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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줄거리/해설]파편(1982)-이동하-

by 휴리스틱31 2021. 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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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편(1982)

-이동하-

 

● 줄거리

 

어느 겨울 저녁, '나'에게 전보가 날아든다. 그 전보에는 숙부가 사망했다는 내용이 담겨져 있다. 나는 어리둥절하고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숙부는 젊은 시절에는 알 수 없는 많은 일들을 했지만, 말년에는 침구사의 일에 흥미를 붙여 안정된 생활을 누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숙부의 장례에 참석하기 위해 회사에 이틀 간의 휴가를 신청한 뒤, 같이 가겠다는 아내를 떼어놓고 눈이 날리는 거리를 지나 밤차로 K시로 향한다. 버스 안에서 양주를 마시며 나는 회상에 잠긴다.

 

친일파였던 할아버지, 일본 유학까지 다녀온 엘리트였던 아버지, 그리고 서자이기 때문에 갖은 수모를 당하며 집안 하인들과 함께 생활했던 숙부로 구성된 가정은, 해방이 되자 급격히 몰락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떨어진 위세를 되찾기 위해 노력했지만 허사가 되고 만다. 더욱이 아버지는 공비가 되어 좌익 계열에 가담했기에 가정은 파탄이 나고 만다. 이러한 가정을 구한 사람은 군대에 자원 입대한 숙부였다.

 

어느 날 공비가 출현하여 마을들이 피해를 입고 면 주재소가 불탔는데, 이것이 아버지의 소행이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이에 흥분한 주민들이 어머니를 치욕스럽게 학대했다. 마침 휴가를 나온 숙부가 어머니를 구해 주었다. 그 후, 숙부는 상이용사가 되어 제대를 했다. 날마다 심해져 가는 몸을 살리기 위해 가슴속에 박혀 있는 파편을 꺼내기로 하지만 그 수술은 실패로 끝나고 만다. 이로 인해서 밝고 낙천적이던 숙부는 더욱 폐쇄적으로 변하고 만다. 주의의 권유에도 불구하고 숙부는 다시 수술을 받지는 않았다.

 

 

회상에서 깨어나 K시에 도착한 나는 어느 식당에서 국밥을 먹은 후 상가로 향한다.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썰렁한 상가가 나를 맞이하였고 숙부가 심장마비로 돌아가셨다는 말을 숙모로부터 전해 듣는다.

경찰이 와 사체를 검시하고 염하는 과정에서, 숙부의 가슴에 난 흉터를 보고 나는 악몽 같은 과거의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쓴다.

 

고인은 수술이 실패한 후, 이런 저런 사건으로 인해 네 번이나 감옥행을 하게 된다. 그리고 '나'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난 몇 해 후, 그는 어머니의 무덤 앞에서 오열을 한다. 그러면서 '나'에게 아버지의 기일(忌日)을 가르쳐 준다. 이 과정을 통해 '나'는 아버지의 죽음을 짐작하게 되고 또 그것이 숙부의 가슴에 남은 상처와 관련이 있음을 알게 된다.

 

고인의 유언에 따라 화장을 한다. '나'는 고인의 죽음과 화장으로, 과거의 끔찍했던 기억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하지만 화장이 끝난 후 숙부의 가슴에 깊숙히 박혀 있던 파편 조각을 손에 쥔 채 나는 심한 자괴에 빠진다.

 

● 인물의 성격

 

  → 과거의 아픈 기억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치는 인물

 삼촌 → 천덕꾸러기로 자랐으나, 인정이 많은 인물. 전쟁 참가 후 상이군인이 되었지만, 가슴속에 '파편'과도 같은 한을 가지고 산 인물

 아내 → '나'와는 달리 가족의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인물

 어머니 → 남편의 좌익활동으로 모진 세파를 겪는 비극적인 인물

 

 

● 구성 단계

 

 발단 : 사촌 종수로부터 '삼촌'의 부고를 전보로 전해 받은 나

 전개 : 아내의 동행을 만류하고 기어코 혼자서 기차를 타고 고향 마을로 내려감.

 위기 : 광복 후의 암울했던 가족사를 회상함.

 절정 : 화장터에서 삼촌의 몸에서 나온 '파편' 하나를 발견함.

 결말 : 돌아가신 삼촌의 몸에서 나온 '파편'을 보고 심한 부끄러움을 느낌.

 

● 이해와 감상

 

 1982년에 발표된 이 작품은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세대들이 이룩해 낸 분단 문학 중에서 수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숙부의 사망을 알리는 한 장의 전보로부터 시작된다. 그 전보에는 간명하게 숙부의 죽음을 알려 주고 있다. '나'는 그 전보를 받고 오랫동안 양치질을 하게 되는데, 이러한 '나'의 행동은 숙부와 관계되어 있는 과거의 끈질긴 기억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나'의 의식적인 행위와 연관이 된다. '나'가 벗어나고자 하는 끔찍한 기억은 바로 광복 후에 있었던 여러 가지의 일들과 관계되어 있다.

 

 친일파였던 조부는 광복이 되자 몰락의 길을 걷게 되고, 더욱이 아버지의 좌익 활동으로 인해 가정은 풍비박산이 나고 만다. 그 풍비박산의 과정 속에서 어머니는 씻을 수 없는 수모를 당하게 된다. 이러한 잊고 싶은 과거의 기억은 아내에게조차 말하지 못할 정도로 아직까지 '나'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 '나'는 비록 몰락의 과정에서 집을 구원한 사람이 숙부였다는 것을 알면서도, 숙부에게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데, 그것은 과거와 관련된 모든 기억을 잊고자 하는 나의 의식적인 태도에서 기인하는 것이다.

 

 

 과거에 대한 끔찍한 기억을 간직한 '나'가 과거와 결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같은 기억을 공유하고 있는 사람의 죽음을 목도하는 일이기에, 숙부의 죽음을 확인하러 가는 길은 과거와의 완전한 단절을 확인하러 가는 길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 작품의 묘미는 바로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나'가 숙부의 죽음을 확인하는 작업은 역설적이게도 그의 상처를 확인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숙부를 폐쇄적으로 만들었던 것은 그가 전쟁 때 입은 외상 때문이지만, 그것은 표피적인 것에 불과하다. 숙부는 그 외상과는 비교할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전쟁터에서 입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장면은 표면적으로 드러나고 있지는 않지만, '숙부'가 아버지의 기일을 '나'에게 알려 주는 것으로 암시된다. 이 과정 속에서 나는 숙부가 간직했던 '흉곽' 안의 '파편'을 발견하게 된다. 그것은 삼촌이 지금까지 껴안고 산 이물질인 동시에 여전히 남아 있는 분단의 상처를 암시한다. 삼촌은 그 분단의 상처를 온몸으로 감싸면서 그것을 극복하려 했지만, '나'는 그것의 기억을 끊임없이 은폐하려 한 것이다. 이런 '나'가 숙부의 몸에서 나온 파편을 보고 자괴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것은 엄연히 살아 있는 분단의 현실에 눈을 가리고 있었던 자신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이동하의 소설들은 소외된 자들의 고달픈 삶을 형상화한다든가, 실향과 도시화에 따른 변질과 타락, 또는 직장생활에서의 애환이나 그 반대의 기이한 에피소드를 담은 것 등 몇 가지 유형으로 정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그의 소설들의 주제의식은 더 넓게 퍼져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표면적으로 다양한 양태들을 망라해서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모든 양태들을 포괄하고 있는 삶의 본질적인 구도를 그려 보여주는 데에 쏠려 있다. 작가의 이 같은 관심은 그의 소설들이 사회적인 문제의식 따위를 전면에 내세워 일차적인 관심의 대상으로 부각시키지 않는다는 사실에서 확인된다.  본래적인 순수한 삶의 빛을 이 어두운 일상에 비춰주는 데에 문학의 소임이 있다고 볼 때, 이동하의 작품 세계는 순수문학의 소임을 대변하고 있다고 하겠다.

* 출처 : 글동산(문원각)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분단소설

◆ 배경

* 시간적 - 전쟁이 끝난 후 30여 년이 흐른 1980년대

* 공간적 - 서울, 경상도의 어느 지방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표현상 특징

* 언어를 극도로 자제하여 구성과 표현을 압축적으로 하고 있다.

* 결말이 미해결로 끝남으로써 독자의 상상력을 자극한다.

◆ 주제

* 여전히 남아 있는 분단의 비극과 그 상처

* 전쟁으로 인한 인간성의 황폐화

 

 

● 생각해 볼 문제

 

1. 숙부의 몸 속에 있던 '파편'의 의미는 무엇일까?

⇒ 숙부의 가슴에 남아 있는 파편은 '나'의 아버지가 남긴 것일 수도 있으며, 숙부 또한 '나'의 아버지의 죽음을 목격했을 수 있다. 그리고 스스로 죄책감에 시달린 숙부는 파편을 제거하는 수술을 거부한 채 결국 일생을 마쳤다. 따라서, '파편'은 숙부의 삶을 고려해보면 전쟁이 남긴 황폐한 흔적을 의미함과 동시에, 숙부의 입장에서 보면 전쟁 와중에 잃어 버린 인간성을 되찾고자 하는 의지라고도 볼 수 있다. 여기서 파편은 '전쟁이 남긴 황폐한 상흔'을 의미함과 동시에 '숙부의 잃어 버린 인간성 회복'과 관련된다.

 

2. 작품의 마지막 부분에서 '나'가 자괴의 감정을 가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 '나'는 과거의 기억을 외면하고 잊으려고만 했지만, 숙부는 그 과거의 아픈 기억과 죄책감을 온전히 가지고서 그것을 감당하면서 살았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의 심정 때문일 것이다. 숙부가 간직한 아픔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그것으로부터 회피만 하려던 자신의 삶에 대한 후회가 스스로를 부끄럽게 만든 이유일 것이다.

 

3. 유년기 전쟁 체험을 다룬 다른 작품들과 이 작품을 비교해 감상해 보자.

⇒ 6 · 25라는 민족의 가장 커다란 비극을 다룬 많은 작품들이 있다. 이러한 작품들을 흔히 '분단문학'이라고 한다. 하지만 '분단문학'은 단순히 '전쟁'이라는 소재적 차원에만 머무는 것은 아니다. '분단문학'은 분단이 야기한 민족의 비극을 소재로 삼으면서도, 그러한 분단 상황의 극복을 지향하는 문학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단순히 소재의 차원에만 한정되어 있는 '전쟁문학'과는 일정한 변별점을 지닌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유년기의 전쟁 체험을 다룬 '분단문학'은, 유년기의 아픈 기억을 간직한 '어린이'들이 그 아픔의 과정을 극복해 가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이때, 서술자는 어린이로 묘사될 수도 있고, 유년기의 상처를 경험한 어른으로 묘사될 때도 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윤흥길의 '장마', 김원일의 '어둠의 혼' 등이 있다. 이러한 작품들은 공통적으로 '어린 아이'가 '전쟁'으로 상징되는 커다란 '폭력'에 직면하여 겪게 되는 비극적 상처를 담고 있다.

 

4. 숙부가 재수술을 거절한 이유는?

⇒ 가장 큰 이유는 수술 중에 느꼈던 고통 때문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작품의 문맥으로 볼 때, 인위적으로는 제거할 수 없는 상처라는 사실을 삼촌이 알고 있었기에 수술을 거부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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