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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시가/가사 해설] 속미인곡(續美人曲) - 정철-

by 휴리스틱31 2021. 1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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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속미인곡(續美人曲)                            - 정 철-

 

 

 

 

 

 

 

 

 

 

[ 해설 및 감상 ]

 

이 작품은 두 화자를 편의상 갑녀와 을녀로 상정할 때, 둘의 역할이 다르다. 갑녀는 작품의 전개와 종결을 위한 기능적 역할을 하는데 그치고 있는 반면, 을녀는 주제 구현의 중추적 역할을 맡고 있다. 즉 을녀 자신의 신세에 대한 하소연이 이 작품의 중심 내용인 것이다. 을녀는 원래 적강선의 이미지와 통하는 고귀한 신분이었으나, 지상으로 내던져진, 즉 임으로부터 버림받은 존재이다. 그녀는 현재의 처지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는 과거 지향을 내비치는 인물이다. 이는 '사미인곡'의 여인과 구별된다.

이 노래는 ‘사미인곡(思美人曲)’의 속편이다. 그러나 ‘사미인곡’보다 언어의 구사와 시의(詩意)의 간절함이 더욱 뛰어나다는 평을 받고 있다. ‘사미인곡’에서는 한자 숙어와 전고(典故)가 간혹 섞여 있는데 반하여 ‘속미인곡’에는 전혀 들어 있지 않다는 점도 이를 증명한다.

 

특히, ‘사미인곡’의 결사는 ‘임이야 나를 몰라 주실지라도 나의 충정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여 일방적인 연군의 소극성을 보였지만, ‘속미인곡’은 보다 적극적으로 임까지도 오래도록 구슬프게 하고 싶다고 노래하고 있다. 한편 정철의 미인곡은 김춘택의 ‘별사미인곡’과 이진유의 ‘속사미인곡’ 등에 영향을 주어 국문학사에서 미인계 가사를 형성하게 되었다.

 

서사(序詞) 부분에서는 갑녀와 을녀의 대화 형식을 빌려 임과 이별한 사연을 하소연하고 있다. 여기에 등장하는 갑녀는 보조적으로 등장했으나 을녀와 마찬가지로 작자 자신을 대변하고 있다. 임과 이별한 것을 오직 자신의 탓으로 돌려 아무도 원망하지 않겠다고 말한 그 속에 작자의 충절이 잘 나타나 있고, 그것이 한 여인의 지극한 사랑으로 비유되어 더욱 문학적 가치를 높여 주고 있다. 더구나, 대화 형식으로 구성하여 표현의 참신성을 보인 것은 금상첨화(錦上添花)라 할 것이다.

 

본사(本詞)에서는 임의 일상 기거 생활에 대한 염려와 임의 소식을 알고자 산하를 방황하는 애처로운 심정과 독수 공방의 외로운 마음이 임을 이별한 한 여인의 애절한 사설로 표현되었다. 여기 나오는 ‘구름, 안개, 바람, 믈결’ 등은 당시 조정을 어지럽히는 간신배를 비유했으며, 일월(日月)은 임금을 상징하여 전체가 하나의 비유로 짜인 향기 높은 문학 작품이다.

결사(結詞)는 죽어서라도 이루려는 임에 대한 간곡한 사랑을 나타낸 부분으로, 송강의 일편단심과 충절이 잘 드러나 있다. 현대적인 시각에서 보면, 송강의 시가에서 ‘임’은 일견 군주(君主)일 수 있으나, 작품의 문맥상 꼭 군주만이 아니라 보편적인 연인(戀人)일 수도 있다.

 

 

[ 요점 정리 ]

 

 연대 : 선조18년~22년(1585~1589)

 출전 : 송강가사(松江歌辭)

 갈래 : 양반가사, 서정가사, 정격가사, 유배가사

 

 구성 : 서사, 본사, 결사의 3단 구성

1. 서사 : 임과 이별한 사연 및 자신의 신세 한탄

2. 본사 : 임에 대한 걱정과 그리움, 독수공방의 외로움

(가) 갑녀의 위로의 말

(나) 을녀의 하소연(임의 일상에 대한 염려)

(다) 임 계신 곳을 바라보며 산과 강가를 방황함

3. 결사 : 독수공방의 애달픔, 꿈 속에서 임과의 재회, 죽어서라도 사랑을 이루고자 하는 간절한 마음

 

 

 형식 : 대화체(문답형식), 기본 음수율 3・4조

 화자 : '적강선'의 이미지와 통하는 매우 고귀한 신분의 인물

               임으로부터 버림받은 처지이면서도 임을 간절히 그리워하는 애절한 목소리의 여성 화자

 

 주제 : 연군지정(戀君之情)

 

 의의

① 사미인곡과 더불어 가사 문학의 극치를 이룬 작품이다.

② 순 우리말의 구사가 절묘하여 문학성이 높은 작품이다.

③ 두 여인의 대화 형식으로 된 가사 작품이다.

 

 평가

① 홍만종은 ‘순오지’에서 공명(孔明)의 ‘출사표(出師表)’에 비견할 만하다고 하였다.

② 김만중은 ‘서포만필’에서 ‘관동별곡’, ‘전후미인가’ 중 ‘속미인곡’이 가장 뛰어나다고 하였다.

 

 

[ 참 고 ]

 

 ‘유배 가사’에 대하여

유배 가사는 당쟁의 산물로서 사대부들의 가장 쓰라린 생활 감정의 표출이었다. 그 내용은 유배지에서 겪는 온갖 고초와 고독감 속에서도 임금에 대한 일편 단심은 불변하여 한결같이 충신연군지사(忠臣戀君之詞)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유배가사들에는 작자의 패배 의식과 좌절감이 넘쳐 있기 때문에 읍소(泣訴), 애원(哀怨), 상심(傷心) 등이 주조를 이루지만, 한편으로는 체념이나 절망을 극복하고, 다시 임금께 나아가려는 의지력이 여운으로 남는 것이 특징이기도 하다.

 

 시상의 흐름

이 작품 사미인곡의 후곡(後曲)으로 속편인 셈인데 사미인곡에서 못다 한 심회를 더 발전시켜 읊은 것이다. 이 작품의 구성은 전곡과는 달리 대화체로 되어 있다. 갑녀의 사설로 시작하여 을녀가 신상 내력을 슬피 말하면, 다시 갑녀가 “글란 생각마오 맺친 일이 이셔이다.”로 이어져서 연군의 회포를 읊는다. 다시 최종구에 가서 “각시님 달이야 카니와 구즌 비나 되쇼셔.”라고 갑녀의 사설로 끝난다.

이를 도식화하면 ‘갑녀→을녀→갑녀→을녀→갑녀’이다. 객관화된 자아인 갑녀가 주관적으로 절망하는 을녀를 달래기도 하고, 전곡(前曲=사미인곡)처럼 죽어서 나비가 되는 것이 아니고, 살아서 낭만적이고 정적(靜的)인 낙월(落月)이 될 것이 아니라, 보다 적극적이고 동적인 ‘궂은 비’가 되어 벼락이라도 울려 보라는 현실적 행동을 강요하는 내용이다. 특히, 후곡(後曲=속미인곡)의 조사(措辭)는 전곡을 능가한다. 전곡의 춘하추동의 4원사(四怨詞)를 다음과 같은 단 두 구로 마무리하여 읊고 있다. “츈春한寒 고苦열熱은 엇디하야 디내시며 츄秋일日동冬쳔天은 뉘라셔 뫼셧는고.”

 

 시어의 함축성 - ‘임’의 경우

송강은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에서 ‘미인(美人)’을 우리말로 ‘임’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미인’은 일반적으로 용모가 아름다운 여인, 군주(君主), 재덕(才德)이 뛰어난 사람, 여관(女官) 등을 일컫는다. 그런데 ‘사미인곡’과 ‘속미인곡’에서의 서정적 자아는 분명 ‘임’을 이별한 여인이므로, 여기서의 ‘미인’ 곧 ‘임’은 남성이거나 군주이다. 또한, 송강에게 ‘임’은 일견(一見) 군주일 수 있으나, 작품의 문맥은 꼭 군주만이 아니라 보편적인 연인(戀人)일 수도 있다. 따라서, 남녀의 인간적인 정감의 교류를 군신(君臣) 관계로 끌어들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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