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1935) -김동인-
이해와 감상
이 글에서 글쓴이는 별에 대한 상념을 통해 현재 삶의 방식을 성찰하고 있다. 이러한 성찰의 바탕이 되고 있는 것은 글쓴이가 어릴 적 가졌던 순수한 동경과 청년 시절 품고 있던 정열과 흥취를 지금은 모두 상실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반성이다. 그런 면에서 별은 글쓴이에게 성찰과 반성의 계기를 제공한다고 할 수 있다. 한편으로 별은 글쓴이가 회복하고 싶은 가치 자체를 상징하기도 한다. 별은 흔히 동경과 이상을 상징한다. 이 글에 인용된 "별 하나, 나 하나 ~"와 같은 동요는 이러한 별의 이미지를 잘 보여 준다. 나이가 들면서 동경과 이상을 잃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은 흔히 이 글에서처럼 더 이상 별을 쳐다보지 않는 모습으로 표현되곤 한다. 그러나 이 글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이 같은 관점을 현대 도시인의 생활에까지 확대 적용함으로써 현대인과 현대 문명에 대한 비판으로 나아가고 있다.
요점 정리
◆ 갈래 및 성격 : 경수필, -신변잡기적 · 성찰적 · 비판적-
◆ 특징
* 자신에 대한 성찰과 반성을 현대인의 삶에 대한 비판으로 확대함.
◆ 주제 : 동심과 열정을 지니고 있던 시절에 대한 그리움과 현재에 대한 반성
◆ 출전 : <조선문단>(1935)
생각해 보기
◆ 일제 강점기와 도시화 현상
이 글의 글쓴이는 별을 보지 않게 된 원인으로 ① 생활 습성 ② 휘황한 도회지에 사는 탓 ③ 현 시대의 생활과 감정이 너무 복잡다단함을 들고 있다. 이것은 근대화의 한 측면이 도시화라는 사회 변동과 비슷한 점이 있다. 그런데 이 글의 시대적 배경은 일제의 가혹한 통치가 자행되던 일제 강점기이다. 이런 상황과 도시화 현상과의 관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사실 이때의 도시화는 일제의 식민 통치 정책의 일환으로 이루어졌다. 그래서 우리 민족의 생활 수준 향상과는 거의 무관했고 그 수준이 일반적 도시화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식민 통치하의 억압이라는 환경과 결합하여 작가들에게 부정적 정서를 유발하는 경우가 많았다.
◆ 이 글의 구조
이 글은 중심 소재인 '별'을 토대로 긍정적인 관계로 연상되는 대상과 부정적인 관계로 연상되는 대상이 서로 대응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긍정적 연상이 개인적인 것(여름날 뜰에서 별을 세어 나가던 목청, 중학 시대 음울한 소년의 탄식, 시적 흥취에 넘친 청년의 탄미)에 그치는 데 비해 부정적 연상은 개인적인 것(흥분과 감동을 잊음, 핑계를 대며 외면함)과 사회적인 것(고층 거루와 전등불, 현대인의 빽빽하고 기계적인 감정, 쌀알과 금덩이에 대한 욕심)을 함께 포함함으로써 확장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다.
작품 읽기
무슨 글자를 보느라고 옥편을 뒤지다가 별 성(星) 자를 보았다. 성 자를 보고 생각하는 동안 문득 별에 대한 정다움이 마음속에 일어났다. 별을 못 본 지 얼마나 오래인지 별의 빛깔조차 기억에 희미하다. 보려면 오늘 저녁이라도 뜰에 나가서 하늘을 우러러보면 있을 것이건만.(하늘과 별을 올려다보는 일에서 멀어져 마음의 여유 없이 메마른 채로 살아가는 글쓴이의 현재 생활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별을 오랫동안 보지 못한 것이 단순한 우연은 아니라는 뜻도 내포되어 있다.)
*별을 못 본 지 오래됨.
밤길을 다니는 일이 적은 나요, 그 위에 밤길을 다닌다 해도 위를 우러러보는 일이 적은 데다가 고층 거루(건물)가 즐비하고 전등불이 휘황한 도회지에 사는 탓으로 참 별을 우러러본 기억이 요연(窈然, 아득함)하다.(도회지에서 사는 글쓴이의 현재 습성을 드러내면서 글쓴이가 별을 바라보는 순수한 마음을 잃어 버린 것이 오래 되었음을 말해 줌.) 물론 그 사이에도 무의식적으로 별을 본 일이 있기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별을 본다.'는 의식을 가지지 않고 보았겠는지라 별을 의식한 기억은 까맣다.
*도시에 살면서 별을 보려는 마음이 없었음.
"별 하나, 나 하나, 별 둘, 나 둘, 별 셋, 나 셋."(전래 동요-별 헤는 소리)
여름날 뜰에 모여서 목청을 돋우며 세어 나가던 그 시절의 별이나 변함은 없을 것이며, 그 뒤 중학 시대에 음울한 소년이 탄식으로 우러러 보던 그 시절의 별이나 지금의 별이나 역시 변함이 없을 것이며, 또는 그 뒤 장성하여 시적(詩的) 흥취에 넘친 청년이 마상이(노를 젓는 작은 배)를 대동강에 띄워 놓고 거기 누워서 물결 소리를 들으면서 탄미하던 그 별과 지금의 별이 변함이 없으련만.(제시된 내용은 당시 평양의 일반적인 풍물로서 많은 문학 작품에 등장하는 이미지이다. 글쓴이의 출신 지역을 드러내 주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그 시절에는 날이 흐려서 하루 이틀만 별이 안 보이더라도 마음이 조조(躁躁, 조급함)하여 마치 사랑을 따르는 처녀와 같이 안타까워했거늘 지금 이렇듯 별의 빛깔조차 잊어 버리도록 오래 별을 보지 않고도 그다지 부족함을 느끼지 않고 살아 나가는 이 심경은 어찌 된 셈일까.
*동심과 열정, 시적 흥취를 잃고 살아감.
세상만사에 대하여 이젠 흥분과 감동을 잊었나. 혹은 별을 보고 싶은 감정이 생기지 못하도록 현대인의 감정이란 빽빽하고 기계적인 것인가.(동심, 열정, 이상에 대한 흥취를 잃으면서 별을 보지 않게 된 글쓴이 자신에 대한 성찰을 현대인의 일반적 속성에 대한 반성으로 심화시키고 있다.) 지금도 별을 우러러 보면 옛날의 그 시절과 같이 괴롭고도 즐거운 감동에 잠길 수가 있을까. 그렇지 않으면 전등만큼 밝지 못한 것이라고 경멸해 버릴 만큼 마음이 변했을까.
*흥분과 감동을 잃은 현대인에 대한 회의
지금 생각으로는 오늘 저녁에는 꼭 다시 별을 우러러보려 한다. 그러나 저녁이 되어도 그냥 이 마음이 그대로 있을지부터가 의문이다. 날이 춥다는 핑계가 있고 바쁜 원고가 많다는 핑계가 있고 그 위에 오늘이 음력 팔일이니 그믐 별이 아니고야 무슨 흥취가 있겠느냐는 핑계도 있고 하니 어찌 될는지 의문이다.
*별을 다시 볼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
보면 새고(생각이 나면 사라지고 없고) 안 보면 문득 솟아오르던 별. 저 별은 장가를 가지 않는가(글쓴이의 철없고 순진했던 마음) 하고 긴 밤을 지키고 있던 별. 내 별 네 별 하여 동생과 그 광휘를 경쟁하던 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언제 다시 잠 못 자는 한밤(동경과 흥취가 가슴을 채우는 어느 때)을 별을 우러러보며 새우고 싶다. 그러나 현 시대의 생활과 감정이 너무 복잡다단함을 어찌 하랴. 별을 쌀알로 보고 싶을 터이며 달을 금덩이로 보고 싶을 테니까(물질적 욕망을 벗어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감정으로는 본다 한들 아무 감흥도 없을 것이다.
*별을 우러러보고 싶은 마음과 그렇게 하지 못하는 현대인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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