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촌에 눈이 오니 ~ -신흠-
[ 현대어 풀이 ]
- 산골마을에 눈이 내리니 돌길이 눈에 묻혔구나.
- 사립문 열어 놓지 말아라, 나를 찾을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 밤중쯤 한 조각 밝은 달이 떠오르면 그것이 나의 벗인가 하노라.
[ 이해와 감상 ]
이 작품은 작가가 인목대비 폐위 사건인 계축년 옥사로 고향인 춘천에 유배되었을 때 지은 시조로, 산촌에서 자연을 벗하며 살아가는 은사(隱士)로서의 삶이 잘 그려져 있다. 눈이 내려 외부와 연결된 돌길마저 눈에 묻혀 버린 인적 없는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한 조각의 달을 벗삼아 조용히 살아가고자 하는 화자의 소망을 잘 드러내고 있다. 특히 '사립문(시비)'를 닫힌 채로 그냥 두라는 말은 속세를 멀리하고 자연에 묻혀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얼핏 보면 이 시조는 자연과 벗하는 산속의 생활을 즐기고 있는 듯이 보인다. 즉, 인간 세상과 떨어져서 자연 속에서 한가한 정취를 느끼고 있는 듯이 여겨진다. 그러나 이 시조는 신흠이 영창대군과 김제남 등을 제거한 계축화옥에 연루되어 고향인 김포에 물러가 있다가 춘천에 유배되어 있을 때 지은 것이라는 창작의 배경을 가지고 있다. 이와 같은 배경하에 이 시조를 볼 때, 이 시조는 자연과 벗하는 즐거움보다는 산중 생활의 외로움과 고독을 노래한다고 이해할 수 있다. 가뜩이나 지인들이 찾기 힘든 산촌에 유배당해 있는데 눈마저 와서 외부의 세계와는 단절되어 있다. 누군가가 눈에 묻혀 있는 길을 따라 자기를 만나러 올 것이라고도 여겨지지 않는다. 이러한 상황 인식 아래 화자는 한밤중에 빛나는 달만이 자신의 벗이라고 여기는 것이다. 달이 진정한 벗임을 말하기보다는 달 밖에 벗할 것이 없음을 노래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 정리 ]
◆ 형식 및 갈래 : 고시조, 평시조, -탈속적, 은일적-
◆ 주제 : 은일지사의 고독한 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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