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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소설 줄거리/해설]돈(豚) (1933)-이효석-

by 휴리스틱31 2021. 11.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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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豚) (1933)

-이효석- 

 

● 줄거리

 

주인공 '식이'는 고지식한 농촌 청년이다. 그는 돼지새끼를 받아 세금을 내고 분이와 결혼해 행복하게 살겠다는 꿈을 가지고 소박하게 살아간다. 푼푼이 모은 돈으로 돼지 한 쌍을 사서 길렀다. 얼마 뒤 수놈은 죽고 말고 암놈만 겨우 살아 남았다. 그는 암놈을 방에다 지푸라기를 깔아주고 자기 밥그릇에 먹이를 주어가며 길렀다. 이 돼지는 식이의 전체 희망이 걸려 있는 돼지인 것이다. 그는 어서 돼지 새끼를 갖고 싶은 마음에 여섯 달밖에 안 된 어린 것을 종묘장에 데리고 갔으나 교접에 실패한다. 달포 후 두 번째로 데리고 가서야 어렵게 성사를 시킨다.

 

식이는 암놈이 고통을 당하는 동안 구경꾼들이 낄낄거리는 음담 속에서 달아나 버린 분이를 생각하고 있었다. 분이는 박 초시의 딸로서 그가 아주 공을 들이면서 손에 넣으려 했던 여성이다. 그런데 그녀는 입술이 늘 뾰로통해 있었고 쌀쌀하게 굴더니 그만 며칠 전에 가출해 버린 것이다. 돼지와 분이를 놓고 여러 가지 공상을 하던 식이는 철도 건널목을 지나오면서 하마터면 기차에 칠 뻔하였다. 말하자면 다른 데 정신이 팔려 있는 사이 앞에 끌고 가던 돼지는 흔적도 없이 차에 깔려 사라져 버렸다. 그 역시 위기일발의 순간에 목숨을 건졌으나 건널목 망꾼에게 따귀를 얻어맞는다.

 

 

 

● 인물의 성격

 

 식이 → 주인공. 가난하고 소극적이며 고지식한 농촌 청년. 돼지를 교미시켜 새끼를 받아 분이와 결혼해 살아가고자 하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한 정적 인물임.

 

 분이 → 식이의 여인, 그러나 본문에는 직접 등장하지 않음.

 

● 구성 단계

 

 발단 : 식이는 어린 암퇘지를 데리고 종묘장에 가서 접을 붙이나 쉽게 성공하지 못함.

 전개 ① : 씨돼지는 화차같이 말뚝 위를 엄습하고, 식이는 도망간 분이 생각에 열중함.

 전개 ② : 씨받이 후 암퇘지와 돌아오면서 식이는 분이가 차장이 됐을 거라고 생각함.

 절정·결말 : 분이 생각에 빠진 식이는 건널목에서 돼지를 기차에 치어 날려 보냄.

 

 

●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의 주인공 식이는 한 시대의 사회 현실로부터 똑바로 걸어나온 인물이다. 종묘장의 묘사도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면서 생생하고, 식이가 분이를 생각하는 대목도 무리 없이 자연스럽다. 특히, 분이와 돼지에 대한 공상 장면이 짤막한 서술자로서 상황을 집약해 준다.

 

"장에 가서 돼지를 팔면 노자가 되겠지. 차 타고 노자가 자라는 곳까지 달아나면 그곳에 곧 분이가 있지 않을까 …… 농사같이 초라한 업이 세상에 또 있을까. 아무리 부지런히 일해도 못 살기는 일반이니 …… 분이 있는 곳이 어디인가 ……."

 

돈과 사랑에 굶주린 그에게 있어 돼지의 상실은 곧 분이의 상실임을 암시한다. 더욱 그 당시 우리 농촌 현실의 어려운 단면이 제시된 점도 흥미로운 일이다. 또한, 이 소설은 돼지의 교접 행위를 통하여 잠재의식 속에 내재해 있는 인간의 성적 본질이 되살아난다고 하는 독특한 섹스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즉 동물의 성행위와 등장 인물의 성적 욕구를 별치시킨다거나, 암퇘지의 상실과 분이의 상실을 대응시킨 것과 같은 반복된 기법을 구사하였다. 그리하여 인간의 성욕이 갖는 동물적 본능을 드러내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이를 테면 <돈>에서 식이가 암퇘지를 성욕의 대상으로 분이와 동일시한 것으로 파악되며, 그 외에 <메밀꽃 필 무렵>에서 허생원과 당나귀, <수탉>에서 을손과 수탉과의 진한 관계가 엿보인다.

 

이와 같이 이효석의 동물 세계는 유독 한 인물과 일대일 대응의 관계로 동거동식하여 주인공의 분신이나 애정의 투사 대상으로 동물들이 나타난다. 한편 <분녀>에서 돼지꿈, <독백>에서 종묘장 돼지 등 동물들이 등장 인물의 성욕을 환기시키는 소재로도 이용된다. 작가는 성에 대한 문제를 윤리적 가치를 부여한 적극적인 방법이 아닌, 성 자체에 대한 집념으로 동물적 애욕을 추잡한 것으로 보기보다는 가장 아름답고 순수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따라서 인간의 삶에서 성이 갖는 궁극적 의미보다는 동물적인 본능 그 자체로서 제시한 이 작품은 향토성 짙은 문학의 하나로 평가된다.

 

이 작품을 기점으로 이효석은 경향파 문학에서 탈피하여 자연성을 예찬하는 서정적 문학으로 돌아섰다.

 

 

 

● 핵심사항 정리

 

 갈래 : 단편소설

 

 배경 : 종묘장에서 건널목에 이르는 길(공간적 배경은 처음부터 사건이 일어나는 종묘장으로 분이의 가출과 돼지의 철도사고에서 오는 황폐한 공간이며, 시간적 배경은 현재의 시간이 계속되다가 돼지의 교미를 연상하는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과 분이와 함께 살 것을 상상하는 미래의 시간이 섞여 있다.)

 시점 : 전지적 작가 시점

 

 표현상 특징

* 낭만주의적 경향

* 인간의 내면에 잠재한 애욕을 동물에 빗대어 표현함.

 

 출전 : 『조선지광』(1933)

 

 주제

* 원시적인 욕정을 통해 드러나는 인간 생활의 애환

* 자본주의의 횡포에서 오는 좌절감과 인간의 순수한 애욕

* 인간의 의식 속에 잠재한 성적 본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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