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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줄거리/해설]고향(1926)-현진건-

by 휴리스틱31 2021.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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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1926)

-현진건-

 

● 줄거리

 

'나'는 서울행 기찻간에서 기이한 얼굴의 '그'와 자리를 이웃해서 앉게 된다. 이 좌석에는 각기 국적이 다른 사람들이 앉아 있다. '엄지와 검지 손가락으로 짜르게 끊은 꼿꼿한 윗수염을 비비면서' 마지못해 고개를 까딱거리는 일본인과, '기름진, 뚜우한 얼굴에 수수께끼 같은 웃음을 띠운' 중국인 사이에 한국인 '그'와 '내'가 합석하고 있다. 즉, 세 나라 사람이 모이게 된 것이다.

 

'그'라는 사나이에 대하여 '나'는 처음에 남다른 흥미를 느끼고 바라보다가 이내 싫증을 느껴 애써 그를 외면하려 하였지만, 그의 딱한 신세 타령을 듣게 되자 차차 연민의 정을 느끼게 된다. 마침내 술까지 함께 마시게 되고 '나'는 '그'의 얼굴에서 '조선의 얼굴'을 발견한다. '그'는 정처없이 유랑하는 실향민이었으며, '나'는 '그'의 유랑의 동기와 내력을 듣는다.

 

대구 근교의 평화로운 농촌의 농민이었던 '그'는 동양척식 주식회사에 의하여 농토를 빼앗겼다. 떠돌이가 되어 간도로 떠났으나 거기서 부모는 굶어 죽고, 구주 탄광을 거쳐 다시 폐허의 고향에 돌아왔다. 그러나 무덤과 해골을 연상하게 하는 고향에서 '그'는 이십 원에 유곽에 팔려 갔다가 질병과 부채만을 안고 돌아온 옛 연인과 해후했다. 그는 괴로운 심정으로 일자리를 찾아 지금 경성으로 올라가는 중이다. 그는 취흥에 겨워서 어릴 때 부르던 아픔의 노래를 읊조린다.

 

 

● 인물의 성격

 

◆ 그(주인공) → 개성보다는 시대적 배경을 상징하는 전형적 인물로, 일제치하 경제정책에 희생당하면서도 선량하고 끈기있게 버티어 나가는 우리 농민을 대표하는 인물임.  다소 경망스럽고 말 수가 많은 인물

◆ 나(화자) → 서술자이자 관찰자로서 주인공인 '그'의 암울한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전달하는 인물. 당대의 지식인으로 작품 초반에서는 애써 현실을 외면하려 하지만, 그의 한탄을 들으면서 조선의 현실을 재인식하고 그와 공감대를 형성하게 된다.

 

● 구성 단계

 

* 액자식 구성 (작중 화자의 이야기 속에 주인공 '그'의 이야기가 내부 서사를 이룸)

◆ 발단 : 서울로 향하는 기차 안에서 보게 된 '그'의 기이한 차림새와 일본인, 중국인의 모습.

◆ 전개 : '나'와 '그'의 대화. '그'의 사람된과 대강의 사정

◆ 위기 : 농토를 잃고 고향을 떠나 파란 많던 유랑 생활을 하던 '그'의 과거 이야기

◆ 절정 : 옛 연인과의 불행한 해후(邂逅) 이야기.

 결말 : 술에 취하여 부르는 노래.

 

 

● 이해와 감상

 

 <고향>에는 두드러진 개성을 지닌 인물이나 극적인 흥미를 자아내는 사건이 없음에도, 이 작품처럼 일제치하 식민지 시대의 한국인의 비참한 삶을 집약적이고 효과적으로 그려낸 작품은 찾아보기 드물다. 그것은 이 소설이 보여주고 있는 현실 뿐만 아니라, 소설의 기법 면에 있어서도 훌륭한 성취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즉, 상징법과 구체적인 외양 묘사, 어조의 변화 등에 의한 점차적인 성격 창조, 노래를 통한 외양 묘사, 사투리 등과 같은 사실적인 어휘 구사 등을 통해 단편소설로는 그리기 힘든 한 시대의 상황을 집약적으로 극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그'라는 인물을 통해서 농촌의 황폐화와 하층민의 고통스런 삶을 아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으며, 부분적이나마 '그녀'를 통해서는 식민지 여성들의 수난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특히, '그'는 식민지 시대의 하층민의 전형으로, 땅, 집, 아내가 될 여자도 빼앗기고 정처없이 중국, 일본, 조선땅을 떠돌아다니는 그는 정신적 안식처마저 상실하고 만다.

 

 이 소설은 특이한 소설적 형태를 차용하고 있다. 액자 소설적 구성을 취하면서도, 나중에는 '나'가 이야기의 중심 속으로 들어가 작중 인물의 하나가 되도록 하고 있다. 즉, '나'는 기차 안에서 '그'를 만난다. 그와의 만남에서 나는 그를 이해하게 되고, 나중에는 나 또한 많은 '그들'의 하나로 변해간다. 따라서, '그'의 삶을 통해 '그들'의 일부인 '나'를 포함한 우리의 문제로 영역을 확대하면서 짙은 주제의식을 표출하는 것이다.

 

 이 소설의 리얼리티는 시대적 현실의 충실한 반영에서 얻어지는 것이다. '그'가 고향을 잃고 각지를 떠돌게 되는 이유는 근대 한국 사회의 경제적 현실 때문이었다. 소작인으로서의 절대 궁핍에 시달린 나머지, 열일곱 어린 나이에 어머니를 모시고 서간도로 떠났던 것이다. 첫 번째의 고향 상실이다. 고향을 등진 서러움과 먹고 살기의어려움이 겹치면서 어머니는 노동의 피로와 영양 부족으로 숨지고 만다. '그'는 다시 시의주, 안동현, 구주, 대판 등지로 전전하다 다시 고향에 돌아오고, 그 고향을 떠나 서울로 향하게 된다. 그의 삶은 정처없이 떠돎의 과정만 되풀이되고 있다. 한 곳에 안주할 수 없게 하는 피폐한 삶의 희생자인 것이다. 이것은 그대로 우리의 현실이었다.

 

 

 마지막 부분에 나오는 민요는 시대의 아픔을 단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작품의 주제를 함축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볏섬이나 나는 전토는 / 신작로가 되고요 - . / 말마디나 하는 친구는 / 감옥소로 가고요 - . / 담뱃대나 떠는 노인은 / 공동 묘지 가고요 - / 인물이나 좋은 계집은 / 유곽으로 가고요 - . > 농토를 잃고, 자유를 잃고, 생존마저 위협받으면서 유곽으로 몸이 팔려 가는 세상에 '그'는 내동댕이쳐져 있는 것이다. '그'는 다름 아닌 우리의 초상이었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사실주의 소설

◆ 배경

* 1920년 식민지 상황의 서울행 열차 안

* 일제 치하 경제적 수탈에 시달리는 사회상

◆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서술자의 직접적 개입이 부분적으로 엿보임)

◆ 표현상 특징

*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문체

* 치밀한 묘사, 사투리의 적절한 사용

◆ 갈등구조 : 세계와 자아의 갈등(식민지의 피폐화된 현실 세계와 그 속에서 억압당하는 '그'와의 갈등)

◆ 주제  일제의 수탈로 인한 우리 민족의 비참한 삶  

 

 

● 생각해 볼 문제

 

1. 결말 부분에 제시된 노래가 작품 전체에 주는 효과가 무엇인가 ?

⇒ 결말 부분의 짤막한 노래는 주인공이 술타령조로 읊조린 푸념이지만, 당시의 사회상을 집약적으로 제시, 비판하여 작품의 현실성을 더해 준다. 즉, 일제 강점기 하에서 억압받고 수탈당하는 우리 민족의 모습을 단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2. 제목인 '고향'이 상징성을 가진다면, 그것이 무엇인지 주제와 관련하여 생각해 보자.

⇒ 제목인 '고향'은 '그'의 고향을 말한다. 그는 고향을 잃어 버리고 유랑한다. 이 참담한 삶의 주인공 '나' 또한 동감하며 함께 비애에 젖는다. '그'가 우리라고 할 때, 그 고향은 우리 모두의 고향, 즉 잃어 버린 조국이라 할 수 있다.

 

3. '3개국 복장'의 상징성에 대해 말해 보자.

⇒ '그'가 3개국 복장을 하고 있는 것은, 그의 삶이 정착하지 못하고 전전하는 삶이었다는 것을 상징한다. 누덕누덕 기워지고 조잡하게 얽힌 것이 바로 그의 삶의 실상이었다는 점을 보여준다.

 

4. 삽입민요의 소설적 기능에 대해 말해 보자.

⇒ 삽입된 민요의 노랫말에는 민족 수난의 실상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어 있으며, 이 노래를 통해 민족적 애환을 강조할 수도 있다. 민요가 대중의 노래라는 점에서도 주제를 강화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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