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2000)
-성석제-
● 줄거리
반푼이 황만근은 전쟁 때 아버지가 죽고 유복자로 태어나 편모 밑에서 자라났다. 지능이 모자라 아이들에게까지 놀림의 대상이 되고,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해 늘 넘어지며, 혀도 짧아 발음도 정확하지 않다. 어느 날 자살하려는 처녀를 구해 아들 하나를 얻지만, 여인은 곧 떠나버린다. 이후 그는 어머니를 봉양하고 아들을 부양하면서 마을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간다. 염습과 산역, 마을의 똥구덩이를 파는 울력, 가축 도살 등 마을의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대가를 바라지 않고, 그렇다고 공치사를 늘어놓을 재간도 없다.
그러던 황만근이 갑자기 마을에서 사라졌다. 신체검사 받던 날 외에는 단 하루도 마을을 벗어난 적이 없는 황만근이 사라진 것이다. 평소에는 있는 듯 없는 듯 여겨지던 마을 사람들에게 반푼이 황만근의 부재는 곧 자신들의 불편으로 다가오기 시작한다. 농가부채 탕감 촉구를 위한 전국 농민 총궐기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모두들 버스나 트럭 · 승용차를 타고 대회에 나가지만, 황만근만은 이장의 지시대로 백리 길을 경운기를 끌고 갔다가 궐기대회에는 참가하지도 못하고 돌아오던 길에 그만 경운기가 차에 부딪쳐서 논바닥에 처박혀 동사(凍死)하고 만 것이다. 결국 황만근은 없어진 지 일주일만에 뼈로 돌아온다는 내용인데, 해학적이면서도 구슬프다. 민씨는 황만근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묘비명을 쓰고 다시 도시로 돌아간다.
● 인물의 성격
◆ 황만근 → 마을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지만 늘 마을 사람들의 무시와 비웃음을 받으며 살아간다. 어수룩한 인물로 그려지지만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희생할 줄 아는 인물이다.
◆ 민 씨 → 도시에서 귀농한 인물로 마을 사람들과 달리 황만근의 훌륭한 성품을 알아본다. 황만근의 사후에 황만근을 위해 묘비명을 쓰고 다시 도시로 돌아간다.
◆ 어머니 → 어린 나이에 황만근을 낳고 과부가 된다. 매우 게으르고 생활력이 없는 인물로 황만근의 봉양 덕에 살아간다.
◆ 마을 사람들 → 이기적이고 타산적이며, 자본주의 사회의 평균적인 인물들이다.
● 이해와 감상
◆ 1990년대 IMF 경제 위기를 맞고 있는 농가 현실을 배경으로 이기적인 현대인에 대한 풍자와 함께 암울한 농촌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은 비교적 객관적인 시선을 갖고 있는 민 씨를 통해 '황만근'이라는 인물의 생애를 추적하는 형식으로 전개되고 있다. 민 씨를 통해 바보 취급을 받는 황만근이 실제로는 매우 긍정적인 인물이며 오늘날의 삶에 결핍된 관용과 도량의 정신을 가진 인물임을 보여주고 있다. 황만근은 마을의 궂은일을 도맡아 하면서도 늘 마을 사람들에게 무시당하기 일쑤인데, 작가는 민 씨의 입을 빌려 황만근이 어수룩하여 그런 대우를 받기는 하지만, 자신밖에 모르고 이기적인 마을 사람들이야말로 진정한 바보임을 간접적으로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작품은 전체적으로 볼 때 향토적이고 구수한 방언의 사용과 우스꽝스러운 인물의 행동을 통한 풍부한 해학성, 이기적인 현대인을 대표하는 마을 사람들을 등장시킨 풍자적 성격 등의 특성을 지닌다. 작가는 자신에게 이익이 없는 일에도 열성을 다하는 황만근과 이해타산적인 마을 사람들을 대조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주제 의식을 선명하게 부각하고 있다.
◆ '전(傳)'의 양식과 작가의 수용 의도 → 이 작품은 전의 양식과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 작품은 황만근의 생애를 서술한 부분과 등장인물인 민 씨가 묘비명을 써서 제시한 부분으로 크게 나눌 수 있는데, 이는 어떤 사람의 일생 동안의 행적을 기술하고 그에 대해 논평하는 전의 양식과 매우 유사하다. / 어떤 대상을 전의 소재로 삼는 것을 입전이라고 하는데, 입전의 대상은 대체로 남들에게 모범이 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작가가 황만근을 전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황만근의 삶이 주는 교훈을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에 드러난 90년대 후반 농촌의 현실 → 1990년대 후반은 IMF에서 구제 금융을 받는 등 한국 사회 전체가 큰 위기를 겪었던 시기이다. 이러한 사회 분위기 속에서 사회적으로 취약한 계층인 농민들은 더욱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 작품에는 심각해지는 농가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 농민 궐기 대회에 나가는 장면이나 황만근이 빚을 지며 농사를 지으면 안 된다고 말하는 대목 등이 나오는데, 이를 통해 직접적이지는 않지만 당시 농촌 현실의 어려움을 드러낸다.
◆ 묘비명의 형식이 지닌 효과 → 묘비명을 통해 인물의 행적을 정리하는 구조는 현대 소설에서는 낯선 형식이다. 묘비명을 제시하는 형식을 통해 다음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① 본문에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인물의 행적과 삶을 명확히 드러낼 수 있다. ② 작품 전체의 해학적 어투와 대비되는 어투를 사용함으로써 인물의 죽음을 기리는 효과가 있다. ③ 독특한 형식으로 독자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 ④ 작가가 부각하고자 하는 인물의 긍정적 성격을 직접적으로 드러냄으로써 작가 의식을 효과적으로 전달한다.
◆ 황만근의 죽음이 지닌 의미 → 황만근은 선량하고 이타적인 인물이다. 그리고 전통 사회의 인정을 유지하고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러한 인물이 1990년대 경제 위기와 농가 부채라는 시대적 상황에서 죽고 말았다는 것은 현재의 농촌 사회는 희망이 없으며 기울어 가고 있다는 탄식을 함축한다. 또한 황만근은 누구보다도 남을 많이 도왔지만 혼자 죽어 갈 수밖에 없었다는 점에서 황만근이 죽도록 원인을 제공한 이기적인 현대인(마을 사람들)에 대한 간접적인 비판을 내포한다.
◆ 주인공의 실종으로 작품을 시작하는 효과
① 독자에게 주는 효과 : 흥미를 유발하여 독자의 관심을 유도함.
② 구성상의 효과 : 황만근의 생애를 추적하는 구성 방식의 발단으로 기능함. 결말 부분의 황만근의 죽음과 조응되어 일종의 구성적 완결성을 갖게 함.
● 핵심사항 정리
◆ 갈래 : 현대 소설, 단편 소설, 농촌 소설
◆ 배경
* 시간적 - 1997년
* 공간적 - '신대리'라는 농촌 마을
◆ 시점 : 3인칭 관찰자 시점과 1인칭 관찰자 시점의 혼용
◆ 표현상 특징
* 해학적, 풍자적, 향토적 성격
* 고전문학의 요소가 현대적으로 잘 계승된 작품임.(전의 양식, 환상성, 해학성, 풍자성)
◆ 주제 ⇒ 황만근의 생애와 그의 행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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