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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줄거리/해설]타인의 방(1972)-최인호-

by 휴리스틱31 2021. 10.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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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방(1972)

-최인호-

 

● 줄거리

 

출장지에서 돌아온 그는 아파트의 초인종을 누른다. 아무리 눌러도 기척이 없어, 마구 두드리기까지 한다. 옆집 사람들이 나와 그를 의심한다. 이 집 주인이라 해도 믿으려 하지 않으며 언쟁을 벌이게 된다. 그에게도 열쇠가 있었지만 문은 당연히 아내가 열어 주어야 한다고 믿었던 것이다. 그는 열쇠로 문을 열고 실내로 들어선다. 실내는 어둡고, 아내는 친정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전보를 받았다는 내용의 쪽지를 남기고 외출했다.

 

혼자 남게 된 방에서 그는 심한 고독감을 느낀다. 아내로부터 더운 음식으로 대접받기를 기대했지만, 집안에는 음식조차 못 먹게 되어 있었다. 일주일 전의 날짜로 죽어 있는 시계의 날짜를 맞추고 찬 빵을 먹으며 연신 투덜거린다. 그리고 욕실에서 샤워를 한다. 아내가 사용한 뒤의 지저분한 것들을 치우고 면도를 하다 얼굴을 벤다. 그곳에 종이 딱지를 붙이자 마치 자신이 우표를 붙여 우송되고 있는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샤워를 마치고 음악을 들으며 소파에 길게 눕는다.

 

그러다가 화장대에 놓인 아내의 쪽지를 보며 문득 아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깨닫는다. 원래 그는 내일 돌아오기로 되어 있었다. 그러나 아내는 오늘 전보를 받았다고 써 놓았다. 아마 아내는 그가 출장 간 날부터 집을 비웠을 지도 모른다.

 

갑자기 모든 물건들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불안해진 그는 불을 켠다. 모두가 제자리에 얌전히 있다. 다시 불을 끈다. 그러자 온갖 사물들이 모의하는 소리를 낸다. 귀를 갖다 대면 얌전히 있다. 불을 켜고 모든 걸 샅샅이 확인한다. 모두들 그대로 있었지만 이미 어제의 그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는 술을 마시고 꽁초를 찾아 담배를 피운다. 안심이 되지 않아 집안 여기저기를 살펴본다. 그는 도처에서 환청을 듣는다. 이리저리 마구 뛰어다니며 물건들을 확인한다. 그러다 다리가 경직되어 오는 것을 느낀다. 스위치까지 가려다 온몸이 굳어 오는 걸 발견한다. 부활하는 듯한 자세로 직립한다.

 

다음 다음날 오후 한 여인이 이 방에 들어와 '새로운 물건'이 하나 있음을 발견한다. 며칠 간 이 물건을 보살피다가 별 소용에 닿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차리고는 다락의 잡동사니 속에 처넣어 버린다. 그녀는 다시 방을 떠나기로 작정하고 전과 같은 내용의 그 편지를 화장대 위에 남긴다.

 

 

● 인물의 성격

 

◆ 그 → 출장에서 돌아온 '그'는 자신의 삶의 근거를 이루고 있는 모든 것들에게 거리감을 느낀다. '고독하고 무력한 현대인'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임.

◆ 아내 → 남편이 출장 간 사이 쪽지를 남기고 외출한다.

 

● 구성 단계

 

◆ 발단 : 그가 출장에서 돌아오니 아내가 없다.

◆ 전개 : 아내는 친정 아버지가 위독하다는 메모를 남기고 외출했다. 그는 아내가 거짓말을 하고 있음을 직감한다.

◆ 위기 : 집안의 물건들이 살아 움직인다.

◆ 절정 : 그는 다리가 경직되어 방에서 도망갈 수 없다

◆ 결말 : 아내는 돌아와 새로운 물건을 발견하나 곧 싫증을 느끼고 다시 외출한다.

 

● 이해와 감상

 

 <타인의 방>은 현대인의 소외 의식을 다룬 심리주의 계열의 소설이다. 출장에서 돌아온 그는 자신의 방임에도 불구하고 우울하고 고독해 한다. 마침내는 주인공의 불안 심리가 자신의 방 내부의 모든 사물들에 투영되어 사물들을 움직이게 한다. 그의 주변에 있는 모든 사물은 이제 어제의 사물이 아니며 낯설고 불편할 뿐이다. 곧 타인의 방인 것이다. 그는 환경에 대하여 주인이 되지 못하는, 따라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으로부터 외면당하는 비애를 느낀다. 결국 주인공은 관계적 존재가 아니라 개체로서의 존재에 불과하다. 아내에게서도 이웃에게서도 인정받지 못하고 한낱 하나의 사물로 취급되고 있는 것이다.

 

 자기 정체성을 상실한 현대인의 소외의식과 그 비극을 다룬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이 소설에서 구체화되고 있는 문제는 한 개인 차원의 특이한 형태가 아니라 현대인의 정신 병리적 현상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인간적 유대가 없는 생존의 공간인 아파트라는 상징적 공간을 통해, 이웃과의 단절, 현대문명이 준 소외의식의 일단이 드러나고 있다.

 

 소설의 끝부분에서 그의 아내는 '새로운 물건'을 발견한다. 이것은 그녀의 남편일 수도 있고, 아니면 아예 낯선 어떤 물건 일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녀에게 있어서 집안의 존재들은 그저 '물건'이라는 점이다. 이것은 주인공과 가구 집기들과의 관계가 그러하듯이 아내와도 관계도 인간적인 관계가 아닌 낯선 관계, 불안한 관계라는 것을 의미한다. 그리고 가장 두려운 것은 이러한 상황이 반복된다는 점일 것이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심리주의 소설

◆ 성격 : 비현실적, 비판적

◆ 배경

* 시간적 → 현대

* 공간적 → 도시의 한 아파트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특징

* 현대인의 진실하지 못한 관계를 초현실주의적 기법으로 그림.

* 인간적 유대가 없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아파트라는 상징적 공간을 통해 나타내고 있음.

◆ 주제

* 현대인의 소외 의식과 현대 사회의 정신 병리적 현상

* 현대인의 고독과 물성화되어 가는 소외의 모습

◆ 출전 : <문학과 지성>(1971)에 발표됨.

 

 

● 생각해 볼 문제

 

1. 아파트(방)라는 공간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인가?

⇒ 아파트는 핵가족 단위의 현대 가족 제도의 문제가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공간이다. 그러면서 이웃과 단절되어 있다. 이 고립화된 공간은 결국 현대인의 고독과 단절, 소외의 상징 공간이 된다. 

 

2. 아내가 쓴 편지의 내용을 통해 아내의 행동 특성을 말해 보자.

⇒ 아내는 화자와 대조되어 있다. 화자가 왜소하고 열등하다면, 아내는 우월하게 그려져 있다. 아내의 우월은 '성적 비대함'으로 상징되는데, 아내에 비해 화자는 성적 열등감을 지니고 있다. 그런 면에서 아내는 물성화되어 있는 존재라고 할 것이다. 현대인의 물성주의와 성적 비대화는 아내에게 구현되어 있는 셈이다. 아내는 결국 성적 욕망의 과다에 빠진 현대인의 표상이라 할 것이다. 

 

3. 아내에게 '쓸모'는 어떤 용도에 해당될 경우를 말하는가?

⇒ 아내는 성적 욕망의 대상을 찾아 전전하는 존재다. 따라서 남편인 화자도 아내에게는 성적 도구로서만 쓸모가 있는 존재이다.

 

4. 이 작품의 소외의식은 어떤 양상으로 전개되는지 말해 보자.

⇒ 이 작품의 주제는 현대인의 소외의식이다. 이 소외는 우선 공간적으로 아파트가 지니는 상징성으로 드러난다. 이웃과의 단절이 그것이다. 아파트 안에서는 가족의 부재 상황으로 드러난다. 아내가 없는 공간인 아파트에서 화자는 사물들과 만날 수밖에 없다. 그리하여 사물들과 자신이 동일하다는 의식의 혼란을 겪는다. 그런 다음, 자신도 그런 사물과 마찬가지로 사물화되어 간다. 드디어 사물화된 화자를 아내는 다락방에 치워 버린다. 결국 현대인의 소외는 고독과 단절을 통해 물성화되어 버리는 단계에까지 이르고 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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