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ading n Seeing

[현대시 해설]또 다른 고향 - 윤동주 -

by 휴리스틱31 2021. 12. 21.
728x90

또 다른 고향
                                                         - 윤동주 -

 

고향에 돌아온 날 밤에

내 백골(白骨)이 따라와 한 방에 누웠다.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하늘에선가 소리처럼 바람이 불어 온다.

 

어둠 속에 곱게 풍화작용하는

백골을 들여다보며

눈물 짓는 것이 내가 우는 것이냐?

백골이 우는 것이냐?

아름다운 혼(魂)이 우는 것이냐?

 

지조 높은 개는

밤을 세워 어둠을 짖는다.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가자 가자.

쫓기우는 사람처럼 가자.

 

백골 몰래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에 가자.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해              설

 

[ 개관정리 ]

 성격 : 상징적, 관조적, 자의식적

◆ 표현 : 자아의 대립에 의한 갈등 구조

 

 중요시어 및 시구

   * 나 → 개인적 자아.  백골과 아름다운 혼 사이에서 갈등하는 자아

   * 백골 → 사회적 자아.  피압박의 자아.  시대적 상황을 반영하는 자아

   * 아름다운 혼

        → 이상적 자아.  초월적 자아.  현실적 제약을 벗어난, '어둠이 없는 화해의 세계를 추구하는 자아

   * 어둔 방은 우주로 통하고

       → 어두운 방은 비록 좁고 어두운 곳이지만, 넓은 공간에로의 부름을 가지게 되는 장소임.

   * 바람 → 현실에 안주하려는 자아를 새로운 세계로 향하게 하는 존재(=개)

   * 3연 → 자아 분열에 의한 극심한 갈등에 고뇌하는 모습.  자아성찰의 괴로운 절규

 

 

   * 지조 높은 개, 어둠을 짖는 개

       → 절망적 현실에 괴로움을 느끼며 무력하게 살아가는 자아를 꾸짖어 이상세계로 나아가게 하는 대상            어둠(밤)의 상황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진 존재나 관념

           시적 자아의 의식(소망)이 투영된 소재

   * 어둠을 짖는 개는 나를 쫓는 것일 게다 → 자아의 강박관념 표현

   * 아름다운 또 다른 고향 → 아름다운 혼이 지향하는 장소

                                           새로운 영적 안식처이자 압박으로부터 벗어난 조국을 의미

 

 주제  진정한 고향(영혼의 고향, 이상세계)에의 동경

 제재 ⇒ 자의식의 세계

 

   [ 시상의 흐름(짜임) ]

◆ 1~2연 : 귀향과 자아분열, 절망적 현실

◆     3연 : 자아의 갈등과 슬픔 및 고뇌

◆ 4~5연 : 불안의식과 강박관념

◆     6연 : 또 다른 고향(이상세계) 추구

 

 

[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

'고향'의 어두운 방에 '백골'로 누워 괴로워하고 있는 그 때, '나'를 '또 다른 고향'인 '우주'(어둔 방은 우주로 통한다고 했음)로 승화시켜 주는 매개체 역할을 하는 '바람'이 불어오고, '어둠을 짖는 개'의 울음 소리가 들려 온다. '아름다운 혼'을 지향하는 지조(민족 정기) 높은 그 '개'는 '백골'과 등가(等價)를 이루는 '어둠'을 떨쳐 버리기 위하여 밤을 새워 짖는다. ('백골'은 '소리처럼 불어오는 바람'으로 인해 풍화 작용을 하여 소멸하는 것이고, '어둠'은 '밤을 새워 어둠을 짖는 개'의 울음 소리로 점차 사라지는 것이기에 이 두 사물은 등가를 이룬다.) 결국 이 작품은 현실적 공간을 뛰어넘어 밝고 넓은 초현실의 공간으로 승화하고자 하는 영원한 삶에 대한 동경을 노래하고 있는데, 이 몸부림을 더욱 자극시키고 채찍질하는 것이 바로 소리처럼 느껴지는 '바람'과 '지조 높은 개'가 밤새워 우는 '울음'인 것이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