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말뚝1(1980)
-박완서-
● 줄거리
일제시대 남편을 잃은 어머니는 아들을 서울로 데리고 가서 성공시킨다는 생각에 시골에 계신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나(딸)를 맡겨놓고 서울로 올라가게 된다. 나는 시골에서 자라다가 8살이 되던 해 서울로 올라가 공부를 시킬 것이라는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서울로 올라가게 된다. 엄마는 어린 나에게 '신여성(新女性)'이 되어야 한다는 다짐을 주었다. 인왕산 기슭의 현저동 산동네 셋방에서 엄마는 오기 어린 교육에의 집념으로 오빠와 나를 삯바느질해 가며 키우게 된다.
나는 어머니의 신여성이 뭔지 잘 모르지만 어머니의 간섭과 통제 하에 생활하게 된다. 친구 사귐도, 노는 공간에 대한 것도 어머니의 생각에 맞춰서 생활해야 했다. 그러던 와중에 나는 그림을 매우 잘 그리는 아이와 놀게 되고, 그 아이가 주인집 담벼락에 주인여자를 욕보이는 그림을 그린 것이 내가 그린 양 되어서, 주인집 아저씨로부터 애비없는 자식이라는 모욕을 당하게 된다. 그 일을 계기로 어머니는 서울에서 당당히 자립하여 성공한 후에야 시골에 연락을 할 것이라는 당초의 계획을 접고, 자기 집을 마련해야겠다는 생각으로 도움을 청하는 편지를 쓰게 된다.
또한 내가 주로 노는 공간이 교도소 앞 넓은 마당인 것을 안 어머니는, 당초에 내가 다닐 학교로 계획한 데를 바꾸어 사대문 안에 있는 학교로 나를 보낼 생각을 하신다. 그리하여 서울에 계신 먼 친척뻘 되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나의 위장 전입을 추진하게 된다. 겨우 찾아서는 나를 매동 초등학교로 보내게 된다. 나는 전차를 타고 다닐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하지만, 불행히도 매동학교는 전차가 아니라 인왕산 산기슭을 넘어가야 하는 매우 고된 등하교를 해야 하였다.
시골집에 큰맘먹고 보내준 돈은 서울에서는 푼돈이었지만, 어머니는 그것을 보태어 지금 살고 있는 집보다 더 꼭대기로 올라가 집을 마련하였다. 그래도 어엿한 6간 짜리 기와집이었다. 어머니는 지긋지긋한 대문밖의 상황을 무시하고 이 기와집만큼은 극진히 아꼈다. 이사간 첫날밤 세 식구가 나란히 누운 자리에서 어머니는 "기어코 서울에도 말뚝을 박았구나, 비록 문 밖이긴 하지만…."이라며 감개무량해 하였다.
나는 매동학교에 시험을 쳐서 합격하였고, 1학년 담임선생님은 어머니가 늘 말씀하시던 '신여성'의 모든 것을 갖춘 듯한 분이셨다. 또한 학급의 모든 아이들을 골고루 사랑하시는 분이라고 하시지만, 나는 담임선생님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담임선생님과 같은 분이 나 같은 아이까지도 사랑해 주실 것 같지 않았기에 항상 멀찌감치에 서서 손톱만 물어뜯었다.
현저동 산꼭대기 괴불마당이 있는 집에서는 10여년을 살았다. 오빠가 졸업을 하고 취직을 하긴 했지만, 우리를 서울 문안으로 들어가 살게 할 번 듯한 집을 살 만큼의 성공은 못됐다. 2차 세계대전이 다가올 무렵부터는 먹고 사는 것조차 어려워졌고 인심은 더욱 흉흉해져 갔다. 막판엔 여자 정신대의 공포까지 겹쳤다. 마침내 어머니는 서울 문안으로의 이사가 아니라 일제의 횡포를 피해 시골로 잠시 피난을 결정한다. 피난살이 반 년만에 해방이 되어 먼저 상경한 오빠는 문안의 평지에다 집을 번듯하게 마련하였고, 그 후 살림은 순조롭게 늘어나 좀더 나은 집으로 이사도 몇 번 다녔다.
이후의 어머니는 현저동과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편안하게 살게 되었지만, 항상 기억은 그곳에 매여있는 듯했고, 결국 현저동에서의 힘들고 어려웠던 삶은 어머니에게 있어서 서울 생활의 말뚝이 박혔던 곳인 셈이었다.
● 인물의 성격
◆ 어머니 → 젊은 시절에 남편을 잃고는 자식을 통해 자신의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어머니이다. 자신을 통해서는 실현시키지 못하고 타인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게 되며, 자존심이 강하고 억척스러운 모습으로 가정을 이끌어나간다.
◆ 오빠 → 어머니의 기대를 이고, 가정을 이끌어나가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으로 그려진다. 어머니를 존경하고 있으며, 자신의 길을 나아간다기보다는 어머니가 원하는 길을 간다고 할 수 있다. 어린 나이에도 의젓하고 자신이 받는 기대에 대해 알고 있으며, 철없는 동생을 꾸짖는 모습에서 동생이 자신을 본받게끔 노력한다. 이는 비단 아들이기 때문이라기보다는 장남이라는 것이 그를 어른스럽게 만들었다고 본다.
◆ 나 → 신여성이 되라는 어머니의 바람에 의문을 느끼면서도 결국 순종한다. 신여성이 되기 위한 교육은 받았지만, 근본적으로는 사고의 전환이 되지는 못한다. 자신을 신여성으로 만들기 위한 어머니덕에 폐쇄적으로 누리고 싶은 것은 누리면서 살지는 못했으나 자신의 모습을 직시해서 볼 수는 있었다.
● 이해와 감상
◆ 박완서의 대표작 중 하나인 <엄마의 말뚝>은 세 편으로 구성된 단편 연작이다. 특히 <엄마의 말뚝2>는 이 작품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전쟁과 오빠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 <엄마의 말뚝3>은 화장되어 강물에 뿌려지기를 바랐던 엄마의 소망과는 달리 서울 근교의 공원 묘지에 묻히기까지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각각의 단편 소설은 독립된 완결성을 가지고 있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엄마의 삶을 단순히 한 개인의 사적인 역사에 머무르게 그리기보다는, 가족사 · 민족사의 차원으로 고양시켜 보여 주고 있다.
◆ 1979년에 발표된 <엄마의 말뚝 1>은 서술자의 유년 시절 체험이 이야기의 중심을 이루고 있다. 고향을 떠나 서울에 정착하기 위해 노력하는 어머니의 모습과 가족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첫 번째 연작에서 '말뚝'은 새롭게 마련된 삶의 근거지를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오빠의 죽음에 관한 문제를 정면으로 다루고 있는 두 번째 연작에서의 '말뚝'은 어머니의 가슴 속에 남아 있는 회한, 오빠에 대한 그리움과 안타까움 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 연작소설의 첫 번째 작품인 <엄마의 말뚝1>은 시골 고향에서 남편을 잃은 후, 전통적인 생활방식을 등지고 어린 오누이만 데리고 서울로 상경한 어머니가 마침내 집 한 채를 마련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소설이다. 억척스러움과 의지로 곤궁한 생활을 극복하며 서울에 터를 잡는다. 어머니의 모습이 작가의 유년기와 함께 담겨 있다. 이 작품은 어머니와 딸이 나누는 인간적인 교감과 중년 여성의 섬세한 심리를 매개로 하여, 한 가족이 겪어야 했던 비극적 상황을 탁월하게 형상화해 냈는데, 근대화의 흐름 속에서 억척스러움과 의지로 자식들을 교육시키고 자신의 정신적 성장에 미친 영향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인간의 근원적 문제를 제시하고 있는 것이라 볼 수 있다.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중편소설, 연작소설(1,2,3), 실존주의 소설, 성장소설
◆ 배경
* 시간적 → 해방 직후
* 공간적 → 사대문 밖 현저동(지금의 무악동)
◆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 특징 : 서술자인 '나'가 격동의 시기를 이겨온 엄마의 집념을 회고적으로 서술함.
◆ 주제 → 엄마의 억척스러운 생활 의지에 대한 성찰
◆ 출전 : <문학사상>(1980)
◆ 제목이 지니는 상징적 의미 → 이 작품에서 말뚝은 어머니와 가족들의 서울 입성을 의미하는 동시에 서울에서도 경제적으로 부유한 지역인 '문 안'에서 살아가려는 엄마의 삶의 태도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또한 '나'가 엄마에게 느끼는 정신적 구속감을 의미하기도 하며 오빠의 비극적 죽음에 초점을 맞추면, 오빠의 죽음을 가슴에 말뚝처럼 박고 살아온 엄마의 한으로 볼 수도 있다.
● 더 읽을거리
■ 박완서(1931~2011)
경기도 개풍 출생. 3세 때 아버지를 여의고 홀로 된 어머니의 교육열에 힘입어 숙명 여고를 거쳐 서울대 문리대 국문학과에 재학 중 6 · 25로 중퇴. 1970년 여성동아 장편소설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늦은 나이로 문단에 데뷔한 이후 정력적인 창작 활동을 하면서 그 특유의 신랄한 시선으로 인간의 내밀한 갈등의 기미를 포착하여 삶의 진상을 드러내는 작품의 세계를 구축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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