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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n Seeing

[현대소설]지하촌(1936)-강경애-

by 휴리스틱31 2021. 10.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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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촌(1936)

-강경애-

 

● 줄거리

 

빈민굴에서 어머니, 두 동생과 함께 사는 칠성은 네 살 때 홍역을 앓고 난 다음 경풍에 걸려 팔다리가 자유롭지 못한 불구자이다. 그의 어머니는 산에서 나무를 하고, 칠성은 어려운 살림을 구려나가는 어머니를 도우려고 동냥자루를 둘러메고 여러 곳으로 구걸 행각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간다. 칠성이는 아이들에게 놀림을 당하면서 동냥 자루를 메고 구걸을 다닌다.  동생 칠운이는 막내를 돌보며, 칠성이가 구걸해온 것을 주지 않는다고 떼를 쓰고 투정을 부리기 일쑤이다.

 

칠성이는 이웃에 사는 소경 큰년이를 은근히 좋아하고 있는데, 구걸을 하면서 좋은 물건이 생기면 큰년이에게 주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고, 그래서 오늘도 동냥해온 과자를 큰년이에게 어떻게 전해줄까 하면서도 사탕을 달라고 보태는 남동생이나 여동생의 몰골에 극도의 혐오감을 느끼기도 한다. 이 마을 사람들에게 있어 아이들은 하나도 귀한 존재가 아니다. 큰년이 어머니는 오늘 밭일하는 도중에 아이를 낳았으나 이내 죽자, 그것을 오히려 잘 된 일로 생각한다. 칠성이 자신도 어려서 죽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절실하였다.


어느날,  읍에서 장사하는 사람이 아들을 얻기 위하여 큰년이를 데려갔으면 한다는 말을 어머니로부터 듣는다.  칠성은 큰년을 찾아가 "사탕주고 옷감 줄께, 시집 안 가지?" 라고 다짐하고, 멀리 송화읍까지 동냥을 나가서, 구걸한 돈으로 큰년의 옷감을 끊는다. 돌아오는 길에 비가 내려서 옷감이 젖을까 염려되어 근처의 마을로 바삐 찾아들어간다. 부자집 추녀 아래에서 비를 피하다가 그 집 사람에게 쫓겨난다. 돌아오는 길에 개에게 쫓겨 다치는 일을 겪기도 하였으며,  공장에서 일하다 사고를 당해 불구가 된 사람을 만나기도 한다. 그 노동자는 빈부가 자연적으로 생겨난 것인 줄 아느냐고 칠성에게 묻는다.


무언지 격동이 된 그가 집에 돌아왔을 때, 집과 마을은 그동안에 내린 비 때문에 비참한 모습으로 변하여 있었다. 동생들은 모두 눈병으로 고통받고 있었고,  이집 저집의 논밭은 유실되어 있었다. 그 가운데서도 가장 나쁜 소식은, 큰년이 어제 이미 첩으로 갔다는 소식이었다.  갓난아이인 막내는 머리의 상처를 싸맨 헝겊의 찢겨진 자리에서 쌀알같은 구더기가 설렁설렁 나오고 있었다. 헝겊을 젖히니 쥐가죽이 딸려 나오고 피를 문 구더기가 아글아글 떨어진다. 어머니의 비명을 들으며서 칠성이는 '엑!'소리를 지르며 밖으로 나온다. 하늘엔 번갯불이 찢겨 나가고 있다. 칠성이는 묵묵히 하늘을 노려볼 뿐이었다.

 

 

● 인물의 성격

 

 칠성 → 불구자로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구걸행위를 함. 큰년이를 좋아하지만, 끝내 가난의 참상만 절실히 느끼게 됨.

◆ 칠운, 영애 → 칠성이의 두 동생

◆ 큰년 → 칠성이가 좋아하는 이웃집 눈먼 처녀로, 읍내 부잣집으로 팔려가게 된다.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사회의 밑바닥을 파헤쳐 강렬한 사회개혁의 의욕을 나타낸 것이라 할 수 있다. 간도를 배경으로 한 일련의 작품에서와 같이 이 작품 역시 일제치하의 참상을 사실적인 묘사로 강렬하게 고발한 것으로서, 작가 특유의 독특한 작품세계를 구축한 대표작이다.

 

 이 소설의 주제 의식은 '가난'이라는 문제에 놓여 있다. 가난이 인간의 삶을 어떻게 황폐화시키고 있는가 하는 문제를 참담한 가난의 현실로 보여주려는 것이다.  비참한 빈궁상의 적나라한 묘사가 작품의 중심이 되고 있으며, 구걸을 하는 빈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점에서, 1920년대의 신경향파 소설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그러나 공장에서 일하다가 불구가 된 사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에서, 빈부의 문제가 사회적 문제라는 암시를 받고는 일시적으로 칠성의 마음이 격동되기도 하지만, 그것은 일회적일 뿐, 칠성의 태도가 근본적으로 바뀌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신경향파 소설과는 구분된다고 하겠다.

 

 가난에 대한 적나라한 묘사 (자연주의적 수법) → 머리의 상처에 앉은 고름딱지를 뜯어먹는 갓난아이, 동네 아이들에게 똥칠을 당하면서 놀림 받는 칠성이, 형에게 맞으면서도 질기게 먹을 것을 달라고 울먹이는 칠운이, 약을 바를 수 없는 형편이어서 민간요법으로 쥐가죽을 상처에 붙여 놓았는데 거기서 구더기가 생겨 떨어지는 장면의 묘사에서 가난에 대한 징그러울 정도의 참혹한 묘사가 이루어진다.

 

 주요 등장인물이 모두 불구자(병신)으로 등장하는데, 가난이 그들로 하여금 병신이라는 굴레를 쓰게 만들었다. 팔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칠성이, 그의 두 동생, 자궁이 빠져 고통받는 어머니, 장님인 큰년이, 이들 모두 기본적인 인간의 조건을 상실한 인물들이다. 더구나 그들의 이러한 처지는 선천적이 아니라는 데서 문제가 된다. 이들에게 불행을 가져온 것은 자신들의 잘못이기보다는 돈이라는 수단의 결핍이 즉, 가난이 그렇게 만들었다는 것이다. 또한 그 가난의 요인은 그들의 게으름이나 무능함이 아니라 사회적인 것임을 은연중 암시한다. 곧, 이 작품에서 불구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문제이며, 등장인물들은 불구로 인해 침해받고 있는 비극인인 것이다.

 

 주인공 칠성은 가난으로 인해 성격이 파탄된 모습을 보이며, 지긋지긋한 가난은 가족에 대한 사랑마저 앗아가고, 가족을 저주하는 단계까지 이르게 된다. 결국, 칠성이를 통해 극화하고 있는 것은, 가난은 파탄이며, 삶 자체를 초토화하는 무서운 힘이라는 것이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 배경 : 1930년대 어느 빈민촌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표현상 특징 : 표현의 선명성이 부족하고, 사건의 전개가 매끄럽지 못한 결함을 지닌다. 작은 에피소드들끼리의 흐름도 부자연스러울 뿐만 아니라, 그것들이 단편적으로 조각나 있어서 긴장감을 상당히 줄이고 있다. 소설의 주제는 결국 언술에 의해 드러나고, 소설이 예술인 것도 그 표현의 과정 때문이란 점을 상기한다면, 이 작품의 표현은 결점으로 남는다.

◆ 주제  가난이 주는 참담한 삶의 모습

◆ 출전 : <조선일보>(1936. 3. 12. ~ 4. 3 까지 연재됨)

 

● 생각해 볼 문제

 

1. 작품의 제목인 '지하촌'의 상징성은 무엇인가?

⇒ 이 마을 사람들은 하나같이 가난하고, 또 신체적 불구자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그들의 삶은 빛이 없는 지하 세계와 다를 바 없으며, 어둠만 있는 불행한 마을이라는 뜻이다.

 

2. 이 작품에서 주로 쓰이고 있는 묘사 방법은 무엇인가 ?

⇒ 자연주의적 묘사

 

3. 칠성이가 만난 공장 노동자 출신의 불구자는 이 작품에서 어떤 기능을 하는가?

⇒ 칠성이가 비를 피하기 위해 처음 찾아간 곳은 부잣집이다. 그러나 거기서 문전박대를 당한다. 그런 다음 만나게 되는 자가 바로 이 사람인데, 그는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다리가 잘린 사람이지만, 따뜻한 인간미를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부자와 가난한 자의 대조를 통해 사회적 불평등의 현상을 뚜렷이 하는데 기여한다.

 

4. 칠성이와 큰년이의 사랑은 이 소설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 ?

⇒ 큰년이와의 사랑은 하나의 에피소드로만 드러나지 그것이 소설 전체의 서사적 흐름을 좌우하지는 않는다. 이 작품이 주로 묘사하려는 것은 가난의 처참함이다. 큰년이가 다른 곳으로 시집을 가는 것도 결국 가난 때문이다. 따라서 큰년이와의 사랑은 가난이 주는 아픔을 강조하는 것의 일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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