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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n Seeing

[현대수필 해설]문학과 인생 -최재서-

by 휴리스틱31 2022.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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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과 인생                           -최재서-

 

이해와 감상

 

이 글은 문학 작품의 완성도를 평가하는 두 가지 관점을 소개한 후, 그중 문학이 인생을 진실하게 기록(반영)한다는 관점을 밀턴의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이 글에 따르면 작가가 진실한 인생에 바탕을 두었을 때 위대한 문학 작품을 쓸 수 있다. 이 관점에서는 작가와 작품이 불가분의 관계를 가지고 있으며, 양서는 대가의 생명 고혈을 담은 것이다. 이 글은 문학 작품에 대한 특정 관점을 정의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자가 독서를 통해 어떤 삶을 만들어 나갈지에 대한 교훈을 제시하고 있다. 최선을 다하는 진실한 인생에서 위대한 작품이 만들어지듯이, 독자도 위대한 문학 작품을 통해 최선의 삶을 만들어 나가라는 제안을 암시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 글은 문학 평론이면서 인생에 대한 성찰을 다룬 수필적 성격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요점 정리

 

 갈래 및 성격 : 중수필,  -관념적 · 교훈적-

 특성

* 밀턴의 인생과 '실낙원'의 관계를 들어 문학과 인생에 대한 관점을 제시함.

 주제 : 성실한 인생을 바탕으로 하는 훌륭한 문학

 

 

생각해 보기

 

◆ 인생론과 문학론의 종합적 전개

글쓴이는 인생에 대해서 허무를 느끼는 자신과 희망을 품고 있는 젊은 독자들을 제시한 뒤, 밀턴의 삶을 통해 가치 있는 삶의 모습을 보여 주고 마지막으로 삶의 가치가 어디에 있는가를 말하고 있다. 그리고 문학에 대해서는 삶을 위안하고 반성케 하는 것이 문학의 기본적인 기능임을 제시한 뒤, 문학의 양면성을 설명하고 마지막으로 문학의 진정한 가치를 밝히고 있다. 그리고 이 두 논의는 별개로 있지 않고 서로 관련을 맺으면서 종합적으로 전개되고 있다.

◆ 밀턴(1608~1674)과 '실낙원'

밀턴은 영국의 대시인이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에게 청교도적인 강렬한 기질과 음악 애호의 소질을 이어받고 문예 부흥과 관련된 교양을 익혔다. 청교도 혁명 당시에는 공화제를 찬성하는 편에 서서 이성과 자유를 옹호하는 글을 발표하였다. 지나친 격무로 말미암아 시력을 잃고, 왕정복고 후에는 생명을 위협받기도 했으나 이는 만년의 3대작('실낙원', '복낙원', '투사 삼손')을 내놓게 되는 바탕이 되었다.

'실낙원'은 1667년에 출간된 대서사시이다. 아담과 이브가 사탄에게 유혹되어 원죄를 짓고 낙원에서 추방되었다가 그리스도의 속죄에 희망을 거는 모습을 그린 작품으로, 기독교적인 이상주의와 청교도적인 세계관을 반영하고 있다. 후에 발표한 '복낙원'은 그리스도가 사탄의 유혹을 물리침으로써 그가 최후의 시련도 이겨낼 수 있음을 보여 준 대서사시이다. 인간이 견고한 성실과 신의 의지에 대한 겸손한 순종을 가지고 있다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를 가르치고 있다.

 

 

작품 읽기

 

문학이 현실을 반영하는 한도(측면)에서는 기록이지만, 새 세계를 창조하는 한도에서는 예술이다. 어떤 문학 작품이나 기록 면과 예술 면을 가진다. 이 두 면 중에서 우열을 가릴 수는 없다. 기록과 예술의 두 면을 구비함으로써만 작품은 완전하다. 예술적인 면은 다음 기회에 보기로 하고, 여기서는 기록적인 면만을 말하려 한다.

*문학의 두 가지 측면

문학을 현실의 기록으로서 볼 때에, 작품의 가치는 그 작품을 쓴 사람 자신이 얼마나 성실하게 인생을 체험했으며, 또 그 체험을 얼마나 진실하고도 아름답게 표현했는가에 달려 있다.(글쓴이는 문학 작품의 가치를 기록 면과 예술 면에서 평가할 수 있음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 '기록 면'에 해당하는, 작품의 가치가 작가의 인생에 달려 있다는 관점에서 문학과 인생의 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자기 자신이 성실하게 인생을 실천해 보지 못한 사람의 글이, 아무리 아름다운 문구를 늘어놓는다 할지라도 다른 사람에게 감동을 주지 못할 것은 뻔한 이치다. 어려운 현실 속에서 일평생 성실하게 진리를 실천해 나가는 사람은 퍽 드물다. 진실한 생활 체험을 예술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사람은 더욱 희귀하다. 우리는 밀턴에게서 그런 희귀한 실례를 본다.

*가치 있는 작품의 조건이 되는 성실한 삶

그가 이탈리아 여행을 마치고 시칠리아 섬으로 떠나려 할 때, 본국에 내란이 일어났다는 소식이 있어, 그는 곧 본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오래 전부터 왕실과 의회 사이에 계속해 오던 알력이 마침내 정면충돌을 일으켰다.(왕권을 옹호하는 국왕 세력과 시민의 권리를 옹호하는 의회 세력의 충돌로 일어난 영국 시민 혁명을 가리킨다. 의회 정치 발달의 기초를 확립한 계기로 평가받는다.) 그때의 심정을 밀턴은 다음과 같이 기록하고 있다.

"동포가 자유를 위해서 싸우고 있는데, 이렇게 쾌락을 위해서 외국에 여행하고 있다는 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라 생각했다."

언제나 양심의 명령대로 움직이는 밀턴의 면목이 여기에 여실히 나타나 있다.

*양심에 따라 행동한 밀턴의 삶

밀턴은 이 작품 속에다 그의 지식과 학문과 사상과 신념뿐만 아니라, 그의 감정, 특히 왕정복고 이후에 그가 겪은 가지가지의 쓰라린 감정 ― 실망과 분만, 권세에 대한 반항과, 아첨에 대한 멸시, 하느님의 사명을 다 하지 못한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과 회한 ― 요컨대, 그의 인생 전체를 털어 넣었다. 뿐만 아니라 밀턴은 이 한 편의 시를 쓰기 위해서 일생을 살고 싸우고 고민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밀턴이 자신의 성실한 인생 체험과 그의 모든 감정과 바람을 담아 '실낙원'을 썼다는 의미이다. 밀턴의 최선을 다하는 삶의 자세와 '실낙원'의 높은 완성도를 짐작할 수 있다.) 그 결과, "실낙원"은 그가 예언했던 대로 불후의 작품이 되었다. 밀턴은 양서(良書, 내용이 교훈적이거나 건전한 책)를 정의하여 "생명을 넘어 생명으로 길이 전하고자, 대가(大家)의 생명 고혈(膏血)을 향약(香藥, 향기로운 약품)으로 처리하여 보존한 것"이라 말했는데, 이 말은 그대로 그 자신의 책의 성질을 설명한다.

*밀턴이 삶을 쏟아 탄생시킨 '실낙원'

지식을 전하는 책은 지식이 발달함에 따라서 잊혀지지만, 진실한 사상과 보편적인 감정을 표현하는 문학은, 그 생명이 영구하다. 다만, 그런 사상과 감정은 밀턴의 경우에서처럼 성실하고도 열렬한 인생 체험에서만 우러나올 수 있다. 러스킨(영국의 미술 평론가, 1819~1900)은 그러한 진리를 다음과 같이 웅변적으로 말하고 있다.

책을 쓰는 사람은 '이것을 진실하고도 유익하다.' 또는 '유익하고도 아름답다.'라고 스스로 생각하는, 말해야 할 그 무엇을 가진다.  <중략>  그는 그것을 영원히 기록하고 싶다. 될 수만 있으면 바위에 새겨 두고 싶다. 이렇게 말하면서 ―― "이것이 나의 최선이다. 그 나머지는 나도 남들처럼 먹고 마시고 사랑하고 미워했다.(자신이 한 인간으로서 남들과 똑같이 살아왔지만, 자신의 작품 '실락원'은 가장 가치 잇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이라는 뜻이다. 자신의 문학 작품에 대한 신뢰가 드러나는 부분이다.) 나의 인생은 수증기처럼 사라지고, 이제 아무것도 없다. 그렇지만, 이것만은 나의 눈으로 보았고, 나의 마음으로 알았다. 나에게서 그 무엇이 가치 있다면, 이 책이야말로 당신들이 기억해 줄 만한 가치 있는 나의 일부다."

*영구적인 생명을 가진 문학 작품의 특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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