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생몽유록(元生夢遊錄) - 임 제 -
줄거리
원자허(원호)는 가을밤에 달빛을 이용하여 독서를 하다가, 밤이 깊고 정신이 어지러워 책상에 기대어 잠이 듦으로써 꿈을 꾸게 된다. 원자허가 몽중에 신선이 된 기분으로 어떤 강변에 다달아 휘파람을 불면서 시 한 수를 읊고 있다가, 한 선비의 영접을 받는다. 그 선비를 따라 정자가 있는 곳으로 가 보니, 왕자의 의관을 한 사람이 앉아 있는데, 그 왕자가 바로 단종이었다. 대부의 의관을 한 다섯 사람이 그 왕자를 호위하고 있었다. 원자허가 바로 왕 앞으로 나아가 알현하고 좌정하는데, 원자허는 말석에 앉는다. 사육신 중에서 박팽년, 성삼문, 하위지, 이개, 유성원이 차례로 울분을 담은 시(비분강개의 시)를 읊는다. 끝으로 원자허가 시를 읊는다. 홀연 한 남자가 뛰어들어와서 왕에게 절하고, 5인을 돌아보며 칼을 뽑아 5인을 욕하면서 비가(悲歌)를 부르며 검무를 춘다. 그는 유응부이다. 이 순간 잠에서 깨니 일장춘몽이었다.
감상 및 해설
몽유록계의 작품으로서, 생육신의 한 사람인 원호를 주인공으로 하여 사육신 및 단종의 사후 생활을 그린 것이다. 즉, 주인공 원생이 어느 가을 밤에 꿈 속에서 단종과 사육신에 비유된 인물들을 만나 술을 마시고 노래를 지어 부르며 비분강개하다가 깨었다는 이야기이다. 세조의 왕위 찬탈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하여 정치 권력의 모순을 폭로한 이 작품은 중세적 권위에 대한 비판 정신을 표현하였다고 볼 수 있다.
요점정리
◆ 성격 : 고대, 한문, 단편 소설, 몽유록계 소설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구성
* 현실 세계 : 책을 읽다가 잠이 듦.
* 꿈의 세계 : 꿈 속에서 단종과 사육신을 만남.
* 현실 세계 : 해월 거사에게 꿈 이야기를 들려 줌.
◆ 주제 : 모순된 정치 권력에 대한 비판, 인간사의 부조리에 대한 회의
생각해 보기
1. 이 소설에서는 여러 편의 시가 나온다. 각 시의 내용을 통해 단종과 사육신의 심정과 원자허의 심정을 느껴보자.
⇒ 이 소설에서는 서사적 진행보다는 시의 내용이 더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근접해 있다고 할 수 있다. 그것은 임을 향한 충절이다. 원자허 역시 이러한 충절을 가슴 속에 품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심정은 패배자의 것이기도 하다. 결코 돌이킬 수 없는 것이기에 애타는 마음은 더욱 클 수 있겠다.
2. 이 작품에서의 꿈의 역할은?
⇒ 꿈은 천상계와 지상계를 잇는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망자(亡者)와의 대화도 가능하게 만든다.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과거의 인물을 만나기 위해서는 꿈 이외에는 다른 장치가 없는 것이다. <구운몽>에서는 현실과 꿈이 모두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면서 작품의 구조를 형성하지만, <원생몽유록>에서는 꿈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고 현실적 공간은 액자 구성으로 형식적인 자리를 잡을 뿐이다.
3. 이 작품의 주제적 특징을 밝혀 보자.
⇒ 정치 비판 의식이 강렬하게 노출된 작품이다. 작자는 단종의 편에 서서 박팽년, 성삼문, 하위지, 이개, 유성원, 유응부의 의로움을 기리고 있다. 세조가 등극한 후로 사대부들 사이에는 세조의 왕위 계승에 대해 여러 가지 논의가 있었다. <원생몽유록>의 작가는 그 중에서 극단적으로 사육신과 단종의 편을 들고 있는 것이다.
4. 몽유록과 몽자류 소설의 차이를 말해 보자.
⇒ 꿈을 모티프로 한 소설 양식으로 몽유록과 몽자류 소설이 있다. 몽유록과 몽자류 소설은 모두 꿈속에서 겪은 일을 중심 소재로 삼고, '현실-입몽-꿈-각몽-현실'이라는 현실과 꿈의 이중 구조로 되어 있다는 점에서 공통적이다. 하지만 몽유록계 소설에서는 꿈과 현실을 별개의 세계로 인식하는 데 반해, 몽자류 소설에서는 현실 자체를 꿈과 같이 무상한 것으로 인식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즉, 몽유록계 소설에서의 꿈은 현실의 불만을 해소하는 공간이고, 몽자류 소설에서의 꿈은 욕망이나 삶이 무상하다는 것을 깨닫는 깨달음의 공간이다. 몽유록계 소설은 정치적 상황과 맞물려 자신의 글이 문제가 되었을 경우에 그 책임을 회피하는 구실로 작용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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