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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n Seeing

[현대수필 해설]넥타이 -윤오영-

by 휴리스틱31 2022. 4.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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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윤오영-

 

이해와 감상

 

어느 날 체경 앞에서 넥타이를 매려다 오히려 제대로 되지 않는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반사적 습관으로만 움직여 온 타성적인 생활을 떠올리고 반성하는 수필이다. 여러 가지 예화와 인용을 통해 주제와 관련된 사례를 다채롭게 구성하고 있다.

 

요점 정리

 

 성격 : 체험적, 성찰적, 반성적

 특성

* 일상생활의 체험을 통해 반성적 깨달음을 얻음.

* 다양한 예화를 소개하고(대화체), 장자의 말을 인용하는 등 문체의 변화를 보여줌.

 주제 : 반사적 습관으로 타성에 젖어 살아온 삶에 대한 반성

 

 

교과서 활동 다지기

 

1. 작가가 깨달음을 얻은 과정을 정리해 보고, 이를 바탕으로 주제를 파악해 보자.

어느 날 우연히 체경 앞에서 넥타이를 매게 되었다. 주제
반사적 타성에 의해 습관처럼 살아온 삶에 대한 반성
갑자기 넥타이 매는 방법이 떠오르지 않아 넥타이를 맬 수가 없었다.
이러한 문제의 원인은 반사적 습관으로만 움직여 온 타성 때문 (이)다.

 

2. 이 작품에 제시된 예화를 정리하고, 예화를 언급한 이유를 파악해 보자.

예화 구체적 내용 언급한 이유
'해관장' 이야기 해관장이 어느 날 자신의 서명하는 법을 잊어버림. 나이가 있는 사람들은 가끔 늘 해오던 일을 잊기도 하지만, 자신은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
'어느 학자' 이야기 어느 학자가 임금 앞에서 나이를 대답하지 못함. 긴장을 하면 단순한 것도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지만, 자신의 경우와는 다르다는 것을 밝히기 위해서
'눈을 뜬 장님' 이야기 신의를 만나 눈을 뜬 장님이 눈을 감아야 길을 갈 수 있었음. 습관적으로 해 오던 일은 의식적으로 하면 오히려 어려울 수 있듯이 자신의 경우도 그러하다는 것을 말하기 위해서
'소동파' 이야기 수염에 신경을 쓰지 않던 소동파가 수염에 대한 질문을 들은 뒤에 신경이 쓰여 잠을 자지 못했음. 자연스럽게 해 오던 어떤 일에 대해 신경을 쓰기 시작하면 오히려 그것에 얽매인다는 생각을 전하기 위해서

 

 

작품 읽기

 

체경 앞에서 넥타이를 매려니까 가락이 헝클어져서 잘 매지지를 않는다. 다시 매도 또 헝클어진다. 몇 번을 고쳐 매도 영 생각이 나지를 않는다. 허구한 날 매던 넥타이를 오늘 따라 맬 줄을 모르다니 딱한 노릇이다. 할 수 없이 아이놈을 불러 좀 매달라고 했다.

내가 젊어서 처음 양복을 사 입고 넥타이 매는 법을 배우느라고 체경 앞에서 연습해 본 적도 있지만 넥타이를 못 매서 쩔쩔 매기는 처음이다. 글씨를 쓰다가 밤낮 쓰던 글자, 그나마 제대로 써 놓고도 눈이 서툴 때도 있고 밤낮 다니던 길을 차에서 내려 어느 쪽인지 어리둥절한 때도 있고, 이웃의 영양(윗사람의 딸을 높여 이르는 말)이 옷만 갈아 입어도 누구시냐고 딴전을 하기 일쑤인 내라, 원래 똑똑한 편은 못 되지만 오늘은 좀 심한 것 같다.

* 글쓴이의 체험

해관장(海觀丈, 근대의 서예가 윤용구의 호)은 만년에 남에게 글씨를 써 주다가 거침없이 다 써 읽어 보고는 서명할 때 와서 "내 성명이 뭐더라."해서 사람을 웃겼다지만 이것은 노래(老來, 늙어 가는 무렵)의 일이다. 나야 그렇게 늙지도 않았다.

* 예화1

예전에 어느 학자가 어전(임금의 앞)에 불려 와서 너무 긴장되어 있다가 갑자기 그 나이를 하문하시는 바람에 생각이 막혀 쩔쩔매고 물러났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나는 긴장될 까닭이 없다. 황의돈 씨처럼 남의 나이는 물론 생일까지 몇십 년 전의 날짜 숫자까지 꼬박꼬박 기억하는 분과 만나면 부끄럽기보다 저게 정말일까 의아할 정도다. 그러면 나는 선천적으로 건망증이 가끔 있는 사람인 모양이다. 이왕 건망증이 있을 바에는 과거의 모든 쓰라리고 슬프고 불유쾌한 경험조차 씻은 듯 잊었다면 내 건강에도 한결 다행하련만 안 잊히는 놈은 좀체로 잊혀지지 않는데, 하필 오늘따라 넥타이 매던 것을 잊어 버렸다.

* 예화2

모자를 들고 뜰에 내려서자, 언뜻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다.

예전에 한 장님이 반생을 햇볕을 못 보고 살다가 용하다는 신의(의술이 뛰어나 병을 신통하게 잘 고치는 의원이나 의사)를 만나서 침 한 대에 눈을 떴다. 어떻게 세상이 신기 황홀한지 그야말로 환천환지(歡天歡地, 하늘도 땅도 기뻐할 만큼) 좋아서 날뛰다가 집으로 오려는데 방향을 몰라 길을 찾을 도리가 없다. 헤매다 그냥 주저앉아 울어 버렸다.

이때 지나가던 사람이 있어 이 사정을 듣고는,

"눈을 도로 감고 가 보구려." 해서 눈을 다시 감고 지팡이로 더듬으니 쏜살같이 길이 나섰다(주객이 전도된 표현). 그렇다. 내가 넥타이 매는 법을 잊어 버린 것은 체경 앞에 선 게 탈이다. 진작 들고 나오며 맬 노릇이었다. 몇 해 동안 아침마다 출근 시간이면 총총해서 허둥지둥 매는 것이 습관화되어 손이 자동적으로 매 주었던 것이다. 반사적으로 행동해야 일이 순하고 의식적으로 생각하면 어렵다.

 

 

* 예화3

소동파를 골려 먹은 청년이 있지 아니했던가.

소동파는 수염이 장히(기상이나 인품이 훌륭히, 매우 또는 몹시) 좋았다. 하루는 한 청년이 찾아와서,

"선생님 그 긴 수염을 주무실 때는 이불 속에다 놓고 주무십니까?" / 하고 물었다.

"그렇지!" / 하고 무심히 대답하자 청년은

"그러면 퍽 갑갑하시겠습니다."

"응! 이불 밖으로 내 놓고 잘 꺼야."

"그러면 시려우실 겝니다."

"글쎄?" / 하고 나서 그는 그날 밤에 곰곰히 생각해 봤다. 내가 수염을 이불 속에 넣고 잤던가 내놓고 잤던가 하는 것이다. 넣고 자려면 갑갑하고 내놓고 자려면 시렵고 밤새도록 신고하다(어려운을 일을 당하여 몹시 애쓰다) 한잠도 편히 못 잤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도 체경 앞에서 자꾸 생각할수록 옥매졌는지 모른다.

* 예화4

장자는 "시비 선악이 생각하면 할수록 끝이 없으니 성인은 이를 천예(天倪, 자연의 품에 안긴 만물)에 화(和, 자연과 만물이 하나되는 무아지경을 의미함.)하여 망의무경(忘義無竟) 부친다.(하늘 끝에 닿으면 뜻도 잊어 버리고 경계도 잊어버린다.)"고 했다. (장자의 말을 인용한 의도 → 오늘 넥타이를 맬 때처럼 지나치게 시비를 분별하려 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

그러나 모든 생활이 반사적 습관으로만 움직여 온 타성적인(오래되어 버릇으로 굳어진) 내 생활의 일면인 것 같아서 고달픔을 느낀다.(이 글의 주제의식, 자신의 평소 모습에 대한 진지한 성찰로 글을 마무리함.)

* 마무리(깨달음과 반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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