과 도착(倒錯)된 성(性)윤리 풍자
● 생각해 볼 문제
1. 이 소설에 등장하는 춘호 아내의 성격에 있어서의 특성이 무엇인지 말해 보자.
⇒ 자기 의지나 사고가 보이지 않는 수동적 인물로, 별다른 도덕감이나 윤리의식도 보이지 않는다. 그러면서 순박함과 어리석음의 요소를 함께 지닌 인물이기도 하다.
2. 춘호가 아내를 이주사에게 내모는 행위가 그의 본성의 악함에서 온 것이 아님을 말해보자.
⇒ 춘호는 배우지 못한 자이고 그런 만큼 윤리의식도 모자란다. 한편 그는 가난에 찌들려 오직 돈을 구할 궁리만 한다. 이때 이주사가 아내를 탐내고 있다는 것을알고는, 그것으로 돈을 모을 기대를 품는 것이다. 가난 때문에 성격이 비뚤어져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주사에게로 보내기 전날의 행동을 보면 순박한 것임이 드러난다.
3. 이 소설의 상황은 대단히 비극적인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런 분위기가 희석되는 이유가 무엇인가?
⇒ 이 작품도 아이러니에 바탕을 두고 있다. 아이러니는 웃음의 원리이다. 춘호는 일확천금을 노름을 통해 획득하려고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밑천이 필요한데, 그것을 아내의 매춘에서 찾는다. 그의 이런 사고의 잘못됨이 독자들을 당황하게 하고 어느 정도의 해학성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4. 이 소설이 현실을 충실하게 반영하고 있다면, 어떤 측면에서 그러한지 말해 보자.
⇒ 흉작으로 빚에 쪼들려 표랑하는 삶은, 당대 민중의 일반적 모습이었는데, 이런 풍속을 포착하여 생활감 넘치게 형상화한 데서 그런 점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