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선감의록(彰善感義錄) - 조성기 -
감상 및 해설
조선 후기 학자 조성기의 작품으로 이 소설은 플롯이 복잡하지만, 악한 처와 착한 첩의 갈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도 한 집안의 가장인 사대부의 삶과 가문의 운명에 그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작품의 주제 의식은 남녀 귀천을 막론하고 충효를 근본으로 해야 하며 형제간의 우애나 선행은 다 여기서 나온다고 서술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소설은 시종일관 교훈적이고, 이 작품 속에 등장하는 화진은 큰어머니 심씨와 이복형 춘이 터무니없이 자신을 모함하여도 변명하려 하지 않는데, 이는 자기가 변명하여 사실을 밝혀 심씨와 춘이 화를 당하게 하기보다는 차라리 자기가 누명을 쓰는 쪽을 택한다. 이것은 뛰어난 효성심의 발로이며, 작가는 이런 인물을 독자가 본받기를 바라고 있다.
이 소설은 다른 고전소설과는 달리 등장인물들이 50여명이나 되며, 인물의 유형은 고전소설이 다 그렇듯이 선인과 악인으로 분류되고 있다. 그러나 몇몇 인물들은 전형적인 성격을 가지고 있음에도 개성이 부각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고, 이런 개성적인 인물들을 표현하여, 다른 작품들과는 차별이 되고 있다.
고전 소설에서 악행이 드러나는 방식이 대개 '춘향전', '장화홍련전', '홍길동전'처럼 선인이 악인의 죄를 밝히는 것이 있고, '창선감의록'처럼 악인들 사이의 내부 갈등에 의해서 그들의 죄상이 드러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악인들이 처벌을 받는 것보다 악인을 선별처리하여 개과시켜 구제하고 있다.
요점정리
◆ 성격 : 고대소설, 가정(가문)소설, 교훈소설, 도덕소설
◆ 창작 연대 : 숙종 때(17세기)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주제 : 충효사상의 고취와 권선징악
◆ 문학적 의의 : 14회장(回章)의 한문소설로 작품의 구상과 묘사가 치밀하여 '사씨남정기(謝氏南征記)'에 버금가는 소설로 꼽히기도 한다. 작품의 주제 의식이 전통적 관념의 고수에 있기 때문에 참신성은 없지만, 치밀한 구성으로 소설적 흥미가 풍부한 작품이다. 또, 창작 동기면에서 <구운몽>과 같이 작가가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쓴 것으로 알려져 있고, 구성면에서 <사씨남정기>와 유사성이 많아 17세기 소설의 한 줄기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사씨남정기>나 <창선감의록> 등은 구성상 부녀자들의 역할이 돋보여 규방 소설로 일컬어지기도 하며, 여성 독자들에 의해 애독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독자 계층이 여성으로 확대됨에 따라 고전 소설은 비약적 발전의 토대를 마련하게 된다.
◆ 구성 단계
* 발단 → 명의 상서 화욱의 세 부인 심씨, 요씨, 정씨 중, 요씨가 일찍이 딸을 낳아 정씨에게 부탁하고 죽었고, 화욱은 심씨 소생의 장남 춘이 용렬하매, 정씨의 소생의 아들 진과 요씨 소생의 딸 빙선을 편애하였고, 이에 심씨는 과부가 되어 집에 와 있는 시누이 성부인의 위엄으로 불만을 표하지 못하였다.
* 전개 → 간신 엄숭이 득세하자 화욱은 사직하고 낙향했는데, 이 때 춘은 부덕을 갖춘 임소저와 혼인하며, 또, 화욱은 진의 배필로 윤 소저와 남 소저를, 빙선의 신랑으로 유 공자를 정해 놓고 죽고, 성부인이 집을 비우자, 심씨와 춘은 진과 빙선을 학대하였으나, 그들은 조금도 노여워하지 않았고, 성부인이 돌아와 진과 빙선을 각각 성례시켰으나, 심씨는 진의 부인 윤, 남 두 소저를 미워하였고, 춘은 방탕해져서 불량배 범한, 장평과 사귀면서 임소저를 내쫓고 간사한 조씨를 정실로 삼았으며, 이때 진과 성 부인의 아들 성준, 빙선의 남편 유생은 모두 과거에 급제하여 벼슬을 하고 있었다.
* 위기 → 심씨는 조씨와 결탁하여 남 소저를 독살하려 했으나 실패하고, 진은 춘의 참소로 투옥되며, 조씨가 범한과 간통을 하자, 춘은 장평과 짜고 그들을 없애고, 윤소저를 엄숭의 아들에게 주려 한다.
* 절정 → 그러나 윤소저의 동생이 어사가 되어 악당들을 처벌하며, 한편 유배지의 진은 신인을 만나 도술과 병법을 배워 해적의 반란을 평정하는 무공을 세운다.
* 결말 → 심씨와 춘이 전날의 잘못을 뉘우치고 흩어졌던 가족들이 무사히 돌아와 가문이 화락하게 된다.
생각해 보기
1. 김만중의 <사씨남정기>와 조성기의 <창선감의록>의 공통점
⇒ 두 작품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사대부의 수신(修身)의 문제가 제기되며, 이것이 제가(齊家)와 치국(治國)의 과정을 통해 나타난다. 둘째, 충·효·열이라는 유교 이념이 가정과 국가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가 드러난다. 셋째, 선한 인물군과 악한 인물군을 매개하는 매개적 인물로 가장과 임금이 설정되며, 매개적 인물의 어리석음으로 사건이 발생하고, 깨달음으로 사건이 진정 국면으로 접어든다. 넷째, 초월적 공간이 존재하며, 초월계의 개입이 선한 주인공의 출문 이후에 집중적으로 이루어진다.
2. 이 작품의 제목은 어떤 의미를 나타내고 있는지 작품의 내용과 결부시켜 설명해 보자.
⇒ 이 작품의 제목에서 '창선(彰善)'은 '착한 행실을 드러낸다.'는 뜻이며, '감의(感義)'는 '의리에 감복한다'는 뜻이다. 이 작품에서 반동적 인물 심씨나 그 아들 춘은 한때 악행을 저지르지만 나중에는 잘못을 스스로 뉘우친다. 이것은 작가가 사람의 성품이 본래 선하다는 관점을 취한 결과이다. 따라서, <창선감의록>이라는 제목은 사람이 본래 가지고 있는 착한 마음으로 의로움에 감복하도록 하기 위한 기록이라는 뜻이 된다.
3. 일반적으로 고전 소설은 중국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전개되어 있다. 그 원인을 정치 사회적 현실에 근거하여 추리해 보자.
⇒ 고전 소설은 대부분 중국을 배경으로 엮어진다. 간혹, 우리 나라를 배경으로 설정한 경우에도 "세종 대왕 즉위 초에 성덕이 넓으시사……"와 같이 상투적인 찬사를 바치는 이외에 구체적 서술은 하지 않는다. 이것은 봉건 군주제 사회에서 자기 조정과 관련된 일을 함부로 발설할 수 없는 제한 때문이었을 것이다. 만약 우리의 고전 소설이 조선조의 어느 임금 시절을 배경으로 삼으면, 표현상 여러 가지 구애를 받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예컨대 <사씨남정기> 같이 왕을 풍간하는 소설이라든가, <창선감의록> 같이 간신의 발호로 인한 권력 투쟁 양상이 다루어진 소설의 배경을 조선 시대로 한다면 정치적 문제가 발생할 것이 틀림없다.
4. 선악의 대립상과 해결 방식
⇒ 일반적으로 악행이 드러나는 양식은, 선인 쪽에서 악인의 죄상을 밝혀 내는 것과 악인들 사이의 내부 갈등으로 그들의 죄상이 드러나는 것의 두 가지가 있다. <춘향전>, <장화홍련전>, <홍길동전. 등은 전자에 해당되고 <창선감의록>은 후자에 해당된다. 예컨대, 조씨와 범한의 악행이 같은 패거리인 장평에 의해 폭로되는 것이다. 그리고, 악행을 저지른 자를 처리하는 방식에 있어서도 이 작품은 여타의 작품과 구별된다. <춘향전>이나 <장화홍련전>에서 악인이 처벌을 받는 것과 달리, 이 작품에서는 악인을 개과시켜 구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 모든 악인을 다 개과시킨 것은 아니다. 악인 중에서도 조씨나 범한, 장평 등 교활한 악인은 모두 처벌되었다.
5. 개성적 등장 인물들
⇒ 이 소설에 등장하는 50여 명이나 되는 인물들은 선인과 악인으로 분류된다. 그러나, 선인 또는 악인이라 해도 하나같이 동일한 유형은 아니다. 예컨대, 같은 선인이라도 화진과 그의 처남 윤여옥은 대조적이다. 진은 성현 군자답게 점잖은 반면, 여옥은 담대하고 적극적이다. 진의 두 부인 윤소저와 남소저도 고귀한 가문 출신의 재자가인이면서도 각자의 개성은 판이하다. 윤소저가 순종적이고 인욕적인데 비해 남소저는 엄격하고 모가 난 성품이다. 그만큼 인물들의 개성이 부각된 것이다. 전형적 인물이 지배하던 고전 소설에서 인물의 개성이 부각되었다는 것은 새로운 주체적 인간상의 출현을 예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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