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술 아비의 축문(祝文)
- 박목월 -
아배요 아배요
내 눈이 티눈인 걸
아배도 알지러요.
등잔불도 없는 제삿상에
축문이 당한기요.
눌러 눌러
소금에 밥이 많이 묵고 가이소.
윤사월 보릿고개
아배도 알지러요.
간고등어 한 손이믄
아배 소원 풀어들이련만
저승길 배고플라요.
소금에 밥이나 많이 묵고 가이소.
여보게 만술아비
니 정성이 엄첩다.
이승 저승 다 다녀도
인정보다 귀한 것 있을락꼬.
망령도 감응하여, 되돌아가는 저승길에
니 정성 느껴 느껴 세상에는 굵은 밤이슬이 온다.
-<경상도의 가랑잎>(1968)-
*엄첩다 : (손아래 사람의 행동에 대해) 대견스럽다.
해 설
[개관 정리]
◆ 성격 : 토속적, 민속적
◆ 표현 : 사투리를 적절히 사용하여 한을 드러내고 아버지에 대한 끈끈한 정을 보여줌.
토속적인 정감과 소박한 정서의 표현
두 명의 화자를 통한 대화체의 어조
◆ 중요 시어 및 시구 풀이
* 티눈 → 까막눈
* 등잔불도 없는 제삿상 → 만술 아비의 가난한 형편
* 당한기요 → 당치 않다는 의미
* 눌러 눌러, 묵고 묵고 → 시어의 반복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화자의 정성과 사랑을 강조함.
* 윤사월 보릿고개 → 가난으로 인해 힘겨운 시기
* 2연 → 화자가 바뀜.
* 엄첩다 → 대견스럽고 엄청나다.
* 느껴 느껴 → 가난한 만술 아비의 정성만큼은 망령도 통해서 느낀다는 의미
* 굵은 밤이슬 → 만술 아비의 정성으로 감동한 아버지 망령의 눈물
◆ 화자 : 돌아가신 아버지의 제사에 정성을 드리며 그리워하는 사람과 제3자
◆ 제재 : 아버지의 제사
◆ 주제 : 돌아가신 아버지에 대한 정성과 사랑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화자 - 아들(만술아비)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정성을 드림.
◆ 2연 : 화자 - 제삼자
만술아비의 정성에 감탄함.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시는 현세적 삶을 넘어서서 이승과 저승을 오가며, 살아 있는 자와 죽은 자 사이에 오가는 인정의 교감을 다루었다는 데 그 특색이 있다. 그리고 이러한 전통적 속신(俗信)에 바탕을 둔 인정의 세계는 '한(恨)'의 정서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시의 주제는 시행에 명확히 제시된 대로 아버지에 대한 사랑에는 인정보다 귀한 것이 없다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다.
각 행을 나누어 그 내용을 간추린다면, 1~2행에서는 시적 화자의 문맹(文盲)을, 3~4행에서는 제사상에 촛불조차 없음을, 5행에서는 제문(祭文)도 없다는 것을 보여 준다. 초라하기 그지없는 것은 6~7행의 제사상에 차린 음식에서, 8~11행까지 아무것도 없다고 노래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 12~13행에서는 아버지에 대한 간절한 바람을 사랑으로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만술 아비는 아주 가난하여 제사상에 그저 소금과 밥 한 그릇만을 올려 놓았을 뿐이다. 그러나 마음에서 우러난 그 정성에 망령은 감복하고 있을 것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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