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모지(1957) -차범석-
● 줄거리
신식 결혼이 성행하여 전통 혼례용 혼구를 대여하는 최 노인의 사업이 날로 쇠퇴하게 되자, 가족들은 살고 있는 낡은 한옥을 팔자고 권유하지만 최 노인은 집에 집착한다.(발단)
실업 상태인 큰아들, 여배우를 꿈꾸는 큰딸 등 가족들은 모두 은근히 최 노인을 원망하며 집을 팔자고 종용한다.(전개)
가족들의 성화와 큰아들의 방황을 보다 못한 최 노인은 심경의 변화를 일으켜 집을 세놓기로 한다.(위기)
집을 파는 것으로 오해한 큰아들이 이를 막으려 하고, 최 노인은 큰아들이 집을 팔지 않고 세놓는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오해함으로써 심한 갈등을 일으킨다.(절정)
모든 불화의 원인이 돈에 있다고 생각한 큰아들은 권총으로 강도질을 하다가 체포되며, 사기를 당한 큰딸은 자살을 한다.(대단원)
● 감상 및 이해
전후(戰後)의 어둡고 불안한 사회 상황을 한 가족의 생활 단면을 통해 집약적으로 드러낸 사실주의 작품으로, 1950년대의 시대상을 잘 드러내 준다. 이 작품은 근대화를 상징하는 최신식의 건물과 전근대적 가치관을 상징하는 낡은 한옥을 대조시키고 있다. 이러한 배경은 새로운 것을 지향하는 자식들과 옛 것을 고집하는 최 노인 사이의 대립과 갈등으로 구체화된다. 구시대의 전통을 유지하려고 발버둥치는 최 노인의 모습과 그로 인해 생겨난 가족 간의 갈등 및 비극은 하늘을 향해 치솟은 고층 건물의 모습과 대조되는 구조를 이루게 되어, 전후의 불모의 현실적 모순을 상징적으로 제시해 준다. 구시대는 힘을 잃었고 새로운 시대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1950년대는 불모지였던 것이다. 이 작품에서 최 노인과 자식들의 면모는 전후 시대의 세대 의식을 집약적으로 보여 주며, 전후의 시대상을 냉철하게 드러내 준다.
● 정리하기
▒ 갈래 → 장막극, 비극
▒ 성격 → 사실적, 비극적, 세태고발적
▒ 인물
* 최 노인 → 완고하고 옛 것을 지키려는 세대의 전형으로, 사건 전개의 중심을 이루는 인물이다.
* 어머니 → 최 노인의 아내. 전형적인 한국 여인형으로, 남편과 자식을 위해 온갖 궂은 일을 다 한다.
* 경수 → 최 노인의 장남. 전통적인 맏아들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 인물형으로 아버지를 원망하며 파멸로 치닫는다.
* 경애 → 최 노인의 장녀. 화려한 인생을 꿈꾸는 인물로, 근대화 과정에서 새로운 세대의 전형을 보여준다.
* 경운 → 최 노인의 차녀(20세). 자신이 번 돈으로 가족의 생계를 꾸려 가면서도 틈틈이 집안일을 하며 부모를 돕는다.
* 경재 → 최 노인의 차남(18세). 밝고 명랑하며 언변도 뛰어나 주변을 웃음으로 이끈다.
▒ 배경 → 1950년대 전후 사회, 서울 종로 한복판
▒ 출전 → <문학 예술>(1957)
▒ 갈등구도
<무대배경> | <등장인물> | <인물의 성격> | <세대적 의미> | <사회적 의미> | ||||
낡은 기와집 | → | 최 노인 | → | 보수적 | → | 기성 세대 | → | 전통 사회 |
↕ | ↕ | ↕ | ↕ | ↕ | ||||
번화한 상가 | → | 자식들 | → | 현실적 | → | 새로운 세대 | → | 근대화 사회 |
▒ 주제 → 근대화 과정에서 겪는 가족의 해체와 가치관의 변화
▒ 특성
1) 대조적인 배경 및 인물 설정으로, 근대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을 드러냄.
2) 세대 차이의 비극과 도시 문명의 급격한 변화를 강조하기 위해 대사와 조명 등을 효과적으로 활용함.
● 참고자료
◆ '불모지'의 상징과 대조의 기법
'불모지'는 상징과 비유의 구조가 매우 튼튼하다. 과거 세대와 새로운 세대, 낡은 한옥과 현대식 고층 빌딩 간의 대립적 요소가 이 작품의 주요 축을 이루고 있다.
대립적 요소를 구체적으로 암시하는 소품 설정으로 푸른 이끼의 지붕과 주변의 매끈한 고층 빌딩 간의 대조, 주변 길거리 자동차의 소음과 낡은 한옥의 정적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이상과 실제, 환상과 현실 사이의 대립을 상징하는 데에 기여한다. 한물간 구식 결혼식 물품 대여업, 퇴락한 최 노인의 집, 이에 집착하며 몸부림치는 최 노인의 이미지, 이는 현대 자본주의 문명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영화 배우 꿈꾸기에 몰두하는 장녀 경애의 비현실주의 이미지와 대조를 이루고 있다. 이는 젊은 세대와 구세대, 구식 주택과 현대식 주택, 어두움과 밝음, 소란스러움과 어두운 정막 사이의 대조로 이어진다.
이 작품은 웃음을 유발하는 부분도 더러 있으나, 전체적으로 무겁고 어두운 분위기를 이루고 있다. 작자는 그러한 분위기와 이미지의 대립 틈새에서 허우적거리고 몸부림치는 인간 군상의 이미지를 다양하게 축조시켜 놓는다.
또한, 인물의 행위 역시 상징성을 띠게 되는데, 최 노인이 그늘져 잘 자라지도 않는 텃밭의 채소나 푸성귀 등만을 바라보며 갈등을 애써 삭이려 하다가 마침내 제정신이 아닌 듯 그것들을 짓밟아 버리는 행위는 장남 경수의 좌절과 파국, 큰딸 경애의 자살로 전이 · 확대된다.
◆ '불모지'를 개작한 '태양을 향하여'의 줄거리
종로에서 근 50년 동안이나 재래식 혼구 대여업을 하는 최 노인 일가는 신식 혼인이 유행하게 되자 장사가 잘 되지 않는다. 그런데다 경애는 영화배우가 되겠다고 말썽이고, 군대에 간 경수는 부상을 당하여 의수(義手)를 하고 돌아온다. 경애의 일과 세금 문제로 집안이 더욱 곤란해지는 가운데 경수와 혼약했던 춘자는 경수를 멀리한다.
한편, 5층 빌딩이 들어서자 최 노인네 집은 햇빛도 잘 들지 않고, 가게문을 닫았는데도 세금은 계속 나오며, 경수는 가출하고, 경애는 마침내 자살하고 만다. 파멸 직전에 이른 집안 살림은 경운의 박봉으로 겨우 이어가는데, 가출했던 경수가 돌아와 취직을 하게 되고, 춘자도 마음을 돌리게 된다. 그리고 오랫동안 집을 팔지 않겠다고 고집하던 최 노인도 이사 갈 새집을 보아 두었다고 말한다. 마침내 파멸의 위기에 처했던 최 노인 일가에 화합의 서광이 비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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