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물 있사옵니다(1966) -이근삼-
● 줄거리
선량하고 평범한 젊은이 김상범이 우연한 기회에 사장에게 신임을 얻어 임시 사원에서 정규 사원이 된다.(발단) 상범은 박용자와 결혼을 결심했으나, 형과 박용자가 결혼하게 된 것을 알고 충격을 받는다. 이후, 출세의 방법에 눈을 뜬 상범은 목적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인물로 변한다.(전개) 상범은 '탱크'가 회사의 월급날 경리과를 털기로 한 것을 알고 뒤쫓아가 사냥용 총으로 그를 살해한다. 이 일로 사장으로부터 포상금을 받고 서울 시민의 영웅이 되며 상무로 특진하게 된다.(절정) 상범은 사장의 며느리이자 과부인 성아미가 박 전무와 간통하고 회사 공금을 유용한 사실을 알고, 이를 미끼로 그녀와 결혼한다.(하강) 상범은 성아미가 박 전무의 아이를 임신한 사실을 알고도 개의치 않는다.(대단원)
● 감상 및 이해
1960년대 산업 사회의 대두와 더불어 고조되기 시작한 출세주의와 배금주의 풍조를 아이러니컬하게 투사한 본격적인 서사극이다. '국물도 없다'는 말을 반어적으로 활용한 제목의 이 작품은, 애초에는 소심하지만 성실하던 주인공 김상범이 출세의 방법에 눈을 뜨게 되자 무모할 정도로 과격해져 남을 이용하고 희생시키는 일도 서슴지 않는 냉혈한으로 변하는 모습을 그리고 있다. 그리고 주변의 등장 인물들의 행위에서도 이른바 '국물 처세술'이 다각도로 펼쳐지게 된다. 이 작품은 한 인물의 삶을 통해 산업 사회의 산물인,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오직 욕망 충족을 위해 전력 투구를 하는 비정하고 동물적인 인간상을 제시하였다.
● 정리하기
▒ 갈래 → 희극, 서사적, 사회 풍자극
▒ 성격 → 풍자적, 반어적, 실험적
▒ 인물
* 김상범 → 처음에는 이해심 많고 선량했으나 출세에 눈을 뜬 후부터는 비열하고 냉혹한 인간으로 변한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출세 지향주의자이자 황금 만능주의자이다.
* 김상학 → 동생이 결혼할 여자를 가로채고, 아버지의 환갑 잔치가 자신의 결혼에 방해가 된다고 생각하는 이기주의자이다.
* 성아미 → 겉으로는 죽은 남편을 잊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하나, 실제로는 다른 남자를 만나 불륜을 저지르는 이중 인격자이다.
* 사장 → 김상범에게 회사의 직원을 감시하는 스파이 임무를 맡김으로써 그에게 그릇된 가치관을 심어 주는 인물이다.
▒ 배경 → 1960년대, 서울의 어느 아파트 및 회사 사무실
▒ 출전 → <신동아>(1966)
▒ 주제 → 현대인의 속물적인 욕망 비판
▒ 특성
1) 인물의 심리를 밀도 있게 묘사함.
2) 다양한 실험적 방식 활용
● 참고자료
◆ 제목 '국물 있사옵니다'의 의미
서사극에서는 은어나 비속어, 유행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사실주의극 양식의 언어와 다른 시정적 언어를 그대로 사용하여 관객들의 통념을 깨면서 모순된 사회를 인식하게 하는 것이다. 이 작품의 제목에서 '국물'은 사전적 의미가 '어떤 일의 대가로 다소나마 생기는 이득이나 부수입을 속되게 이르는 말'이다. 이 작품이 창작되던 1960년대에는 '국물도 없다'는 말이 유행하였는데, 이는 '돌아오는 몫이나 이득이 아무것도 없다.'는 말이다. 결국 이 작품의 제목은 당시에 유행하던 비속어를 반어적으로 활용함으로써 욕망 충족을 위해 수단이나 방법을 가리지 않게 되면 이득이 생기는 당시의 사회상을 비판하는 효과를 얻게 되는 것이다.
◆ '국물 있사옵니다'의 형식
이 작품은 익살스러운 사회 풍자극으로 연극적인 즐거움이 충분하다. 특히 주인공은 자신이 굉장히 똑똑해서 출세를 했다고 생각하나 독자의 입장에서는 그가 되려 성아미에게 이용당하는 등 사회의 부조리에 시달리고 양심에 어긋나는 어수룩한 행동을 하는 것을 보게 하는 극적 아이러니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
또한 이 작품은 작가 이근삼 특유의 우화극적 시각과 희극적인 언어의 바탕 위에 서사극을 차용하여 연극적인 즐거움이 풍만한 풍자극으로 형상화되어 있다. 서구의 연극 형식 가운데 서사극, 소극, 우화극이 갖는 장점들을 취합하여 개방적이고도 익살스러운 사회 풍자극을 새롭게 만들어 놓은 것이다. 그러나 해설자역의 해설이나 인물의 독백을 통해 나타난 인생의 자세나 세계를 보는 시각 등 당대의 풍자를 뛰어넘으려는 시도들은, 애매모호한 운명론, 무책임한 허무주의, 혹은 전근대적인 계몽성으로 귀착될 우려가 있기도 하다.
◆ 이근삼의 작품 세계
1960년대 이근삼의 등장은 비교적 고루하고 무거웠던 극장 무대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미국 유학에서 돌아온 그는 정통 리얼리즘 극을 고수하고 있던 기존 작가들의 사실 집착에 반기를 들고 서사적 수법, 우화적 수법, 표현주의적 수법, 극적인 아이러니의 수법 등 실험적 기법에 의한 다양한 형식의 참신성을 보여 준다. 또한, 과거의 희극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다양한 형식의 참신성을 보여 준다. 또한, 과거의 희극 정신을 계승하면서도 전통적 희극 형식을 뛰어넘는 새로운 양식적 실험을 시도하였다.
1950년 <사상계>에 '원고지'를 발표하면서 우리 문단에 나온 그의 작품의 특징은 왜곡된 구조 속에 비정상적으로 발전하였던 우리 사회의 현실과 관련지을 수 있는데, 종횡무진 독설과 풍자성을 드러내고 있으며, 사회의 부조리, 정치의 비리, 교육, 나아가서는 문명의 허구성까지를 통렬하게 비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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