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 벽 루(浮碧樓) - 이색-
[ 이해와 감상 ]
이 작품은 고려말의 문신이었던 작가가 고구려 동명왕의 전설이 깃들어있는 평양 명승지인 부벽루에서 지난 날의 영화롭던 시대를 회상하며 읊은 노래이다.
그 옛날 찬란했던 고구려의 모습은 사라지고 퇴색한 자취만이 남아있는 그곳에서 작자는 인간의 역사와 삶과 부귀 등에 대한 무상감을 맛본다.
빈 성터와 한조각의 달, 그리고 이끼 낀 주춧돌에서 지난 세월의 깊이가 묻어나고 있으며, '산'과 '강'은 유한한 인간의 모습과 대조적으로 나타나 주제를 강조하고 있는 소재로 시의 배경을 이룬다.
그러면 그가 이 시를 지은 동기는 이러한 회고적 정서에 그치는 것인가?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여기서 우리는 시인이 막연하게 옛 왕조의 자취를 읊기보다 위대한 건국 영웅이었던 동명왕의 일을 노래한 점에 주목하게 된다. 이 당시 고려는 원(元)나라의 오랜 침략을 겪고 난 뒤여서 국가적으로 극히 쇠약한 형편이었는데, 시인은 이러한 시대 상황 속에서 고구려의 웅혼한 역사를 일으킨 동명왕의 위업을 다시금 생각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현재의 시간에서 과거로 소급해 올라가는 한편, 과거의 역사를 통해 다시금 현재를 비추어 보는 양면적 시각을 내포한다고 하겠다.
[ 핵심 정리 ]
◆ 형식 : 한시. 5언 율시
◆ 성격 : 회고적, 애상적, 서정적, 충의적
◆ 표현
* 자연의 영원함과 인간 역사의 유한함을 대비시키면서 쓸쓸한 감회를 자아냄.
(달, 구름, 산, 강 등의 소재를 활용함)
*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함.
* 대구와 대조법
* 감정의 직접적 노출을 억제하고, 소재의 묘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드러냄.
◆ 구성
* 수련 : 부벽루에 오름.
* 함련 : 부벽루에서 조망함.
* 경련 : 과거에 대한 회상
* 미련 : 자연의 변함없는 모습
◆ 주제 : 부벽루에서 지난 역사의 회고와 삶의 무상감, 고려 왕조의 국운 회복에 대한 소망
◆ 출전 : <목은집>
◆ 어구풀이
* 영명사 → 평양 금수산에 있는 절 이름. 고구려 광개토왕이 지은 아홉 절 중의 하나라고 전해짐.
* 부벽루 → 평양 모란봉 아래 대동강변에 위치한 누각으로,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하다 해서 붙여짐.
* 텅 빈 옛 성터 → 피폐해지고 쇠락하기 시작한 고려 후기의 시대적 현실을 반영함.
* 조천석 → 기린굴 남쪽의 큰 바위 이름
* 기린마 → 고구려 동명성왕이 타고 하늘로 올라갔다고 전해지는 상상의 말
* 천손 → 하늘의 후손으로, 고구려의 동명왕을 이름.
천손과 기린마는 부재의 대상으로 화자의 상실감을 드러냄.
* 휘파람 → 쓸쓸하고 허무한 정서를 환기하는 청각적 소재임.
* 오래된 조천석 위에 천 년의 구름이 흐르네.
→ 오래 된 돌에서 세월의 흐름을 느낌. 시간의 흐름을 시각적 이미지로 표현함.
* 산은 예전처럼 푸르고 강물만 끊임없이 흘러가는구나.
→ 변함없는 자연의 영원한 모습을 통해 인간 역사의 유한함과 자신의 쓸쓸한 심정을 표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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