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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문학 작품 분석/해설]춘풍의 처(1976) -오태석-

by 휴리스틱31 2021.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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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풍의 처(1976) -오태석-

 

● 줄거리

 

평양에 장사하러 간 춘풍이 기생 추월에게 빠져 돌아오지 않는다.(발단) 춘풍의 처가 춘풍을 찾아 나선다. 도중에 수중 세계에서 노모를 살리기 위해 더덕을 구하러 지상에 나온 이지와 덕중을 만난다. 이들은 은(銀)을 밀반출한 부자(父子)를 서울로 압송하는 중인데 그 상금으로 더덕 구입비를 마련하고자 한다. 부자를 놓아 주고 서로 신세 한탄을 하는데 춘풍이 나타난다.(전개) 춘풍에게 맞아 처가 졸도한다. 춘풍은 처가 죽은 줄 알고 출상을 하려는데 옥리들이 춘풍을 평양으로 잡아간다. 독경하러 왔던 봉사가 춘풍 처의 돈을 빼앗아 가고, 춘풍 처는 미물들의 도움을 받기로 하고 덕중 조카의 자식을 낳아 준다.(절정) 평양 감사가 된 춘풍 처는 재판 중에 추월을 만나 싸우다 쓰러진다.(하강) 춘풍은 처가 죽은 줄 알고 곡을 하는 중에 처가 일어난다. 춘풍의 처는 춘풍과 한바탕 어울려 놀고 난 뒤 기함하여 정말 죽는다. 굿이 치러진 뒤 이지와 덕중만 남는다.(대단원)

 

● 감상 및 이해

 

이 작품은 고전 소설 <이춘풍전>에서 소재를 취했으나, '봉산탈춤'의 미얄 과장의 내용과 형식으로 재구성한 작품이다. 즉, 춘풍만을 희극적 인물로 그려 놓은 '이춘풍전'과 달리, 이 작품에서는 춘풍 처도 희극적 인물로 그리고 있다. 여기에 인물의 골계적 대사, '봉산탈춤'의 말뚝이와 같은 역할을 하는 덕중과 이지에 의해 작품의 희극성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런 분위기 속에 춘풍, 처, 추월의 삼각 갈등도 첨예한 직선적 충돌을 거치지만 파국으로 가지는 않고, 오히려 자유로운 연상과 전환을 통해 즐거움을 추구한다. 따라서 이 작품은 비극을 웃음으로 감싸는 우리의 서민적 정서를 잘 재현했다고 할 수 있다.

 

 

● 정리하기

 

 갈래 → 창작 희곡, 단막극(2장)

▒ 성격 → 해학적, 풍자적

▒ 인물

* 춘풍 처 → 전통적인 여인상과는 달리 직접 생활 전선에 뛰어들어 남편을 개과천선시키는 적극적 인물

* 이춘풍 → 장사하는 시장 건달로, 여색을 밝히는 세속적이고 희극적인 인물

* 덕중과 이지 → 춘풍의 허위를 폭로하며 극에 희극적 성격을 부여하는 인물

▒ 배경 → 조선 후기, 평양

▒ 주제  세속적 인물의 허위 폭로

▒ 특성

1) 전통극인 탈춤의 극적 형식을 창조적 원천으로 함.

2) 등장 인물들의 즉흥적인 대사와 행동이 극의 해학성을 높임.

 

 

● 참고자료

 

◆ '봉산탈춤'의 미얄 과장과 '춘풍의 처'의 비교

봉산탈춤의 미얄 과장   춘풍의 처
ː   ː
미얄과 영감은 난리통에 헤어짐. …… 평양으로 간 춘풍이 돌아오지 않음.
미얄은 악공과의 대화 후 영감과 만남. …… 춘풍 처는 덕중, 이지와의 대화 후 춘풍과 만남
첩인 덜머리집과 미얄 할미의 갈등 …… 기생 추월과 춘풍 처의 갈등
미얄에게 가해지는 영감의 횡포 …… 처에게 가해지는 춘풍의 횡포
미얄의 죽음 …… 춘풍 처의 죽음
극락 세계로 보내는 무당굿 …… 극락 세계로 보내는 굿

 

◆ '춘풍의 처'의 놀이성

 

'춘풍의 처'가 가지고 있는 중요한 특징은 '놀이성'이다. 이 작품이 가지고 있는 표면적인 특징은 복잡한 인물들과 난해한 장면의 연결이다. 이것이 바로 작가가 지향하고 있는 놀이성이다. '춘풍의 처'는 끊임없이 변화하는 장면의 연속이다. 변화 속에서 즐거움을 찾고 있는 것이다.

 

* 인물도 하나의 인물에 머무르지 않고 계속 변화한다. 변화하는 대표적인 인물은 부자(父子), 세 아들들이다. 인물들을 이중적으로 사용하는 것은 변화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하나의 놀이성으로 작용한다. (부자(밀수꾼) → 봉사 의원, 세 아들 → 아버지 춘풍을 잡아가는 옥리)

 

* 끊임없는 변화 속에서 이루어지는 놀이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까지 허물어 버린다. 춘풍의 처는 반복적으로 삶과 죽음을 넘나든다. 죽은 듯하지만 살아 있고 다시 죽은 듯하지만 또 살아 있다.

 

* 박치기의 장면 역시 놀이성과 연결된다. 덕중의 박치기는 갈등 상황과 그 해결이라는 측면에서 계속 되고 있다. 그러나 그 박치기도 놀이성 속에서 유희적인 것으로 바뀐다.

 

* 고전 소설 '이춘풍전'의 낙관적인 결말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결말을 새롭게 제시하고 있다. '춘풍의 처'에서 처는 아무 것도 이루지 못하고 죽어 버리는 완전히 실패한 인물로 그려진다. 이는 현대의 냉혹하고 비관적인 세계관을 기초로 한 것이다.

* 작가는 놀이의 '단순성'과 '가벼움'을 겉으로 보여주고 있지만, 그것은 복잡성과 무거움의 과정을 거치고 난 다음에 얻을 수 있는 '단순성'과 '가벼움'이다. 즉, 작가의 놀이성 속에는 복잡성과 무거움의 과정이 내재되어 있다.

 

 

◆ 전통극과 현대극의 관계

 

한국의 전통극은 민간에서 행위로 전승되는 연극으로서 민속극이라고도 불린다. 본래 한국에는 전통적으로 창작 연극이 없었다. 민간에서 세시풍속으로 전승되거나 떠돌이 연예인들이 마을로 다니며 연행하던 자료, 그리고 무당굿에서 놀이되던 자료가 현재까지 전해져서 학자들이 채록해 소개한 것이 한국의 전통 연극이었다. 따라서, 이들 전통극에는 작가 개인에 의해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스토리나 플롯이 없다. 다만, 양반이 지닌 권위나 허위 의식을 부분적으로 풍자하는 단편들이 삽화적으로 배열되어 있는 정도이다.

 

20세기에 들어와서 극장이 세워지고 신극 운동이 전개되면서 판소리를 각색한 창극과 소설 등을 각색한 신파극이 공연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연극은 한국의 전통극을 계승한 것이 아니라, 서구 연극의 영향을 받아 이루어진 현대적 의미의 연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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