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ading n Seeing

[현대소설 줄거리/해설]별(1941)-황순원-

by 휴리스틱31 2021. 11. 2.
728x90

(1941)

-황순원-

 

● 줄거리

 

사내아이는 죽은 어머니를 늘 그리워하고 있는데, 그는 자기의 어머니는 매우 예뻤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는 어느 날 동네 노파가 젊은 아낙네에게 사내아이의 동복 누이가 죽은 그의 어머니와 닮았다고 말하는 것을 무심코 듣게 된다.

 

사내아이는 누이를 보면서 어머니의 모습을 그려 보려고 애를 쓰는데, 그 누이가 이복동생을 업고 있다가 사내아이에게 미소를 지어 보인다. 그 때 누이의 유난히 큰 입술 사이로 검은 잇몸이 드러난다. 이를 본 사내아이는 어머니의 그림자를 찾던 마음을 상실하고 누이에게 눈을 부릅뜬다. 누이가 죽은 어머니를 닮았다고 말한 과수 노파의 집으로 가서 어머니의 잇몸은 검지 않고 예뻤다고 주장한다. 노파가 그렇다고 하자, '사내아이'는 만족해서 집으로 돌아가서 누이가 준 각시 인형을 발견하고는 지금까지 예뻐 보이던 인형이 갑자기 누이처럼 미워져 땅에 묻어 버린다.

 

 

골목에서 당나귀를 타다가 떨어진 그는 누이의 부축을 거절하고 달아난다. 누이는 사내아이가 자기를 꺼리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다. 그러나 어떤 방법으로도 사내아이의 마음을 즐겁게 해 줄 수가 없다.

 

누이가 남자를 만나고 있는 것이 들통이 나서 집안 식구들이 야단을 칠 때, 그의 아버지는 누이를 강물에 집어 넣겠다고 소리를 지른다. 그리고 의붓 어머니는 땅 속에 묻힌 어머니에게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고 말을 하자 사내아이는 죽은 어머니를 들추게 하는 누이가 미워졌다. 쌀쌀한 어느 날 밤, 누이와 산보를 하던 사내아이는 누이를 치마로 싸서 강물에 집어 넣으려고 하다가 단념한다.

 

누이가 어떤 사업가의 막내 아들에게 아무 불평없이 시집 가는 날, 누이는 가마 앞에서 의붓어머니의 팔을 붙들고 무던히도 슬프게 울면서 사내아이를 애타게 찾지만 사내아이는 몸을 숨기고 나타나지 않는다. 빨간 노을이 진 어느 날 늦저녁 때 사내아이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누이가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전에 인형을 묻었던 자리를 파 보았지만 인형은 없었다. 누가 누이를 죽였느냐며 울부짖는 아이의 눈에 눈물이 고인다.

 

별을 바라보던 사내아이의 눈에 눈물이 고이고 거기에 별이 내려왔다. 오른쪽별은 어머니별, 왼쪽별은 누이별이라고 생각한 사내아이는 눈의 별을 몰아내려고 눈을 감았다. 누이는 어머니같이 아름다운 별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 인물의 성격

 

◆ 사내아이 → 죽은 어머니의 환상을 쫓으며 방황하고,  누이를 극도로 소외시키며 끝내 죽음으로 몰아넣는다. 마지막 누이의 부고를 받고 그는 자신의 누이에 대한 태도를 후회하면서 누가 누이를 죽였느냐고 절규하는 동적 인물이다.

◆ 누이 → 소년을 진심으로 사랑하여 소년의 모든 행위를 너그럽게 수용하고 죽음까지도 기꺼이 수용한다. 그녀의 죽음은 자신과 아버지와 그녀의 남편이 함께 이루어 낸 비극적 사건이다.

 

● 구성 단계

 

◆ 발단 : 소년은 죽은 어머니에 대해 절대적 사랑을 지니고 있음.

◆ 전개 : 사사건건 누이의 행동에 반발함

◆ 위기 : 소년은 어머니를 들먹이게 하는 누이의 경솔한 처신을 미워하나 누이는 소년에게 애정을 암시

◆ 절정 : 누이의 부음을 받고 누이가 준 인형을 파냄으로써 누이에 대한 애정을 암시함.

◆ 결말 : 누이의 죽음을 부정하는 소년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사내아이의 성장 과정에서 나타나는 구체적인 사건을 형상화한 일종의 성장소설로, 아이가 성장 과정에서 겪는 심리적 갈등을 아름다운 서정성에 바탕하여 그린 빼어난 작품이다. 사내아이가 가지고 있는 죽은 어머니에 대한 동경심을 바탕으로 하여 현실적으로 못 생긴 누이에 대한 혐오감이 대조적으로 제시됨으로써 작품을 이끌어가는 긴장감이 형성되고 있다.

 

 모성 고착(mother-fixations)에서 벗어나는 과정을 그린 성장 소설 → 성장소설이란, 주인공이 일련의 사건을 경험하면서 자아를 확대하고, 세계를 이해해 가는 과정을 중점적으로 그리는 소설을 말한다. 이 작품은 9개의 에피소드를 거치면서 '사내아이'의 성장 과정을 탐색하고 있는데, '별'로 표상되는 어머니에 대한 환상을 지워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머니가 환상이라면 누이는 현실이다. 환상은 절대적 아름다움으로 규정되고 있으며, 현실은 추한 것으로 그려진다. 사내아이는 환상을 지키기 위해 현실을 거부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누이를 끝없이 멀리하고 증오하게 만들 게 되는 것이다. 결국 사내아이가 거부하는 것은 누이가 아니라 현실이며, 현실과 환상의 충돌은 현실의 승리로 돌아가는 것이 자명하기에 사내아이는 더욱 환상에 집착하게 된다. 이 환상의 집착은 "모성고착"으로 드러난다. 일종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로 어머니의 결손으로 인한 심리가 어머니에의 집착으로 무의식 속에 자리잡으며, 이후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환상에서 현실로 → 사내아이가 열네 살이 될 때까지 이 왜곡되고 편향적인 애정 집착은 사그러들지 않으며, 과수 노파의 중립적이며 냉정한 현실인식에 대한 충고는 사내아이에게 받아들일 수 없는 무서움이었고, 그래서 더욱 완강하게 거부하게 된다. 사내아이가 소녀를 알게 되면서 이성적 사랑으로 돌입할 때도 현실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입맞춤하는 소녀를 불량한 존재로 인식하게 된다. 그러다가 사내아이가 어느 정도의 성숙에 이르는 모습은 '누이의 죽음'을 알면서 가능해진다. 파묻었던 인형을 꺼내러 가게 되고, 누이에 대한 애정을 회복하며, 눈물을 흘린다. 눈물을 별이라 생각하며, 하나는 어머니이며 하나는 누이라고 여기면서 아무래도 둘은 같을 수 없다는 인식에 눈을 감아 버린다. 아직도 어머니의 환상을 지우지 못한 미성숙의 모습이긴 하지만, 한결 성숙해진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언젠가는 어머니를 현실적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며, 누이와 어머니를 동일시 하는 정신적 성숙으로 나아갈 것이다.

 

 누이를 미워하고 누이가 만들어 준 인형을 땅에 묻어 버리는 행위는 현실적으로 결핍된 모성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의 악의적인 보상 심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누이가 시집을 가고 또 얼마 있지 않아 죽은 뒤, 아이는 누이의 사랑을 새삼 깨닫게 되고 그 누이도 이제 하나의 별로 새겨지게 된다. 아이는 애써 누이의 죽음을 부정하려 하지만 이미 누이는 또 하나의 별이 되고 말았다. 그 별은 아이의 영원한 그리움이고, 또 그를 성숙하게 하는 아름다운 상처이기도 하다. 결국, 아이에게는 같은 의미를 지닌 두 개의 별이 생긴 셈이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성장소설

 

◆ 배경

* 시간적 → 어느 가을

* 공간적 → 대동강변 어느 마을, 동화적이고 신비적인 환상의 공간인 서정적 공간임.

* 사상적 → 휴머니즘과 자연친화사상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특징

* 소년의 내적 체험을 심리주의적인 수법으로 묘사함.

* 서정적이고 동화적인 색채가 강함.

◆ 주제  소년의 어머니에 대한 집착과 누이의 죽음을 통해 인간의 운명적 관계를 파악하게 되는 한 어린이의 의식의 성장

◆ 출전 : <인문평론>(1941)에 발표됨.

 

 

● 더 읽을거리

 

죽은 어머니의 영상을 찍는 소년의 내면적 성숙을 다룬 성장 소설로, 어려서 어머니를 잃어 버려 어머니에 대한 기억이 없는 소년은, 상상 속에 존재하는 어머니의 아름다운 이미지를 방해하는 못생긴 누이를 미워한다. 이런 소년의 마음이 섬세한 문체로 그려져 있다.

 

즉, 이 작품은 죽은 어머니에 대한 환상을 지니고 못생긴 누이를 미워하는 한 소년이 누이의 죽음을 통해 생사와 애증 등 인간의 운명적 관계에 대해 어떤 이해를 얻어 가는 의식의 성장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흔히 이 소설에서 어조는 작품 전체를 지배하는 분위기의 형태로 나타나며, 이러한 분위기는 그 작품의 총체적 의미나 주제 의식을 간접적으로 밝혀 주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황순원의 문체는 불필요한 대화를 생략하고 간결한 문체 속에 암시와 상징에 의한 성격과 심리 묘사에 주력함을 특징으로 한다. 즉 작가의 적극적인 서술을 피하고, 생략, 암시와 장면을 보여주는 묘사의 방법을 주로 사용한다. 그래서 그의 글을 읽는 독자는 상상력을 동원하여 그의 문체가 만드는 동화적 분위기 속에서 회화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게 된다.

 

황순원의 <별> 역시, 작품 속의 토속적인 사투리나 전래적인 풍경은 그의 문체에 신비적 요소와 함께 신명성을 더해 준다. 이 소설은 <별>, <인형> 등의 상징적 어휘를 사용하면서 사건을 빠르게 진행시키고 있고, 함축성 있고 서정적인 분위기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서정적인 분위기는 이 소설에서 암시와 상징, 주인공의 성격, 주제 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의식의 흐름과 연상, 환각 등이 중요한 요소로 나타나는 심리주의 경향을 지닌 이 작품은 이 방법을 통하여 어머니의 환상에 매달려 있는 어린아이의 심리 세계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아이는 어머니에 대한 아름다운 환상을 지니고 있어서 미운 누이가 어머니를 닮았다는 말에 누이를 미워하고 환상에 집착한다. 아이는 어머니의 이미지를 훼손시키는 미운 누이를 용서할 수 없기 때문에 어머니의 자리를 누이가 대신하는 것을 계속 거부하지만, 누이는 어머니와 같은 애정으로 아이를 보살핀다.

 

성장 소설이란 중심 인물의 정신적 · 육체적 성장 과정을 구체적인 사건을 통해 형상화한 소설로, 주인공이 성숙한 인물로 성장하는 과정에 놓인 성장의 문턱을 어떻게 넘는가를 나타낸다. 여기서는 소년이 미움의 대상이었던 누이의 죽음을 계기로 누이의 참사랑을 인식하고, 삶과 죽음, 사랑과 미움에 대해서 새롭게 인식하는 의식의 변화를 보여 준다. 이런 측면에서 이 작품은 성장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인생에 대해 아름다운 환상을 지니고 있는 어린 소년은 성장하면서 인생이 아름답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이와 어머니의 관계에서 아이는 '미(美)와 추(醜)'의 개념이 확립되지 않은 미성숙한 상태에서, 누이의 죽음을 경험함으로써 '미와 추'의 개념이 양분되어 현실에 눈뜨게 된다. 환상과 현실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성숙한 아이가 애써 누이의 죽음을 부정하려 하지만, 누이는 하늘의 별이 되고 그 별은 또 하나의 상처가 되어 소년의 가슴에 남는 것이다.

 

누이를 미워하고 누이가 만들어 준 인형을 땅에 묻어 버리는 '아이'의 행위는 현실적으로 결핍된 모성에 대한 간절한 그리움의 악의적 보상 심리로 볼 수 있다. 그러나 누이가 시집을 가고 또 얼마 있지 않아 죽은 뒤, 아이는 누이의 사랑을 새삼 깨닫게 되고 그 누이도 이제 하나의 별로 새겨지게 된다. 아이는 애써 누이의 죽음을 부정하려 하지만 이미 누이는 또 하나의 별이 되고 말았다. 결국, 아이에게는 같은 의미를 지닌 두 개의 별이 생긴 것이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