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 진 록(壬辰錄) - 작자 미상 -
줄거리
하루는 선조가 꿈을 꾸었는데 신하들로 하여금 그 꿈을 해몽하라고 하니, 영의정 최일경이 꿈을 듣고 왜란이 일어날 징조라고 풀이하였다. 이에 임금은 태평성대에 요망스런 말을 한다고 동래로 귀양을 보내 버렸는데, 귀양지에서 왜침을 목도한 최일경이 조정에 이 사실을 알린다.
조정에서는 관군을 파병했으나 패배하고 방위선이 뚫리는 지경에 이르자, 이순신을 비롯하여 초야에 있던 여러 인물들이 전국에서 기병(起兵)하여 왜적과 맞서 싸운다. 이순신은 승승장구하며 전공을 세우던 중 원균의 모함으로 고난을 겪고, 왜군이 계속 북상하자 선조는 의주로 피신하게 된다.
이때, 김덕령이 초야에서 기병하여 막강한 도술로 왜진을 대파하고, 최일경의 천거를 받은 김응서는 기생 월선과 합세하여 왜장 조섭을 처치함으로써 왜적의 기를 꺾어 놓는다. 이어 명에서 이여송이 이끄는 원병이 온다. 이순신은 바다에서 왜적을 멸하고 전사하며, 육지에서는 조선과 명의 연합군이 적을 물리친다. 김덕령은 상중에 출전하여 수많은 전공을 세웠으나 전쟁이 승리로 끝난 뒤 모함을 받아 죽고 만다.
이여송은 전쟁이 끝났는데도 귀국하지 않고 조선 산천의 혈맥을 끊다가, 지리산 산신령에게 봉변을 당하여 황급히 자기 나라로 돌아간다. 얼마 후 강홍립과 김응서가 임진년의 복수를 하기 위해 일본 원정을 떠나지만 자중지란으로 실패하고, 사명당이 재차 나서서 강력한 도술로 왜왕을 욕보인 후 항서(降書)를 받아 돌아온다.
감상 및 해설
임진왜란은 이순신 장군의 해전과 권율 장군의 행주대첩 등 몇 가지를 빼고는 우리가 실제로 참패한 전쟁이었으나 이 작품에서는 우리가 크게 승리한 것으로 허구화해 놓았다. 패전의 역사를 허구의 세계에서나마 승전의 역사로 꾸며 놓음으로써 정신적 보상을 얻으려는 의도에서 쓰였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당시 전란을 체험했던 민중들이나 그 의식을 계승한 후손들이 외적의 침략에 목숨을 걸고 저항하여 민족과 강토를 수호해 온 민족 정기를 고취시키려는 목적과 함께 당파 싸움으로 내분을 일으켜 외적의 침략 앞에 무기력하게 무너지고 만 집권층을 비판하려는 의도, 그리고 두번 다시 이러한 뼈아픈 전란을 겪지 말 것을 다짐하는 분노와 자성의 목소리 등도 두루 담고 있다.
<임진록>은 임진왜란을 통하여 체험되고 전승된 배왜적(排倭的)인 전쟁 설화가 오랜 구전의 과정을 거치면서 문자로 정착되고 다시 그것이 전사 과정을 거듭하면서 여러 이본들을 낳아 마치 중국의 <홍루몽> 처럼 커다란 '임진록군'을 형성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임진록>은 일제치하에서는 금서이어서 대부분이 소실되고 오늘날에는 희귀본의 하나가 되었다.
이 작품은 최위공의 부인이 남방으로 큰 별이 떨어져 광채를 발하는 태몽을 얻고 관운장의 꿈으로 '일경'을 낳는 데서 비롯하여, 나중 선조의 꿈을 최일경이 해몽하다가 동래로 귀양가면서 임진왜란이 발발하는 것으로 연결된다. 그 뒤 이순신이 왜장 마홍에게 죽고, 마홍이 강홍립에게 죽고, 천동이 정충남에게 죽고, 충남은 가토에게 죽고, 가토는 이여송에게 죽는 정연한 전쟁사가 눈을 끈다. 유성룡이 이여송군을 청병해 올 때 압록강에서의 재주 겨룸이라든가, 이여송이 조선 산천의 지맥을 끊으려다 태백산신의 질책을 받고 본국으로 도주하는 대목은 당시 명나라 원군의 횡포에 대한 조선인의 의식과, 배일사상뿐만이 아닌 배명사상까지 함께 보여주고 있다. 종전 후 이여송이 조선 산천의 맥을 끊으려다 노인의 인도로 태백산에 들어가 청의동자(靑衣童子)를 만나고 크게 질책을 당하는 구성은, 한문본 계통의 작품에서는 더욱 강화되어 있어, 민중 속의 배명의식의 뿌리가 또한 깊음을 말해준다.
이본들 가운데 나타난 <임진록> 속의 가장 대표적인 설화로는, 사명당이 일본국의 항복을 받는 설화, 김응서와 강홍립이 일본 정벌에 나서는 설화, 이여송군의 원병에 따르는 설화, 관운장이 조선군을 음조(陰助)하는 설화, 최일경의 꿈풀이의 충고 설화 등을 들 수 있으며, 이들이 함께 어우러져 민족적 분노와 반성의 역사적 의식을 표출해내고 있다. 특히, <임진록>을 통하여 민족적 영웅을 갈망하는 사상이 싹트고 있으니, 이순신 · 곽재우 · 김덕령 · 정문부 · 조헌 · 영규 · 김응서 · 논개 · 계월향 등의 부각과 숭앙은 이를 입증하고 있다. 이러한 의식은 그 뒤 임진왜란의 뒤를 잇는 병자호란의 의식과도 이어지면서 군담소설을 배태시키고 있다.
요점정리
◆ 갈래 : 고전소설, 국문소설, 역사 소설, 역사 군담소설, 전쟁소설, 영웅소설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주제 : 임진왜란의 패망을 극복하기 위한 의지, 왜(倭)에 대한 적개심과 복수심
◆ 배경 : 조선 선조 때 임진왜란 전후, 조선 팔도 및 왜국
◆ 창작 배경 : 임진왜란으로 민중들이 겪은 체험과 관련한 사건들은 처음에는 사실에 가까운 단편적인 이야기로 구전되었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내용이 과장되거나 허구적 요소가 가미되어 설화적 성격을 띠게 되었다. '임진록'은 임진왜란 중에 활약한 역사적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한 설화들이 집대성되고 전승되는 과정을 거듭하면서 형성되었다. '임진록'을 형성하게 된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요소들이 작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 실질적으로 패배한 전쟁을 승리한 전쟁으로 허구화 | 전쟁의 패배에 대한 정신적 보상 |
* 왜의 침략을 예언했던 사람들을 요망하다고 처벌한 집권층에 대한 비판 * 의병장, 승려, 기생 등의 왜적 격퇴 |
민중 의식의 성장 |
* 김응서와 강홍립의 일본 정벌 * 사명당이 왜왕의 항복을 받음. |
일본에 대한 적개심과 정신적 승리 |
* 명의 구원군이 갖가지 트집을 잡음. * 명나라 장수 이여송이 조선의 산천의 혈맥을 끊다가 신령에게 혼이 남. |
배명(排明) 의식 |
◆ 특성
○ 우리말의 풍부한 언어적 표현에 의한 형상화가 돋보인다.
○ 역사적 사실과 문학적 상상력의 융합으로 주제 의식을 드러내고 있다.
◆ 구성
* 기 -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의 국내외 형편과 왜의 침략 의도
* 승 - 민중들의 저항과 통치자들의 무능과 비겁성
* 전 - 전쟁에서의 연전연승
* 결 - 왜에 건너가 항복을 받아냄.
◆ 인물
* 최일경 : 선조의 꿈을 풀이하여 왜군의 침입을 예견한 인물로 허구적 인물.
* 이순신 : 거북선을 준비하여 한산도에서 큰 공을 세우고 죽는 역사 속의 인물을 바탕으로 재창조됨.
* 정출남 : 자원하여 충주에서 싸우다 가등청정에게 죽는 장군
* 김덕령 : 평강 사람으로 부친상 중에도 도술과 힘으로 가등청정을 희롱함.
* 이여송 : 조선에 파병된 원병 대장. 명산대천의 혈맥을 자르고 철군함.
* 김응서, 강홍엽 : 일본에 쳐들어가나 매복에 의해 패함.
* 사명당 : 서산대사의 제자로, 일본 왕의 시험을 통과하여 그의 복종을 약속받음.
생각해 보기
◆ <임진록>에 대한 비판적 시각
'임진록'은 패배한 전쟁인 임진왜란을 승전사로 바꾸어 놓은 소설로, 민중의 사랑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민중 문학이라고 평가되어 왔다. 그런데 최근 '임진록'을 연구한 학자들에 의하면, '임진록'의 기본 사상이 조선 시대 집권 사대부층의 이데올로기를 근간으로 한다는 점에서 민중 문학이라는 평가가 부적절하다고 한다. 그 이유로는 다음 몇 가지를 들고 있다.
'임진록'은 많은 이본을 가지고 있으나, 공통적으로 임진왜란의 책임을 국가 관리 능력이 부족했던 선조와 사대부층이 아닌 '천명(天命)'에 돌리고 있다. 그리고 이순신 등의 조선 장수와 민간인으로 구성된 의병들의 활약상을 축소하거나 다루지 않고, 명나라에 구원군을 요청한 조선 문신들과 명나라 장수 이여송을 지나치게 영웅화함으로써 그들 덕분에 왜적을 물리칠 수 있었음을 강조한다. 결국 '임진록'은 조정과 대신들에 대한 백성들의 비판적인 시선을 무마시키고, 사명당이라는 인물을 통해 왜국을 징치하는 것으로 설정하여 정신적인 승리를 구가하고 있다는 점에서 현실을 왜곡한 소설이며, 이 때문에 사대부 계층에서 창작했을 것으로 추측된다고 한다.
◆ <임진록>의 전체 구성
'임진록'은 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하는 다른 소설과는 달리 여러 인물들의 일화를 순차적으로 엮은 단편집의 성격을 띠며, 내용은 크게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① 임진왜란이 일어나기 직전의 국내외 사정과 왜의 침략 기도
선조의 꿈을 해몽한 결과 우의정 최일경은 왜군이 쳐들어온다는 것을 알게 된다. 임금은 요망스런 말을 한다고 귀양을 보내 버렸는데 귀양지에서 왜침을 목도한 최일경이 조정에 이 사실을 알렸다.
② 나라를 지키려는 민중들의 결사 항전과 왕과 양반들의 도망
임진년 3월에 청정, 소서, 평수길 등이 대군을 이끌고 침공하자, 선조 대왕은 김도경이란 소년이 말고삐를 잡아 줌으로써 간신히 의주로 피란하였다.
③ 의병의 봉기와 육지와 바다에서 왜병을 격퇴함.
이순신이 거북선을 만들어 수군을 지휘하여 싸우고 조헌, 곽재우, 김덕령 등이 의병을 일으켜 왜병을 격퇴하였다. 왜군은 평양을 점령하자 조정에서는 유성룡을 명나라에 보내어 구원군 파견을 요청하였다. 조선에 파견된 이여송은 꿈에서 관운장의 질책을 받고 청정의 머리를 베었다. 대장을 잃은 왜군은 대패하게 되었고, 곧 본국으로 돌아갔다.
④ 사명당이 일본에 건너가 항복을 받아 옴.
서산 대사가 꿈을 꾸고 상경하여 선조 대왕을 뵙고, 왜구의 재침략을 막을 묘책을 논의한 끝에 자기의 제자 사명당을 왜국에 보낸다. 사명당은 왜에 건너가서 도술로써 왜왕을 굴복시켜 형제지국의 항서를 받고 조약을 맺는다.
'Reading n See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고전소설 해설]주생전(周生傳) - 권필 - (0) | 2022.04.18 |
---|---|
[고전소설 해설]장화홍련전 - 작자 미상 - (0) | 2022.04.18 |
[고전소설 해설]이춘풍전(李春風傳) - 작자 미상 - (0) | 2022.04.18 |
[고전소설 해설]임경업전(林慶業傳) - 작자 미상 - (0) | 2022.04.18 |
[고전소설 해설]유충렬전(兪忠烈傳) - 미상 - (0) | 2022.04.18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