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eading n Seeing

[현대시 해설]저녁 길 - 김광규 -

by 휴리스틱31 2021. 12. 28.
728x90

저녁 길
                                                                              - 김광규 -

 

날을 생각을 버린 지는 이미 오래다.

 

요즘은 달리려 하지도 않는다.

걷기조차 싫어 타려고 한다.

(우리는 주로 버스나 전철에 실려 다니는데)

타면 모두들 앉으려 한다.

앉아서 졸며 기대려 한다.

피곤해서가 아니다.

돈벌이가 끝날 때마다

머리는 퇴화하고

온 몸엔 비늘이 돋고

피는 식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래도 눈을 반쯤 감은 채

익숙한 발걸음은 집으로 간다.

 

우리는 매일 저녁 집으로 돌아간다.

파충류처럼 늪으로 돌아간다.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1995)-

 

 

해           설

 

[개관 정리]

 성격 : 회의적, 비판적

 표현

     * 현재형 어미를 사용하여 상황을 부각한다.

     * 유사한 성격의 소재를 활용하여 의미를 강조한다.

     * 유사한 통사구조의 반복을 통해 리듬감을 형성한다.

     * 현상에 대한 원인 분석을 통해 주제 의식을 드러낸다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1행 → 현대 도시인의 삶을 단적으로 드러낸 표현

    * 요즘은 ~ 기대려 한다. → 하강 이미지의 반복을 통해 생동감을 잃고 무기력해진 도시인의 삶을 그림.

    * 돈벌이 → '우리'를 수동적이고 무기력하게 만드는 원인에 해당함.

    * 머리는 퇴화하고, 온몸에 비늘이 돋고, 피는 식고, 눈은 반쯤 감은 채 → 파충류의 이미지들

    * 익숙한 발걸음 → 힘든 현실 속에서도 그나마 위로가 되는 퇴근길의 정서를 반영함.

                                반복되는 삶을 나타낸 표현으로도 볼 수 있음.

 

 화자 : 무기력하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 매몰되어 버린 현대의 도시인

 주제 현대 도시인의 삶의 비극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현대를 살아가는 도시인들의 반복되는 일상을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도시인들은 날(飛) 생각을 버린 지 오래된 파충류로 그려지고 있다. 자유롭고 생동하는 존재로서의 인간은 사라지고 오로지 돈벌이에 매달려 피폐해진 우리는 파충류가 되어 늪의 생활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