곡자(哭子) -허난설헌-
[ 이해와 감상 ]
어린 아들과 딸을 잃어 버린 어머니의 말할 수 없는 슬픔을 그려낸 한시이다. 작가 허난설헌이 자식들을 떠나보낸 후 피눈물 나는 슬픔을 노래하고 있는 작품으로, 젊어서 딸과 아들을 연이어 잃고 자식의 무덤 앞에서 그 슬픔을 곡진하게 노래하고 있는 한시이다. 시에서 광릉 땅이 슬프다고 한 이유는 죽은 두 아이의 무덤이 광릉에 있기 때문이다. 무덤 앞에서 종이돈을 태우며 명복을 빌고, 두 아이가 혼백만이라도 꼭 붙어 다니며 이승에서 다하지 못한 정을 나누기를 바라는 마음을 전하는 화자 모습에서 극한의 슬픔과 안타까운 모정을 읽을 수 있다.
* 1~2행 → 시 창작의 동기
* 서러워라 서러워라 광릉 땅 → 감정이입된 표현
* 사시나무 ~ 빛나네. → 배경과 화자의 쓸쓸한 심회가 반영됨. 사시나무, 송추(소나무와 가래나무)는 전통적으로 무덤 주변에 심는 나무임.
* 종이돈 살라 너희 넋을 부르며 → '제망매가'를 연상케 함.
* 무덤에 술잔 따르며 제를 올리네. → 명복과 축원
* 황대사 → 당의 장회태자 현이 지은 노래로 '황대과사'라고도 함.
[ 정리 ]
◆ 형식 및 갈래 : 한시(5언 고시)
◆ 특성
* 영탄적 어조
* 추모적 · 비극적 · 애상적 성격
* 화자의 처지와 관련한 고사를 인용하고 있음.
* 자식을 가슴에 묻은 어머니의 슬픔과 한을 특별한 비유나 수식 없이 직설적으로 드러냄.
◆ 구성
* 1~2행 : 두 자식을 잃은 화자의 처지
* 3~6행 : 무덤 주변의 쓸쓸한 풍경과 심회
* 7~10행 : 죽은 자식들의 혼을 위로하는 화자
* 11~14행 : 극한의 슬픔을 토로하는 화자
◆ 주제 : 자식을 잃은 슬픔과 한
[ 참고 ]
◆ '곡자'에서 화자의 정서를 형상화하는 다양한 방법
슬프고 슬픈 광릉 땅이여 | 반복과 영탄을 통해 고조된 화자의 슬픈 정서를 드러내고 있다. |
사시나무엔 쓸쓸한 바람 불고 / 숲속 도깨비불 희미하게 빛나네. | 쓸쓸한 배경 묘사를 통해 화자의 상실감을 밝히고 있다. |
지난해~ / 올해~ / 종이돈 살라~ / 무덤에 술잔 따르며~ | 일어난 사건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진술하면서 화자의 처지와 상황을 드러내고 있다. |
비록 아기를 다시 가졌다고 한들 | 떠나보낸 자식과 다시 생긴 자식 사이에서 느껴지는 아련함과 슬픔을 이야기하고 있다. |
황대사르 읊조리다 / 애끓는 피눈물에 목이 메는구나. | 자신의 상황과 관련이 있는 고사를 인용하면서 절절한 심정을 토로하고 있다. |
◆ 황대사
중국 당나라 고종 때의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이다. 당 고종에게는 여덟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위로 넷은 측천무후의 소생이었다. 고종은 맏이인 홍(弘)을 태자로 삼았으나, 계후(繼后)가 홍을 시기하여 독살한다. 그러자 고종은 둘째 아들인 현(賢)을 태자로 세웠고, 수심이 많아진 현은 이 노래를 지어 악공에게 부르게 하였다. 그는 이 노래로 임금과 계후의 깨달음을 얻으려 했으나 그도 결국 쫓겨나 죽고 말았다. 이 노래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황대 아래 외 심으니 / 주렁주렁 외가 익네. / 첫 번째 외는 좋다고 따내고 / 두 번째는 아직 여리다 솎아 내고 / 세 번째는 맛이 좋다 또 솎아 내고 / 네 번째는 덩굴째 걷어 가네.
◆ 천재 여류 시인 허난설헌
허난설헌은 1563년(명종 18) 당대의 석학인 동지 중추부사 초당 허엽의 셋째딸로 태어났다. 본명은 초희(楚姬)였다. 잘 알려진 난설헌(蘭雪軒)은 그의 호이며 1577년(선조 10) 김성립과 결혼했으나 부부 사이는 원만하지 못했다고 한다. <홍길동전>의 저자로 유명한 허균은 바로 그의 동생이며, 오라버니인 허성과 허봉 또한 뛰어난 문장가이니 가히 당대의 명문이라 할 것이다. 허엽과 함께 4자녀는 강릉의 5대 문장가로 불리어지고 있다.
특히 난설헌은 규수시인으로 이름이 나서 황진이 · 신사임당과 함께 '삼대 여류시인'으로 꼽히기도 한다. 난설헌은 천품이 뛰어나고 아름다운 용모를 타고나 어렸을 때에는 여신동(女神童)이라고까지 하였으며, 8세에 광한전 상량문을 지었을 정도이다. 어려서 동생의 재능을 알아본 오빠(허봉)의 배려로 글을 배우기 시작했으며, 시인 이달에게 사사(師事)하여 일찍이 천재적인 시재(詩才)를 보였다.
아버지가 객사하고 오빠 허봉이 정치적인 이유로 귀양 후 방랑하다 객사하였으며, 어머니도 병으로 객사하였고, 아들과 딸을 일찍 잃고 죽기 얼마 전에는 뱃속의 아기까지 잃는 등 불행한 일도 많이 겪었다. 난설헌은 몰락해 가는 집안에 대한 안타까움과 자식을 잃은 아픔, 부부간의 금슬이 좋지 못함과 고부간의 갈등, 그리고 사회의 여성에 대한 억압 등을 창작으로 승화시켰다. 이와 같은 비극의 연속으로 삶의 의욕을 잃고 시작(詩作)으로 우울한 나날을 보내던 난설헌은, 1589년(선조 22) 3월 27일, 27세를 일기로 요절하였다.
동생 균이 명나라 시인 주지번에게 전달한 작품 일부가 중국에서 <난설헌집>으로 발간되어 격찬을 받았으며, 또한 일본의 분다이야지로에 의해 일본에서도 간행되었다. 그의 작품에는 유선시(遊仙詩) · 규원가(閨怨歌) 등과, 사랑하는 두 아이를 잃고 뱃속에 든 태아까지 잃은 애절한 아픔을 노래한 곡자(哭子) 등이 있다. 불행한 자신의 처지를 시작으로 달래어 섬세한 필치와 여인의 독특한 감상을 노래했으며, 애상적 시풍의 특유한 시세계를 이룩하였다.
가난한 집 아씨는 열심히 옷을 만들어도 그 옷의 주인이 되지 못한다면서 사회의 불공평을 표현하였고, 아버지 허엽이 화담 서경덕에게 배운지라 도교의 영향을 받기도 했고, 서자 출신인 스승 이달의 불행한 처지를 알고 동생 허균과 함게 서출의 서러움을 충분히 이해하기도 하였다. 주옥 같은 200여 편의 시를 남겼으며, 많은 작품을 생전에 태워 버렸으나, 세상을 떠난 후 동생 허균이 이전에 베껴놓은 것과 기억에 남은 것을 모아 <난설헌집>으로 펴내 지금까지 전한다.
[ 교과서 활동 다지기 ]
1. 이 시의 화자가 처한 상황과 그 심정을 파악해 보자.
상황 | 어디서 | 무엇을 | 어떻게 |
일찍 죽은 어린 자식들의 무덤 앞에서 | 무덤에 술잔을 따르며 제를 올림. | 종이돈을 살라 넋을 부르며 황대사를 읊조림. | |
심정 | 슬픔, 상실감, 그리움, 죄책감 등. |
2. 이 시에서 화자의 정서를 어떻게 형상화하고 있는지 파악해 보자.
* 시상 전개 → 광릉 땅에 있는 자식들의 무덤을 찾아 제를 올리는 화자의 행동과 심정을 시간적 순서에 따라 서술하고 있다.
* 표현 방법 → 반복과 영탄을 통해 슬픔의 정서를 드러냄. 배경 묘사를 통해 쓸쓸한 심정을 드러냄. 화자의 처지와 관련된 고사를 인용함.
3. 다음은 '황대사'에 관한 설명이다. 이를 바탕으로 시에 '황대사'를 인용한 이유를 생각해 보자.
당 고종은 아들이 여덟 명이었는데, 위로 넷은 천후(天后)의 소생이었다. 맏아들인 홍(弘)을 태자로 삼았으나 계후(繼后, 두 번째 왕비)가 시기하여 그를 독살했다. 고종은 둘째인 현(賢)을 태자로 세웠으나 현은 수심에 가득 차 말이 없었다. 어느 날 현은 '황대사'를 지어 악공에게 부르게 하여 자식을 지키지 못한 아버지의 책임을 깨닫게 하려 했으나 그도 결국 쫓겨나 죽고 말았다. |
→ 계후의 시기로부터 자식을 지키지 못한 당 고종의 책임을 이야기하는 '황대사'는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화자의 상황과 연관된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자신이 자식을 죽인 상황은 아니더라도, 자식을 지키지 못한 어머니로서의 한을 나타내기 위해 '황대사'를 인용했을 것이다.
4. 다음은 자식을 잃은 슬픔을 노래한 시이다. '곡자'와 비교하여 어떠한 표현 방법들이 더 사용되었는지 찾아보자.
유리에 차고 슬픈 것이 어른거린다. 열없이 붙어 서서 입김을 흐리우니 길들은 양 언 날개를 파닥거린다. 지우고 보고 지우고 보아도 새까만 밤이 밀려 나가고 밀려와 부딪치고, 물먹은 별이, 반짝, 보석처럼 박힌다. 밤에 홀로 유리를 닦는 것은 외로운 황홀한 심사이어니, 고운 폐혈관이 찢어진 채로 아아, 늬는 산새처럼 날아갔구나! -정지용, '유리창 1' |
→ 정지용의 '유리창1'에는 '곡자'에 쓰인 반복과 영탄 외에도 비유법, 역설법 등의 다양한 표현 방법이 사용되었다.
5. 다음 <조건>에 따라 이 시의 화자를 위로하는 문자 메시지를 써 보자.
<조건> * 자연물에 빗대어 마음을 표현한다. * 내용에 어울릴 만한 배경 음악을 덧붙인다. * 배경 화면에 사용할 그림을 찾아본다. |
→ (예시) 추운 겨울을 이겨낸 나무만이 봄에 아름다운 꽃을 피웁니다. 지금의 시련을 잘 견뎌 내면 뱃속의 아이가 태어나 예쁜 꽃처럼 당신을 기쁘게 해 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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