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방(1946)
-채만식-
● 줄거리
미스터 방 또는 방 선생이라고도 불리는 방삼복은 예전만 하더라도 머슴살이만 하고 다니던 보잘것없는 판무식이었다. 그의 아버지는 짚신 장수였고, 그는 나이 삼십을 바라보도록 머슴살이만 다니던 차에 돈벌이를 간답시고 열두 해 전에 일본으로 떠났다.
칠팔 년을 별반 신통한 벌이도 없는 듯하다가 중국 상해에 있다는 기별이 있은 후 삼 년 후에 집에 돌아온다. 동양 삼국을 다 돌아다녔어도 행색은 초라하였고, 집에 돌아오고 일 년 간을 빈둥거리다가 처자식을 데리고 서울로 올라와서는 행랑방을 얻어 용산의 연합군 포로수용소에 다니면서 입에 풀칠을 한다. 그리고 다시 일 년 동안 상해에서 익힌 기술로 구두 직공일을 하다가 신기료 장수로 나서게 된다. 골목골목 돌아다니면서 고향 사람 눈에 띄어 빈정거리는 소리만 듣던 방삼복은 해방을 맞아도 감격한 줄도 기쁜 줄도 모르는 사람이다.
그러던 중 미국 병정들이 거리에서 말이 통하지 않아 답답해 하는 모습을 본 방삼복은 급히 돈을 빌려 말쑥하게 차려 입고 거리의 마음씨 좋아 보이는 미국 장교에게 접근하여 통역을 해 주게 된다. S소위의 통역이 되고 사흘 후 방삼복은 큰 저택으로 집을 옮기고 부자가 되어 권세를 누리게 된다. 하루에도 여러 사람이 그를 찾았고, 방삼복은 뇌물을 받아가며 호사스러운 삶을 살게 된다.
어느 날 백 주사가 찾아와 순사로 있었던 자신의 아들과 더불어 해방이 되자 습격을 당하게 되었고 재산을 빼앗겼던 사정을 이야기하면서 삼복에게 보복을 부탁한다. 삼복의 무례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백 주사는 분풀이와 빼앗긴 재물을 다시 찾기 위해 머리를 숙이고, 삼복은 복수를 해 주겠노라 큰 소리를 친다. 그리고는 냉수 한 모금으로 양치를 하고 노대(베란다) 밑으로 뱉은 양칫물이 공교롭게도 그를 찾아온 S소위의 얼굴에 떨어지게 되고, 허둥지둥 뛰어나온 삼복은 S소위에게 턱을 얻어맞는다.
● 인물의 성격
◆ 미스터 방(방상복) → 이 작품의 주인공으로, 신기료 장수를 하고 있는 가진 것 없고 무식하고 보잘것없는 처지였으나, 영어를 조금 할 줄 안다는 것에 힘입어 광복 직후 진주한 미군 장교의 통역으로 취직해 출세길에 오르는 인물. 혼란한 시대를 이용하여 권력에 아부하는 기회주의적인 인물
◆ 백 주사 → 전형적인 친일파로, 광복이 되어 군중들에게 봉변을 당하고 재산을 빼앗긴 뒤 피신해 있다가 방상복을 찾아와 미군 장교의 도움으로 복수를 하고 일제강점기에 누렸던 부를 회복하고자 함. 일제 강점기에 권세를 누리다가 해방 후 자신의 재산을 찾기 위해 보복을 청탁하는 친일적이고 간사한 인물
◆ S 소위 → 광복 직후 혼란한 우리나라에 실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한 제 3의 인물로, 방상복을 출세의 길로 들어서게 하는 미군 장교임.
● 구성 단계
◆ 발단 : 미스터 방을 찾아온 백 주사
◆ 전개 : 미스터 방이 출세하기까지의 내력
◆ 위기 : 미스터 방에게 보복을 청탁하는 백 주사
◆ 절정 · 결말 : 미스터 방이 뱉은 양칫물이 소위의 얼굴 위에 떨어져 소위에게 용서를 비는 삼복
● 이해와 감상
◆ 해방 직후의 사회를 배경으로 '방삼복'이라는 인물이 '미스터 방'이 되는 과정을 사실적이면서 풍자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해방 공간은 우리의 역사적인 현실에서 중요한 의미를 갖는데, 일제의 무단통치로 벗어났다고 하는 긍정적인 의미만을 지니지 않는다. 강대국 열강의 개입이 혼탁한 사회 현실을 반영하는 사례 중 하나일 것이다. 이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 또한 그러한 현실을 살아가는 여러 군상 중 하나가 된다. 보잘것없는 처지의 방삼복이 기회를 틈타 권세를 누리는 것이나, 친일 행위를 하던 백 주사가 미스터 방에게 머리를 숙이는 상황 등은 당시의 부정적인 인간형을 풍자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 해방 직후 신기료 장수로 가난하게 살았던 방삼복은 S소위의 통역관을 맡으며 출세하게 된다. 당시 미국통역관들은 미군의 권력을 배경으로 당시 사회의 각종 이권에 개입하면서 한국의 국민들을 지배하는 또 다른 권력 계층으로 기능해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도 한다.
◆ 이 소설에서 주요하게 사용되는 있는 풍자의 기법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한데, 풍자는 어떤 인물이나 주제 등을 우스꽝스럽게 만들거나, 인물이나 주제에 대해 재미, 멸시, 분노, 냉소 등의 태도를 환기시킴으로써 대상을 격하시키는 문학적 기법을 말한다. 풍자는 웃음을 도구로 하여 한 개인, 인물 유형, 사회 현사으 제도 등을 경계하거나 비판하는 방식이 되는데, 이 소설에서도 미스터 방이나 백 주사와 같은 인물 뿐만 아니라 당시의 사회 현실까지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특히 미스터 방과 같은 인물이 사회의 어지러운 상황을 등에 업고 하루아침에 부와 권력을 갖게 되는 설정은 소설의 풍자적 기법을 더욱 부각시키는 기능을 하게 된다.
◆ 또한 이 소설에서 드러나고 있는 인물의 희화화는 등장 인물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함으로써 독자에게 웃음을 유발케하고 비판적인 시각을 갖게끔 유도하는 방식이 된다. 즉, 독자가 등장 인물과의 동일시로 나아가는 것이 아닌,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면서 소설을 읽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독서 과정은 골계미라는 미적 정서를 느끼도록 한다. 골계미는 대상을 역전시키는 방법이 되는데, 아름다움을 추함으로 격하시켜 대상이 갖고 있는 허위와 위선을 폭로하는 것이다. 이는 탈춤이나 판소리가 지니고 있는 요소이기도 하면서 채만식의 문학에 반영된 우리의 전통적 의식이라고 볼 수 있다. 채만식 소설의 해학과 풍자가 인물의 희화화를 통해 드러나는 방식을 주의 깊게 살피도록 하고, 이러한 방식이 당대 사회와 관련하여 구체적으로 비판의 기능을 수행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단편소설(사실적, 비판적, 풍자적, 해학적)
◆ 배경
* 시간적 - 해방 직후
* 공간적 - 서울 현저동의 저택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표현상 특징
* 역순행적 구성 방식을 통해 인물의 과거 행적을 들추어 냄.
* 비속어를 실감나게 구사하여 사건에 현실감을 불어넣어 줌.
* 해학적 어조를 통해 인물을 우스꽝스럽게 희화화시킴.
* 판소리 사설체를 사용함으로써 언어적 재미와 요약의 효과를 거두고 있음.
* 풍자의 기법을 사용하여 골계미와 더불어 비판적 목소리도 함께 제시하고 있음.
* 인물의 행적을 사실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소설의 리얼리티를 확보하고 있음.
◆ 출전 : 『대조』(1946)
◆ 주제
→ 해방 직후 권력에 아부하며 살아가는 인물을 통해 당대의 혼란상과 기회주의적 인간상을 풍자함.
● 생각해 볼 문제
1. 작품 속에서 판소리 사설체와 유사한 부분을 찾아보고, 그 기능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 "그러나 일변으로는, 그러던 코삐뚤이 삼복이가 그야말로 선영이 명당에 들었단 말인지, 무슨 조화를 지녔단 말인지 ~ 한편 생각하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또한 안타깝기도 하였다." / 이러한 판소리 사설의 문체는 상황을 감칠맛나게 요약 제시하면서, 언어 유희를 통해 인물의 풍자를 이끌어내는 기능을 수행한다.
2. 방삼복의 삶이 역전된 상황을 인물의 성격과 시대적 상황의 두 측면에서 생각해 보자.
→ 성격의 측면에서 보면 낯을 가리지 않고 뻔뻔한 방삼복의 성격이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를 잘 살릴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시대적 상황의 측면에서 보면 일제가 물러가고 미군이 막 진주하여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시대 상황이 방삼복과 같은 밑바닥 인생에게도 인생을 뒤바꿀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였다고 볼 수 있다.
3. 작가가 '미스터 방'과 '백 주사'와 같은 부정적 인물을 내세운 이유에 대해 생각해 보자.
→ 작가는 해방 이후 혼탁한 사회에서 지조와 소신을 갖고 사는 사람을 그리워했다고 볼 수 있으며, 따라서 미스터 방이나 백 주사와 같은 부정적 인물을 통해 당시 사회를 살아가는 바람직한 인간상을 역설적으로 그리고자 했음을 추측할 수 있다.
● 더 읽을거리
◆ 채만식의 문학과 풍자에 대하여
풍자란 글자 그대로 풀이해 보면 '바람결(風)에 실려 오는 말(言)을 찌른다(刺).'는 뜻이다. 사전적으로 '인간과 그들이 만든 여러 제도의 약점을 자각하고 웃음을 통하여 그것들을 분쇄 또는 개선하기 위해 비판하는 것'인데 한마디로 말해서 잘못된 것을 꼬집는 것이라 할 수 있다.
풍자와 해학의 공통점은 둘 다 직선적이지 않고 우회적이라는 데에 있지만 풍자와 해학은 엄격하게 다르다. 해학은 인생의 모순과 세상의 비속함을 보고 웃지만 결국에는 인생이란 축복을 의미한다고 생각하며 냉소적이기보다는 관조적인 태도를 취한다. 반면에 풍자적 태도는 해학과는 달리 개혁의 의지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풍자가 불안정한 사회에서 솟아나는 웃음이라면, 해학은 안정된 사회에서 솟아나는 웃음인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풍자는 대상의 부정적인 면에 대한 비판 정신의 소산이다. 정면에서의 비판이 아니라 대상의 부정적인 면을 은근히 들추어냄으로써 충격 효과를 노리는 방법인 셈이다. 기지, 조롱, 아이러니, 비꼼, 조소, 냉소 등이 이를 위해 동원된다.
그럼 '풍자 문학'이란 무엇인가? 그 시대의 한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모순과 불합리성을 조롱, 멸시, 분노, 증오 등의 여러 정서 상태를 통해서 독자를 감동시켜 이를 비판하고 고발하는 사회적 문학 양식이다. 풍자는 어리석음의 폭로, 사악함에 대한 징벌을 주축으로 하는 기지, 조롱, 반어, 비꼼, 냉소, 조소, 욕설 등의 어조를 포괄하므로, 문학의 어느 갈래에서나 작가가 전개하는 논의나 교훈이 선행하게 된다. 풍자 문학은 유개념의 갈래에 포괄되는 하위 개념의 갈래이며, 한국 문학에서는 풍자 소설, 풍자극, 풍자시 따위의 명칭으로서보다는 가전체, 설이나 의인화 소설, 실학파의 소설과 탈춤, 판소리, 인형극, 하층민의 민요의 넓은 영역에 걸쳐서 나타났다.
채만식의 풍자 문학은 주로 아이러니를 사용하는데, 그 아이러니는 언제나 부정적인 인물을 소설의 전면에 내세우고 긍정적인 인물을 후면에 둠으로써 얻어진다. 부정적인 인물들은 긍정적인 인물보다도 더 각별한 주목을 받고 있으며, 긍정적인 인물들은 부정적인 인물들의 조롱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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