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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n Seeing

[현대소설 줄거리/해설]기억 속의 들꽃(1959)-윤흥길-

by 휴리스틱31 2021.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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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속의 들꽃(1959)

-윤흥길-

 

● 줄거리

 

만경강 다리를 건너면 지나갈 수밖에 없는 어느 마을에 사는 나는 6 · 25 전쟁을 인한 피란민들이 자신의 마을에 왔다가 어디론가 떠나는 것을 보며 자신도 피란민처럼 어디로 떠나고 싶어 한다. 나는 피란민의 고통과 죽음의 공포를 모르는 순진한 아이이다. 그 순진한 아이가 사는 세계에 낯선 침입자가 등장한다. 그것은 서울에서 온 '명선'이다. 그녀의 출현은 소박한 시골 생활에 익숙한 나에게 새로운 모험의 세계를 체험하게 한다.

 

그녀는 남의 집에 와서 스스럼 없이 밥을 달라고 하고, 밥이 없다고 하자 자신이 지니고 있던 금가락지를 꺼내서 그 대가로 밥을 얻어 먹는다. 그녀는 동네의 개구쟁이들보다 더욱 장난을 좋아했고, 끊어진 다리 위에서 누가 더 멀리 가는지 시합을 하기도 한다. 나는 그녀가 서울의 부잣집 딸이라는 것을 알고 그녀가 금반지를 여러 개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안 부모로부터, 그녀를 감시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녀는 적극적이고 대담하며 장난꾸러기여서 소극적이고 소심하고 얌전한 나와 대조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나는 그녀와의 모든 시합에서 질 수밖에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끊어진 다리 위에서 놀다가 굉장한 폭음을 내며 날아가는 전투기 소리를 듣고 놀란 그녀는 강으로 떨어져 죽는다. 함께 오던 피란길에서 전투기의 폭격으로 부모의 죽음을 목격한 바 있는 그녀는, 무엇이나 무서워할 줄 모르지만, 부모의 죽음을 가져온 전투기의 폭음을 무서워하고 부모의 죽음을 목격한 정신의 상처를 무의식 속에 지니고 산다.

 

 

● 인물의 성격

 

 명선 → 황폐하고 비인간적인 현실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른들의 세계에 기대고 의지해 보려고 처절한 몸부림을 쳤으나 끝내 죽게 됨. 인간다운 삶을 파괴하는 전쟁의 참상을 고발함.  

  → 순진하고 철이 없다.

 어머니, 아버지 → 이해타산적이고 탐욕스러우며 위선적임.

 

● 이해와 감상

 

 윤흥길 소설의 고유한 기법은 어른들의 세계를 어린이의 시점에서 서술한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기억 속의 들꽃>의 화자도 그러한 시점을 사용하고 있다.

 

 이 작품은 전쟁이라는 배경만 없다면 황순원의 <소나기>와 거의 비슷한 분위기를 지닌 작품으로 보인다. 어느 산골 마을에 서울 출신의 한 소녀가 출연한다. 그녀는 대단히 활달하고 적극적이며 신비로운 재능까지 갖추어서 화자를 이끌어 가는 역할을 한다. 그녀의 출현으로 화자의 일상적 삶은 풍요로워진다. 그런데 어느 날 그녀는 뜻밖의 사건으로 죽게 된다. 화자는 그녀가 떨어져 죽은, 끊어진 다리 끝까지 가는 모험을 처음으로 감행함으로써 그녀가 감추어 두었던 헝겊 주머니에서 금반지 몇 개를 발견하지만 그것을 그녀가 빠져 죽은 강물에 떨어뜨린다. 금반지도 그녀와 함께 사라진다. 이러한 구조는 산골 마을에 서울 소녀가 등장하여 화자의 세계를 흔들어 놓았다가 뜻밖의 병으로 인한 소녀의 죽음으로 화자가 다시 혼자가 되는 <소나기>의 구조와 유사하다.

 

 

 그러나 그의 집에 피난민의 대열에서 빠져 나온 '명선'이의 출현은 화자의 단순한 생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화자로 하여금 어른들의 이해할 수 없는 세계, 잔인하고 교활한 어른들의 세계를 드러나게 만든다. 명선의 숙부는 그녀의 재산이 탐이 났거나 아니면 피난길에 그녀의 존재가 거북했거나 해서 그녀를 죽이려고 했다. 나의 부모는 밥이 없다고 그녀를 쫓아내려다가 그녀가 가진 금반지를 보고 태도를 바꾸고, 또다른 금반지를 보고 그녀가 더 가지고 있을지도 모르는 금반지를 빼앗고자 하고, 그녀의 목에 걸린 명찰에서 그녀에게 유산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녀를 독점적으로 보호하고자 한다.

 

가난과 고난의 세월을 살아온 어른들은 전쟁의 와중에서 동물적인 생존 본능과 배타적 이기주의의 화신이 되어 무엇이든지 누구의 것이든지 자기의 것으로 삼고자 하는 탐욕으로 얼룩진 삶을 산다. 여기에서 작가는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서 세상에 물들 수 있는 순진한 어린이와 생존을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교활한 어른들을 대비시키고 있다.

 

 이 작품에서 화자의 가족과 외부 틈입자인 명선이를 이어주는 금반지의 상징성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금반지란 황금으로 된 고귀한 것으로,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특별히 축복받은 사람이나 신의 은총을 입은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거 ㅅ이다. 많은 소설들이 황금이라는 보물을 찾아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는 것은 그것이 누구에게나 접근하고 소유할 수 잇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것을 찾아나선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발견하거나 소유하는 순간에 죽는다. 황금은 그런 점에서 성스런 것이다. 

 

명선이가 부모로부터 그것을 물려받을 수 있었던 것은 난세에 금반지의 환금의 가치가 높기 때문이지만, 그녀의 숙부로부터 살해의 위협을 느낀 것도 바로 금반지 때문일 수 있다. 그녀가 화자의 부모로부터 몸수색을 당한 것도 금반지 때문이다. 그녀가 죽음의 위협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그것을 몸에 지니지 않고 끊어진 다리 끝에 매달아 놓았기 때문이다. 그녀가 다리 끝에서 금반지와 함께 있다가 전투기의 폭음에 겁을 먹고 강으로 떨어져 죽는 것은 남몰래 감추어 둔 금반지를 소유하고 그것을 혼자서 즐겼기 때문이다. 반면에 화자가 끊어진 다리 끝에서 금반지를 발견하고 그것을 강바닥에 떨어뜨리는 것은 화자를 죽음으로부터 구해 준 것이다. 그것은 화자가 금반지를 소유하지 않았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 모든 해석에도 불구하고 이 이야기가 감동적인 소설이 된 것은 그 소녀의 죽음이 이름 없는 한 송이 들꽃으로 상징화된 데 있다. 끊어진 교각 위에 핀 한 송이 들꽃은 생명이 연약하면서도 강인한 힘을 느끼게 한다. 그 꽃을 꺾어서 머리에 꽂고 있던 명선은 바람에 날려간 그 꽃처럼 전투기의 폭음에 놀라서 강으로 떨어져 죽는다. 전쟁의 폭력에서 살아남은 한 송이 들꽃인 그녀는 그 강인한 생명력에도 불구하고 가냘픈 들꽃처럼 강바닥으로 떨어져 버린다. 이러한 들꽃을 기억 속에 간직하고 자라난 화자는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을까? 그는 분명히 이 비극적인 운명을 극복하는 노력으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현대소설, 단편소설

 

 배경

* 시대적 → 6 · 25 전쟁

* 공간적 → 만경강 다리 건너 남쪽 마을

* 사회적 → 전선이 가까워져 포성이 들리고, 피난민들이 몰려드는 전시 상황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

 

 표현상 특징

* 비극적이고 사실주의적 성격

* 아이의 죽음을 통해 전쟁이 인간을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황폐하게 하는지를 고발함.

 갈등구조 : 교활한 어른과 힘없는 어린아이 사이의 갈등

 

 주제  전쟁이 파괴한 인간의 진실

 

● 더 읽을거리

 

* 기억 속의 들꽃 : '기억'은 서술자인 '나'의 어린 시절을 회상한다는 것이고, '들꽃'은 명선이를 비유한 것이다. 즉 '기억 속의 들꽃'은 나와 명선이에 얽힌 추억이 잊혀지지 않고 기억 속에 남아 있다는 의미이다.

* 쥐바라숭꽃 : 내가 붙인 들꽃의 이름.  한낱 힘없는 존재인 명선이를 상징한다. 명선의 머리에서 쥐바라숭꽃이 떨어진 사건은 명선의 죽음을 암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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