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각시
본 문
어떤 사람(민담의 주인공, 평범한 인물=농부)이, 논에 물을 보러 가니까, 삽으로 논 수멍(논에 물을 대기 위해 뚫어 놓은 구멍)을 콱 찍으면서,
"이 농사를 져다 누구하고 먹나?"(외로운 처지를 한탄하는 말)
이러니까,
"나하고 먹지, 누구하고 먹어."
그래, 이상해서 또 한 번 콱 찍으며,
"이 농사를 져서 누구하고 먹나?"
이러니까,
"나하고 먹지, 누구하고 먹어."
그래, 거기 아무것도 없고 달팽이 한 마리만 주먹만한 게 있어. 그걸 주워다가 물두멍(물을 길어 부어 놓는 큰 가마나 큰 독)에다 놓더니 어디 갔다 오면 밥을 해 놓고 밥을 해 놓고 …….(현실계와 비현실계를 넘나듦)
그래, 한 날은 (숨어서 모습을) 지키니까는 색시가 하나 나오더니 해를 이래 ― 보더니(농부가 돌아올 시간을 가늠해 보더니) 그만 밥을 해서 상을 차려 들어가려고 하는 놈을 꽉 붙드니까,
"아이, 사흘만 있으면 임자하고 백년해로할 텐데, 그런 사흘을 못 참아서 이별 수(數)가 있다."고 하더라는 거여.(금기 제시)
그래, 인제 있는데(구어체), 참 얼마나 이쁜지 당체 나무도 못 하러 가고, 뭐 오금(뒷무릎)을 못떼 놔. 나무를 하러 가도 곁에다 갖다 세워 놓고는 나무를 하고 …….
그래, 하도 그러니까는, 하루는 화상(畵像)을 그려 주며 가는 거여. 나무에다, 화상 그려 준 걸 나무에다 걸고서는 나무를 좀 깎다 보니까 난데 없는 회오리바람이 불면서, 아 그걸 훌떡 걷어 갔단 말여.(농부와 달팽이 각시가 헤어지게 될 사건에 대한 복선의 구실을 함.)
▶ 달팽이 각시와 가난한 농부의 만남과 혼인 및 위기
그래 가지곤 어느 나라에 갖다 던졌는지, 그 나라 임금(부부에게 시련을 주는 지배층의 상징)이 그 화상을 주워 가지고,
"아 요 사람, 어서 가 찾아 오라."고,(서민층에 대한 지배층의 침탈행위)
그래, 사 ― 방에 인제 광고를 했지. 그 화상 가지고 다니며 찾는데, 한 군데 가니까, 참, 집이 하나 외딴집이 있는데 조그맣게, 그래, 그 집에 새댁, 그 새댁이 똑 그 화상 같더래. 그래, 그만 데리고 왔지 응. 그래, 데리고 왔는데, 생전에 온 그 날부터 그러니까 웃는, 그 임금의 아낙이 돼도 웃는 법을 못 보거든.
임금이,
"아이, 당신은 대체 사람도 내 사람이요, 만물이 다 내 거여. 그런데 무엇이 부족해서 생전에 웃는 걸 못 보겠느냐."고.
"나를 거지 잔치를 한 서너너덧 달 해 주면 그렇게 거시기할(웃을) 거라."고.(심청전의 '맹인 잔치' 화소를 차용하여 이야기를 흥미롭게 꾸밈. 부부상봉의 계기)
"아! 까짓 뭐, 거지 잔치 그까짓 뭐. 서너너덧 달 못 해 주겠느냐."고.
"일 년이라도 다 ― 해 줄 수 있다."고.
그래, 인제 거지 잔치를 했는데, 아이, 한 날 거지가 지나가도 그 남자가 안 와.
▶ 임금이 달팽이 각시를 침탈함.
한 날 인제 맨 끄트머리 들어오는데, 쥐털 벙거지에 새털 날개에, 그래 입고서는 들어오는데, 그렇게 쥐털 벙거지에 새털 날개를 했는데(초라한 농부의 외양), 아주 옷이 그만 다 떨어져서, 그만 그러니까, 그만 새털이 됐지 뭐, 새털. 그러니 아, 그걸 보고 (여자가) 아주 박장대소를 하고 웃었어.
이 임금이 앉았다가,
"야! 저, 저렇게 웃으니 내가 저걸 쓰고서는 한 번 더 할 거라."고.
"그걸 벗어 노라."고.
그래서 그걸 입고서는 춤을 추고 돌아가니까, 깡통을 차고, 그 사람매루 깡통을 두드리고 돌아가니까, 그 여자, 한참 웃더니, 갑자기
"아, 저, 저놈 저기 잡아 내라."고.
아 그래, 그래 그만 잡아 내라니, 그만 잡아 내라고 하니, 그만 쫓겨나고, 내쫓아 버리고.
아, 그 남자 그, 그만 용상(龍床)에 그만 올라앉아 그만 임금님이 되고, 정작 임금은 떨려 나가 버리고…….(이야기의 재미를 위하여, 진짜와 가짜가 서로 바뀌는 '옹고집전'의 이야기를 삽입한 것임.권선징악적 주제가 구현됨.)
▶ 부부의 재회와 농부의 극적인 신분 상승
-1980년 충남 대덕에서 윤민녀 구연 / 박계홍, 황인덕 채록
작품 정리
◆ 갈래 : 구비문학, 설화(흥미 본위의 민담), 대중적, 오락적
→ 나중미부(螺中美婦) 설화, 관탈민녀형 설화
◆ 구성
1단계 : 가난한 농부와 달팽이 각시의 혼인
2단계 : 임금에 의한 아내의 침탈(부부에게 닥친 위기)
3단계 : 부부의 재회 및 농부의 극적인 신분 상승(행복한 결말)
◆ 표현 : 구어체와 설화체(이야기체) → 구술 과정을 그대로 채록하였기 때문에 앞뒤 내용의 연결이나 사건의 인과관계가 긴밀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 또한, '그래, 아' 등과 같은 불필요한 연결사가 많고, 중복되는 표현도 자주 나타난다.
◆ 주제 : 지배 계층과 피지배 계층의 대결, 서민들의 소박한 꿈의 실현
→ 달팽이 각시 설화에는 아름다운 여인을 아내로 맞이하여 행복하게 살아가고자 하는 서민들의 소박한 소망이 반영되어 있다. 이 이야기에서 달팽이 각시를 빼앗아가는 '왕'은 권력을 바탕으로 그러한 꿈을 좌절시키는 인물로 악인의 전형으로 그려진다. 그렇지만 결국 지혜로써 왕을 몰아내고 부부가 다시 행복해지는 결말의 내용은 시련을 겪더라도 끝내는 행복한 삶을 얻을 수 있으리라는 서민들의 기대를 반영한 것이다. 또한, 결말에서 부부가 결국 왕과 왕비가 되는 과정을 통해 신분 상승에 대한 욕구도 투영하고 있다.
◆ 의의 : 구전되는 민담의 생생한 구연(口演) 자료
◆ 화소(모티프)
1. 거지 잔치 → 종교적인 차원에서의 적선의식(積善意識)을 표방하여 총각과의 만남을 기원하는 매개적 수단으로 볼 수 있음. 고전 소설 <심청전>에서, 왕후가 된 심청이가 맹인 잔치를 통해 아버지를 만나게 되는 모티프와 같은 맥락이다. 새댁의 원래 남편이 거지가 아님에도 '거지 잔치'를 해서 그를 찾겠다는 것은 <심청전>의 '맹인 잔치'의 영향으로 보인다.
2. 임금과 농부의 처지가 뒤바뀌는 것 → 서민의 극적인 신분 상승으로 '왕자와 거지 이야기'와 동일한 화소이다. 이야기의 흥미를 위해서 진짜(임금)와 가짜(거지)를 서로 바꾸는 이러한 화소는 <옹고집전>에서 '진짜'가 '가짜'에게 당하는 부분과 서로 통한다.
◆ 화소란?
'화소'란 이야기를 이루는 독립된 요소를 일컫는 말이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어머니는 화소가 될 수 없으나, '장화홍련전'에 등장하는 포악한 계모는 화소가 될 수 있다. 이처럼 화소는 특이하고 인상적인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어, 쉽게 기억되며 그 형태는 쉽게 변형되거나 깨지지 않는다. 모든 이야기는 화소를 기점으로 하여 사건이 형상화되고, 이 사건을 진술하여 이야기가 진행된다. 짧고 간단한 이야기는 하나의 화소로 이루어지지만, 길고 복잡한 이야기는 수많은 화소를 포함하고 있다.
생각해 보기
◆ 이해 및 감상
구비문학은 말로 전승된다. 말로 전승된다는 것은 기억에 의존하여 재연되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기억의 편리를 위하여 단일 화소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많다. <달팽이 각시> 이야기에는 여러 가지 화소들이 한데 얽혀 있다. '사람으로 변한 동물', '평범한 남자와 고귀한 여자의 결합', '지배자에 의한 서민 침탈', '서민의 극적인 신분 상승' 등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 요소들을 통해 이 설화는 '예쁜 아내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꿈'을 드러내며, '그러한 소박한 꿈을 깨뜨리려 하는 험한 세상'을 확인하고, '그럼에도 행복한 삶이 결국은 성취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나타내고 있다. 그리고 이 작품에는 비현실적인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고, 사건 전개상 앞뒤가 잘 맞지 않는 부분도 있다. 그렇지만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허구의 환상을 전제로 하여 흥미 본위로 구성되어 온 민담이라는 사실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또한 전승과정에서 다른 양식의 영향을 받았음도 고려할 부분이다. 구비문학은 이렇게 이야기가 전승되는 동안 이야기의 변형과 확장이 이루어진다. 이러한 사실에 비추어 볼 때, 이야기꾼은 단순히 이야기의 전달자에 국한되지 않고, 창조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작가로 볼 수 있다.
◆ 소재의 상징성
이 설화에서 크게 차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마지막 부분에 나타난 '용상(龍床)'을 이야기하기로 하자. 용은 권위와 조화에 초능력을 지닌 상상적 동물로서 수신(水神)으로서 지상계의 '비'를 관장한다. 그러므로 제왕의 다스림이 절대적으로 요구되는 농경 사회에서 왕과 용은 자연스럽게 결합되었다. 이규보는 <동국이상국집>에서 "용이 기운을 토하여 구름을 만들었으므로 구름도 영괴(靈怪)하고, 용은 그 구름을 탐으로써 신묘함을 부린다."고 하였다. 이러한 용은 임금과의 동질감이 점점 확대됨에 따라 그 권위로써 임금을 나타내는 데에 많이 쓰였다. 즉, 임금의 얼굴은 용안(龍眼)으로, 임금의 평상은 용상(龍床)으로, 임금의 옷은 곤룡포(袞龍袍)로 나타낸 것이 그것이다. 특히 임금의 즉위를 용비(龍飛)라고 하는데, <용비어천가>의 제목은 바로 이성계의 등극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며, '해동 육룡'은 바로 조선 태조 이성계와 그의 조상들을 의미하는 것이다. 입신 출세를 의미하는 '용문에 올랐다(등용문)'라는 말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 <달팽이 각시 설화>에 담긴 금기
달팽이 각시가 '사흘만 있으면 임자하고 백년해로할 텐데, 그런 사흘을 못 참아서 이별 수가 있다.'라고 말한 것에서 금기의 제시와 파괴를 찾아볼 수 있다. 이렇게 부부가 금기를 파괴함으로써 이별이라는 불행이 나타난다.
교과서 학습 활동 풀이
1. 이 이야기와 오늘날의 소설의 차이점을 다음 측면에서 말해 보자.
* 이야기의 구조와 관련하여 → 이 이야기에는 여러 가지 화소들이 한데 얽혀 있다. 이는 이야기의 재미를 위하여 '달팽이 각시' 이야기를 기본 줄거리로 하여 여기에 다른 이야기들을 덧보탰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화의 이야기는 같은 길이의 소설과 비교해 볼 때, 그 구조가 훨씬 단순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설화의 이야기는 순전히 기억에 의존하여 전달되기 때문에 단순하지 않지 않으면 안 되는 것이다.
* 이야기의 창작 주체와 관련하여 → 최초의 이야기는 어느 개인의 창작임에 틀림이 없다. 그러나 이야기가 전승되는 과정에서 다른 이야기가 덧보태지기도 하고, 일부 이야기가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이러한 이야기의 전승 과정에서 변형과 확장의 주체는 구연자인 이야기꾼이다. 이야기꾼은, 상상력을 발휘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내는 오늘날의 직업적인 소설까와는 구별되지만, 이야기의 전달자로 국한되지 않고 창조적인 작가의 역할도 수행한 것으로 볼 수 있다.
* 이야기의 전달 방법과 관련하여 → 기록 문학으로 존재하는 소설과 달리, 이야기는 말로 전승된다. '말은 보태고 떡은 뗀다.'라는 속담처럼 이야기는 옮겨지는 과정에서 보태지기도 하고 떨어져 나가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달되는 유형의 문학을 구비문학이라고 한다.
2. 이 작품의 화소를 중심으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이 이야기 속에 들어 있는 화소들을 분석해 보고, 동일한 화소로 이루어진 이야기들을 아는 대로 적어 보자.
→ 이 이야기는 '우렁각시' 유형에 속하는 민담으로, 이 이야기에는 여러 가지 화소들이 한데 얽혀 있다. '사람으로 변한 동물', '평범한 남자와 고귀한 여자의 결합', '지배자에 의한 서민 침탈', '서민의 극적인 신분 상승' 등이 그것이다. 이 이야기의 기본 골격은 동물이 사람으로 변하는 '평강공주와 바보 온달 이야기, 지배자가 서민의 아내를 빼앗는 '도미의 처' 이야기, 서민이 위기를 극복하고 높은 신분에 오르는 '왕자와 거지' 이야기 등이 덧보태져 이야기가 확장된 것이다. 이와 같은 이야기 요소들을 통해 이 설화는 '예쁜 아내를 만나 행복하게 살고자 하는 서민들이 소박한 꿈'을 드러내며, 그러한 '소박한 꿈을 깨뜨리려는 험한 세상'을 확인하고, 그럼에도 '행복한 삶이 결국은 성취될 수 있다는 기대'를 나타낸다. 그 외에도 이야기의 재미를 위하여 심청전의 '맹인 잔치'라든가 진짜와 가짜가 서로 바뀌는 '옹고집' 이야기가 삽입된 것을 볼 수 있다.
(2) 이 이야기의 화소 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하나 선택하고, 다음의 이야기 변형 방법을 참고하여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어 발표해 보자.
* 흥미를 위해 원작에 없는 내용을 첨가하거나 여러 이야기를 결함한다. → 거지꼴이 된 임금 대신에 자기 남편을 임금으로 삼았으나, 원래의 임금이 나서서 진짜 가짜를 가리는 시합을 하게 된다. 백성들의 형편 등 임금이 알아야 할 내용을 질문하여 가리게 되었는데, 임금의 직무에 소홀하고 백성의 아름다운 아내나 탐낸 진짜 임금은 맞추지 못하고, 달팽이 각시의 남편이 정답을 맞추어 백성들의 인정을 받는 임금이 된다. 원래의 임금은 자신의 과거를 뉘우치고 한탄하면서 유랑의 길을 떠난다.
* '새'를 '제비'로 바꾸는 경우처럼 다른 것으로 바꾼다. → 달팽이 각시를 거북이나 강아지 등으로 바꾼다. 또는 각시의 화상이 날아간 것이 아니라 각시의 옷자락 한 조각을 남편이 지니고 있다가 날아간 것으로 하고, 그것을 임금이 나 높은 벼슬아치가 주워서 그 향기에 반해 데려가는 것으로 바꾼다.
* '장자(長者, 부자)이야기'를 발음에 유추하여 '장씨 이야기' 등으로 바꾼다. → 달의 각시로 바꾼다. 아름다운 아내를 둔 농부가 있었는데, 어느 날 임금이 지나다가 아내를 빼앗았다. 대궐 안으로 들어간 아내는 아무것도 먹지 않고 달님에게 매일 남편을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했다. 그러다가 병이 나서 죽었는데, 하느님이 아내를 달에 올려 주었다. 남편은 매일 달을 바라보며 눈물 짓다가 죽어서 달맞이꽃이 되었다.
* 시대상을 고려하여 '창'이나 '활'을 '총'과 같은 것으로 바꾼다. → 임금을 재벌로, 화상을 사진으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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