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불’을 읽고나서>
임여삼이라는 인물을 주인공으로 한 우리나라의 동학농민운동에 대한 책을 읽으며 인내천 사상또한 새삼 눈에 들어왔다. 고등학교에서 배웠던 얄팍한 지식들이 스쳐지나치듯 했다. 동학농민운동을 했던 아버지로 인해 가족 모두가 천민이 되어 살아가고 무식하지만 빠르고 착한 임여삼이 결국은 동학농민운동으로 인하여 진가를 발휘하며 영웅으로 남아가는 내용이었다. 한번만 읽어서는 그다지 큰 여운이 남지는 않았지만 그 사실에 입각한 시대상을 생각해보면 백성들의 고충과 갈등, 그리고 핍박속에서 어렵게 살았을 모습에 안타까움이 함께 스며든다.
<작품해석>
《현대문학》 1972년 11월부터 1974년 5월까지 연재되었다. 1961년 《뜻 있을 수 없는 이 돌멩이》로 《자유문학》 신인상을 받음으로써 작품활동을 시작한 그는 처음엔 《거인》 《섬진강》 등을 통해 부조리한 상황에 대결하는 초인적 의지의 세계를 추구했다. 1975년 《연개소문》을 《동아일보》에 연재하면서 본격적인 역사소설 작가로 명성을 날리기 시작하여, 이후 《임꺽정》 《삼별초》 《천년한》 《서경별곡》 등을 잇달아 발표하였다.
이 작품 역시 이 계열의 대표적인 작품으로 민족사의 최대 민중운동이었던 동학농민운동을 다루었다. 작가의 고향에서 마을의 전설적인 영웅으로 구전되어 온 임여삼을 주인공으로 하여 민중 스스로 겪고 자각하여 들불처럼 일어선 과정을 한국적 가락으로 담아내었다. 서구적인 발상에서 벗어난 우리 양식을 시도한 소설로, 그리고 남사당 등 서민사(庶民史)를 통해 민중의식의 원류를 찾아 우리 것을 재발견하고자 한 소설로 평가된다.
유현종의 『들불』에서는 해월 최시형이 살아있는 실존자로서 사상의 현장 실천을 잘 형상화하여 보여주고 있다. 즉 『들불』에서 동학의 2대 교조 해월 최시형은 스승의 道를 전수받고, 도의 깨달음, 포교 실천자, 교리 편찬자, 북접 지도자로서의 노선과 관련지어 실체적으로 등장하고 있다. 수운이 교를 창시하고 순도한 후, 수제자인 해월이 교를 이어받아 팔도 방방곡곡에서, 백성들이 다투어 교인으로 입도하게 만들어 낸 성과와 수십만명을 포덕시킨 성과 등을 잘 그려내고 있다.
「정신이 문제지 그게 문제니? 아까 내가 얘기했지? 지금 교주라는 해월이란 분. 그 사람은 원래 조실부모하고 남의 집 머슴살이를 하면서 자랐기 때문에 글을 배우지 못해서 까막눈이었다더라」 「그런 사람이 어떻게 될 수 있어?」 「그 사람은 그래도 장성하여 수운을 따라다니며 도를 닦았고 나중에는 수제자가 되었단다. 수제자가 되었는데도 역시 글을 모르는 무식꾼이었다. 그저 말로 외우고 도를 닦는 것이지. 나중에는 동학의 교리를 책으로 만드는데 그 사람이 수운이 말한 것을 다 외워내어 글 아는 다른 제자들이 받아서 책을 만들었다니까 글을 알고 모르고 별게 아닌거여. 나도 이제 삼례에 가서 동학교도가 되겠다고 마음먹었다. 삼례에는 동학포덕소라는 곳이 있다드라. 거기만 가면 되는거지」(93쪽)
이 장면은 주인공 임여삼이 동학도들을 통해서 알고 있는 사실들을, 친구 곽무출과 나누는 대화이다. 임여삼은 해월에 대해 무식한 농투성이인 사회적 신분에 관심을 두어 그런 사람의 대오각성에 감화를 받아 동학에 입도하겠다는 의지로 부각시키고 있다. 결국 해월 최시형은 『들불』에서 도의 전수자요, 교리편찬자요, 도의 각성자로서, 포덕을 통한 수많은 교인을 길러내고 있는 인물로 등장하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해월이 스승인 수운의 사상을 널리 실천하는 입장을 경전간행과 더불어 포덕을 실천하는 자세가 잘 나타난 것으로 볼 수 있다
<작가 유현종에 대하여>
본관은 강릉(江陵)이다. 1940년 2월 25일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나, 이리공업고등학교를거쳐 1960년 서라벌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하였다. 1961년 《자유문학》에 《뜻 있을 수 없는 돌멩이》가 신인상에 당선되어 등단한 이후 한국방송작가협회 상임이사, 한국문인협회 이사,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이사, 한국문학가협회 부이사장, 문학동우회 부회장 등을 지냈다.
또 우석대학교 겸임교수, 강남문인협회 회장, (사)매월당문학사상연구회 부회장, 방송위원회 연예오락 제1심의위원회 위원장, 성루문인단체총연합회 회장 등으로 활동하였고, 1999년부터 2002년 12월 현재까지 중앙대학교 국문학과 교수로 있다.
그의 소설 대부분은 부조리한 현실 상황에 대한 비판과 강한 대결 의지를 담고 있는데, 1975년 《동아일보》에 《연개소문》(뒤에 《대제국 고구려》로 제목을 바꿔 출간)을 연재하면서부터는 본격적으로 역사소설로 방향을 바꾸었다. 이후 《천년 한》《천산북로》《임꺽정전》《묘청》《대조영》《사설 정감록》《난세부》《낙양성의 봄》과 같은 역사소설을 출간하였고, 《양반전》《우리들의 광대원》 등 희곡을 발표하기도 하였다. 현대문학상(1969), 한국일보문학상(1976)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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