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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줄거리/해설]광염 소나타(1930)-김동인-

by 휴리스틱31 2021.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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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염 소나타(1930)

-김동인-

 

● 줄거리

 

<프롤로그> 독자는 이제 이 이야기가 아무데서나 일어난 일이라고 해도 좋고, 일어날 일이라고 여겨도 좋으며, 주인공 백성수가 누구라고 생각해도 좋다. 다만 세상에서 생겨난 일인 줄만 알면. 이런 전제로 내 이야기를 시작하자.

 

음악 비평가 K씨가 사회교화자를 상대로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K는 '기회'라는 것에 대해 말하는데, 어떤 사람이 그의 시성과 무관하게 절도를 저질렀다면, 그것이 범죄가 되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그 '기회'에 범죄 행위와 천재성이 함께 연관되었다면, 그 '기회'를 버려야 하겠냐고 묻는다. 그러면서 백성수의 이야기를 들려 줄테니 의견을 말해 달라고 제의한다

 

백성수의 아버지는 광포성을 지닌 천재 음악가였다. 술을 마시면 사람을 두들겨 패고 취흥에 겨워 피아노 앞에 앉아 즉흥곡을 연주했다. 그의 천재성은 발현되지 못하고 안타깝게도 술에 젖어 살았다. 그러던 동안에 양가의 처녀를 맞아 임신을 하지만 그는 심장마비로 죽고, 백성수는 유복자로 태어났다.

 

삼십 년 이란 세월이 흘러, 재작년 K가 예배당에서 고요히 명상을 즐기고 있을 때, 소리가 들려 내다보니 집이 불타고 있었다. K는 불타는 것에 흥취를 느끼고 피아노를 한 곡조 두드려 볼까 하고 있는데, 예배당 문이 열리며 한 사나이가 들어와서는, 창으로 불타는 광경을 한참 바라보다가는 피아노를 발견하고는 연주를 시작했다. 주림과 아픔, 무기교의 야성적 연주에 매료된 K는 오선지로 악보를 쓰기 시작했고, 이 때 문득 떠오른 것이 심장 마비로 죽은 백 X X 였다. 그에게 다가갔을 때, 달빛에 비친 얼굴이 백 X X 와 너무나 닮은 걸 볼 수 있었다.

 

 

K는 백성수를 집으로 데리고 와서 악보를 보여 주면서 다시 연주를 시켰고, 백성수는 무서운 감정이 녹아든 광포한 연주를 하였다. 그 날 밤 백성수는 자신의 내력을 말했다. 백성수의 어머니는 고단한 삶을 살면서도 어린 성수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 애썼으며, 여섯 살 때는 피아노를 장만해 주기도 했다. 성수는 중학교까지 하다가 학업을 중단하고 생계를 돕기 위해 공장 직공이 되었지만 그의 음악에 대한 열정은 줄지 않았다.

 

십여 년의 세월이 흐른 후, 어머니는 몹쓸 병에 걸리게 되고, 돈을 마련하기 위해 전전긍긍하다가 성수는 담배가게에서 돈을 훔치다가 붙들리게 된다. 6개월간 감옥살이를 하고 출옥했을 때 듣게 된 것은, 어머니가 자기를 기다리다 길에까지 기어 나와 죽었다는 소식이다. 성수는 배회하다가 잘 곳을 찾아 그 예배당에 들어왔던 것이다.

 

K는 사회교화자에게 여기까지의 사정을 말하고는 백성수가 보낸 편지를 그에게 보여준다. 편지에는 백성수가 돈을 훔쳤던 담배 가게를 지나갈 때 복수심에 불타 올라 불을 지르고 무서운 생각이 나자 예배당에 숨어들었다는 사연이 적혀 있었다. 또 백성수는 K의 배려로 음악에 정진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아 무거운 마음으로 길을 걷다가, 볏짚 낟가리를 발견하고는 야릇한 충동에 불을 지르고 나자 작곡이 되었다고 했다.

 

이후 알 게 모르게 난 수많은 불들은 성수 자신이 질렀던 것이라고 했다. 어떤 날은 다리 아래서 노인의 시신을 보고는 충동이 일어, 시체가 갈갈이 터져 나갈 때까지 이러저리 던져서는 곡이 하나 이루어졌다고도 했다. 또 백성수는 아는 여자가 죽은 날, 무덤에 가 시신을 꺼내고는 그 선녀같은 얼굴을 보며 시간(屍姦)을 했다. 그리고 사람을 죽이는 단계에 까지 이르게 되어 한 사람이 죽을 때마다 한 개의 곡이 이루어졌다고 한다.

 

편지를 다 읽고 난 뒤, K는 사회교화자에게 어떻게 해결을 하겠느냐고 묻는다. 사회교화자는 죄를 벌해야 한다고 말한다. K는 선이 굵은 예술을 위해 천재를 구하는 것이 옳다는 말을 하며 눈물을 흘린다.

 

 

● 인물의 성격

 

 백성수 : 방화, 살인, 시체 간음 등을 통하여 광기를 일으켜 천재적 음악성을 발휘하는 작곡가이나 예술을 위한 어떠한 행위도 죄악이 아니라는 생각을 가진 음악가

 K씨 : 백성수의 후견인 역할을 하는 음악평론가로서 백성수의 예술에 대한 천재성을 이끌어내기 위해 은연중에 백성수를 사주함.

 사회 교화자 모씨 : K씨의 대담 상대 역할자로서 윤리 도덕을 앞세우는 사람들의 대표적 존재

 

● 이해와 감상

 

 김동인의 유미주의를 다시금 확인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동인이 규정한 미(美)는 반이성주의, 반규범, 반도덕적인 성격을 지닌 것으로 방탕과 파괴, 음습함, 기괴함 따위의 부조화된 광기의 속성을 지닌다. 이 소설의 주인공이 추구한 음악의 세계 또한 광기라고 하는 예술적 정열에 있다. 유미주의 또는 예술지상주의는 창작의 목적이 오로지 미적 세계의 창조에 주어져 있다. 따라서 주제의식이 개입될 여지가 적고, 그런 특이한 미의 구현에만 관심을 가진다.

 

 소설의 주인공 백성수는 천재이며 광기어린 예술혼의 소유자로 그려지고 있다. 유미주의자는 섬세하고 특이한 미의 발현자인 이상, 천재로 그려진 것은 지극히 당연하며, 이 천재성은 범상에 적응할 수 없고, 보다 높은 차원의 예술을 지향한다. 그는 기존의 음악 양식을 거부하고, 즉흥적이고 선이 굵으며, 야성으로 충일된 음악만이 참된 예술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다른 삶의 조건은 파괴되어도 좋다는 입장이다. 그러한 음악을 위해서는 광포성(狂暴性)을 키워가야 한다. 그래서 그는 미친 듯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영감을 얻고 암울하고 신비로우며 정열적인 소나타를 즉흥적으로 연주하게 된다.

 

 이 작품은 저명한 음악 평론가인 K씨와 사회교화자가 담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사회교화자의 말은 몇 개의 대답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K가 들려 주는 이야기이거나 그가 보여주는 백성수의 편지로 되어 있다. 그런 만큼 음악 평론가인 K의 예술관을 드러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K는 유미주의 예술관을 대표하며, 사회교화자는 사회적 가치를 대변한다. K는 물론 작가와 거리가 밀착되어 있는 인물로 동인 자신이라고 보아도 큰 무리가 없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심리주의 소설, 탐미주의(유미주의) 소설

 시점 : 1인칭 관찰자 시점(1인칭 주인공 시점이 혼용됨.)

 주제  미에 대한 한 예술가의 광기어린 동경

             예술 창조에 대한 욕구와 인간성의 희생

 

● 생각해 볼 문제

 

1. 백성수가 추구하는 '미'의 성격을 말해 보자.

 → 신비하고 음습하며 기괴한, 광기와 열정의 미

 

2. 이 작품은 겹이야기로 되어 있다. 백성수의 삶과 함께 그의 삶을 해석하는 K의 이야기가 어우러져 있다. K의 예술관을 요약하고 그것을 비판해 보자.

 → K는 사회교화자와 대화하는 가운데, 범죄와 예술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면, 예술을 위해 범죄는 용납해야 한다고 한다. 즉 백성수가 범죄 행위를 통해서 예술적 높이를 구현한다면 그 예술을 위해 범죄는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매우 극단적인 예술관이라 할 수 있는데, 예술과 삶이 배타적일 때 예술을 선택한다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 왜냐하면 예술이 삶의 일부이지, 삶이 예술의 수단은 아니기 때문이다.

 

3. 백성수가 불을 지르고는 예배당에 들어가 연주를 하는 것으로 그린 작가의 의도는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 예배당은 성전이며 거룩한 영혼의 세계를 대표하는 공간이라 할 때, 그의 음악은 그와는 대조적이다. 따라서 참된 음악은 순결주의, 정신주의와 같은 도덕적 차원에서 멀리 떨어져 광기를 속성으로 해야 한다는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서이다.

 

 

● 더 읽을거리

 

김동인이 유미주의에 관심을 기울여 그 세계를 소설화한 작품은 이 <광염 소나타>와 <광화사>가 대표적이다. <배따라기>도 같은 계열에 들지만 약간 성격을 달리한다.

두 작품 모두 예술 세계를 소재로 한 것으로 하나는 음악가, 하나는 화가의 삶을 다루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 추구한 음악의 세계는 광기(狂氣)라고 하는 예술적 정열에 있다. 김동인이 추구한 미(美)는 조화와 선(善)과는 거리가 먼, 일상성에서 크게 벗어난 일탈 치미와 관련이 있다. 과히 악마주의적이라 할 만큼 그로테스크한 세계를 보여주는데, 김동인이 규정한 미는, 반이성주의, 반규범, 반도덕적인 성격을 지닌 것으로 방탕과 파괴, 음습함, 기괴함 따위의 부조화된 광기의 속성을 지닌다. 실제로 김동인은 한때 유미주의에 취해 생활 자체를 유미주의적으로 실천하기도 했다. 그것은 방탕이었는데, 이 파괴적 삶은 그가 유미주의의 본질을 그렇게 이해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의 유미주의 소설은 이런 형태에 대한 찬사로 일관되어 있다.

 

유미주의 또는 예술지상주의는 창작의 목적이 오로지 미적 세계의 창조에 주어져 있다. 따라서 주제의식이 개입될 여지가 적고, 그런 특이한 미의 구현에만 관심을 가진다. 그렇기 때문에 형식주의라는 보다 넓은 개념에 수렴될 수 있다. 말할 것도 없이 예술의 세계는 형식의 창조에 주안점이 주어진다. 유미주의 소설은 그 형식에 있어서 특징이 발휘된다. 그러나 김동인은 형식(소설의 구조, 표현)보다는 인물 자체를 유미주의자로 설정하고 구현했다고 하는 한계를 가진다.

 

이 소설의 주인공 백성수는 천재로 그려졌다. 유미주의자는  섬세하고 특이한 미의 발현자인 이상, 천재로 그려진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이 천재성은 범상(凡常)에 적응할 수 없고, 보다 높은 차원의 예술을 지향한다. 백성수는 신이(神異)한 존재로 설정된다. 그는 기존의 음악 양식을 거부한다. 각고 끝에 작곡한 작품은 참답고 힘 있는 음악이 못 되었던 것이다. 즉흥적이고 선이 굵으며, 야성으로 충일된 음악만이 참된 예술이며, 그것을 위해서는 다른 삶의 조건은 파괴되어도 좋다는 입장이다.

 

집의 개나 사람 개 따위는 이 위대한 예술의 탄생을 위해 희생되어도 좋다는 서술자의 마지막 말은 김동인의 유미주의를 극단적으로 보여준다. 예술은 기성의 파괴, 윤리의 말살, 기존 관념의 철저한 박멸에 의해서만 이루어진다는 악마적 야수성의 표출인 것이다. 그러기 위하여 광포성(狂暴性)을 키워 가야 한다. 담배 가게에 불을 지르고는 그 미칠 듯 타오르는 불길에서 영감을 얻고 암울하고 신비로우며 정열적인 소나타를 즉흥적으로 연주한다. 백성수가 그 불길 속에서 받는 미감(美感)은 물론 전율하는 광포함이다.

 

 

이러한 일탈성은 심화되어 사랑하는 여인의 무덤을 파헤치는 기묘하고 무서운 행동으로, 시체를 강간하는 변태적 행동으로 나아가면 살인도 불사한다. 그것은 모두 예술혼의 구현을 위한 과정일 뿐이다. 이처럼 김동인의 유미주의는 반사회적, 반인륜적, 반조화성을 기저로 한다. 그러므로 그의 예술관은 충동성에 의한 즉흥적인 것을 존중하는 태도이다. 따라서 오랫동안의 노력 끝에 정제된 예술은 참다운 것이 될 수 없으며, 분노와 광기의 공포스런 전율에 의한 그로테스크한 세계만 진정한 예술이라는 것이다. 무의식으로 표출되는 광포함, 그것을 내재하고 있는 자가 천재라면, 그의 예술관에서는 천재만이 예술을 할 수 있다는 논리가 된다. 이런 태도가 곧 그의 예술지상주의였던 셈이다. 따라서 예술은 사회적 질서에서는 벗어나야 하고, 보편적 정서와는 동떨어져야 하며, 그 세계가 기괴하면 할수록 우수해지는 것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몇 가지 문제를 지적할 필요가 있다.

백성수의 광기 어린 예술혼을 그리면서 그가 그렇게 된 원인을 두 가지로 내세우고 있다는 점이다. 하나는 어머니에 대한 모성 본능이요, 또 하나는 가난이다. 이 둘은 맞물려 서술되고 있지만, 하나는 개인적 조건이요, 하나는 사회적 조건이다. 개인적 조건 때문이라면, 이 제약에 의해 왜곡된 삶을 살아가는 인간의 비극적 운명을 그리는 데 초점이 맞추어져야 자연스럽고, 사회적 조건이라면 물적 조건이 삶을 결정한다는 결정론적 세계관으로 서술되어야 어울린다. 그러나 이런 조건을 내세우고서도 유미주의의 삶에 집중해 버렸기 때문에 구성이 탄탄하지 못함을 발견할 수 있는 것이다. 아마도 모성 고착이라는 심리주의적인 세계에도 김동인이 관심을 가졌던 것이 아닌가 한다.

 

그의 유미주의에 대한 집착과 자부심은 서술 태도에서도 드러난다. 액자 형식을 빌린 논평을 통해 작가는 서술자의 목소리로 유미주의 찬양 발언을 서슴지 않는다. 현대 소설의 가장 큰 요소의 하나인 묘사를 생략하고, 집약적 서술로 일관해 버리는 태도에서도 김동인의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 작품은 저명한 음악 평론가 K씨와 사회 교화자가 담화를 나누는 형식으로 진행되는데, 사회 교화자의 말은 몇 개의 대답에 불과하고 나머지는 K가 들려주는 이야기이거나 그가 보여주는 백성수의 편지로 되어 있다. 그런 만큼 음악 평론가인 K의 예술관을 드러내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때 K는 유미주의 예술관을 대표하며, 사회 교화자는 사회적 가치를 대변한다. K는 물론 작가와 거리가 밀착되어 있는 인물로 김동인 자신이라고 보아도 큰 무리가 없다.

 

이야기의 출발은 '기회'라는 의미에 대한 것에서 시작한다. 이 말은 '계기'라는 의미로 바꾸어도 좋은데, 백성수가 심성이 착한 사람이었지만, 기묘한 계기에 의해 도둑질을 했고, 그것 때문에 감옥에 가게 되었으며, 그로 인해 어머니의 임종을 보지 못했고, 그에게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만큼 복수심이 이글거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백성수의 내면에 잠재하고 있던 광기가 예술로 발현되었으므로, 백성수의 사회적 일탈 행동을 두고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 하는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김동인의 시각은 분명한 모습을 가지고 드러난다. 그는 사회적 일탈행동 덕에 참다운 예술이 생겼다면, 참다운 예술을 지키기 위해 일탈 행동은 전제로서 받아들여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것은 극단의 유미주의는 반도덕적인 성격을 다분히 띠고 있는 예술지상주의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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