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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산문/고전소설 해설] 구운몽(九雲夢) - 김만중 -

by 휴리스틱31 2021. 12.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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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 운 몽(九雲夢)                         -  김만중 -

 

줄거리   

중국 당나라 때 남악 형산 연화봉에 육관대사가 법당을 짓고 불법을 베풀었는데 큰 환영을 받아, 동정호의 용왕가지 참여하여 불법을 들었다. 그리하여 대사는 용왕에게 사례차 불제자 성진을 용궁으로 보낸다. 이 때 형산의 선녀 위부인은 팔 선녀를 육관대사에게 보내 인사를 드린다. 성진은 용왕의 후대로 술에 취해 돌아오던 중 팔선녀와 석교에서 만나 희롱을 하고, 여덟 개의 구슬로써 인연을 맺고 돌아와서는 불문의 적막함에 회의를 느끼게 된다. 줄곧 팔선녀와 인간세계를 동경하다가 결국 육관대사의 노여움을 사서 성진과 팔선녀는 염라대왕에게 보내어진다. 그곳에서 그들에게 벌을 주게 되니, 그들은 벌을 받아 인간세상으로 내쫓기게 되었다. 이에 성진은 중국 회남 수주현 양가의 집안에 양소유로 환생하고, 팔선녀는 각각 여러 계급의 여자로 태어나게 된다.

 

양소유는 15세에 경사(수도)로 과거를 보러 가던 중 화음현에서 진채봉을 만나 혼인을 하려 했으나, 구사량의 침해로 이루지 못하고 남전산으로 피난을 간다. 그곳에서 도인을 만나 음률을 배우고 난이 진정되자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듬해 봄 다시 과거를 보러 경사로 가던 양소유는 낙양의 시회에 참석했다가 기생 계섬월을 만나 가연을 맺는다. 경사에 도착한 양소유는 과거에 급제하고 정사도의 사위로 정해진다. 양소유는 한림학사가 되어 정사도의 집에서 기거하며, 정경패는 전날 소유에게 받은 모욕을 갚기 위해 시비 가춘옥으로 하여금 양소유를 유혹하여 인연을 맺도록 한다.

이때 하북의 세 왕이 역모를 꾀하니 양소유가 절도사로 나가 이를 평정한다. 돌아오는 길에 계섬월을 만나 운우의 정을 나누었는데 아침에 보니 하북의 명기 적경홍이었다. 그는 계섬월, 적경홍과 훗일의 상봉을 기약하고 상경한다.

한편 양소유와 가연을 맺으려다 못한 진채봉은 부친이 죽고 궁녀가 된다. 진채봉은 궁중에 드나드는 양소유를 보고 눈물을 짓는다. 이러한 사실을 안 천자는 채봉을 문책하여 사실을 알게 되고, 천자는 이 사실을 불문에 부치고는 누이인 난양공주는 후에 채봉과 형제지의를 맺는다.

 

 

난양공주와 모후는 천자와 상의하여 양소유를 부마로 삼고자 하였으나 양소유는 정경패와의 정혼을 이유로 거절하다가 옥에 갇힌다. 마침 토번이 중원을 침공하여 혼의를 중지하고 양소유를 대원수로 삼아 출전하게 한다. 양소유는 진중에서 여자 자객 심요연과 만나 인연을 맺고, 심요연은 토번왕을 저 버리고 사부에게로 돌아간다. 양소유는 백룡담에서 용왕의 달인 백릉파를 도와주고 그녀와 또 인연을 맺는다.

양소유가 토번왕의 항복을 받고 회군하니 천자는 양소유를 승상으로 삼고 위국공으로 봉한다. 천자는 양소유에게 난양공주와의 혼사를 승낙하라고 한다. 이에 양소유는 정경패와 먼저 혼인을 하고 공주와 혼인을 한다. 그리고 황태후의 양녀 진채봉과도 혼인을 한다. 양소유는 진채봉과 동침을 하고 나서야 진채봉임을 알게 된다.

양소유는 천자에게 여가를 얻어 노모를 모시고 상경하는 도중 낙양에 이르러 계섬월과 적경홍을 데리고 오니 심요연과 백릉파도 찾아와 기다리고 있다.

이와 같은 과정을 거쳐 승상이 된 양소유는 팔선녀를 차례로 만나 2처 6첩을 거느리며 부귀공명을 누리며 화려한 인생을 살게 된다. 특히 팔선녀들이 모두 의형제를 맺어 양소유의 부귀 공명은 더할 나위가 없다.

그가 벼슬에서 물러나 한가히 여생을 보내던 어느 날, 역대 영웅들의 황폐한 무덤들을 보고 문득 인생의 허무함을 느끼며 비애에 잠긴다. 이에 9인이 인간세계의 무상과 허무를 논하며, 장차 불도를 닦아 영생을 구하고자 한다. 이때에 고승이 찾아와 문답하는 가운데 꿈에서 깨어나 육관대사 앞에 성진의 모습으로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본래의 성진으로 돌아온 그는 죄를 뉘우치고 부귀영화란 하룻밤 꿈이었음을 깨닫고는 육관대사의 가르침을 받고 있는데, 팔선녀가 찾아와 가르침을 청한다. 이에 육관대사가 설법을 베풀어 성진과 팔선녀는 본성을 깨우치고 적멸의 대도를 얻어 극락세계로 들어간다.

 

 

 감상 및 해설  

<구운몽>은 작가 김만중이 남해로 귀양갔을 때, 귀양지에서 어머니 윤씨 부인의 한가함과 근심을 덜어주기 위해 하룻밤 사이에 지어졌다고 알려진 소설이다.

주인공 성진의 하룻밤 꿈의 체험을 작품의 골격으로 삼고 있는데, 불제자 성진이 유교적 공명주의에 입각해 국가와 군왕에게 충성을 다하고 부귀영화를 누리다가 꿈에서 깨어난다는 이야기이다. 즉, 불교의 무상(無常)인 허무주의를 주입시켜 인간의 부귀영화를 일장춘몽으로 돌리려는 의도인 듯하다.

이 작품은 영웅소설의 구조를 수용하면서도 철학성과 종교성을 포용한 새로운 형태와 주제의 소설인데, 유교적인 현실적 공리주의와 불교의 은둔사상과 도교의 향락주의가 교묘히 융합되어 한국인의 정신생활을 총체적으로 반영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또한 고전소설의 문학적 위상을 제고시킨 작품으로 평가되기도 하는데, 동양의 전통적인 사상을 바탕으로 선계와 인간계의 이원적 세계를 넘나드는 환상적 세계를 그리고 있는 점, 작품 전체의 구성과 사건 처리에 있어서 이전의 소설에 비하여 진일보하고 짜임새가 있는 점, 표현기교에 있어서 상투어나 설명조의 어조가 많이 사라지고 사실성과 산문성이 강하게 나타나는 점, 다양한 인물을 설정하고 있는 점 등은 주목할 만하다.

 

 

요점정리  

 갈래 및 성격 : 고대소설, 몽자류 소설, 염정소설, 이상소설, 영웅소설,한글소설 등 고대소설 가운데 가장 다양한 성격을 가진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① 작품 제목에 나타나는 '-몽'의 특성으로 인해 [몽자류 소설]

  ② 성진과 팔선녀 또는 양소유와 부인들의 사랑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염정,애정소설]

  ③ '현실-꿈-현실'의 구조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몽환소설,액자소설]

  ④ 당시 귀족 및 양반 계층의 삶의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양반, 귀족소설]

  ⑤ 양소유의 일대기를 중심으로 볼 때 [전기소설, 영웅소설]

  ⑥ 성진이 불가의 적막함에 염증을 느끼다가 육관대사에 의해 속세에서 귀양살이를 한다는 점에서

                                         [적강(謫降)소설]

  ⑦ 꿈을 통해 삶의 가장 이상적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이상소설]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성진'과 '소유' : 꿈에서의 '소유(少遊)'와 현실에서의 '성진(性眞)'은 결국 한 인물이나, 각각의 이름이 지니는 의미는 상당히 대조적이다. 소유라는 이름에는 '속세에서 잠깐 노닐다 간다.'라는 의미가 있다면, 성진이라는 이름에는 '불법을 통하여 참된 본성을 깨닫는다.'라는 의미가 있다. 이렇듯 작가는 주인공의 이름에 인간과 세상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선을 담아낸 것이다.

 

◆ 인물

* 성진 → 육관 대사의 수제자. 인간의 욕망과 그 욕망의 허구성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인물로, 꿈에서 '양소유'로 환생하여 온갖 부귀영화를 누리지만, 그것이 허망한 꿈에 불과한 것임을 깨닫고 불도에 정진하여 득도한다.

* 팔선녀 → 남악 형산을 주재하는 위부인의 시녀들. 성진과 마찬가지로 남녀의 정욕을 탐하고 속세를 흠모하다가 꿈에서 '양소유의 2처 6첩'으로 환생하지만 이후 인생무상을 깨닫고 불도에 입문한다.

* 육관 대사 → 성진의 스승. 성진과 팔선녀를 계도하여 참다운 깨달음에 이르게 한다.

 

 

◆ 특성

* '현실-꿈-현실'의 이원적 환몽 구조를 지닌 일대기 형식을 취함.

* 설화문학 <조신몽>의 영향을 받음.

* 문어체

 

◆ 사상적 배경

⇒ 구운몽의 사상적 배경으로는 (유교), (불교), (도교)가 융합한 가운데, 불교의 (空)사상이 강조되어 있다고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여기에 조선사회의 큰 특징인 (봉건주의)를 곁들인다.

성진이 양소유로 환생하여 누리게 되는 '입신출세, 출장입상,부귀영달'의 과정과 노모에 대한 지극한 효심은 유교와 일치함을 보이고, 성진이 꿈에서 깨어난 뒤 세속의 부귀영화가 덧없고 무상함을 깨닫고는 그것을 극복하기 위해 불교에 귀의하여 득도 성불하는 모습은 불교와 일치되며, 용왕의 등장, 위부인과 팔선녀의 등장, 양소유의 부친 양 처사가 옥황상제의 명을 받고 신선이 되어 올라가는 것 등에서는 도교(신선사상)와 일치함을 보인다. 또한 양소유가 2처 6첩의 순종 속에 가정을 꾸려가는 모습에서는 봉건사상이 깃들어 있다고 할 수 있다.

 

◆ 주제  부귀공명을 통해 인생의 덧없음을 깨닫고, 불교에 귀의함으로써 허무를 극복함.
                            (인생무상과 허무 극복 의지)

◆ 아류작 ⇒ 옥루몽, 옥련몽

◆ 제목의 의미 ⇒ 구(九) : 등장 인물,     운(雲) : 주제의식,     몽(夢) : 환몽 구조

 소설의 구조(몽환구조)

단 계 요 지 특 징
현실(선계, 천상) 성진의 수도 생활에 대한 회의 .
꿈(속세, 지상) 양소유의 유교적 출세주의에 대한 회의 '참(진리)'을 찾는 전제
현실(선계, 천상) 성진의 참 깨달음 = 불교 귀의

참의미의 세계, 깨달음의 세계

 

 

생각해 보기  

◆ 김만중 문학론의 의의

김만중이 지은 일종의 비평서인 <서포만필(西浦漫筆)>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송강의 관동별곡과 전후미인곡은 우리 나라의 이소다. …… 지금 우리 나라의 시문은 우리의 언어를 버리고 남의 나라의 언어를 흉내내어 쓴 것이다. 설령 그것이 십분 흡사해진다 해도 그것은 앵무새가 하는 말일 뿐이다."   이러한 구절을 통해 김만중은 종래의 관념적이고 권위적인 문학관에서 벗어나, 언어 구조의 새로운 인식으로 표음 문자의 우수성을 강조했으며, 나아가서는 자국어의 개성적인 율격을 찾아내고 중시했음을 알 수 있다. 그의 이러한 문학론은 국문 시가의 창작을 통한 실험으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후에 실학파들의 문학론에 많은 영향을 줌으로써 빛을 발하게 된다. 또한 한글 소설인 '구운몽'이나 '사씨남정기'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일차적 의의를 부여 받을 수 있을 것이다.

 

◆ 몽자류 소설로서 '구운몽'의 특징

몽자류 소설은 글자 그대로 제목에 몽(夢)자가 붙은 소설로 환몽 구조를 이루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환몽 구조란 주인공이 입몽(입몽) 과정을 거쳐 꿈에서 새로운 인물로 태어나 새로운 삶을 체험한 뒤, 각몽(각몽) 과정을 거쳐 개달음을 얻게 된다는 서사 구조이다.

몽자류 소설의 환몽 구조에서는 주인공이 꿈을 통해 새로운 인물로 태어나 파란만장한 일생을 거친 뒤 꿈에서 깨어나 본래의 자아로 되돌아오는 이야기가 3인칭 전지적 작가 또는 관찰자를 통해 서술된다. 따라서 몽자류 소설에서는 현실과 꿈, 모두가 의미가 있다. 현실에 대한 깨달음을 꿈에서 얻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몽자류 소설의 구조는 몽유록 소설의 구조와는 분명한 차이점을 보인다. 몽유록 소설은 현실과 꿈에서 동일한 인물이 등장하고 신분의 변화가 없으며, 주인공이 꿈에서 겪은 일을 현실 세계에서 서술하는 단순한 액자 구조로 되어 있다.

김만중의 '구운몽'은 몽자류 소설의 효시이다. '구운몽'에서 '꿈'은 분량에서도 90% 가량을 차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부귀영화의 허망함과 인간 세상의 무상함이라고 하는 작품의 주제를 드러내는 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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