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경업전(林慶業傳) - 작자 미상 -
줄거리
임경업은 25세에 무과에 급제한 후 사신 이시백을 따라 중국에 들어간다. 이 때 마침 호국이 가달의 침략을 받고 명나라에 구원을 청한다. 명나라는 마땅한 장수가 없어서 조선의 임경업이 청병대장이 되어 출전하여 호국을 구원한다. 귀국 후에 호국이 강성하여져 조선을 침략하고자 하나, 임경업의 용맹을 두려워한 호국은 의주를 피해서 함경도로 돌아 도성을 공격하여 인조의 항복을 받고 회군한다. 호왕은 명나라를 치겠다고 조선에 청병을 하면서 임경업 장군을 대장으로 보낼 것을 요구한다. 조선 조정에서는 임경업을 호국에 파견하였는데, 임경업은 옛날 의리를 생각해서 명나라와 내통하여 명나라로 하여금 거짓 항서를 올리게 하고 귀국한다. 임경업 장군은 명군과 합세하여 호국을 정벌하고자 하였으나, 오히려 호군에게 잡혀 호국에 이르게 된다. 호왕은 오히려 임경업 장군의 위엄과 충의에 감복하여 세자 일행과 임경업 장군 모두 본국으로 송환하도록 한다. 귀환한 임경업 장군은 김자점에 의해 역모에 방해될까 하여 암살을 당한다. 왕은 꿈속에서 임경업 장군의 현신을 보고 김자점을 잡아 처형하고 임경업 장군의 충의를 포상한다.
조선 충주 달천에서 태어난 임경업은 어려서부터 동네 아이들과 노는 데 전쟁 놀이를 즐겼고, 스물 다섯에 무과를 급제한 후 관직에 나아갔다. 그는 병사를 잘 통솔하고 산성을 완축하여 군정을 잘 다스려 병사들과 임금으로부터 한가지로 신망을 받았다. 또, 호국이 북쪽 오랑캐 가달의 침략을 받고 중국에 도움을 청해 왔을 때, 명나라에 사신을 와 있으면서 명나라에 적당한 명장이 없는 고로 임경업이 청병대장이 되어 나아가 지략과 용맹을 발휘하여 가달군을 섬멸하고 용맹을 중원에 떨치기도 하였다. 그 후에 호국이 교만해져서 명나라를 침공하고 이어 우리 나라를 정복하려고 하자, 조정에서는 임경업을 의주 부윤으로 삼는 동시에 부원수 겸 방위사로 임명하여 호국의 침공을 막아내려 했다. 그러나 호왕은 임경업의 신출귀몰한 전술을 잘 알고 의주성에 대한 공격을 포기하고 우회하여 일거에 서울로 쳐들어가 남한산성으로 피난한 왕에게 항복을 받기에 이른다. 의주에서 호군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던 임경업 장군은 이 소식을 듣고 분을 참지 못하여 국가의 불행을 통곡하다가 마침 호나라 장수 용골대가 두 세자를 인질로 데리고 돌아간다는 말을 듣고 원수를 갚으리라 작심하고 맞아 싸워 이긴다. 이에 용골대가 진군을 하지 못하고 왕에게 장계를 올려 임경업에게 길을 열어 주라는 조서를 내리게 하자, 인조는 어쩔 수 없이 임경업 장군에게 길을 열어주라는 칙서를 보내어 길을 열어 주게 한다.
여기에서 우리는 싸움에서 진 나라의 참상과 이를 가슴을 쥐어뜯으며 지켜보아야 하는 임경업 장군의 인간적인 고뇌를 잘 읽을 수 있다. 한편, 반드시 원수를 갚고 볼모로 잡혀간 대군을 구출하겠다는 일념으로 임경업은 황자명과 더불어 호적을 치자고 하고 이후 전쟁에서 승리하였는데, 호국에서는 도리어 이를 핑계로 임경업을 데려다가 죽일 궁리를 한다. 이를 간파한 임경업은 호나라 사신을 따라 가는 길에서 마천령에서 도망쳐 소인산으로 들어가 스님으로 변장한다. 무예를 닦은 후에 천조에 들어가 남경 땅에 이르러 황자명을 만나 북호를 치기로 함께 결의하고 싸우다가 배반자가 있어 호왕에게 잡혔으나 기개를 발휘하여 세자와 대군을 모두 구출하여 조선으로 돌려보내게 된다. 마침내 조선에 돌아온 임경업은 영의정 김자점의 모함과 질시를 받아 간신의 손에 비참한 일생을 마치게 되고 만다.
감상 및 해설
'임경업전'은 병자호란을 배경으로 비운에 쓰러진 명장의 일생을 영웅화한 작품으로 역사 소설에 속한다. 호국에 대한 강한 적개심과, 나라가 위기에 처했는데도 개인의 사리사욕만을 일삼던 간신에 대한 분노를 민족적 · 민중적 차원에서 소설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역사적 사실이 부분적으로 반영되어 있으나, 기실은 외적의 침입으로 수난을 겪은 조선조의 국민들이 모두 지난 역사를 반성하고, 국난 중에 영웅의 활약을 갈망하고 있음에 부응하여 창작된 허구적 작품이다. 조선 후기 민족 의식을 잘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귀중한 가치를 지닌다.
18세기 초 조선에서는 참담했던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고 나서, 이 두 난에서 위대한 전공을 세운 명장 영웅들을 주인공으로 하는 전쟁 소설(군담 소설)이 창작되었다.
이 작품은 인조 14년에 청에 의해 서울이 함락을 당하고, 인조가 남한산성에서 무릎을 꿇은 이른바 병자호란을 소재로 한 대표적인 전쟁 소설이다. 정확한 창작 연대와 작가를 알 수는 없지만, 서민 계층의 작가로 추정해 볼 수 있다. 비교적 개인적 전기와 역사적 사실에 충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소설의 가장 큰 특징은 이야기가 역사적 사실과 별로 다름이 없다는 데 있다. 이는 다른 군담 소설처럼 허구성을 가미하여 주관적인 입장에서 이야기의 줄거리를 엮지 않고 오직 객관적이고 정사(正史)의 태도로 역사적 사실 그대로 주인공을 기술하고 있다. 이처럼 당대의 사회역사 현실을 말 그대로 사실 그대로 옮기는 데 성공한 이 소설에서 우리는 위국 충절에 불타는 장군을 배반하고 질투하는 간신들의 교활함이 극에 다다르고 있음을 관심을 가지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
이는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의 끔찍한 전쟁을 치르면서도 당시의 위정자들은 조금도 반성하거나 뉘우침이 없고 오히려 사리사욕에 눈이 어두워 정치적인 분열을 거듭했다는 사실과 관계가 깊다. 전란 뒤의 사회적 혼란을 수습하고 경제적 파탄에서 헤매고 있는 백성들을 구제하여야 할 막중한 책임을 지니고 지도적 위치에 있던 사대부 양반들이 이러한 난국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권모술수와 자신의 영달에만 정신이 없었던 것이다.
이렇게 불의가 판치는 사회에서 간신배들과, 정도(正道)에서 벗어난 양반들의 처신에 염증을 느낀 지사(志士)들이 그들의 안타까운 심정을 이 작품을 통해 들어냈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이 작품은 명나라에 대한 충성과 청나라에 대한 적개심, 남한산성에서 굴욕적인 항복에 대한 정신적 보복을 주제로 삼았다. 이만큼 중국 명나라 중심의 당시의 보수적인 가치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계를 갖고 있기도 하다.
임경업전은 이 시기에 나온 다른 소설 가운데 특히 '박씨전'과 공통점이 많다. '박씨전'은 주인공이 가공의 '박씨 부인'이란 점만 다를 뿐, 다 같이 청나라에 대한 보복을 중심에 놓고 있다. 등장 인물도 이시백, 임경업, 용골대 따위의 실존 인물을 함께 쓰고 있다. 또한 임경업이 이시백의 천거를 받았다는 점, 임경업이 명 천자의 명을 받고 가달군을 크게 격파한 이야기들에서 구성이 닮아 있다.
요점정리
● 성격 : 민족적, 비판적
● 갈래 : 국문 소설, 역사 소설, 군담 소설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배경 : 조선시대, 병자호란
척외사상(斥外思想), 특히 배청사상(排淸思想)
● 주제 : 민족적 영웅 임경업의 비극적 일생과 호국에 대한 정신적 승리감
● 특징 : 호국에 대한 강한 적개심과 나라의 위기를 당하여 개인의 사리사욕만을 일삼던 간신에 대한 분노를 소설로 승화시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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