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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ing n Seeing

[극문학 작품분석/해설]산불 -차범석-

by 휴리스틱31 2021.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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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불   -차범석- 

 

● 줄거리

 

소백산맥의 어느 산골 마을에 사는 이장 양 씨와 과부 최 씨는 항상 반목이 심했다. 양 씨의 며느리 점례는 이 마을에서 드문 유식자이며 아름다운 젊은 과부였다. 그리고 최 씨의 딸 사월이도 젊은 과부였다. 어느날 밤, 공비의 소굴에서 탈출한 전직 교사 규복이 추위와 허기를 못 이겨 점례의 집 부엌으로 숨어든다. 점례는 어쩔 수 없이 그를 대밭에 숨겨 주고 음식을 날라다 주는데, 차츰 두 사람 사이엔 사랑의 감정이 싹튼다. 그러던 어느 날 사월은 규복과 점례가 밀회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만다. 그리고 사월은 자기도 구복을 돕겠다고 하면서 규복을 통해 자신의 욕정을 채우게 된다. 결국 사월은 임신하게 되고 점례는 사월에게 규복과 함께 이 고장을 떠나라고 권한다. 얼마 후 공비 토벌 작전이 시작되고 양 씨 소유인 대밭에도 불을 질러야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양 씨는 조상 대대로 전해진 대밭을 불사르는 데 완강히 반대하고 점례는 규복에 관한 비밀 때문에 국군에게 통사정하지만 결국 대밭에는 불이 놓이게 된다. 그리고 규복은 대밭에서 뛰쳐나오다 국군의 총에 맞아 죽고 사월도 양잿물을 마시고 죽고 만다.

 

● 감상 및 이해

 

'산불'은 사실주의 희곡의 전형적인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으로, 분단과 전쟁의 비극을 한 마을에 축약시킨 사건과 인간의 원초적인 애욕과 관련된 사건을 자연스럽게 뒤섞음으로써 내용을 밀도 있게 구성하고 있다.

 

이 작품의 공간적 배경인 마을은 전쟁 때문에 대부분의 남자들이 죽거나 끌려가고 없는 상태이다. 이곳에 한 남자(규복)가 나타나 반목 중이던 양 씨와 최 씨의 갈등을 증폭시키게 된다. 그의 존재는 전쟁 중에 억압된 여성들의 본원적 욕망을 드러내는 구실을 하고 있다. 그리고 공산주의자도 아니면서 우연하게 빨치산이 된 규복이 비참하게 죽게 되는 결말은 전쟁의 잔인함과 이데올로기의 허상을 고발하는 휴머니즘적인 작가 의식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시도 때도 없이 밥을 달라고만 하는 김 노인, 전쟁 때문에 정신적 충격을 받아 등신이 된 귀덕을 통해 전쟁 속에서 힘들게 먹고 살아야 하는 하층민의 비참한 실상을 엿볼 수 있다.

 

 

● 정리하기

 

 갈래 → 희곡, 장막극(5막), 비극, 사실주의극

▒ 성격 → 현실 고발적, 사실적

▒ 인물

* 점례 → 남편이 반동으로 몰려 죽어 과부가 된 인물로, 양 씨의 며느리이다. 규복을 사이에 두고 사월과 삼각관계에 빠지면서 갈등을 겪는다.

* 사월 → 최 씨의 딸로, 남편이 빨갱이로 몰려 죽어서 과부가 된 인물이다. 점례와 마찬가지로 규복을 상대로 자신의 원초적 욕망을 해소한다.

* 규복 → 초등학교 교사로, 이념의 틈새에서 희생되는 인물이다. 점례와 사월 사이에서 애욕의 노예로 지내다가 국군의 공비 소탕 작전 때 죽는다.

* 양 씨, 최 씨 → 양 씨는 점례의 시어머니이며, 최 씨는 사월의 어머니이다. 오랜 이웃 사이임에도 이념적 적대감 때문에 사사건건 대립한다.

▒ 배경 → 6 · 25 전쟁 중, 소백산맥 줄기의 촌락

▒ 출전 → <현대문학>(1963)

▒ 갈등 → 최 씨와 양 씨의 갈등(최 씨와 양 씨의 갈등은 공산군에게 아들을 잃은 양 씨의 처지와 국군에게 사위를 잃은 최 씨의 처지에서 비롯된 것으로, 이념적 적대감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 주제  이데올로기에 희생당하는 인간의 삶과 사랑

▒ 특성

1) 사실주의 희곡의 전형을 보여줌.

2) 전쟁의 폭력성과 인간의 애욕이라는 이중적 구조를 취함.

 

 

● 참고자료

 

◆ '산불'의 사건 구성상의 특징

이 작품은 6 · 25 전쟁을 시간적 배경으로 하여, 소백산맥에 위치한 한 과부촌에서 일어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마을에 규복이라는 남자가 나타나자 그를 둘러싸고 젊은 과부 간의 갈등이 발생한다. 이것은 원초적인 욕망이라는 인간의 본능적 측면과 관련되는데, 이를 통해 인간의 보편적인 본능 앞에서 이데올로기는 허구에 불과하다는 것을 드러낸다. 그리고 그러한 갈등을 둘러싼 현실에는 이념의 대립과 분단이라는 상황이 놓여 있다. 즉, 그들의 원초적 욕망을 억압하고 결국에는 그것을 파국으로 이끌어 가는 것은 이념적 대립에 의한 전쟁의 비극이다. 결국, 이 작품은 전쟁 때문에 과부들끼리 살게 된 마을을 공간적 배경으로 하여, 이념의 대립에 따른 갈등 제시와 욕정의 대립을 통한 원초적 갈망 제시라는 이중적 사건 구조를 통해 주제를 형상화하고 있는 것이다.

 

◆ '산불'의 인물 설정

이 작품은 인물 설정에서 정교함을 드러낸다. 먼저 공산당에 의해 아들이 죽은 양 씨와 국군에 의해 사위를 잃은 최 씨가 일상생활에서 대립하며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이데올로기의 대립에서 근본적인 원인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갈등은 규복을 둘러싼 양 씨의 며느리인 점례와 최 씨의 딸인 사월의 대립과 갈등으로 이어지는데, 이들의 갈등은 인간의 원초적 욕망과 관련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 작품은 이와 같은 중심인물 외에 주변 인물도 치밀하게 배치되어 있다. 김 노인과 귀덕이 그 대표격이다. 김 노인은 노망이 난 사람으로 시도 때도 없이 밥을 달라고 하는데, 이러한 김 노인의 행동은 극적 긴장감을 완화시키면서도 전쟁 때문에 제대로 먹고 살 수 없는 상황을 보여 주기도 한다. 그리고 귀덕은 전쟁 때문에 등신이 되어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인물이다. 이와 같은 인물을 통해 전쟁의 참화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가야 하는 민중의 아픔을 보여주고 있다.

 

 

◆ 차범석과 전통적 사실주의극

1955년 "조선일보" 신춘 문예에 희곡 '밀주'가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차범석은, 1950년대를 사회성이 강한 전통적 사실주의 극에 담아 내었다.

사실주의는 연극이 사회의 거울이 되어야 한다는 그의 연극관을 뒷받침해 주는 창작 원리이며, 그의 사실주의 극은 1950년대의 현실에 대응하는 정신이자 방법이었다. 그는 등단 이후, 1960년에 이르는 동안에만도 10여 편의 사실주의 극을 창작하였다.

차범석의 1950년대 작품들은 전쟁을 겪으면서 받은 상처와 전쟁의 파괴력을 전후 사회의 모순을 초래한 근본적인 원인으로 보고 있으며, 인간에게 소외와 좌절을 가져다준 전후 사회의 변화와 그 모순을 비판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그러한 현실 극복의 대안으로 전통적 가치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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