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이 못 오던가 ~
[현대어 풀이]
- 어이 못 오던가 무슨 일로 못 오던가
- 너 오는 길에 무쇠 성을 쌓고 성 안에 담 쌓고 담 안에 집을 짓고 집 안에 뒤주 놓고 뒤주 안에 궤를 짜고 그 안에 너를 필자 모양으로 결박하여 넣고 쌍배목의 걸쇠 금거북 자물쇠로 꼭꼭 잠가 있더냐 너 어이 그리 아니 오느냐.
- 한 해도 열두 달이요 한 달도 서른 날에 나를 와서 볼 하루가 없으랴.
[이해와 감상]
오지 않는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 그에 따르는 야속한 마음을 읊고 있는 작자 미상의 사설시조이다. 기다리는 괴로움을 형상화하기 위해 이 작품에서는 과장적이고 절실한 체험의 언어를 사용하고 있다. 생명력 넘치는 언어의 사용(중장)과 더불어 연쇄적 표현의 지속과 구체성에 의해 박진감을 지니게 된다.
사설시조는 흔히 현실의 괴로움과 고난, 그로 인한 암울함을 소재로 하면서도 그를 심각하게 전달하지 않고 해학으로 형상화한다. 이 때의 웃음은 현실의 괴로움을 극복하기 위한 방편으로서 선택되는 것이 아니라 아예 삶의 태도 자체를 그것으로 변질시키게 된다. 현실의 고난을 웃음으로 치환해 버릴 때 그 실상은 사라지고 웃음만이 남는다.
그런데 이 작품은 이와 달리 기다림의 괴로움은 그 자체로 핍진하게 전달하는 반면에 그것을 형상화한 표현만은 웃음을 일으킨다. 태도로서의 진지함과 표현으로서의 해학이 함께 어우러져 조화를 이룸으로써, 웃음 가운데서도 삶을 직시하라는 교훈을 들려 주는 것이다. 이는 태도 자체가 해학적으로 치환되어 버린 여타의 사설 시조와는 다르며, 이 점에서 이 작품은 독자적인 가치를 인정받을 만하다.
[정리]
◆ 성격 : 사설시조, 연정가(戀情歌)
◆ 표현 : 초장에는 질문의 방식으로, 중장에서는 열거법, 연쇄법, 과장법을 통해 해학저 분위기와 원망의 심리를 절묘하게 섞고 있음.
◆ 주제 : 임에 대한 그리움과 야속함.
◆ 문학사적 의의 : 임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낸 사설시조 중 구체적인 실생활의 소재를 사용하여 범위를 좁혀가며 묘사하는 기법이 이채로운 작품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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