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 들고 호자 안자 ~ -윤선도-
[현대어 풀이]
- 술잔을 들고 혼자 앉아서 먼 산을 바라보니
- 그리워하던 님이 오신다고 해도 반가운 것이 이만큼이야 하겠는가?
- (비록 산이) 말도 없고 웃지 않아도 늘 못견디게 좋구나.
[이해와 감상]
고산 윤선도의 시 세계는 자연과 자아가 혼연일체가 되는 데에 있다. 자아가 완전히 자연 속에 몰입된 상태, 자연이 곧 나요, 내가 곧 자연이라는 경지에 이르는 것이다. 이 시조는 자연 속에 몰입되어 있는 작자의 정취와 시상이 잘 나타난 작품이다.
어지러운 인간의 속세를 떠나 자연과 벗하며 혼자서 술잔을 들고 호젓하게 먼 산과 경치를 두루 살펴 보는 것이, 그리운 님을 만난 것보다도 더 반갑고 흐뭇하다는 것이다. 높고 큰 산의 침묵이 자연에 대한 믿음을 가져다 주고 있으며, 술과 아름다운 자연은 작자의 흥취와 함께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서경의 운치를 돋아주고 있다.
멀리 바라다 보이는 산과 혼연일체를 이루는 경지에 이르게 되자, 이루 말할 수 없는 즐거움이 생긴다는 것이다. 말이 없는 자연이라 하더라도 그 다정함이 그리운 임보다 더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 정리 ]
◆ 형식 및 성격 : 평시조, 연시조(전6수인 [만흥] 중 제3수), 강호한정가
◆ 주제 : 자연과의 물아지경(物我之景)을 즐거워 함.
자연에 묻혀 사는 은사(隱士)의 한정(閑情)
◆ 출전 : <고산유고>
[ 참고 ]
# 윤선도의 삶과 자연
고산은 성질이 강직하여 20여 년을 귀양살이로, 19년 간을 은거 생활로 보냈다. 이러한 가운데서 이루어진 그의 시조는 맑고 깨끗한 정서를 아름다운 우리말로 잘 살려내고 있으며, 자연을 시로써 승화시킨 천재적인 시인이었다.
고산의 귀양과 은거는 오히려 혼란한 정계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 묻혀서 산수(山水)를 즐기며,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생활을 노래하게 하는 듯하다. 그러나 그것을 모두 성은(聖恩)으로 돌리고 있음은 조선시대 선비들의 공통된 의식구조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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