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노루
- 박목월 -
해 설
[개관정리]
◆ 성격 : 관조적, 묘사적, 서경적, 낭만적, 시각적, 정지적
◆ 표현
* 의미를 배제한 채 이미지들만 제시함.
* 대상과 화자 사이의 거리 유지(원경) → 감정과 관념의 개입에 대한 절제
* 간결성(체언 종지법, 짧은 시행 배열) → 동양화에 나타나는 여백의 미와 상통함.
* 율격(1·2연의 3음보, 3연의 변조된 3음보, 4 · 5연의 2음보)
* 자음(ㄴ)의 두드러진 사용 → 아늑하고 정밀한 시적 분위기를 자아냄.
* 시선의 이동(원→근)에 의한 시상 전개 방식
* 정중동의 심상(2, 3, 5연)
◆ 중요시어 및 시구풀이
* 청운사(靑雲寺), 자하산(紫霞山)
→ 자의적(字義的)으로 보면, '푸른 구름의 절', '보랏빛 무지개의 산'이라는 뜻이다. 신비적 느낌을 자아내고, 구름과 무지개라는 대상 또한 환상적 느낌을 풍긴다. 따라서, 이 곳은 실재하는 세계가 아니라, 속세와는 구별된 환상적이고 낭만적인 가공의 공간임을 알 수 있다. (=탈속의 세계)
* 낡은 기와집 → 고풍스러움과 신비감, 정밀감(고요하고 편안한 느낌)이 느껴지는 대상.
* 봄눈 녹으면, 속잎 피어나는 → 시간적 배경을 알려주는 시어들.
* 열두 굽이 → 깊은 산 속을 가리키는 말
* 청노루 → 평화롭고 이상적 공간에 잘 어울리는 순진무구의 대상
시적 화자의 분신이라고도 할 수 있음(맑은 눈으로 꿈꾸는 주체들임)
* 도는 / 구름
→ 극도로 압축된 형식을 보여주는 부분으로, 감정을 추스르고 화자의 내면적 감동을 응결해줌으로써 감동의 지속적인 효과를 얻어냄.
◆ 제재 : 청노루
◆ 이 시에서의 '자연'
→ 실제의 자연이라기보다 상상 속에 존재하는 가공의 자연으로, 낭만적이고 환상적이고 동양적인 신비의 세계로 그려내고 있다. 절대의 순수, 절대의 고요, 절대의 평화, 절대의 화해로움이 있는 세계임.
◆ 주제 : 절대 순수의 환상적이고 이상적인 자연의 모습 = 이상적인 정신적 고향
[시상의 흐름(짜임)]
◆ 1연 : 청운사(공간적 배경)
◆ 2연 : 자하산(공간적 배경)
◆ 3연 : 속잎 피어남(시간적 배경)
◆ 4연 : 청노루(대상 동물)
◆ 5연 : 눈매에 감도는 구름(대상 동물)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 『한국 현대시를 찾아서』 -김흥규-
박목월의 초기시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대표작으로서, 현실과 단절된 이상적 세계의 그윽한 평화와 아름다움을 노래한 것이다. 박목월의 초기시는 간결한 언어와 민요적 리듬 속에 이상화된 전원 세계를 그린 것이 많다. 이 작품에서도 시인은 가능한 한 말을 절제하고 리듬을 단순화하여 마치 여백이 많은 동양화를 그리듯이 작품을 구성했다.
이 그림 속에 있는 '청운사, 자하산, 청노루'는 모두 상상적인 배경이요 사물들이다. 이들은 현실의 갈등으로부터 초탈한 이상향을 이룬다. 특히 '청노루 / 맑은 눈에 // 도는 / 구름'이라는 구절의 느릿한 호흡과 정서적 여백은 이 이상향이 현실의 갈등과 고통스러운 역사로부터 초탈한 평화의 공간임을 섬세하게 표현하고 있다.
[자작시 해설] : 박목월, 『보랏빛 소묘』중에서
이 작품을 쓸 무렵에 내가 희구한 것은 '핏발 한 가락 서리지 않은 맑은 눈'이었다. 나이 50이 가까운 지금에는 나의 안정(眼睛)에도 안개가 서리고, 흐릿한 핏발이 물들어 있지만 젊을 때는 그래도 '핏발 한 가락 서리지 않은 눈으로 님을 그리워하고 자연을 사모했던 것이다.
또한 그런 심정으로 젊음을 깨끗이 불사른 것인지 모르겠다. 어떻든 그 심정이 '청노루 맑은 눈에 도는 구름'을 그리게 하였다. 이 작품이 발표되자 '청노루'가 과연 존재하느냐 하는 의문을 가지는 분이 있었다. 물론 푸른빛 노루는 없다. 노루라면 누르스름하고 꺼뭇한 털빛을 가진 동물이지만, 나는 그 누르스름하고 꺼뭇한, 다시 말하자면 동물적인 빛깔에 푸른빛을 주어서 정신화된 노루를 상상했던 것이다. 참으로 오리목 속잎이 피는 계절이 되면 노루도 '서정적인 동물'이 될 것만 같았다.
또 청운사나 자하산이 어디 있느냐 하는 것도 문제가 되었다. 어느 해설서에 '경주 지방에 있는 산 이름'이라고 친절하게 설명한 것을 보았지만 이것은 해설자가 어림잡아 설명한 것에 불과하다. 기실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완전히 내가 창작한 산명이다. 나는 그 무렵에 나대로의 지도를 가졌다. 그 어둡고 불안한 일제 말기에 나는 푸근히 은신할 수 있는 어수룩한 천지가 그리웠다. 그러나 당시의 한국은 어디나 일본 치하의 불안하고 바라진 땅뿐이었다. 강원도를 혹은 태백산을 생각해 보았다.
그러나 어느 곳에도 내가 은신할 수 있는 한 치의 땅이 있을 것 같지 않았다. 그래서 나 혼자의 깊숙한 산과 냇물과 호수와 봉우리와 절이 있는 마음의 자연 지도를 그려보게 되었다. 마음의 지도 중에서 가장 높은 산이 태모산(胎母山), 태웅산(太熊山), 그 줄기를 받아 구강산(九江山), 자하산(紫霞山)이 있고, 자하산 골짜기를 흘러 잔잔한 호수를 이룬 것이 낙산호(洛山湖), 영랑호(永郞湖), 영랑호 맑은 물에 그림자를 잠근 봉우리가 방초봉(芳草峰), 그 곳에서 아득히 바라보이는 자하산의 보랏빛 아지랑이 속에 아른거리는 낡은 기와집이 청운사(靑雲寺)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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