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한도() -목성균-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새해를 맞이하여 어린 아들을 데리고 집안 어른께 세배를 드리러 가는 아버지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수필이다. 엄동설한의 추위에 떨면서도 뱃사공에게 구차한 소리는 안 하겠다는 아버지와 도선의 효율성만 강조하는 사공 간의 대치를 통해 제목인 '세한도'처럼 소중한 자존심을 지키려는 아버지의 모습을 그려 내고 있다.
요점 정리
◆ 갈래 및 성격 : 수필
◆ 특성
* '세한'은 '설을 전후로 한 겨울의 추위'를 뜻하는 말로, 한겨울의 풍경을 묘사한 글이다.
◆ 주제 : 어렵고 힘든 현실 속에서도 굽힐 수 없는 자존심
작품 읽기
휴전이 되던 해 음력 정월 초순께, 해가 설핏한 강 나루터에 아버지와 나는 서 있었다.(힘겨운 시대라는 시대적 배경을 나타냄.) 작은증조부께 세배를 드리러 가는 길이었다. 강만 건너면 바로 작은댁인데, 배가 강 건너편에 있었다. 아버지가 입에 두 손을 나팔처럼 모아대고 강 건너에다 소리를 지르셨다.
*강을 건너기 위해 나루터에 서 있는 아버지와 '나'
"사공―, 강 건너 주시오."
건너편 강 언덕 위에 뱃사공의 오두막집이 납작하게 엎드려 있었다. 노랗게 식은 햇살에 동그마니 드러난 외딴집 지붕 위로 하얀 연기가 저녁 강바람에 산란하게 흩어지고 있었다. 그 오두막집 삽짝 앞에 능수버드나무가 맨 몸뚱이로 비스듬히 서 있었다. 둥치에 비해서 가지가 부실한 것으로 보아 고목인 듯 싶었다. 나루터의 세월이 느껴졌다.
강심만 남기고 강은 얼어붙어 있었고, 해가 넘어가는 쪽 컴컴한 산기슭에는 적설이 쌓여서 하얗게 번쩍거렸다. 나루터의 마른 갈대는 '서걱서걱' 아픈 소리를 내면서 언 몸을 회리바람에 부대끼고 있었다.(겨울의 추위를 청각적 심상으로 표현) 마침내 해는 서산으로 떨어지고 갈대는 더 아픈 소리를 신음처럼 질렀다.
*해질녘 나루터의 황량한 모습
나룻배는 건너오지 않았다. 나는 뱃사공이 나오나 하고 추워서 발을 동동거리며 사공네 오두막집 삽짝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버지는 팔짱을 끼고 부동의 자세로 사공 집 삽짝 앞의 버드나무 둥치처럼 꿈쩍도 않으셨다.(나와 아버지의 대조적인 모습) '사공―, 강 건너 주시오.' 나는 아버지가 그 소리를 한 번 더 질러 주시기를 바랐다. 그러나 아버지는 두 번 다시 그 소리를 지르지 않으셨다. 그걸 아버지는 치사(恥事)로 여기신 것일까. 사공은 분명히 따뜻한 방 안에서 방문의 쪽 유리를 통해서 건너편 나루터에 우리 부자가 하얗게 서 있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그러나 도선의 효율성과 사공의 존재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 나루터에 선객이 더 모일 때를 기다렸기 쉽다. 그게 사공의 도선 방침일지는 모르지만 엄동설한에 서 있는 사람에 대한 옳은 처사는 아니다. 이 점이 아버지는 못마땅하셨으리라. 힘겨운 시대를 견뎌 내신 아버지의 완강함과 사공의 존재가치 간의 이념적 대치였다.
*아버지와 사공 사이의 대치
아버지는 주루막을 지고 계셨다. 주루막 안에는 정성들여 한지에 싼 육적(肉炙)과 술 항아리에 용수를 질러서 뜬 제주(祭酒)로 쓸 줄이 한 병 들어 있었다. 작은 증조부께 오릴 세의(歲儀, 세밑에 친지나 가까운 사람들에게 선사하는 물건)다. 엄동설한 저문 강변에 세의를 지고 꿋꿋하게 서 계시던 분의 모습이 보인다.
*저문 강변에서 세의를 지고 서 계시던 아버지
'Reading n Seeing' 카테고리의 다른 글
[현대수필 해설]수필 -피천득- (0) | 2022.04.08 |
---|---|
[현대수필 해설]소녀 -윤오영- (0) | 2022.04.08 |
[현대수필 해설]설해목(雪害木) -법정- (0) | 2022.04.08 |
[현대수필 해설]생활인의 철학 -김진섭- (0) | 2022.04.08 |
[현대수필 해설]삶의 광택 -이어령- (0) | 2022.04.0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