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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줄거리/해설]엄마의 말뚝 2(1981)-박완서-

by 휴리스틱31 2021. 10.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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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말뚝 2(1981)

-박완서- 

 

● 줄거리

 

5남매의 어머니인 '나'는 "나만 없어 봐라. 집안 꼴이 뭐가 되나?" 하는 식의 안주인이다. 이는 집안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불상사들이 하나같이 '나'가 집을 비운 사이에 일어났다는 사실에 근거한다.

그러나 아이들이 다 자라고 아파트로 이사오면서 집안에서 일어날 사고의 인자들이 남아 있지 않게 되었다. 그리하여 '나'로 하여금 집안에서 일어나는 사고에 대한 타성화된 섬뜩함에서 차츰 벗어나게 한다.

 

그런데 어느 날, 친구 농장에 갔다가 돌아오면서 섬뜩한 예감에 사로잡힌다. 그것은 '나'가 여지껏 경험한 섬뜩함 중에서도 최악의 것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 예감은 현실로 나타났다. 친정 어머니가 폭설로 미끄러운 빙판 길에서 넘어져 중상을 입었다는 전갈을 받은 것이다.

 

병원에 입원한 친정 어머니는 처음에는 완강하게 수술을 거부했다. 장시간의 수술 끝에 병실로 돌아온 어머니는 비정상적인 강단과 근력을 보이다가 정신 착란 증세를 일으킨다. 어머니는 그 착란 증세 속에서, 효성이 지극했던 아들이 실어증에 걸린 데다 유혈이 낭자한 채 비극적으로 죽어간, 한 맺힌 일들을 다시금 되살리고 있었다. 어머니는 누구보다도 곱게 늙으신 외모와는 달리 가슴 속 깊이 원한과 저주를 묻고 살아온 분이다. 그것은 다름 아닌 오빠의 비극적 생애 때문이었다.

 

6 25 전 오빠는 한때 좌익 운동에 가담했다가 전향한 적이 있었다. 그 때문에 오빠는 적 치하의 서울에서 불안하게 살고 있었다. 오빠는 전향이라는 말에서 느껴지는 도덕적 열패감에 괴로워했다. 또한 그는 수도를 포기하고 한강을 건너가 버린 정부에 대한 불신과 원망, 고독 등으로 몸부림쳤다.

 

 

오빠는 이웃의 고발로 끌려갔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리 인민 궐기 대회에서 제일 먼저 의용군에 지원하였다. 이로 인해 어머니와 나는 혜택을 누렸었다. 그러나 석 달만에 세상이 바뀌자, 우리 집은 빨갱이 집으로 지목되었고 그리하여 이웃의 극심한 박해가 뒤따랐다.

 

1 ·4 후퇴로 인해 오빠는 다시 돌아왔다. 피난이 어렵게 되자, 어머니는 서울에 와서 처음 말뚝 박은 산비탈 달동네로 피난했다. 그러나 은신의 허점이 드러나면서 인민군이 들이닥쳤다. 오빠는 인민군의 출현으로 실어증까지 보였다. 인민군은 오빠의 신분을 캐기 위해 혈안이 되었다. 어머니는 오빠의 행동을 선천적인 정신 불구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인민군에게 말했다.

 

그러나 오빠는 정말로 정신적 불구자가 되어 가고 있었다. 오빠는 다시 후퇴하는 인민군 보위 군관에게 총상을 당한 뒤, 실어증을 회복하지 못한 채 유혈을 낭자하게 흘리며 죽었다. 어머니는 오빠의 시신을 화장하여 이북 고향 개풍군 땅이 보이는 바닷가에서 바람에 날려 보냈다. 그것은 어머니를 짓밟고 모든 것을 빼앗아 간 6 25의 비극과 분단에 홀로 거역할 수 있는 유일한 방도였다.

 

아직도 투병중인 어머니는 오빠의 화장과 똑같은 방법의 사후 처리를 '나'에게 부탁했다.

 

 

● 인물의 성격

 

● 나 → 5남매의 어머니로 가족의 안위를 염려하며, 가정에서 자신의 삶의 의의를 발견하며 살아가고 있는 평범하고도 소시민적인 주부이다. 친정 어머니의 낙상과 수술을 치르는 과정에서 가족의 아픈 과거의 기억으로 인해 힘겨워 한다.

● 친정 어머니 → 6. 25 전쟁 중 아들의 비극적인 죽음을 겪고 한을 품고 살아가는 팔순이 넘은 노인이다. 현재를 살아가면서도 과거(전쟁의 아픔)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현재의 상징적 인물이다.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은 세 편으로 구성된 단편 연작 중 한 편이다. 이 작품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엄마의 말뚝1>과 <엄마의 말뚝3>을 함께 읽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이 작품만을 떼어 놓고 읽는다 해도 그 나름대로의 충분한 의미를 찾을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작가와 동일시되는 '나'에게는 여든을 넘긴 어머니가 있다. 어느날 실향민인 그 어머니가 눈길에 낙상하여 다리가 부러진다. 나는 늙은 어머니의 다리 수술과정을 지켜보면서 나름대로 평온한 노년을 보내는 것으로 믿었던 어머니의 삶이 기실 전쟁의 끔찍한 상흔(실향과 아들의 죽음)으로 인해 한없이 황폐화되었음을 알게 된다. 어머니는 수술후유증으로 과거와 현실을 혼동하면서 끝없이 전쟁의 악몽에 시달린다. 어머니의 의식 속에는 아직도 전쟁이 끝나지 않고 진행 중이었던 것이다. 부질없는 이데올로기 전쟁은 삶의 터전인 고향을 앗아가고, 무고한 오빠를 죽음으로 몰아 끝내 한 가족의 행복을 무참히 파괴한다. 그리고 그 상처는 삼십년이 지난 오늘에도 어머니의 가슴 속 깊이 한의 우물을 남기고 있다.

 

 작품의 중심 인물인 화자의 엄마를 통하여, 한 개인의 일생이 단순히 한 개인사의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고 가족사 · 정치사 · 사회사 · 민족사 · 시대사 · 문명사 등과 얼마나 복잡하게 비극적으로 혹은 희극적으로, 필연적으로 혹은 우연적으로 맞물리면서 전개되고 있는지를 드러내고 있다. 무엇보다도 해방 직후부터 6 · 25와 분단의 고착화에 이르는 불운한 한국의 시대상, 그리고 전근대와 근대가 공존하며 갈등을 일으키는 20세기 한국의 문명사 속에서 한 개인의 일생과 삶이 얼마나 복합적으로 뒤엉키며 전개되었는가에 대하여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소설의 핵심에 놓여 있는 것은 오빠의 죽음으로 표상되는 민족사의 비극이다. 그러나 그것은 이데올로기의 대립이라는 그 어떤 관념적 요소도 배제된 채, 한 가족이 맛보아야 했으며 또 여전히 지속되고 있는 고통의 형태로서 구체적이고 절실한 비극으로 형상화된다. 또한 그것은 중년 여성의 조금은 이기적이고 변덕스럽기까지 한 내면과 병치됨으로써 더욱 생생하게 부각된다. 그 비극을 회상하고 지켜보는 중년의 시각이란 지극히 절제된 것이어서 일체의 감상과 감정의 과장을 허용하지 않기 때문이다. <나>는 그 고통과 아픔을 오직 어머니와 공유할 뿐 누구에게도 하소연하거나 강요하지 않는다. 자신의 밖으로 드러내기에는 너무도 엄청난 것, 어머니의 경우와 같이 죽음 직전에 이르러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라야 겨우 터져 나올 수 있는 깊은 뿌리를 가진 것, 궁극적으로는 죽음으로밖에 치유될 수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절실함이 중년 여성의 내면에 대한 섬세하고 절제된 묘사력으로 형상화될 때 그것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이 소설은 한국 전쟁이라는 역사적 아픔을 현실 속에서 망각해 가는 사실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생활감 넘친 감각을 바탕에 깔면서, 한국 전쟁 문제에 개성적으로 접근하여 감동을 주는 작품이라 하겠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연작소설, 단편소설

 배경 : 서울,  6.25전쟁과 이후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

 특징 : 묘사력의 탁월성

 주제  일상에 매몰된 삶에서 역사적 자아에로의 깨달음

             전쟁으로 인한 한 가족의 비극과 한

◆ 출전 : 이상 문학상 수상작

 

 

● 생각해 볼 문제

 

1. 제목인 '엄마의 말뚝'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 사무친 한이다. 어머니는 한평생을 그 한으로 버티며 살아온 것이다. 엄마의 삶은 오빠라는 말뚝에 묶인 삶이었다고 하겠다.

 

2. 어머니의 화장을 시켜 달라는 말에 스며있는 한(恨)의 정체는 무엇인지 말해 보자.

→ 아들에 대한 완강한 집착의 표현이다. 아들의 뼛가루를 고향으로 부는 바람에 날려 보냈듯이 자신도 그렇게 해 달라는 것이다. 그렇게 될 때 저승에서나마 고향과 아들에게 이를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어머니의 한은 이렇게 오랜 기간을 두고 응축되어 온 것이다.

 

3. 마지막 대목에서 '투병 중'이라고 말한 진정한 의도는 무엇이겠는가?

→ 어머니의 병은 겉으로는 골절 후유증이지만 내면으로는 한국 전쟁 증후군 증상이다. 따라서 어머니가 이 작품에서 진정으로 앓고 있는 병은 한국 전쟁의 한이다. 그 한이 어머니에게 여전하듯이 우리 사회에도 여전한 아픔의 하나로 치유되지 않고 있다. 우리도 사실 '투병 중'인 것이다.

 

● 더 읽을거리

 

◆ 시대의 흐름에 따른 연작 소설 '엄마의 말뚝'

 

이 작품은 1980년부터 발표되기 시작한 세 편의 연작 소설이다. 각 편마다 동일한 인물이 등장하며 유사한 성격의 사건이 일관된 흐름을 형성하면서 전개되고 있다. 해방 이전부터 6 · 25 전쟁을 거쳐 현재에 이르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엄마와 '나'의 관계를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다.

각 작품은 독립된 완결성을 가지고 있으며, 각 작품이 모두 작가의 작품 세계의 본질을 보여 주고 있다. 중심 인물인 엄마를 통해 작가는 한 개인의 일생이 정치사, 민족사의 차원으로까지 복잡하게 얽혀서 전개됨을 생생한 묘사를 통해 보여 준다. 한국 현대사의 비극 속에서 한 개인의 삶이 얼마나 복합적으로 뒤엉키며 전개되었는가에 대하여 관심을 가질 수 있는 작품이다.

 

 

◆ '엄마의 말뚝'에 나타난 '나'와 '엄마'의 관계

엄마가 어린 '나'를 대하는 태도 엄마는 높은 이상과 처한 현실 속에서 갈등을 일으키며 '나'를 통해 이를 보상 받으려 하고 있다.
어린 '나'가 엄마를 대하는 태도 어머니가 갖고 있는 이상과 가족이 처한 현실 사이의 괴리를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때로는 철저히 자신 안의 삶의 틀 속에 갇힌 어머니에 대해 연민의 감정을 갖기도 한다.
어머니가 성장한 '나'를 대하는 태도 어머니는 '나'를 자신의 임종과 유언을 지켜 줄 만한 유일한 존재로 믿고 있으면서도, '나'에 대해 끝까지 약한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 한다.
성장한 '나'가 과거의 엄마를 회고하는 태도 '나'는 엄마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한 여성이 살아온 시대 상황 속에서 말뚝(삶의 틀)에 매인 엄마에 대해 연민의 정을 갖고 있다.
'나'와 엄마의 관계 '나'는 엄마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갖고 있지만, '나' 역시 어머니의 삶의 틀(말뚝)에 묶여 살아가는 존재이다.

 

◆ '엄마의 말뚝'의 서술 방식과 주제

 

이 작품에서 작가는 활달하고 개성적인 문체와 섬세하고 절제된 묘사력으로 '6 · 25 전쟁의 비극과 분단 고통의 극복 의지'라는 작품의 주제를 잘 형상화하고 있다.

'엄마의 말뚝'에서는 서술자의 태도에 유념할 필요가 있는데 작품의 서술자는 현재의 관점에서 엄마의 과거를 회상하는 동시에, 엄마의 과거에 존재하는 '나'의 시선에서 엄마를 바라보기도 한다. 또한 엄마의 모습과 동시에 과거의 '나'의 모습도 바라본다. 그리하여 서술자는 소설의 중심 사건을 다각적으로 대하게 되며, 이러한 태도는 작품의 주제를 드러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술자의 다양한 태도는 작품의 주제 의식을 복합적으로 형상화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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