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타너스
- 김현승 -
꿈을 아느냐 네게 물으면
플라타너스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너는 사모할 줄을 모르나
플라타너스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먼 길에 오를 제
홀로 되어 외로울 제
플라타너스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이제, 너의 뿌리 깊이
나의 영혼을 불어 넣고 가도 좋으련만
플라타너스
나는 너와 함께 신(神)이 아니다!
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하는 어느 날
플라타너스
너를 맞아 줄 검은 흙이 먼 곳에 따로이 있느냐?
나는 오직 너를 지켜 네 이웃이 되고 싶을 뿐
그곳은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초하호>(1953)-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서정적, 명상적, 감각적, 자연친화적
◆ 표현
* 색채 이미지의 적절한 활용
* 대상에게 말을 건네는 방식으로 시상을 전개함.
* 플라타나스를 반복하여 부름으로써 리듬감을 획득함.
* 자연물(나무)을 꿈과 덕성을 지닌 존재로 의인화하여 예찬함.
* 화자의 삶에 대한 긍정적인 자세와 명상적 분위기가 잘 드러남.
* 시적 허용을 통해 리듬감을 형성하고 의미를 효과적으로 전달함.
* 부름과 물음의 형식 → 플라타너스와의 내면적 대화를 통해 화자 스스로 삶의 본질을 사색하는 과정을 보여 주기 위한 장치이자 플라타너스와의 친밀한 관계를 보다 두드러지게 나타내기 위함이다.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너의 머리는 어느덧 파아란 하늘에 젖어 있다.
→ 꿈과 이상을 지닌 플라타나스의 모습을 시각적으로 표현함.
* 너는 네게 있는 것으로 그늘을 늘인다.
→ 가지와 잎사귀로 서늘한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의 모습에서, 모든 사람에게 넉넉한 사랑을 베풀 줄 아는 플라타나스의 모습을 연상함.
* 먼 길 → 인생 행로의 아득함과 고달픔이 반영된 표현
* 먼 길에 올 제 / 호올로 되어 외로울 제 → 단독자로서의 인생의 고독한 모습
* 그 길 → 멀고도 외로운 인생길
* 너는 그 길을 나와 같이 걸었다
→ 복수를 단수로 표현(죽 늘어서 있는 플라타나스 거리를 걸어가는 상황)
머언 인생길을 길동무가 되어 함께 가는 플라타나스와 자아의 모습
* 이제 → 삶의 행로가 끝날 무렵
나의 인생에 네가 유일한 동반자가 된 지금
* 나는 너와 함께 신이 아니다
→ 나는 나무에게 영혼을 불어 넣어 줄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신이 아니다.
* 수고로운 우리의 길이 다하는 어느날
→ 힘들게 걸어 온 우리의 인생길이 끝나는 어느 날(죽음의 시간)
* 검은 흙 → 죽음의 세계, 안식의 땅, 낙원
* 그 곳 → 플라타나스와 자아가 영원히 같이 있을 곳
* 아름다운 별과 나의 사랑하는 창이 열린 길이다.
→ 이상과 소망과 사랑과 열린 마음과 소통이 있는 곳
◆ 제목 '플라타너스'의 상징적 의미 : 이 시에서 '플라타너스'는 높게 자라는 수직적 특성을 통해 꿈을 가진 존재로 상징되고 있으며, 빨리 자라 그늘을 만드는 속성을 통해 헌신적인 사랑을 가진 존재로 상징되고 있다. 또한 '플라타너스'는 외로운 화자에게 삶의 동반자가 되어 준다. 가로수가 되어 우리의 길을 지켜주었던 것처럼 인생길의 반려자가 되어 인간의 고독함을 함께 하고 있는 것이다.
◆ 주제 : 고독한 영혼의 반려 플라타나스
영원한 영혼의 동반자를 되기를 갈망함.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꿈과 이상을 지닌 플라타나스
◆ 2연 : 넉넉한 사랑을 하는 플라타나스
◆ 3연 : 고독한 인생의 동반자가 되는 플라타나스
◆ 4연 : 플라타나스에게 영혼을 불어넣어 주고 싶은 마음
◆ 5연 : 플라타너스의 영원한 반려자가 되고 싶은 마음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자연을 소재로 하여 감정 이입의 기법으로 정서를 표출해 온 우리 시가의 전통을 계승했다. 플라타너스를 단순한 식물로서 바라보지 않고, 인간과 같은 생의 반려로 형상화하였다.
제1연은 사람은 꿈을 가진 존재이다. 화자는 플라타너스에게 너도 꿈을 아느냐고 물어 본다. 플라타너스는 벌써 그의 머리를 파아란 하늘에 두고 있다고 말 없는 말을 하는 듯하다. 플라타너스 역시 푸른 꿈을 가진 존재인 것이다.
제2연은 사람은 사모할 줄을 안다. 플라타너스는 사람이 아닌지라 누군가를 사모할 줄 모르지만 제 스스로 그늘을 만들어 누구든 쉬게 해 준다. 이것이야말로 특정한 대상을 향한 사랑보다 더 큰 사랑일 터이다.
제3연은 플라타너스는 외롭게 먼 길을 걷는 화자에게 유일한 반려자요, 벗이다. 고독을 위로하며 그 외로운 길을 동행하여 준다.
제4연은 화자는 이 고마운 벗에게 영혼을 불어넣어 주고 싶으나, 나무와 사람은 신과 같은 전지전능한 능력을 지니지 못했으므로 그러한 소망을 실현할 수는 없다.
제5연은 시인과 플라타너스는 지상의 삶이 다하는 날까지 함께 이웃하며 지켜 보는 영원한 반려자가 되고자 한다.
이 시는 플라타너스를 의인화하여 꿈과 덕성을 지닌 존재로 예찬하고 그러한 자세로 삶의 길을 함께 가고자 하는 뜻을 노래한 시다. 나무와 사람은 신처럼 완벽한 존재가 아니지만, 지상의 삶 속에서 서로의 고독한 영혼을 달래며 겸허하게 살아가자는 주제가 담겨 있다.
◆ 인간의 근원적 한계인 고독과 삶의 반려자 '플라타너스'
이 시의 화자는 자신의 삶을 '플라타너스'에 투영시켜 바라보고 있으며, 이로 인해 '플라타너스'는 화자의 반려자가 된다. 하지만 삶의 동반자를 사람이 아닌 사물에서 구하는 데서 오히려 화자의 고독과 쓸쓸함을 엿볼 수 있다. 화자에게 인생은 멀고 수고로운 길인데 그 이유는 고독 때문이다. '플라타너스'에게 영혼을 불어넣음으로써 이러한 고독을 해결해 보려 하지만 인간의 근원적 한계인 고독을 다시 한번 깨닫고 이를 겸허하게 수용한다. 마지막으로 화자는 '플라타너스'의 이웃이 되기를 소망한다. '플라타너스'와 하나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죽음 이후에도 동반자로 남아 있기를 바라는 것이다. 물론 화자에게 고독은 사라지지 않겠지만 '플라타너스'라는 반려자의 존재가 그 고독을 위로해 줄 것이다.
[교과서 활동 다지기]
1. 이 시의 내용과 표현상 특징을 살펴보자.
(1) 다음 시어의 의미를 토대로 시의 주제를 파악해 보자.
시어 | 의미 |
플라타너스 | 반려자, 위로를 주는 존재 |
하늘 | 이상, 꿈 |
그늘 | 넉넉함, 자애로움, 배려 |
창 | 열린 마음, 소통 |
* 주제 → 고독한 영혼의 반려자로서 플라타너스와 함께하고 싶음.
(2) 이 시의 표현상 특징을 정리해 보자.
* 의인화, 감정이입을 통해 자연물을 인격화하였다.
* 영탄법과 설의법으로 표현에 변화를 주었다.
* '플라타너스'를 반복하고 있다.
2. 1의 활동 결과를 바탕으로 시를 재구성해 보자.
(1) 다음 <조건>에 맞게 5연을 재구성해 보자.
< 조건 > * 시의 주제 의식을 유지한다. * 시에 쓰이지 않은 표현 방법을 추가로 사용한다. |
→ (예시) 깊은 잠처럼 죽음이 와도 / 플라타너스, / 거두겠느냐? 나에게 드리운 너의 그늘을 / 나는 그저 계속 너의 향기에 취하고 싶을 뿐, / 그 곳은 따뜻한 햇살이 비껴들고 때때로 바람이 부는 길이다. (직유와 도치를 추가로 사용함)
(2) 이 시를 희곡으로 바꾸어 연극으로 공연하기 위한 계획을 모둠별로 세워 보자.
(예시)
* 등장인물 : 나(늙고 몸이 쇠약해진 남성), 젊은 여자, 젊은 남자
* 배경 : 현재 - 한적한 농촌 마을, 집 뒤에는 커다란 플라타너스 나무 한 그루가 서 있음.
과거 - 도시,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
* 주요 사건 : 현재 - 작가인 나는 몸이 쇠약해져서 낙향하고, 집 뒤에 있는 플라타너스를 보고 과거를 회상한다.
과거 - 젊은 남녀가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을 걸으며 문학과 예술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간이 얼마 지나서 플라타너스 가로수 길에서 여자는 남자에게 이별을 선언하고 떠난다.
현재 - 늙은 남자는 평온한 표정으로 플라타너스 그늘에 앉아 쉬며 나무에 기댄다.
'Reading n See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대시 해설]사평역(沙平驛)에서 - 곽재구 - (0) | 2021.12.27 |
---|---|
[현대시 해설]병원 - 윤동주 - (0) | 2021.12.27 |
[현대시 해설]논개 - 변영로 - (0) | 2021.12.27 |
[현대시 해설]너에게 묻는다 - 안도현 - (0) | 2021.12.27 |
[고전산문/설화류]온달 설화 - 삼국사기 권45.- (0) | 2021.12.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