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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줄거리/해설]폭군(1969)-홍성원-

by 휴리스틱31 2021.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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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1969)

-홍성원-

 

● 줄거리

 

용주골에 대호(大虎)가 나타나 사람을 둘이나 해쳤다는 편지를 받은 수렵 협회에서는 사나이와 노인(박포수)을 파견했다. 사나이는 사십 세의 국영 기업체 사장으로, 예편 당시 이성 장군이었다. 오랜 군생활이 몸에 배어 있는 사나이는 상대를 위압하는 지도력이 있었으나, 사냥꾼 특유의 직감이나 육감은 믿지 않았으며, 사냥에 수반되는 모든 행동은 장비와 기계류에 의존했다. 그에게 있어 사냥은 일종의 스포츠였다. 일행은 사나이의 조수격인 청년과 함게 모두 셋이었다.

 

노인은 육십 평생을 사냥으로 늙어 온 몸이었으며, 한 사람의 피붙이도 없고 다만 아마츄어 사냥꾼에게 고용되어 생계를 유지하고 있었다. 노인은 이 사나이와 동행하게 된 것을 좋지 않게 생각했으며, 이런 종류의 사냥꾼을 경멸하였다.  노인은 자기가 쫓는 짐승을 마음 속으로 깊이 사랑하고 동정했으며, 추적 중에는 최선을 다한다는 생각 외에는 아무런 잡념도 가지지 않았다.

범을 산신령이나 혼백이라고 생각하는 용주골 부락민들은 사냥꾼들에게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뿐만 아니라 그들은 산제까지 지낼 채비를 했다. 반면 노인과 사나이는 원형이 거의 다 파괴된 덫과 뼈를 발견하고 수색작업을 벌였다. 사냥꾼들이 범을 발견하고 뒤를 쫓았지만 사실은 범이 이들을 미행하고 있었다. 노인이 수색을 하고 있는 사이에 사나이의 비명 소리가 들려왔다. 대호가 사나이를 덮쳤던 것이다. 노인이 달려가니 사나이는 얼굴에 상처를 입고 있었다. 주민들은 그들이 쫓고 있는 범을 위해 의식을 바치고 있었다. 노인은 그들에게 따돌림 받는 것이 슬플 뿐 원망도 불쾌감도 품지 않았으나, 사나이는 주민들에게 거의 발작적인 분노를 터뜨렸다. 산제가 끝나자 부락민들의 얼굴은 밝아졌다.

 

범이 사나이의 총격을 받은 이튿날 새벽, 노인은 사나이 몰래 숙소를 빠져나와 범을 쫓기 시작했다. 추적한 지 열 한 시간만에 범을 발견했다. 그리고는 이백 미터까지 접근했다. 총을 어깨로 가져 갔으나 검게 그을은 그의 얼굴에 문득 슬픔과 고뇌의 빛이 어리었다. 그는 이미 시력이 감퇴되어 조준관이 보이지 않았다. 노인은 무리해서라도 범과의 거리를 좁히려고 애썼다. 노인은 이번 사냥이 생애의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범과 끝까지 당당한 싸움을 하리라 마음 먹었다. 최후의 후회 없는 사냥, 이것이 노인의 목표였다.

 

호환을 계속 당하는 부락민들은 마치 폭군 밑에서 소리없이 울고 있는 백성들과 흡사했다. 공포와 절망과 슬픔에 짓눌린 채 오히려 그 폭군을 받는 착한 백성들처럼 보였다.

 

노인이 바위 위의 범을 올려다 본 것과 범이 일어선 것은 완전히 동시였다. 거리는 불과 삼 미터, 누구도 움직일 수 없었다. 노인은 짐승의 불길같은 두 눈 사이를 향해 천천히 단호하게 방아쇠를 당겼다. 오분도 안되는 시간이었다.

올 때와는 달리 두 사람밖에 없었다. 범과 노인은 서로 얼싸안은 채 죽어 있었고, 범의 겨드랑이 밑에는 부락민이 놓은 덫에 치인 상처로 고름이 뼛속까지 가득 차 있었다.

 

 

● 인물의 성격

 

 노인(박포수) → 육십 평생을 사냥 하나로 살아온 가나한 원로 사냥꾼이다. 가족도 없고 오직 호랑이에게 애정을 느끼면서 살아간다. 30대 포수 시절 익갈포라는 한만 국경 지대의 마을에서 호랑이 사냥을 하면서 무서운 경험을 한 바 있으며, 용주골에서도 똑같은 위험을 느낀다. 대호를 쏘아 죽이고 자신을 덮친 호랑이와 꼭 껴안고 죽는다. 장인 정신이 투철한 사냥꾼이다.

 

◆ 사나이 → 올해 43세로 2년 전에 전역한 예비역 소장으로 모 국영기업체의 사장이다. 사냥 경험은 10년이고 과학적인 기구를 많이 사용하는 사람이다. 자신의 권위를 호랑이에게도 지키려다가 상처만 입는다.

 

● 구성 단계

 

◆ 발단 : 사람을 해치는 호랑이가 출현하고, 두 사람의 포수가 파견됨.

◆ 전개 : 두 포수가 호랑이를 포획하는 방법을 놓고 갈등을 벌임.

◆ 위기 : 중년 사나이가 성급하게 호랑이를 추격하다 부상당함.

◆ 절정 : 노인이 홀로 호랑이를 추적. 피할 수 없는 곳에서 대결을 펼침.

◆ 결말 : 서로 끌어안고 죽은 호랑이와 노인이 발견됨.

 

 

● 이해와 감상

 

 <폭군>은 사냥을 제재로 하여 삶에의 치열성을 극화한 작품이다. 원시적인 방법으로 사냥을 하는 노인과 과학적인 방법으로 사냥을 하는 사나이의 보이지 않는 경쟁심과 노인과 대호의 끈질긴 싸움을 소재로 한 소설이다. 노인은 산짐승들에게 시종 강한 애착을 느끼며, 자신이 사냥꾼임을 불현듯 슬퍼하고 원망할 때가 있다. 호랑이가 자기 발자국을 숨기기 위해 바위등을 타고 다닌다는 말을 듣고 날카로운 지혜와 교활성을 지닌 강적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강한 애정을 느끼고 찬탄을 아끼지 않는다. 마지막 피할 수 없는 일전을 벌이고 한데 엉겨 죽는 장면은 우리에게 진한 감동을 느끼게 한다.

 

 대결의 미학 → 이 작품에는 두 개의 대결 구도가 존재한다. 하나는 마을 사람들이 '폭군'처럼 생각하는 범과 포수의 대결이고, 다른 하나는 사나이와 노인의 대결이다. 전자가 표면적 대결 구도라면 후자는 이면적 대결구도가 된다. 전자는 사람을 해친 호랑이의 습성과 자취를 파악할수록 호랑이의 힘과 지혜에 경탄하는 노인은 호랑이와의 최후의 대결을 준비하고, 대결의 마지막 장면에서 늙은 포수는 삶을 마감할 만한 엄숙한 의미를 발견하게 되는 것이다. 후자는 어려운 대상과의 대결 속에서 삶의 의미를 발견하고자 하는 노인의 태도와 자신을 과시하는 수단에 집착하는 중년 사나이의 속물 근성 사이의 대립으로, 작품이 진행되어감에 따라 노인은 당당해지고 사나이는 초라한 모습으로 전락해 간다. 노인은 자신이 사냥하는 동물에 대해 깊은 애정을 가지고 있으며, 또한 사냥에 대해 직감을 믿는 반면, 사나이는 사냥을 스포츠로 생각하고 오직 무기에 대한 신뢰만을 가지고 있다. 결국 사나이는 범에게도 노인에게도 패배하게 되는데, 이는 조직사회에서는 너무도 강인한 자가, 조직이 아닌 산골에서는 얼마나 무기력한가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인간의 투쟁적 본성이 어떻게 드러나고 있는지를 탐구하고 있는 작품이다. 노인의 방식은 낡은 총 한 자루의 무기로, 대상에 대한 외경심 또는 흠모와 인간적인 따사로움을 품고 있다. 사나이의 방식은 다분히 문명적 속성을 띠는데, 과학적 장비와 대상에 대한 증오감을 불태우며 비정한 심성으로 대응한다. 문명 속에서의 승리자와 자연 속에서의 승리자는 일치하지 않는다. 사나이는 도시에서의 군림이 주던 자기 만족감 내지는 우월감을 사냥터에서도 발휘하고자 하지만 갈수록 초라한 모습으로 변해가며 결국 가련한 패배자가 된다. 그러나 노인은 그것과 반대이다. 그는 자연 속에서 점점 굳세어 간다. 냉정함과 치밀성을 획득하며, 범과의 대결에 전심전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다. 요컨대, 이 작품은 약육강식의 자연 질서에 순응하면서 동물적 대결 의식의 원형적 본성을 탐구하고 있는 소설이다. 힘에의 무한한 외경심, 그리고 진정한 힘이 갖추고 있는 진지함에서 엄숙한 삶의 깊이를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 하겠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중편소설

 

◆ 배경

* 시간적 → 한겨울

* 공간적 → 호랑이가 나타나 공포에 떠는 외딴 산촌 용주골

* 사상적 → 무속신앙, 장인정신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특징 : 사실주의적 경향, 간결한 문장과 현재법의 사용으로 긴장감을 느끼게 함.

◆ 주제  죽음을 초극한 장인정신과 그 숭고함

◆ 출전 : <창작과 비평>(1969)에 발표됨.

 

 

● 생각해 볼 문제

 

1. 범을 '꽃', '사또'라 부르는 데서 알 수 있는 민간 신앙의 세계를 살펴보자.

⇒ 사람들이 범을 신성시하고 있기 때문에 '범'이라 지칭하지 않고, '꽃' 또는 '사또'라고 지칭하는 데서 민간 신앙의 차원을 발견할 수 있는데, 그것은 산신령의 화신이라는 오랜 믿음 때문이다.

 

2. 노인과 범이 얼싸안고 죽은 것으로 그린 작가의 의도는 무엇이겠는가 ?

⇒ 노인은 범을 증오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대결의 대상이기는 하지만 외경심을 품고 있다. 그러면서 대결에 임할 때는 혼신의 힘을 다한다. 이 장면은 범과 노인이 모두 치열한 삶의 정신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에 승부가 나지 않은 채 죽음을 맞게 되었다는 것을 말해 주면서, 그 대결의 근본 정신은 사랑이었음을 강조하려는 의도이다.

 

3. 문명과 원시의 대립 구조로 볼 때, 이 작품이 구현하고 있는 원시성이 가지는 덕목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는가?

⇒ 문명적 요소는 사나이를 통해서, 원시성의 그것은 노인에게 구현되어 있다. 이 작품에서 그려진 원시성은, 원초적 대결에 있어서 치밀함과 전심전력을 기울이는 자세로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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