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 끼 전(별주부전) - 미 상 -
줄거리
남해에 사는 용왕(동해의 용왕으로 되어 있는 작품도 있음)이 병이 나자 도사가 나타나 육지에 있는 토끼의 간을 먹으면 낫는다고 한다. 용왕은 수궁의 대신들을 모아 놓고 육지에 나갈 사자를 고르는데, 서로 다투기만 할 분 결정을 하지 못한다.
이때 별주부 자라가 나타나 자원하여 허락을 받는다. 토끼화상을 가지고 육지에 오른 자라는 동물들의 모임에서 토끼를 만나서 꾄다. 토끼에게 수궁에 가면 높은 벼슬을 준다고 유혹하며 지상의 어려움을 말한다. 이에 속은 토끼는 자라를따라 용궁에 이르게 된다.
순식간에 남해 수궁에 도달하니, 용왕이 명하여 토끼를 결박해 섬돌 아래로 끌고 간다. 간을 내라는 용왕 앞에서 부질없이 부귀영화를 탐낸 것을 후회한 토끼는 꾀를 내어 간을 청산녹수 맑은 물에 씻어 감추어 두고 왔다고 한다. 이에 용왕은 크게 토끼를 환대하면서 다시 육지에 가서 간을 가져오라고 한다. 토끼는 그렇게 하겠노라 약속을 하고서 자라와 함게 수궁을 떠난다.
토끼는 자라의 등에 업혀 바닷가에 닿자, 어떻게 간을 내놓고 다니겠느냐고 하면서 숲속으로 도망가 버린다. 그리하여 토끼는 수궁 군신을 속여 살아났고, 자라는 자신의 충성이 부족하여 토끼에게 속았다고 탄식한다.
감상 및 해설
작자와 연대를 알 수 없는 조선 후기 판소리 계열의 소설로 동물을 의인화한 우화소설이다. 우화소설은 비유적으로 동물에게 일정한 인간의 유형을 부여하고, 그 속에 도덕적, 교훈적 내용을 담게 된다. 또한 우화소설은 성격상 당시의 비리나 모순 그리고 부정부패 등의 문제점을 직접 드러내지 않고 빗대는 형식을 취하여 간접적으로 드러내는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 작품에서 '용왕'이 왕권을 상징하며, '수궁의 조정 대신'은 권력있는 지배계급을 뜻하는 것으로 보면, 이들에 대한 정면 도전이나 저항이란 위험하기 짝이 없는 노릇일 것이다. 따라서 <토끼전>은 지배층에 대한 정면적인 비판과 도전이 가져오는 위험요소를 완화시키는 의미에서 인간 세계의 차원이 아닌 동물 세계를 설정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소설은 <삼국사기>에 전해 내려오던 구토설화의 줄거리를 얼마 만큼 바꾸어 가면서 구전되다가 조선조 후기 소설로 굳어진 것 같다. 우직한 성격의 거북과 간교한 토끼와의 경쟁을 내용으로 한 이 우화는 근원설화, 지역설화, 판소리, 소설이라는 네 단계를 거쳐서 형성되어 갔으며, 날카로운 풍자와 익살스러운 해학이 주제의 양면성을 이루고 있는 작품이다.
약 60여종이나 되는 이본들이 전하는데, 수궁가, 별주부전, 토생원전, 토별소수록, 토끼전, 토별가, 토처사전 등 다양한 제목을 보여주며, 그 기본 줄거리는 대동소이하다. 그러나 이본의 결말부는 나름대로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는데, 토끼에게 속은 자라가 수궁으로 그냥 돌아오는 이본, 자라가 자살하려 하자 도인(화타)이 나타나 선약을 주어 돌려 보내는 이본, 자라가 자살하고 용왕도 유언을 남기고 죽는 이본, 토끼 똥을 가지고 자라가 돌아가 용왕의 병이 나았고 토끼는 월궁으로 올라가 약을 찧는 이본, 자라가 토끼 똥을 가지고 돌아가고 토끼가 자경가(自警歌)를 부르는 이본, 토끼를 놓쳐 용왕을 볼 면목이 없어 자라가 육지에서 살아가는 이본 등 다양한 모습을 지닌다.
<토끼전>은 '상류계급에 대한 서민의 저항'이라는 주제의식이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즉 자신의 병을 고치기 위해서라면 남의 생명은 조금도 고려치 않는 용왕의 횡포에 대한 비판과 풍자가 이 작품의 밑바닥에 숨어 있는 작가의식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병든 용왕'은 곧 조선왕조의 지배체제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에 이르렀음을 말해 주며, 토끼의 계교에 넘어간 후로 용왕은 충신인 자라의 간언도 묵살해 버리는 등 제대로 사리를 판단하지 못하는 어리석음을 보이고 있다. 자라는 맹목적인 충성으로 일관하나 일단 토끼를 수궁에 데리고 온 이후로 용왕의 관심은 토끼에게 쏠린 나머지 그는 용왕의 질책이나 위협을 받는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요점정리
◆ 성격 : 고전소설, 판소리계 소설, 우화소설, 풍자소설
◆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 주제
* 자라의 충성심, 토끼의 위기 극복 지혜 혹은 허욕에 대한 경계
* 서로 상대방을 속이는 인간 세태를 풍자와 분수 넘치는 행위에 대한 경계
* 유교 치하의 질곡 하에서 빚어지는 무능 부패 속에서도 권력에 혈안인 상류계급에 대하여 고발, 풍자, 저항하는 서민상
◆ 관련작품 : 동물을 의인화한 소설로 <두껍전><장끼전><서동지전><까치전><이화전> 등이 있음.
◆ 형성과정 : 인도의 불전설화인 "용원설화(龍猿說話)"⇒구토설화⇒토끼타령⇒토끼전
◆ 등장 동물들의 상징성
㉠ 토끼 : 피지배층인 서민의 전형화된 존재
㉡ 자라 : 충(忠)으로 일관한 전형적인 관료계급에 속하며, 평면적 성격의 인물임.
㉢ 호랑이,여우,사냥개 : 수령, 서리 등의 중간 지배층을 반영함.
㉣ 다람쥐, 멧돼지 : 선량하고 무력한 농민층 반영.
㉤ 자라의 아내 : 토끼와의 하룻밤 정사로, 열녀불경이부의 기성 도덕관념을 과감하게 부정하면서 유교적 규범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자유인의 의지를 보여줌.
◆ 배경의 상징성
㉠수궁 세계 : 왕과 대신들의 세계로서 정치 고위층 즉 지배층의 세계
㉡육지 세계 : 일반 백성 농민들의 세계로서 하위 서민층 즉 피지배층의 세계
생각해 보기
1. <토끼전>에 나타난 서민의식의 양상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 <토끼전>이 17,8세기를 시대적 배경으로 삼고 있음을 전제로 하여 그 때의 상황을 보면,
첫째, 정치현실에 대한 것으로서 왕권의 약화와 유교적 권위 의식의 타락, 그리고 당쟁의 혼란 속에서 이와 같은 지배계층에 대한 서민들의 부정적 비판적 의식의 맹아를 보여준다.
둘째, 사회 경제 현실에 대한 것으로서 우반 관료계급 및 서리 계급의 가렴주구 및 부정부패와 이에 따르는 서민층의 경제적 파탄 속에서 생성된 반항적인 서민의식의 발로이다.
셋째, 위와 같은 정치, 사회 현실 속에서 사회 구조의 변화에 따라 양반 지배층과 농촌 서민층의 양극화 현상이 일어나면서, 그들만의 소외된 공동체 속에서 서민의식은 더욱 가열되어 갔다.
이상과 같이 세 가지 측면에서 형성된 서민의식은 사회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계층의 공통된 의식이어서 사회 각 방면에 팽배해 있었지만, 이들에게 씌워진 신분적 제약과 여러 가지 여건의 불리는 부조리한 현실에 대한 정면적 도전과 충돌을 불가능하게 했다. 따라서 우회적인 방법으로서 간접적 도전에 의한 자연스러운 탈출구를 모색하게 된 것이다. 약자인 토끼가 자라의 간계에 의하여 사경에 이르렀다가 다시 묘책으로써 강자를 멋있게 속여 넘기고 위기를 벗어날 수 있었던 전래 민담은 서민들에게 좋은 소재가 될 수 있었다.
2. 이 작품에 나타난 풍자의 양상을 말해 보자.
⇒ 풍자는 항상 현실에 대한 부정적 비판적 태도에 근거를 두고 대상의 결함, 부조리, 불합리 등을 폭로 규탄한다. 따라서 풍자는 그 시대 사회와 불가분의 관계를 맺게 되며, 대체로 당시 현실에서 널리 공감을 얻는 문제점을 찾아 이에 대한 대립적 입장을 취하는 것이 보편적이다.
<토끼전>에 있어 수궁과 육지, 용왕과 토끼, 산군(호랑이)과 멧돼지의 대립적 존재는 그대로 풍자적 요건이 된다.
작품 속에 나타난 현실에 대한 풍자를 보면,
첫째, 지배층의 무능과 알력과 모순된 정치 현실에 대한 풍자(최고 권력자인 왕에 대한 것에서 나타남)
둘째, 수령, 서리 계급들의 착취와 횡포와 여기에서 오는 서민들의 경제적 파탄과 생활적인 참상이 풍자적으로 나타남.(육지 동물들의 모임인 모족(毛族)회의에서부터)
셋째, 당시 탐관오리들의 비행 폭로와 그들에 대한 서민층의 역설적인 보복의식을 볼 수 있다.(토끼의 자라에 대한 보복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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