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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 해설]절정(絶頂) - 이육사 -

by 휴리스틱31 2021.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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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정(絶頂)
                                                                              -  이육사  -

 

 

 

 

해              설

 

[개관정리]

◆ 성격 : 의지적, 남성적, 저항적, 공격적, 상징적, 지사적

 표현 : 2행 대구의 간결한 시행

             '오다, 서다' 등의 부정법 시제의 조화

              기승전결의 한시 형식과 상통(상황제시 + 의식구조)

              표현의 간결성과 깊은 상징성 사이의 긴장

              상징적 시어 사용(북방, 고원, 칼날,무지개)

              남성편향적, 공격적, 저항적 심상을 지닌 시어 사용이 두드러짐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매운 계절의 채찍 → 겨울의 혹독한 추위.   일제치하의 가혹한 탄압상 상징.

 * 북방 → 불가피하게 쫓겨온 이역 공간(수평적 공간의 한계)

 *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 더 이상 쫓겨 달아날 곳도 없는(의인법)

 * 고원 → 수직적 공간의 한계. '북방'과 대비되는 공간

 * 서릿발 칼날진 → '극한 상황' 상징

                              광물적 이미지 사용으로 전투적, 공격적, 저항적 이미지 표출

 * 무릎을 꿇다 → 투항, 패배, 자포자기의 의미가 아니라, 현실적 극한 상황의 극복을 위한 간절한 염원의

                                  행동을 나타냄(기도)

 

 

 * 재겨 디디다 → 발끝이나 발꿈치만 땅에 닿게 디디다

 *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 어떠한 형태로도 현실의 절박한 상황 극복이 허용되지 않는 극한 상태

                                         소멸할 수밖에 없는 절망적 상황

 * 이러매 → 시적 전환의 계기

               1∼3연 : 극한 상황의 점층적 과정

               4연 : 절망적 상황에 대한 정신적 초극

 * 눈감아 → 시적 자아가 존재할 수 있는 공간과 행위의 상실에서 마지막으로 할 수 있는 행위

                      새롭게 거듭한 무한한 세계가 전개될 계기가 되는 행동

                      마치 영화의 라스트 신의 정지 화면 기법을 연상시키는 비극적 장면이지만 그러나 참으로

                                   눈부신 전환을 동시에 이룩하게 됨.

 * 겨울 → 1연의 '매운 계절'과 상통

 * 강철로 된 무지개 → 꿈과 희망이 있는 정신적 세계

                                 현실에서 해결할 수 없는 대립을 인식을 통해 해결하려는 시적 자아의 노력

   

                          강철 --------------------------무지개

           (폐쇄, 물질, 죽음, 구속)                               (개방, 정신, 삶, 자유)

  " 강한 의지를 담은 저항정신의 표상"      "정신적 저항, 극복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삶의 가치, 꿈, 희망."

 

 

 *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개

     → ① 역설적 표현

         ② 대립적인 두 사물을 등치시킴으로써 놀랍도록 독특하고 선명함을 얻어낸 표현

         ③ 일련의 패배 혹은 좌절을 매개로 하여 정신의 완성을 이룩하는 과정

         ④ '비극적 삶의 인식과 그 초월'의 상징

         ⑤ 강철과 무지개가 지닌 모순 위에서 '겨울'이 존재한다는 깨달음에 도달함. 즉 겨울에서 무지개의 이미지를 발견해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발견은 주어진 상황을 뛰어 넘으려는 의지를 전제로 한다.

 

 주제 ⇒ 매서운 극한 현실에서 거듭 다지는 결단의 의지(현실 초극 의지)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현실적 시련과 고통(현실적, 일상적 공간)

◆ 2연 : 현실적 고통의 심화(현실적, 일상적 공간)

◆ 3연 : 현실적 고통의 절정(현실적, 일상적 공간)

◆ 4연 : 현실적 고통의 정신적 극복(초월적, 시적 공간)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작품은 선비적 기질이 뚜렷했던 이육사가 식민지의 상황에서 가중되는 고통을 시를 통해 초극하고자 쓰여진 작품이다. 특히 막다른 궁지와 굽히지 않으려는 의지 사이의 갈등이 극적 분위기를 만들고 있으며, 한시의 영향으로 구성이나 전개방식이 한시와 매우 유사하다.

 

이 시의 형식은 마치 한시(漢詩)의 절구(絶句)처럼 기승전결(起承轉結)의 완벽한 4단 구성으로 되어 있다. 더 자세히 살펴보면, 앞의 두 연에서는 외적(外的)인 극한 상황을, 뒤의 두 연에서는 그러한 상황 속에서의 시인의 의식을 보여 주어, 이 시가 크게는 두 부분으로 나뉘는 것을 알 수 있다.

 

제1-2연은 외적(外的) 상황의 공간을 점층적으로 더 날카로운 것으로 압축시킴으로써 극한 상황을 구체화시킨다. 즉, '북방→고원→서릿발 칼날진 그 위'로 시상이 전개된다.

제3-4연에 가면 외적 상황에서 내적 심리적 상황으로 전이된다. 이 극한적 상황은 너무도 날카로운 것이어서 비켜서거나 물러서는 일이 불가능하다. 그래서 그는 눈을 감고 생각해 본다. 확실한 것은 모든 고통과 어려움을 자신의 의지로 견뎌 낼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긴장감 속에서 자기 희생의 결단이 내려진다. 모든 가능성이 박탈된 극한적 한계 상황 아래에서의 자기 초월 의지가 드러나 있다.

 

이 시에서 핵심이 되는 시구는 '강철로 된 무지개'이다. 강철과 무지개, 즉 조화를 이루기 어려운 두 이미지의 결합이 그것이다. 강철의 단단함과 차가움의 이미지에 칠색 무지개의 화려한 이미지가 겹쳐진다. 이는 비극적 자기 결단의 순간에 느끼는 황홀감을 나타낸 것으로 이해된다.

 

 

[참고 자료]

○ 육사의 생애와 문학적 특징

1930년대 한국시에서 육사는 특이한 존재다. 대부분의 다른 시인들이 대학에서 문학을 전공하고 시작(詩作)에 몰두했음에 반해, 육사는 전 생애를 항일 투쟁에 바쳤고, 그러한 정치적 행동의 순간 순간에 시를 썼다. / 그의 시론은 '시란 인격의 표현이며, 그런 점에서 삶의 최종적인 언어이고, 그와 동시에 시는 그러한 최종적인 목표에 이르기 위한 행동의 과정이기도 하다.'라고 요약할 수 있다. 이러한 그의 시론은 선비 기질로서의 강렬함과 기품을 지니고 있다는 점과, 기승전결의 한시 골격을 근간으로 하여 시 형식의 고전성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동양문화권의 시 전통에 직결되어 있다.

 

○ 육사 시의 문학사적 의의

육사의 시가 갖는 현대 시사적 의미는 몇 가지로 지적할 수 있다. 첫째, 1930년대 전반을 풍미하던 모더니즘에 대한 반동적 욧를 지니고 있다. 둘째, 고전적인 선비 의식과 한시의 영향으로 전통적인 요소를 지니고 있다. 셋째, 한국시에 남성적이고 대륙적인 입김을 불어넣었다. 넷째, 죽음을 초월한 저항 정신과 시를 통한 진정한 참여를 보여 주었다. / 결론적으로 육사의 시는 모더니즘의 비인간화에 대한 반발에서 시작하여 전통적인 시 형태를 현대적으로 변용하였으며, 현대시에 남성적이고 대륙적인 색채와 체질을 불어넣었고, 아울러 시를 통한 진정한 참여와 저항의 방법을 보여 준 선구적 시인이라는 점에 시사적 의의가 있다.

 

○ '비극적 황홀'

육사가 우리 현대 시사에서 가장 뚜렷하게 비극적인 삶을 살다 간 시인이라면, 그의 삶은 바로 '절정'에 구극적인 시적 표현을 얻은 셈이다. '절정'은 하나의 한계 상황을 상징하지만 거기서도 그는 한 발자국의 후퇴나 양보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매운 계절'인 겨울, 즉 그 상황 자체에서 황홀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그 황홀은 단순한 도취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강철과 같은 차가운 비정과 날카로운 결의를 내포한 황홀이다.

 

 

○ '강철로 된 무지개'의 상징성

이 구절은 의미상 서로 모순되는 시어들을 결합함으로써 생겨나는 의미의 상호 충돌과 모순 때문에 새롭고 풍부한 의미를 생산해 낸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강철과 무지개의 내포적 의미를 대비하면서 그 의미의 대립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 강철 : 고체성(물질성), 반생명성(죽음), 무거움, 광물(하강적 이미지) → 암담하고 절망적인 현실의 삶과 관련됨.
  • 무지개 : 빛의 산란 현상(고정된 실체가 없음), 삶의 환희, 약동, 가벼움(허망함, 덧없음), 천상적(상승적 이미지) → 현실과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시적 자아의 정신적, 내면적 삶과 관련됨.

이와 같은 두 시어의 모순된 내포 때문에 의미의 긴장과 대립이 발생하고, 그 결과 의미가 서로 충돌하기도 하고 상호 침투하기도 하면서 새로운 의미를 창출해 낸다. 즉, 가혹한 시대 현실 속에서 극한 상황에 몰린 시적 화자가 이에 대해 정신적 초월을 단행함으로써 '비극적 황홀'의 상태에 도달하게 됨을 보여 주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서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은 시적 화자가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는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에 내포된 의미이다. 그는 패배를 인정할 수도, 구원을 갈망할 수도 없는 절대 절명의 순간에 이르러 어떤 직접적인 행위에 몸을 맡겨 버리는 대신 그것의 의미를 '눈감아 생각'하는 방식으로 상황에 대처한다. 그것은 적극적인 의미에서의 저항이나 실천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상황에 대한 정신적 관조라 할 수 있다. 결국 그는 이 같은 정신적 관조를 통해 '비극적 황홀'의 경험에 도달하게 되는 것이다.

 

 

[교과서 학습 활동 풀이]

1. 이 시에 시어와 시구가 함축하는 의미를 중심으로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이 시의 시어들에 나타난 이미지의 특징은 무엇인지 말해 보자.

   → '매운 계절', '채찍', '북방', '칼날', '강철' 등은 모두 강렬하고 차가운 이미지의 시어들이다. 즉 당시 일제 시대의 혹독한 탄압이 겨울의 추위만큼 매섭고 날카로우며, 현실적 굴레가 그만큼 견고하다는 의미이다. 이는 화자의 절박한 내면 의식이 드러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2) 다음 시구들이 의미하는 바를 적어 보자.

  • 매운 계절의 채찍 → 일제 치하의 가혹한 탄압을 상징한다. '계절'은 시간적 공간, 즉 시대상황의 표현이다.
  •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 '하늘'은 소망과 가능성을 상징하며, '고원'은 1연의 계절(시간), 북방(수평적 공간)에 대비하여 수직적 공간의 끝을 상징한다.
  • 서릿발 칼날진 그 위 → '서릿발 칼날진'은 매서움의 느낌을 강화시켜 준다. '그 위에 서다'는 그러한 절박한 상황에 대한 대결 정신을 형상화한 것이다.

 

 (3) 이 시의 마지막 행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는 어떻게 해석하는 것이 좋을지 친구들과 의견을 나누어 보자.

   →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라는 시구는 은유(겨울 = 무지개), 상징(겨울, 강철, 무지개), 역설(강철로 된 무지개)의 수사법이 구사되어 많은 함축적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에서 '겨울'은 서정적 자아의 삶을 시간적으로 축소시키는 이미지로서 사용되었다. 즉, 서정적 자아의 삶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절망적 상황의 이미지이다. 특히 겨울을 차가운 금속인 강철에 비유함으로써 서정적 자아로 하여금 비생명의 상황을 강요하고 있다. / 그러나 '겨울은 강철인 동시에 무지개'라는 작자의 해석을 눈여겨 봐야 한다. '무지개'는 강철과는 다른 속성을 지닌 것이다. 즉 희망적이고 정신적인 아름다운 세계, 극단적인 절망에서도 삶의 의미를 주는 존재로 해석된다. 따라서, '겨울'은 단지 '죽음과 소멸'만이 아닌 재생을 내포하고 있는 세계이다. 결국 서정적 자아는 죽음으로부터 재생을 확인하는 비극적 초월의 삶을 선택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이 시는 조국 상실과 민족 수난 속에서 한 독립 투사의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음을 다짐하는 시로 이해할 수 있다.

 

2. 이 시가 지닌 현실적 가치와 관련하여 다음 활동을 해 보자.

 (1) 이 시에 나타난 화자의 어조는 어떠한지 말해 보자.

   → 극한적 한계 상황을 이겨 내려는 현실 초극의 강인한 남성적 어조가 돋보인다. 또한 대륙적이고 당당한 목소리는 일제에 대한 저항 의식을 고취하여 읽는 이로 하여금 작자의 강인함을 엿볼 수 있게 한다.

 

 (2) 이 시에서 현실을 대하는 시인의 태도는 어떠한지 말해 보자.

   → 이 작품에서 현실적인 삶은 억압되고 위축되어 있다. 이러한 극한적 상황은 시인을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게 만든다. 이러한 현실의 고통은 오히려 시인에게 새롭게 확대된 세계를 보여 주는 계기를 제공한다. 시인은 암담한 식민지 시대의 절망적 상황 속에서도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라는 현실 초극 의지를 보여 줌으로써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희망을 보여 주고 있다.

 

 (3) 각자 이 시와 같은 상황에 처했다고 가정할 때,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생각해 보자.

   → 인간은 여러 가지 상황에서 갈등을 겪게 된다. 그것은 개인과 개인의 갈등일 수 있고, 개인과 사회와의 갈등일 수도 있다. 시인은 일제의 잔혹한 억압으로 극한적 상황에 내몰린 자신의 심정을 문학적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초극에 대한 의지를 보여 주고 있다. 우리는 극한 상황에서 삶과 죽음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삶이 죽음보다 더 보람 있고 가치 있는 것임을 깨닫게 된다. 내가 만일 시인처럼 극한적 상황에 처했다면, 시대의 비극적인 절망에 스스로 묻히기보다는 그 시대를 뛰어넘어 희망적인 미래를 생각하면서 현실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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