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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줄거리/해설]황토기(1939)-김동리-

by 휴리스틱31 2021.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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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토기(1939)

-김동리-

 

● 줄거리

 

황토골에는 상룡(傷龍), 쌍룡(雙龍), 절맥설(節脈說)의 전설이 서려 있다. 용이 피를 흘려 흙을 붉게 적셨기 때문에 황토골이라고도 하고, 산의 맥을 찌르니 붉은 피가 흘러 내려 황토골이 되었다고도 한다.

용냇가의 두레패와 떨어져 혼자 논을 매고 있던 억쇠는 분이를 기다리고, 술 동이를 이고 온 분이는 설희와 득보를 한칼에 찔러 죽이겠다고 악을 쓰다 풀 위에서 잠을 잔다.

 

억쇠는 장정들도 겨우 든다는 들돌을 열세 살에 들어 올린 장사이다. 그런데 황토골에는 '장사가 나면 부모에게 불효하고 나라에 역적이 된다'는 속석이 전해진다. 억쇠는 백부의 근심스런 말을 듣게 되고, 본인도 집안의 안전을 위해 힘쓰기를 삼가며 자해하기도 한다. 허무감에 젖어 주막에서 술을 마시다가 득보를 만난다. 그리고는 냇가에 오두막 한 채를 마련해 준다.

 

득보는 이복 형제를 죽이고 서울로 달아났다가, 어느 대갓집 부인과의 관계가 탄로나서 황토골에까지 떠돌아 들어오게 되었다. 득보와 억쇠는 서로 힘에 센 만큼 금방 가까워졌고, 그들은 이유없이 붙어서 싸움질만 하게 된다.

득보와 분이 사이에는 아이까지 하나 두었는데, 득보는 분이를 억쇠에게 주며 데리고 살라고 한다. 그러나 분이 마음은 항상 득보에게 있었고, 분이는 억쇠와 득보 사이를 왔다갔다 하며 생활하는데, 득보가 여자를 얻어 오면 어떤 구실을 붙여서라도 쫓아내곤 한다.

 

그러던  중 억쇠는 늙은 어머니와 한 점 혈육이 없는 것을 생각하여 용모와 행실이 바른 설희라는 여자를 얻어 함께 살게 된다. 설희는 득보도 마음에 두고 있었던 여자 였다. 득보마저 설희에게 마음이 쏠리자 분이는 억쇠의 늙은 어머니가 돌아가시던 날,애를 밴 설희를 죽이고,자고 있던 득보마저 칼로 찌르고 사라진다.다행히 목숨을 건진 득보는 깨어나 분이를 기다리다가,그녀를 찾아 마을을 떠난다. 분이를 찾아 나선 득보가 분이 대신 딸을 데려 온다. 억쇠는 득보가 사라질까봐 노심초사한다. 억쇠와 득보는 마지막 대결을 위해서 용냇가로 내려간다.

 

 

● 인물의 성격

 

◆ 억쇠 → 황토골 태생의 힘의 센 장사로, 황토골에 전해내려오는 전설 속에 나오는 '용'에 해당하는 인물로, 전설의 내용에 굴레 씌어진 채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비극적 인물임.

◆ 득보 → 황토골에서 팔십 리 가량 떨어진 동해변 태생으로, 역시 힘이 센 장사이며 또 다른 '용'에 해당하는 인물이다. 억쇠와 더불어 무의미한 힘겨루기를 계속하는 인물임.

◆ 분이 → 색주가 출신으로 억쇠와 득보 사이에서 두 사람의 갈등의 원인을 제공하는 인물이다. 질투심에 설희라는 인물을 죽이고는 마을을 떠난다.

◆ 설희 → 스물 셋에 홀로 된 과수댁으로, 억쇠에게 개가하게 되나, 끝내는 분이에게 죽음을 당하게 됨.

 

● 구성 단계

 

◆ 발단 : 황토골에 얽힌 전설과 배경

◆ 전개 : 억쇠와 득보의 지속적이고 유혈적인 싸움

◆ 위기 : 억쇠와 득보의 만남과 그들의 관계

◆ 절정 : 분이의 질투와 설희의 죽음, 득보의 중상

 결말 : 용냇가에서의 억쇠와 득보의 마지막 대결

 

 

● 이해와 감상

 

 설화와 소설의 유기성을 보여주는 작품 → 우리의 구전적인 설화에 자주 등장하고 있는 절맥(節脈)의 모티프 또는 상룡(傷龍)의 모티프 등 지역창조의 연기설화(緣起說話)를 전경(前景)으로 한 가운데, 이와 병렬하여 중심이야기를 제시하고 있다. 작품 서두에 제시되는 설화는 '추락, 저주, 거세'라는 이 작품의 내용이나 주제를 암시하는 역할을 할 뿐 아니라, 구원과 희생이 아닌 저주받은 피의 상속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설화의 상징성 → 첫 번째 '상룡설'은 황룡 한 쌍이 승천시에 바윗돌을 맞아 출혈을 하게 된다는 것인데, 이것은 황토골 장사인 억쇠의 비극적 좌절을 암시한다(추락).  두 번째 '쌍룡설'은 황룡 한 쌍이 승천 전야에 '잠자리를 삼가지 않아' 여의주를 잃게 된다는 것인데, 억쇠의 생애에서 축적된 정력이 득보와의 무모한 싸움에서 소비된다는 것이다(거세). 세 번째 '절맥설'은 장사가 날 곳에서 이미 당나라의 장수가 와서 혈(穴)을 질렀으니 독수리가 날개를 찢기운 것이나 다름없다는 것인데, 이것은 억쇠가 단순한 불세출의 장사로 그치고 만다는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저주).

 

 치솟는 힘을 바르게 써보지 못하고 있는 억쇠의 삶과 유랑의 삶을 사는 득보의 편력, 그들이 벌이는 무모한 힘겨룸의 이야기는 어떻게 보면 전설적인 만담처럼 보이기도 하지만, 작품의 서두에서 밝힌 절맥설의 틀과 연관지어 볼 때, 한국인이 지닌 운명론적 비극성을 강렬한 허무주의로 채색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으며, 식민지 시대 한국민의 비극적 상황을 암시한 작품으로도 볼 수 있다.

 

 운명의 절대성 앞에 복종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의 모습 → 김동리 작품의 특징 가운데 하나로서, 억쇠와 득보는 피흘리며 죽어간 용들과 같이 끝도 없는 싸움을 계속하도록 운명지워져 있는 것이다. 억쇠는 이러한 운명을 벗어나려는 노력없이 그 절대성에 복종하여 결국엔 고통을 감수하면서 평생을 싸워나가야 하는 것이다. 운명은 나의 의지없이 받아야 하는 것이며, 각자가 마땅히 받아야할 자기의 몫인 것이다. 작가 김동리는 "운명은 완상할 예술이며 슬기로운 벗" 이라고 했다. 이러한 그의 운명관이 이 작품에도 반영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배경 : 황토골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표현상 특징 : 한국적, 샤머니즘적, 신비주의적 소재 사용

 주제  운명론적 삶의 허무주의

 출전 : <문장 제4호>(1939)에 발표됨.  단편집<황토기>(1949)에 수록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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