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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줄거리/해설]학마을 사람들(1957)-이범선-

by 휴리스틱31 2021.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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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마을 사람들(1957)

-이범선-  

 

● 줄거리

 

예로부터 학마을 사람들은 학을 신처럼 믿어 왔다. 왜냐하면, 학은 길흉(吉凶)의 전달자였기 때문이다. 학이 날아온 해는 길운이었지만 그렇지 않은 해는 액운이었다. 일제 강점기 말에 이장 영감과 박 훈장의 손자들이 징용으로 끌려가던 해는 학이 날아 오지 않았지만, 광복이 되고 손자들이 돌아온 해는 어김없이 학이 날아왔다. 그러던 어느 해 나무에서 학의 새끼 한 마리가 떨어져 죽었다. 그리고 6.25가 일어난 것이다.

 

마을 사람들은 전쟁의 사회적 · 정치적 배경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지만, 학이 흉조를 보였다는 사실만으로 마을에 들어온 인민군을 경계한다. 학은 동족 상장이라는 6.25의 성격을 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마을 사람들은 조금의 의심도 없이 학이 보여준 바를 믿는 것이다.

 

이 마을에서 자라난 사람 중 변모를 겪은 것은 바우 뿐이다. 바우는 마음에 두고 있던 봉네가 덕이를 택한 후 마을을 떠났다가 인민군이 되어 돌아온다. 마을의 신화적인 질서에서 빠져 나가 있던 그는 마을의 신화를 부정하며 학을 죽이고, "반동, 반동"을 외치며 돌아다닌다. 바우는 마을 사람들이 인민군을 꺼려하는 것이 학이 보인 흉조 때문이라는 것을 알고 학을 쏘아 죽인다. 그러나 전세가 바뀌어 곧 후퇴한다.

 

마을 사람들은 부산으로 피난을 갔다가 전쟁이 끝날 무렵 돌아온다.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손자 바우를 기다리던 박훈장이 시체로 발견되고 마을에서 가장 어른인 이장이 죽는다. 덕이와 마을 사람들이 이장과 박훈장의 장례를 치르고 마을로 내려올 때에, 봉네의 손에는 조그만 애송나무 한 그루가 들려 있다.

 

 

● 인물의 성격

 

◆ 이장 영감 → 젊은 시절 탄실이를 사랑했으나 이웃 마을에 시집을 보낸 억쇠라는 인물이다. 학과 학마을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살아가는 정신적 지도자로 끝까지 희망을 버리지 않는다.

◆ 박훈장 → 이장 영감과 더불어 학마을의 정신적 지도자이다. 손자 바우가 빨갱이가 되어 돌아오자 피난을 가지 않고 끝까지 학나무를 지키다가 죽는다.

◆ 덕이 → 이장 영감의 손자로 징병을 갔다가 돌아와서 마을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청년이다. 마을에서 같이 자란 봉네와 결혼한다.

◆ 바우 → 박훈장의 손자로 징병을 갔다가 돌아온 덕이의 친구이다. 봉네와 바우가 결혼하자 홀연히 마을을 떠난다. 북괴군이 들어오고 나서 돌아와서 인민위원장이 되며, 학을 총으로 쏘아 죽인다. 동적 인물임.

 

● 구성 단계

 

◆ 발단 : 배경 제시와 인물의 등장

◆ 전개 : 떠났던 학이 다시 돌아옴.

◆ 위기 : 학의 수난과 6.25 전쟁

◆ 절정 : 피난을 가는 학마을 사람들

◆ 결말 : 노인의 죽음과 삶의 소망

 

 

● 이해와 감상

 

 이 소설은 단편소설에서 다루기 어려운 긴 시간을 담고 있다. 일제 강점기에 접어들기 전부터 6.25동란 직후까지에 상당하는 역사가 이 소설 속에서 전개된다. 그러나 이러한 긴 시간이 인상의 통일이나 효과의 단일성을 목표로 하는 단편소설의 본질적 요건을 전혀 손상시키지 않는다. 전체적인 구조를 통일하면서 스토리의 전개를 압축시켜 주는 학의 이야기가 소설 속의 모든 사건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학의 도래 여부와 학의 상태를 마을의 행 · 불행 및 운명의 길흉으로 믿는 전래적이고 집단적인 속신(俗信)을 바탕으로, 우리의 현대사를 이에 병렬시켜 전개하고 있다. 이를 통해 작자는 우리 민족의 역사적 변천 및 그에 따른 인간의 불행한 상태와 이를 극복하려는 희망과 끈질긴 향토애라는 주제를 형상화하고 있다.

 

 <학마을 사람들>이 살고 있는 세계는 철저한 샤머니즘적 공동체이다. 학나무는 마을에 중앙에 선 하늘과 인간을 잇는 우주목이다. 전쟁은 신화를 파괴한다. 학나무를 둘러싼 공동체도 파괴된다. 그러나 신화는 다시 재건된다. 애송나무를 안고 내려오는 그들, '학마을 사람들'은 학으로 나타나는 비상의 의지를 키우면서 역사의 깊은 곳에서 뿌리내리고 살아갈 것이다. 그들은 무력해 보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역설적으로 결코 패배하지 않는 이 땅의 신화적 주인인 것이다.

 

 <학마을 사람들>은 하근찬의 <수난이대>와 거의 동일한 시간대에 발표된 작품으로, 전쟁의 상처를 극복하려는 인간의 의지를 두 작품 다 다루고 있지만, 그 세계는 매우 다르다. <수난이대>가 화해와 포용의 몸짓이라면, <학마을 사람들>은 거부와 의지의 몸짓이다. <수난이대>가 가족사의 아픔이라면, <학마을 사람들>은 공동체의 아픔이다. 부언하면 전자는 역사이며 후자는 신화이다. 전자는 현실이며 후자는 꿈이다.  학마을 사람들의 삶은 식물의 일생처럼 무기력해 보이고 현실순응적이며 피동적이며 반역사적으로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학망르 사람들을 민족의 내부에서 흐르는 공통적 원형질로 보았을 때는 새로운 의미를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 배경 : 구한말에서 6.25직후까지, 강원도 어느 두메 산골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주제

* 수난을 겪으면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의지적인 인간의 모습

민족의 수난사를 극복하려는 희구와 민족애

 

● 생각해 볼 문제

 

1. 이장 영감의 성격에 대해 말해 보자.

⇒ 이장 영감은 조선 말에서 6.25에 걸치는 우리 역사의 고통스런 시기를 살아가는 인물이다. 그러나 그는 질곡의 역사에 정면으로 대응하지 않으며, 관심조차 없다. 그가 역사에 대응하는 방식은 오직 견디는 것이며 피하는 것이다. 그는 인간의 의지보다는 초자연적인 학의 힘을 숭배하는 신화적 인간일 따름이다. 그의 관심은 학마을 유지에 있고, 그의 사랑은 학마을 젊은이들에게 있다. 결국 이장 영감은 전쟁으로 인해 흩어진 마을 사람들을 다시 학마을로 귀향시키는 임무를 완수한 후에 죽게 되는데, 신화시대의 종말을 알리는 것이 된다.

 

2. 애송나무를 안고 내려오는 마지막 장면의 의미하는 것을 쓰시오.

⇒ 애송나무(어린 소나무)가 학나무의 분신임을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봉네가 애송나무를 박훈장 그리고 이장 영감의 위패와 함께 소중하게 가지고 내려오는 행위가 엄숙한 제의의며 공동체의 회복을 비는 일이라는 것은 쉽게 알 수 있다. 애송나무는 마을 사람들의 순환적 시간 속에서 다시 태어난 두 사람의 인격의 합일된 존재이기도 하며, 부활을 꿈꾸는 학마을 사람들의 믿음을 상징하는 표상으로도 보인다.

 

3. 이 소설에서 학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인가 ?

⇒ 평화롭고 안정된 신화적 질서의 세계

 

4. 함께 봉네를 좋아했던 바우와 덕이의 성격 차이가 가장 뚜렷하게 드러나는 부분을 쓰고, 그 인물형을 대조해 보라.

⇒ 바우가 자기 할아바지까지 죽였다고 암시되는 대목(박훈장의 시체가 발견되는 대목)과 덕이가 자기 할아버지와 바우의 할아버지 두 사람의 상주 역할을 동시에 하는 대목.

   신화적 질서를 믿지 않는 바우가 파괴적 성격으로 치닫게 된 반면, 신화적 질서의 세계에 머물고 있는 덕이는 포용력있고 선한 인간형임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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